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13경 소개

북경 중화서국에서 발행한 《불교 13경》
북경 중화서국에서 발행한 《불교 13경

시작하며

불교는 남전이나 북전을 망라해서 많은 경전을 보유하고 있다. 남전이란 인도에서 결집된 경율론 삼장을 말한다. 삼장을 결집했던 언어가 ‘빨리어’이어서 문자가 없었다. 회화체 구어였다. 석가 부처님은 코살라(사위국) 근처의 카필라국에서 출생했지만, 입산수도는 마가다어를 사용하는 지금의 인도 비하라 지역인 마가다국에서 했으며, 고행하고 수도한 지역도 주로 이 지역이었다. 빨리어는 대체로 이 마가다 지역의 언어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지만 정확하게 말할 수 없는 면도 없지 않다는 것이 초기불교 학자들의 연구 결과이다. ‘부처님은 비교적 마가다어에 가까운 언어를 사용하였을 것이다’라고 추측하고 있다. 빨리어가 구어이고 문자가 없는 언어였기에 부처님께서 설했던 경율론의 내용은 구송(口誦)으로 전승되었다.

부처님의 일생을 두꺼운 종이에 그린 그림(버마)
부처님의 일생을 두꺼운 종이에 그린 그림(버마)

석존께서 말씀하신 8만 4천 법문은 그 양이 워낙 방대해서 12부경으로 분류하고 있다. 말하자면 석존의 교설을 그 성질과 형식에 따라 구분하여 12부로 분류하여 놓은 불교 경전을 총칭해서 십이분경(十二分經)·십이분교(十二分敎)라고도 한다. 차례대로 소개해 본다면, ① 수다라(修多羅):계경(契經)·법본(法本)이라고 번역하는 산문체의 경전. ②기야(祇夜):중송(重頌)·응송(應頌) 등으로 번역하는, 산문체의 경문 뒤에 그 내용을 운문(韻文)으로 노래한 경전. ③ 수기(授記):경의 말뜻을 문답 형식으로 해석하고, 또 제자들의 다음 세상에서 날 곳을 예언한 것. ④ 가타(伽陀):풍송(諷頌)·고기송(孤起頌)이라 번역하는, 4언·5언·7언의 운문으로 구성된 것. ⑤ 우타나(優陀那):무문자설(無問自說)이라 번역하는 것으로, 《아미타경(阿彌陀經)》 등과 같이 남이 묻지 않는데도 석가모니가 스스로 이야기한 말. ⑥ 니타나(尼陀那):연기(緣起)·인연(因綠)이라 번역되는, 경 가운데서 석가를 만나 법을 들은 인연 등을 설한 것 등. ⑦ 아파타나(阿波陀那):비유(譬喩)라고 번역하며, 경전 중에서 비유로써 은밀한 교리를 명백하게 풀이한 부분. ⑧ 이제왈다가(伊帝曰多伽):본사(本事)라 번역하는 것으로, 석가나 제자들의 지난 세상에서의 인연을 말한 부분. ⑨ 사타가(闍陀伽):본생(本生)이라 번역하는 것으로, 석가 자신의 지난 생에서의 보살행(菩薩行)을 말한 부분. ⑩ 비불략(毘佛略):방광(方廣)이라 번역하는, 광대한 진리를 말한 부분. ⑪ 아부타달마(阿浮陀達摩):희유법(希有法)이라 번역하며, 석가가 보인 여러 가지 신통력(神通力)을 말한 부분. ⑫ 우바제사(優波提舍):논의(論議)라 번역하는, 교법(敎法)의 이치를 논하고 문답한 경문 등으로 되어 있다.

12부경(部經) 12분교(分敎) 12분성교(分聖敎)라고도 표기한다. 다 같은 말이다. 여래(석존)께서 소설(所説)하신 교법(教法)의 내용(内容)・형식(形式)을 분류한 것이다. 산스크리트어(범어)로는 드와다상가 붇다 와차나(dvādaśānga-buddha-vacana)인데, 뜻은 12부처님말씀(十二佛语) 정도의 의미인데 부처님의 12가지 분류 가르침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12분교의 역사적 기원은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 분별설부(分別說部)가운데 법장부(法藏部)와 화지부(化地部)를 비롯해서 대중부의 지파에서 나타남을 알 수 있다. 본래는 9분교였는데, 인연(因緣)、비유(譬喻)、논의(論議)를 추가하여 12분교로 체계화 되었다.

