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실크로드 불교인가?

실크로드의 주요 간선 지도
실크로드의 주요 간선 지도

실크로드는 우리에게 무엇을 생각하게 해주는가. 한반도는 실크로드 선상에서 변방이었는가 아니면 실크로드의 연장선상에 있었던 한 주역이었던가. 한반도는 적어도 간선은 아니었지만, 실크로드 선상에서의 연장된 지선(支線)이었으며 일본열도까지 이어주는 통로였다. 21세기에 다시 부상하는 신(新) 실크로드는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해상실크로드는 또 우리와의 어떤 관련을 갖는다고 보는가. 분명 중국은 동쪽 실크로드선상의 주역이었음은 역사적 사실이었고, 21세기 신 실크로드의 ‘일대일로(一帶一路)’란 기치아래 주역으로 다시 등장하고 있다.

중국의 신 실크로드 지도
중국의 신 실크로드 지도

필자는 2천 년 대 초부터 중국을 경유하여 중앙아시아 등지의 옛 실크로드 선상의 여러 곳을 탐방해 왔다. 내가 주목한 것은 주로 불교적 관점이었지만, 나는 실크로드를 탐방하면서 역사 문화 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많은 것을 공부할 수 있었다. 나 혼자만의 경험으로 간직하기에는 조금 아쉬운 것 같아서 부족하지만 관심 있는 분들과 공유하기로 작정하고, 이 기행을 글로 옮기려고 한다.

실크로드는 옛 실크로드가 있고, 신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있다. 고대 실크로드는 그야말로 역사상의 옛날 실크로드이고, 신 실크로드는 21세기 중국 정부에 의해서 추진하고 있는 신 실크로드 프로젝트로서 중국 시안에서 우주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에서 이탈리 북부 트리에스테까지이다. 여기서부터는 해상실크로드와 연결된다. 해상실크로드는 중국 푸조(福州)시에서 동남아를 경유하여 인도 콜카타, 스리랑카, 아프리카 나이로비,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여 지중해에 진입하여 이탈리아 트리에스터까지 진출, 육상 신 실크로드와 연결되는 환상적인 일대일로의 신 실크로드 구상이다. 육상이나 해상 루트를 간략하게 설명했지만 많은 나라와 도시들이 연결된다.

신 실크로드는 일종의 경제벨트이다. 중국 주도의 21세기 육상과 해상실크로드 계획으로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and One Road, Belt and Road Initiative, BRI)라고 부른다. 일대일로는 2014년 11월 중화인민공화국에서 개최된 아시아 태평양 경제 협력체 정상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이 제창한 경제권 구상이다. 이는 중국과 중국 이외의 유라시아 국가들을 연결하고 협동하도록 하는 것에 그 목표를 두고 있는 계획이다. 이 구상은 크게 두 가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하나는 육지기반의 실크로드 경제벨트 계획이고 다른 하나는 해상기반의 21세기 해상실크로드 계획이다. 이 계획은 중국이 국제 사회에서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을 노리는 한편, 철강 산업과 같이 중국내 생산능력이 필요 이상으로 과다하게 된 분야의 문제를 해소하려는 것에 있다 할 것이다. 중국의 공식적인 통계에 따르면 일대일로 계획은 지구상 인구의 63%에 해당하는 44억 인구를 대상으로 하고, 이와 관련한 GDP(국민총생산)는 전 세계 GDP의 29%인 21조 달러에 달한다.

일대 일로 구상의 루트에는 북극해 항로, 북미 항로도 포함되어 있다. 러시아 무르만스크의 부두를 개발하고 유럽~러시아~일본~중국을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중국, 러시아, 미국을 잇는 고속철도 구상도 있다. 바로 글로벌 물류 전략이다. 이미 약 60대상국 외에도 ASEAN, EU, 아랍 연맹, 아프리카 연합, 아시아 협력 대화(Asia Cooperation Dialogue, ACD), 상하이 협력기구 등 많은 국제 조직이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옛 실크로드가 무역중심이었듯이 신 실크로드 구상도 경제 벨트로서의 육.해상 루트이다. 옛 육상 실크로드 시대나 21세기 신 실크로드 시대에 있어서 불교와의 관련은 밀접하다. 이 글의 목적은 엣 실크로드 선상에서의 불교를 탐색하면서 21세기 신 실크로드인 일대일로에서의 불교의 위상과 활동 그리고 역할을 찾아봄으로써 의미를 찾아보고자 한다.

실크로드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실크로드가 남긴 역사적 유산이 너무나 크고 그 영향이 동서 양쪽에 막대하게 미쳤기 때문이라고 본다. 실크로드를 통해서 서(로마)와 동(중국)은 무역 문화 등 다방면의 교섭을 함으로써 인류문명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21세기인 현대에도 실크로드는 여전히 동서 교섭의 한 축으로서 새로운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관심의 대상이라고 보며, 또한 옛 실크로드를 다시 떠올려 보는 것도 재미있는 지적 여행이 아닐까 하는 소박한 생각에서 엮어보고자 한다.

