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승단은 무력과는 거리를 둬야

 

법장스님
법장스님

망국의 고려(高麗)를 위해 마지막 까지 충절 (忠節)을 지킨 정몽주 (鄭夢周)와 이성계를 도와서 역성혁명으로 조선을 설계한 정도전(鄭道傳)이란 두인물의 공통점은 두 사람 모두 가장 가까이 지낸 한 사람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이다. 그들을 죽인 사람은 다름 아닌 이성계의 四남 이방원이다.

 정몽주는 혁명적 거사에 동참하자는 이방원의 간청을 거절한 대가로 희생되었고 정도전은 이방원의 치세에 걸리적거린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했다고 볼 수있겠다. 권력이란 인간의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인정마저도 파괴하는 잔혹한 것이다.

 예의와 염치가 매몰된 인간을 말할 때 옛사람들은 흔히 무뢰배(無賴輩)라고 한다. 무뢰배는 무뢰한의 무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무뢰한(無賴漢)은 성품이 막되어 예의와 염치를 모르며, 자신의 주제를 모르고 안하무인(眼下無人)식으로 이해관계(利害關係)에 따라 자신의 이속을 챙기기에 급급하여 불량한 짓을 일삼으며 하이에나처럼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는 사람을 의미 하기도 한다.

 조선시대에 이런 무뢰배들 중 왈자라고 하여 군사조직에 가까운 조직의 규율을 갖췄던 검계(劍契), 단순히 기방 (妓房)을 운영 하던 기둥서방, 포주 쯤 되는 사람들을 ‘왈자’라고 부른다. 이들 때문에 조선은 조용할 날이 없었다. 장붕익은 영조연간인 1725 년부터 1735년 기간 중에 포도대장을 지냈는데 이때 검계(劍契)라는 무뢰배 조직이 크게 문제를 일으켰다.

 검계는 비밀결사 형태의 전국구 조폭으로 살인과 약탈을 서슴지 않았다. 게다가 공공연히 습진(習陳)을 하는 등으로 존재를 드러내어 백성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검계뿐 아니라 다른 무뢰배들까지 장붕익의 이름만 듣고도 오줌을 지리며 도망갈 정도였다고 하니 관군이 얼마나 잔혹하게 소탕했는지 짐작이 간다. 그런 장붕익에게 자객을 보낸 자들이 누구라는 것은 굳이 깊이 생각할 것이 없지 않겠는가.

 나라의 고관까지 서슴없이 암살하려드는 무뢰배들은 지금의 마피아에 비겨도 손색이 없을 것같다. 무뢰배의 옛말은 [무류]라는 표현이 있는데 동문유해 (1748)의 하권33에 있다. 조폭의 역사는 대단히 유구하다. 신라의 청소년 무술집단인 ‘화랑’이 범죄 집단의 기원이라고 한다. 역사적으로 무신의 난을 일으켜 정권을 장악했던 정중부(鄭仲夫)를 죽이고 집권한 청년장교 경대승(慶大升)의 사조직 도방(都房)이 사조직의 원류라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승속을 가릴 것 없이 사자충은 악인 것이다.

법장<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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