마하니파타 자타카(부처님 탄생의 위대한 열 가지 이야기)
마하니파타 자타카(부처님 탄생의 위대한 열 가지 이야기)

12분교의 내용

① 수다라(修多羅)(sūtra/Sutta)=관경(貫經)(장아함경)

산스크리트어로는 ‘수트라’라고 한다. 의역을 한다면 계경(契經)이라고 하는데, 물건을 묶는 로프나 실을 의미한다. 더욱 은유적으로는 규칙, 공식과 같은 금언 또는 매뉴얼 형태의 금언 모음집을 의미한다. 그것은 씨를 뿌린다는 의미이다.

좀 더 우리 불교적인 해석을 가한다면 경(經,Sutra)이란 본래 '날실'이라는 뜻으로 부처가 말한 교법(敎法)을 간단한 형태로 압축해서 정리한 것이다. 이것은 교법이 처음부터 문자로 기록된 것이 아니고 스승으로부터 제자에게 기억을 통해 구전(口傳)된 것이기 때문에 그 형식이 기억에 편리하도록 정리된 것이다. 그러나 차츰 여기에 설명이 부가되고 '여시아문(如是我聞)(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이라는 문구가 붙게 되어서 매우 장문(長文)의 경전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들 경전을 집대성한 것이 경장이다. 옛날에는 경장이 9분교(九分敎), 12부경(十二部經)으로 분류되었다고 하는데, 일반적으로는 4아함(四阿含), 5부로 조직되어 있다. 그러나 경이라 해서 모두 부처의 설법을 그대로 전하는 것이 아니며 원시성전(原始聖典)이라고 하는 아함경(阿含經)조차도 제자들의 기억이나 해석이 섞여 편찬된 것으로 후일 대승불교의 여러 경전은 부처님의 말을 전한다기보다는 부처님의 정신을 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②기야(祇夜)(geya/Geyya)=기야경(祇夜經)(장아함경)

산문체로 된 내용을 운문체로 다시 설한 것을 말한다.

 

③ 수기(授記)(vyākaraṇa/Veyyakarama)=수기경(受記經)(장아함경)

부처님이 제자에게 미래(未來)의 증과(證果)에 대하여 일일이 미리 지시한 예언적인 교설.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미래의 증과(證果)에 대해서 미리 지시ㆍ예언하는 가르침, 또는 그런 예언을 주는 것인데, 부처님의 입장에서는 수기(授記)이고, 제자의 입장에서는 수기(受記)가 된다.

 

④ 가타(伽陀)(gāthā/Gāthā)=게경(偈經)(장아함경)=법구경(法句經)

가타는 풍송/게송(諷頌/偈頌)의 뜻을 갖고 있다. 산스크리트어, 팔리어 gāthā 경전의 서술 형식이 운문체로 된 것이다.

 

⑤ 우타나(優陀那)(udāna/Udana)=상응경(相應經)(장아함경)

산스크리트어 udāna의 음사로서, 자설(自說)·무문자설(無問自說)이라 번역한다. 십이부경(十二部經)의 하나. 경전의 서술 형식에서, 질문자 없이 부처님 스스로 설한 법문이다. 아미타경이 여기에 해당한다.

 

⑥ 니타나(尼陀那)(nidāna)=상응경(相應經) (장아함경)

인연담을 말한다. 인연(因緣, 산스크리트어: hetu-pratyaya 또는 nidāna)은 원인을 의미하는 불교 용어이다. 인(因, 산스크리트어: hetu)은 결과를 낳기 위한 내적인 직접적 원인을 의미하고, 연(緣, 산스크리트어: pratyaya)은 이를 돕는 외적인 간접적 원인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는 양자를 합쳐 원인의 뜻으로 사용한다. 직접적인 원인으로서의 인(因)과 간접적인 원인으로서의 연(緣)을 구별할 경우, 예를 들어, 씨앗은 나무의 직접적 원인인 인(因)이고 햇빛· 공기· 수분·온도 등은 간접적 원인인 연(緣)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는 씨앗에서 나무가 나타나게 하는 원인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고타마 붓다는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인연으로써 생겨나고 인연으로써 소멸하는 연기(緣起, 산스크리트어: nidāna)의 이법을 깨우쳤다고 한다. 《아함경(阿含經)》에서는 인간이 미망(迷妄)과 고통의 존재임을 12인연으로써 설명하고 있다. 또한 부파불교에서는 12인연을 인간의 윤회 과정에 해당시켜 해석하고 있다.

 

⑦ 아파타나(阿波陀那)(avadāna/apadāna)=증유경(證喩經) 또는 비유경(譬喩經)(장아함경)

비유를 말한다.

