교상판석과 유교 13경 이야기(2)

송나라 때 《역경》 왕필 註
송나라 때 《역경》 왕필 註
사서집주 주석가 주희(1130 〜1200)
사서집주 주석가 주희(1130 〜1200)

전회에서 중국불교 13경에 대한 개요를 대강 설명하고, 불교가 중국에 들어오면서 도교의 옷을 빌어서 접근했다는 것을 언급했다. 이른바 격의불교에 대해서 소개했는데, 쉽게 말하면 인도적 논리의 불교사상이 중국적 지성에 영합하여 이해되기 위해선 도교 사상이 전제되어야 했다. 도교적 개념과 용어가 아니면 인도적 사유의 불교논리를 이해하는데 불가능했다. 이것이 격의불교라는 과도적 사상적 교류이면서 접근방식이었다. 격의불교라고는 하지만, 불교가 중국에 바로 이해되는 데는 수백 년이 소요됐다.

인도의 전적들이 수없이 번역되고 이른바 역경이 800년간 이루어져서 비로소 중국적 체계에 의한 중국불교가 정립되었다. 격의불교가 초기의 인도불교 이해과정이라면, 교상판석(敎相判釋)은 무분별하게 받아들여진 인도불교 사상을 중국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범주화한 것이다.

교상판석은 중국 불교에서 유래한 불교 용어로, 수천 권에 달하는 불교 경전은 고타마 붓다가 일생 동안 행한 설법의 집대성이라고 보고 불교 경전을 설법의 형식·방법· 순서·내용·교리에 따라 분류 및 체계화하고 가치판단을 행하는 것을 말한다. 교상판석은 교상(敎相)·교판(敎判) 또는 판교(判敎)라고도 한다. 여러 교상판석 중에서 중요한 것으로는, 삼론종(三論宗)의 2장 3륜교(二藏三輪敎), 천태종(天台宗)의 5시 8교(五時八敎), 법상종(法相宗)의 3교 8종(三敎八宗), 화엄종(華嚴宗)의 5교 10종(五敎十宗) 등이 있다.

 

교상판석 경판
교상판석 경판
《천태사교의》
《천태사교의》

인도에서는 역사적인 전개 과정을 밟아 성립된 불교경전(佛敎經典)이 인도에서의 이론적 발전 또는 성립의 역사적 순서와는 관계없이 일시에 중국으로 들어왔으며 경전들은 원래의 성립 순서에 관계없이 번역되었다. 이 때문에 중국의 불교인들은 경전들에서 상호모순과 불일치를 느끼게 되었다.

여러 불교 경전들이 고타마 붓다에 의하여 어떤 순서로 어떤 가치체계로 설명되었는가를 연구하여 불교 교의를 전체적으로 모순됨이 없이 해석하려고 하는 욕구가 중국의 불교인들에게서 생겨났다. 이들은 또한 어떤 것이 과연 고타마 붓다의 궁극적인 가르침인지를 판별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필요에서, 모든 불교 경전을 시간 순서나 내용에 따라 배열·정리하고 각 경전 그룹들의 가르침의 깊이와 우열을 연구자 자신의 독자적인 기준에 따라 체계화하게 되었다.

해석하는 사람이 신봉하는 경전이나 교의에 따라 불교와 불교 경전 전체에 대한 해석이 상이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에, 교상판석은 인도의 불교와는 다른 형태로 중국 불교의 종파들이 성립되는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교상판석의 시도는 남북조시대부터 당대(唐代)에 걸쳐 가장 성행하였다. 그리고 이 시대들에서 중국 불교의 주요 종파들이 성립되었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원전비판의 성과를 바탕으로, 모든 불교 경전이 고타마 붓다의 일생 동안에 모두 성립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하지만, 중국,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불교 종파는 교상판석을 통해 형성된 전통적인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태에 있다. 오시팔교(五時八敎)는 천태대사(天台大師) 지의(智顗, 538년~597년)가 주장한 중국 천태종(天台宗)의 교판(敎判)이다. 오시팔교는 오시(五時)· 화의사교(化儀四敎)·화법사교(化法四敎)를 통칭하는 낱말이다. 지의는 화의사교(化儀四敎)·화법사교의 두 방면에서 제반 불교 경전을 비판적으로 체계화했다.

지의는 고타마 붓다의 모든 설법을 시간적인 순서에 따라 다음과 같이 5시(五時)로 나누었다.