나는 이 기행을 작성하면서 주로 영문과 한문 자료에 의존하고자 하며, 무엇보다도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실크로드 기행’에서 불교적인 것들에 주목하면서 글을 쓰려고 하는데, 사실, 근대에 와서 실크로드 연구는 구미(歐美) 탐험가나 학자 여행가들에 의해서 개척되었고, 현대에 와서는 중국의 학자나 연구자들에 의해서이다. 중국은 최근 정부차원에서 신 실크로드의 ‘일대일로(一帶一路)’를 구축하면서 경제 산업이라는 정책적 차원에서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음은 물론 학술적 프로젝트 또한 적극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특히 서부개발이란 명목아래 실크로드의 간선인 신장성 자치지역에 집중투자하고 있으며, 육상 실크로드 뿐 아닌 해상실크로드를 포함한 ‘일대일로’의 대형 프로젝트를 정책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21세기 신 실크로드는 중국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서 구축하고 있고, 육상 해상 실크로드 선상의 나라들은 직간접의 영향을 받으면서 중국과 경제적으로 협력 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신 실크로드 구축의 현실은 이렇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과거의 실크로드에 더욱 매력을 느끼고 문명사적 지적 탐구에 호기심을 갖지 않을까 하는 데에 주목하면서 기행을 엮어가고자 한다.

그러면 실크로드는 언제부터 시작되었고 언제까지였나이다. 대체로 실크로드에 대한 역사학자나 연구가들은 기원전 114년에서 1450년까지로 상정하고 있다. 이 타임라인은 해상 실크로드까지를 포함한 기간이다. 실크로드는 실크루트라고도 하는데, 중국과 인도에서부터 지중해에 걸친 아시아 대륙의 여러 지역을 통해서 동서간의 문화의 상호작용인 무역 로(路)의 고대 네트워크였다.

실크로드(비단 길)란 이름은 중국의 비단에서 유래했다. 비단무역은 매우 수지 맞는 무역이었다. 비단을 운반하는 일은 다소 먼 길을 가야하는 무역이었지만, 제법 이윤이 많이 남는 장사여서 더욱 발전되었다. 비단 무역은 중국 한나라(기원전 전 207〜기원후 220)때부터 시작되었다. 그렇지만, 실크로드 선상에서 이른바 서역이라고 알려진 중앙아시아 구역은 기원전 114년부터였다. 서역 무역 로가 개척된 것은 장건(Zhang Qian 張騫200〜113BC)이란 한 제국의 사절에 의해서였다. 장건은 한 제국의 관료며 외교사절이었다. 그는 한나라 때, 한나라 밖의 서역인 다른 나라에 외교 사절로 가서 길을 개척한 사람으로 서역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한 나라 조정에 많이 가져왔고, 한 무제(漢武帝 刘彻 156〜87, 재위 140〜87 기원전)의 특별한 관심과 명령에 의해서 그는 오늘날 신장성으로 알려진 지역을 식민화하고 정복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실크로드 선상에서 불교는 기원후 1〜2세기부터 중국에 전해기 시작한다.

이 그림은 불교가 중국에 전해지는 과정에서 매우 상징적이다. 투르판 화염산 근처 절벽에 위치한 베제클리크 천불동의 석굴 유적 가운데 한 곳에 있는 5세기에서 9세기에 걸친 불교 벽화다. 벽안의 주앙아시아 승려가 동아시아 승려에게 불법을 가르치는 장면이다. 왼쪽 중앙아시아에서 온 승려는 이란계의 소그디아나 승려임이 확실하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당나라 때(7〜8세기)와 위구르 통치 때(9〜13세기)에 동이란 지역의 소그디아나 인들이 투루판에 거주하고 있었으며  불교사원 또한 존속했음을 증명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 그림은 불교가 중국에 전해지는 과정에서 매우 상징적이다. 투르판 화염산 근처 절벽에 위치한 베제클리크 천불동의 석굴 유적 가운데 한 곳에 있는 5세기에서 9세기에 걸친 불교 벽화다. 벽안의 주앙아시아 승려가 동아시아 승려에게 불법을 가르치는 장면이다. 왼쪽 중앙아시아에서 온 승려는 이란계의 소그디아나 승려임이 확실하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당나라 때(7〜8세기)와 위구르 통치 때(9〜13세기)에 동이란 지역의 소그디아나 인들이 투루판에 거주하고 있었으며 불교사원 또한 존속했음을 증명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소그디아나 인 불자가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프레스코 그림(타림분지 베제클리크 동굴 사원 8세기).
소그디아나 인 불자가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프레스코 그림(타림분지 베제클리크 동굴 사원 8세기).

중국불교 전래 과정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실크로드 불교에 대한 선(先) 이해가 필요하며, 중국에 불교가 처음 전해질 때 인도 승려가 아닌 중앙아시아 승려들이 먼저 전해 주었다는 역사적 사실인식이 절대적이다. 중국 후한시대에 전해진 불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쿠샨제국, 타림분지의 서역국가 들과 간다라 불교문화를 먼저 알아야 불교 동점(東漸)의 개요에 대한 윤곽이 드러난다.

보검<해동세계불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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