 

⑧ 이제왈다가(伊帝曰多伽)(itivṛttaka/Itivuttaka)=천본경(天本經)(장아함경)

원시불교 소부에 속하는 경전으로서, 소위 9부경(九部經) 또는 12부경(十二部經) 중 하나에 속한다. 《본사경》이란, 팔리어의 《이티부타카》의 한역으로, 《여시어경(如是語經)》 《여시설경(如是說經)》이라고도 한다.

 

⑨ 자타가(闍陀伽)(jātaka/Jātaka)=본연경(本緣經)(장아함경)

산스크리트어, 팔리어 jātaka 붓다의 전생 이야기. 붓다가 현생에서 깨닫게 된 원인은 전생에 쌓은 선행과 공덕 때문이라고 사유하여, 당시 인도의 민간에 널리 유포되고 있던 전설과 우화 속의 인물 하나를 붓다의 전생으로 꾸며서 불교 설화로 변경시킨 것으로. 팔리어 경전에는 산문과 운문으로 된 547가지의 전생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음.

 

⑩ 비불략(毘佛略)(Vaipulya/Vedalla)=광경(廣經)(장아함경)

산스크리트어 vaipulya 경전의 서술 내용에서, 방대한 진리를 설한 부분을 말한다.

 

⑪ 아부타달마(阿浮陀達摩)(adbhutadharma/Abbhutadhamma)=미증유경(未曾有經)(장아함경)

석가모니 부처님이 보인 여러 가지 신통력(神通力)을 말한 부분이다.

'일찍이 있지 않았던 일'이라는 뜻으로, 처음 벌어진 일이라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놀라운 사건이나 일을 묘사하는 데 사용되는 고사성어이다. 《능엄경》 등의 불교 경전에서 유래하였다. 未:아닐 미 曾:일찍 증 有:있을 유 미상유(未嘗有)라고도 한다.

 

⑫ 우바제사(優波提舍)(upadeśa)=대교경(大教經)(장아함경)

교법(敎法)의 이치를 논하고 문답한 경문 등으로 되어 있는 내용이다.

부처님이 사슴동산(녹야원)에서 5비구에게 최초의 설법을 하고 있는 장면.
부처님이 사슴동산(녹야원)에서 5비구에게 최초의 설법을 하고 있는 장면.

북방으로 전해진 경전은 주로 대승경전이다. 삼장 12분교의 경전이 중국에도 다 전해졌지만,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많은 경전 가운데서도 이른바 유교의 13경에 대조하여 불교 13경을 중점적으로 독경해 왔다. 모든 경전이 다 중요하지만 구마라습 등의 서역 출신 역경가들은 13경을 중요시하여 번역했다. 《심경(반야심경》), 《금강경》, 《무량수경》, 《원각경》

, 《범망경》, 《단경(육조단경)》,《능엄경》, 《해심밀경》, 《유마힐경》, 《능가경》, 《금광명경》, 《법화경》, 《42장경》이 그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화엄경 등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그러면 중국에서는 왜 이런 불교 13경이란 선집이 생겨난 것인지 알아보자. 그것은 유교의 13경에 대비해서 불교의 13경을 내세운 것이다.

중국 산동성 곡부시 공자묘와 공림
중국 산동성 곡부시 공자묘와 공림

 

중국에서 원래 십 삼경(十三經)은 유가(儒家)에서 중시하는 13종의 경서(經書)를 총칭하는 말이다. 중국 송대에 확정했다. 불교 13경도 송 대에 그렇게 정해졌다고 보는데, 유교 13 경은

《논어》(論語),《맹자》(孟子)《시경》(詩經)《서경》(書經)《역경》(易經)《주례》(周禮)《의례》(儀禮)《예기》(禮記)(《중용》(中庸), 《대학》(大學) 포함)《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춘추공양전》(春秋公羊傳)

《춘추곡량전》(春秋穀梁傳)《이아》(爾雅)《효경》(孝經)을 말한다. 이 가운데 사서(四書)는 《논어(論語)》《맹자(孟子)》《중용(中庸)》《대학(大學)》이며, 삼경(三經)은 《시경(詩經)》《서경(書經)》《역경(易經:주역이라고도 함)》의 총칭이며, 오경(五經)은 《시경(詩經)》《서경(書經)》《역경(易經)》《예기(禮記)》《춘추(春秋)》를 말하고 삼례(三禮)는 《주례(周禮)》《의례(儀禮)》《예기(禮記)》의 세 책이며, 춘추삼전(春秋三傳)은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춘추공양전(春秋公羊傳)》《춘추곡량전(春秋穀梁傳)》이다.

정현<불이성 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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