화엄시(華嚴時): 고타마 붓다가 깨달음을 성취한 당시에 그 깨달은 내용을 바로 설한 때

녹원시(鹿苑時): 정도를 낮추어 《아함경(阿含經)》, 즉 소승을 설한 때

방등시(方等時): 소승을 버리고 대승에 들어가게 하는 설법을 한 때

반야시(般若時): 대승과 소승을 별개의 것으로 보는 편집(偏執)을 제거한 때

법화열반시(法華涅槃時): 올바른 진실의 가르침을 설한 때

화의사교란 무엇인가?

한편, 지의는 가르치고 인도하는 형식 및 방법상으로는 다음과 같이 4교(四敎)로 나누어서 이것을 화의사교(化儀四敎: 교화를 시키는 네 가지 방법)라고 하였다.

돈교(頓敎): 곧장 부처의 깨달음을 설하는 가르침 방법

점교(漸敎): 얕은 곳에서 깊은 곳으로 향하는 가르침 방법

비밀교(秘密敎): 모두에게 알리지 않고 특정한 사람에게 그 사람에게 적절한 가르침을 베푸는 가르침 방법

부정교(不定敎): 모두에게 알리는 형식으로 듣는 자의 능력에 따라 체득되게 하는 가르침 방법을 제시했다.

화법사교란?

또한, 지의는 가르침의 내용상으로 4교(四敎)로 나누어서 이것을 화법사교(化法四敎: 네 가지 가르침)라고 하였다.

삼장교(三藏敎): 소승교(小乘敎: 소승의 가르침), 줄여서 장교(藏敎)라고도 한다.

통교(通敎): 3승(三乘)에 통하는 대승교(大乘敎: 대승의 가르침)

별교(別敎): 성문연각(聲聞緣覺)과는 별도의 보살만을 대상으로 가르침으로, 가르침만으로 모든 것을 차별면에서 바라보는 가르침

원교(圓敎): 부처의 깨달음 그대로 모든 것을 원융하는 가르침이다.

 

오교십종(五敎十宗)은 불교를 5교(五敎: 다섯 가르침)와 10종(十宗: 열 가지 종파 또는 종지)으로 분류하고 판석한 화엄종(華嚴宗)의 교판(敎判)이다. 오교(五敎)는 두순(杜順: 557〜640)이 관법상(觀法上)으로 소승교·대승시교(大乘始敎)·대승종교(大乘終敎)·돈교(頓敎)·원교(圓敎)로 나눈 것을 법장(法藏: 643〜712)이 교의화(敎義化)한 것이며, 십종(十宗)은 오교를 표현된 교리상으로 10종류로 나눈 것이다. 오교십종의 교판에서는 5교중에서 특히 모든 경전들을 초월해서 무진(無盡)의 불법(佛法)을 설하는 《화엄경》의 가르침을 별교일승(別敎一乘) 또는 화엄일승(華嚴一乘)으로 삼고 있다.

오교(五敎)는 다음과 같다.

소승교(小乘敎): 소승자(小乘者)를 위한 가르침인 《아함경(阿含經)》의 가르침

시교(始敎): 일체개공(一切皆空)을 설한 《반야경(般若經)》이나 연기(緣起)에 의해 본체와 현상의 구별을 역설한 《해심밀경(解深密經)》 등의 가르침

종교(終敎): 모든 것은 본래 변하지 않는 진여(眞如)이지만 이것이 염(染)이 되거나 정(淨)이 된다고 설하는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능가경(楞伽經)》·《승만경(勝鬘經)》 등의 가르침

돈교(頓敎): 문자나 언어를 여의고 수행의 차례를 말하지 않고, 말이 끊어진 진여(眞如)를 가리키는 《유마경(維摩經)》 등의 가르침

원교(圓敎): 곧장 깨달음으로 들어가는 것을 설하는 《법화경》·《화엄경》 등의 가르침

십종(十宗)은 다음과 같다.

아법구유종(我法俱有宗): 주관과 객관(主客)을 모두 실체로 여기는 종파

법유아공종(法有我空宗): 객관만을 실체시(實體視)하는 종파

법무거래종(法無去來宗): 만법은 현재에만 존재하고, 과거와 미래에는 공무(空無)하다고 여기는종파

현통가실종(現通假實宗): 만법은 과거와 미래에는 공무(空無)하지만, 현재에도 실유(實有)와 가유(假有)의 2종이 있다고 여기는 종파

속망진실종(俗妄眞實宗): 세속적 진리인 속제(俗諦)는 허망하며 불교의 진리인 진제(眞諦)는 진실하다고 여기는 종파

제법단명종(諸法但名宗): 미계(迷界) · 오계(悟界)의 만법이 다만 이름 뿐이고 실체가 없다고 여기는 종파

일체개공종(一切皆空宗): 일체를 공으로 여기는 종파

진덕불공종(眞德不空宗): 모든 성품을 진여(眞如)로 여기는 종파

상상구절종(相想俱絶宗): 진리를 불가설(不可說)이라 여기는 종파

원명구덕종(圓明具德宗): 일체는 중중무진(重重無盡)이며 공덕을 원만(圓滿)하고 있다고 여기는 종파이다.

사서오경(四書五經) 또는 사서삼경(四書三經)은 유교의 교육 및 교양서적으로, 유교 교육의 가장 핵심적인 책이다. 시경(詩經), 서경(書經), 역경(易經), 춘추(春秋), 예기(禮記) 이다.

《시경(詩經)》은 중국 최초의 시가집이다. 공자가 문하의 제자를 교육할 때, 주나라 왕조의 정치적 형태와 민중의 수용 태도를 가르치고 문학·교육에 힘쓰기 위하여 편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경》은 전한시대에 〈제시(齊詩)〉·〈노시(魯詩)〉·〈한시(韓詩)〉·〈모시(毛詩)〉 라는 네 가지 종류의 책이 나왔지만, 오늘날 남은 것은 그중의 모시뿐이어서 별도로 모시라 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시(詩)라고만 불리었으며, "시"라는 말의 어원은 여기서 나왔다. 주 나라 때 편찬되었다 하여 주시(周詩)라고도 하다가 당나라 때 와서 오경의 하나에 포함되면서 시경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서경(書經)》은 중국 유교의 5경(五經) 가운데 하나로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서이다. 중국의 고대 국가들의 정사(政事)에 관한 문서를 공자가 편찬하였다고 전한다. 특히, 주나라의 정치철학을 상세하면서도 구체적으로 말한 제일의 자료이다. 크게 《우서(虞書)》·《하서(夏書)》·《상서(商書)》·《주서(周書)》의 4부로 나뉘어 있는데 각각 요순시대·하나라·은나라(상나라)·주나라에 관련된 내용을 싣고 있다. 전국시대에는 공문서라는 의미로 《서(書)》라고 했다. 이후, 유학을 숭상하고 통치 이념으로 삼았던 한나라 시대에서, 당시의 유학자들은 존중하고 숭상해야 할 고대의 기록이라는 뜻에서 《상서(尙書)》라고 하였다. 혹은 상(尙)은 상(上)을 뜻한다고 보아 "상고지서(上古之書, 상고시대의 공문서)"의 의미로 해석하기도 하였다. 송나라 시대에는 유교의 주요 경전인 5경(五經)에 속한다는 뜻에서 《서경(書經)》이라고 불렀다.

《역경(易經)》은 유학(儒學)에서 삼경 중 하나로 삼은 경전으로, 세계의 변화에 관한 원리를 기술한 책이라 일컬어지고 있다. 《주역(周易)》이라고도 한다. 한편 주 나라시대의 십익을 더해서 주역이라고 부른다는 점에서 역경은 순전히 64괘를 가리키기도 한다. 쓰여진 연대는 대략 동주 시대 이전으로 추정된다. 도교에서도 이를 경전으로 삼은바 있고 또한 역사적으로 동서양 및 여러 분야에서 응용을 위해 이를 참고한바 있다. 주례에 의하면 삼역(三易)중 하나이다.

《춘추》(春秋)는 공자가 노나라 사관이 저작한 역사서에 자신의 글을 적어서 다시 편찬한 노나라의 역사서이다. 맹자는 《춘추》가 등장한 후에 간신적자들이 떨었다고 할 만큼 이 책이 엄중한 역사의 평가가 담겨있으며, 대의명분을 강조한 역사서라고 하였다. 그리고, 《삼국지》의 관우와 두예는 평생을 가지고 다니면서 익혔다는 책이기도 하다.

《예기》(禮記)는 중국 고대 고유가(儒家)의 경전인 오경(五經)의 하나로, 예법(禮法)의 이론과 실제를 풀이한 책이다. 공자와 그 후학들이 지은 책들이지만 진시황의 분서갱유 이후에 흩어져서 전해지고 있었다. 한 무제 시대에 한나라의 제후인 하간헌 왕이 공자와 그 후학들이 지은 131편의 저작들을 모아 정리한 후, 그 후에 한 선제 시대에 유향과 대덕(戴德)·대성(戴聖)의 형제들이 잇따라 증보하거나 간추린 목록이 유향이 214편으로 엮었고, 대덕이 85편으로, 대성이 49편으로 간추렸다. 대덕이 증보하여 간추린 문장을 편집한 예기를 따로 구분하여 《대대례》(大戴禮)로 불리기도 한다.

중국(中國)의 삼례(예기, 주례, 의례) 중 하나이며, 왕조(王朝)의 제도, 상복(喪服), 동작(動作)의 규칙, 예(禮)의 해설, 예악의 이론 등을 담고 있다. 원(元)의 순제(順帝) 때 요(遼), 금(金)의 양사(兩史)ㆍ탈탈(脫脫)과 함께 편찬(編纂)되었다. 예기는 《의례》, 《주례》와 함께 삼례(三禮)의 하나이다.

주희(朱熹, 1130~1200)는 중국 남송의 유학자로, 주자(朱子), 주부자(朱夫子), 주문공(朱文公) 송태사휘국문공(宋太師徽國文公)이라는 존칭이나 봉호로도 불린다. 자(字)는 원회(元晦), 중회(仲晦)이다. 호는 회암(晦庵), 회옹(晦翁), 운곡노인(雲谷老人), 창주병수(滄洲病叟), 둔옹(遯翁)등 여러 가지가 있다. 시호(諡號)는 문(文), 휘국공(徽國公)이다. 송나라 복건성(福建省) 우계(尤溪)에서 출생했으며 19세에 진사가 된 후 여러 관직을 지내면서 공자, 맹자 등의 학문에 전념하였으며 주돈이, 정호, 정이 등의 유학 사상을 이어받았다. 그는 유학을 집대성하였으며 오경의 참뜻을 밝히고 성리학(주자학)을 창시하여 완성시켰다.

주희는 주염계, 이정(二程)으로 대표되는 이전 송학의 흐름을 이어받아 이를 집대성하고 종래 유교가 불교와 도교에 비해 사상적인 약점이었던 이론적 결여를 보완하는 우주론적, 인간론적 형이상학을 수립하게 된다. 이로써 한당의 훈고학적인 한계에서 벗어나 윤리학으로서의 본래성을 되찾는 한편 그것을 우주론적인 체계 속에 자리 잡게 하고자 했다.

이후 주자의 철학은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를 지배하는 주도 이념으로 자리 잡는다. 사후 송 영종(寧宗) 연간에 문공(文公)의 시호가 내려지고 송 이종(理宗) 연간에 태사(太師)로 추증되었으며 신국공(信國公)으로 추봉되었다가 다시 휘국공(徽國公)으로 고쳐 봉해졌고 문묘에 배향 종사되었다. 주돈이의 학통을 계승한 연평(延平) 이동(李侗)의 제자이다.

주자문집(朱子文集)은 주희(朱憙)가 쓴 문장(文章)을 집록(集錄)한 100권의 서(書)이다. 여기에 수록된 주자의 글은 실로 다종다양하다. 특히 그의 상주문(上奏文)·사면문(辭免文)·기(記)· 공이(公移) 등등은 주자의 구체적인 정치활동이나 정치사상을 아는 데 지극히 중요한 자료이다. 또 서간문(書簡文)·잡저(雜著)·기(記) 등은 주자의 학문사상을 아는 데 있어 《어류(語類)》와 함께 필독해야 할 부분이다. 기타 이 문집(文集) 100권은 별집(別集)·속집(續集)을 합하여 주자의 사상이나 역사적 성격을 전체적으로 규정하는 점에서 필요 불가결한 자료이나, 종래 주자를 논하는 사람 가운데서 문집을 자세히 읽은 사람은 거의 없다. 주자 연구에 있어서 새로운 설이나 해석을 제공할 수 있는 자료적 보고(寶庫)라 해도 무방하다.

정현<불이성 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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