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사태 수습을 위한 각급기관장 연석회의 제안-

법계고시 품서식에서 편백운 총무원장스님이 인사말씀을 하고 있다.
법계고시 품서식에서 편백운 총무원장스님이 인사말씀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종단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종단의 운명이 기로에 서 있다. 분종이냐 분열이냐 하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을 맞고 있는데, 우리 종단에는 이런 양극세력을 조정하여 타협케 하는 중도 완충세력이 미약하다. 중도적인 마음을 갖고 있는 스님들은 많아도 이를 조직적으로 드러내서 현실화하는 스님들이 부족하다. 정치적 역량의 미성숙이라고 하겠다. 지금처럼 종회를 통한 일방적 강행이나 골목길 성토가 최선인줄 알고 아직도 전근대적인 방식에 익숙해 있다. 종단의 불협화음을 잠재울 수 있는 원로회의의 권위는 이미 땅에 떨어져 있다. 원로회의는 종단원로로서의 말발이 먹혀 들어가지 않는 이름만의 원로회의로 전락한지가 이미 오래이다. 종회와 원로회의가 이렇다보니, 종단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조정하여 해결하는 중도완충세력이 없어서 결국 종도간의 분쟁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 습관이 되고 있다. 종단 자체의 사법기관인 규정부 초심원 호법원이 있지만, 100% 자율내지는 자정기능이 안 되고 있다.

편백운 총무원장스님은 5월 29일 긴급성명서를 발표하고 ‘종단사태수습대책을 위한 종단 각급 기관장 연석회의’를 제안했다. 뭔가 국면 타개를 위한 집행부의 움직임으로 볼 수 있는데,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소통과 대화의 장을 마련해보자는 취지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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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성명서>

종단사태수습대책을 위한 종단 각급기관장 연석회의 제안

-총무원장 거취에 대한 중대 결심 할 수도 있다-

작금 종단사태에 대하여 총무원장으로서 부덕과 도덕적 책임을 통감하면서 1만 종도 앞에 참회합니다. 종단사태 발단의 이유야 어디에 있던지 종단이 총무원장 보궐선거란 국면을 맞고 있는 이 시점에서 총무원장으로서 일말의 책임과 자책감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보궐선거는 종단분열과 분쟁으로 이끄는 도화선이 될 수밖에 없음은 불을 보듯 훤한 일입니다.

종단이 분종으로 갈 위험이 있고, 종도간의 불화와 다툼으로 종단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이 전개된다면 결국 1만 종도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으며, 우리 종단은 회복하기 어려운 파국으로 이르게 되어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밤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지금의 난국을 수습하고 타개하기 위한 종단사태수습대책을 위한 종단 각급기관장 연석회의 소집을 긴급 제안합니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와 소통으로써 종단위기상황을 수습하고자 하는 충정에서 해법을 찾고 수습방안을 강구하고자하는 것입니다.

저는 총무원장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지금과 같은 보궐선거국면에서

불명예를 안고 퇴진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저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종단과 종도를 위하여 저의 희생이 필요하다면 저는 저에 대한 중간평가의 신임을 받는다는 차원에서 중대결심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밝힙니다.

거듭 천명하지만, 지금과 같은 보궐선거로 총무원장을 새로 선출하고 저를 퇴진시킨다는 종회의 일방적 결의와 중앙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인단 선출에 의한 총무원장 선거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종단의 위기를 돌파하고 종도의 분열을 막아 종단사태를 수습하기 위하여 종단 각급기관장이 한자리에 모여서 구종의 해답이 나올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고자 하오니 종단 각급기관장께서는 무루 참석하여 주실 것을 요망합니다.

불기 2563(2019)년 5월 29일

한국불교 태고종 총무원장 편백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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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긴급 성명서 내용은 종단 각급기관장들이 모여서 한번 의견을 교환해보면서, 해법을 찾아보자는 제안이다. 지금과 같은 보궐선거국면이 해법은 아니지 않느냐 하는 메시지이다. 총무원장스님은 -총무원장 거취에 대한 중대 결심 할 수도 있다-라고 부제를 달 정도로 어떤 상징적 뉘앙스를 풍겨서, 뭔가 돌파구를 찾으려는 극적 의문을 던져줄 정도로 종도들의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 언급에 친 총무원측을 지지하는 일부 종무원장스님들이 혹시 총무원장스님의 중도사퇴가 아니냐는 추측과 술렁거림이 있었지만, 이 문제는 5월 30일 긴급 종무회의에서 일단락 됐다.

종무회의 인사말씀에서 ‘제26대 집행부 끝까지 임기 지킬 것을 결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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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운 총무원장스님의 종무회의 인사말씀>

계절은 녹음방초가 우거진 초록의 계절입니다만, 우리 종단은 살얼음판인 것 같습니다. 종단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총무원장으로서 저의 부덕을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부장스님이나 종무위원 여러 스님들께서 저를 믿고 협력해주신데 대해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2017년 9월 28일 취임이후, 의욕을 갖고 밤잠을 제대로 자지 않으면서 종단부채 정리에 골몰했었고, 종단에서 만든 재단을 환수하기 위해서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있었습니다만, 종회에서 검찰에 고소한 것처럼 업무상 배임이나 저 개인이 횡령이나 착복이 없었다는 것은 이미 검찰에서 ‘혐의 없음’으로 처분 결정이 난 상태입니다.

문제는 종회에서 불신임 사유로 검찰에 고소한 사건이 이미 무혐의로 결정이 났으면, 총무원장 보궐선거란 카드는 맞지 않는 결정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 있어서 승복을 할 수가 없습니다. 누가 총무원장으로 선출된다고 할지라도 소송전은 불가피하고, 물리적 충돌까지도 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 재판이 몇 건 진행 중에 있고, 저에게 결과가 유리하게 나올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내가 승소했다는 판결문을 받았습니다(법안 도산 도광 법담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건). 대국적인 견지에서 소송전이나 청사를 수호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는 하지만, 분종과 종도의 분열만은 막아야 한다는 구종의 차원에서 6월 11일 오전 12시 하림각에서 종단 각급 기관장 연석회의를 제안해 놓고 있습니다. 저는 필요하다면 총무원장 거취에 대해서 중대한 결심도 각오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은 보궐선거 국면에서 반쪽 선거인단에 의하여 누가 총무원장이 된다고 해도 저는 승복할 수가 없으며 중도 사퇴나 퇴진은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혀 둡니다. 며칠 더 시간을 두고 추이를 지켜보면서, 6월 11일 종단의 각급 기관장스님들이 모여서 종단사태의 수습을 위한 대책에 대해서 허심탄회한 토론과 좋은 방안이 도출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합니다.

제26대 집행부에서는 현재의 보궐선거를 전면 부인할 뿐 아니라, 각 시도교구 종무원에서도 선거인단 선출이나 보궐선거에 응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부장스님들이나 종무위원 스님들께서는 총무원의 방침을 백번 이해하시고 적극 활동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부종수교의 일념으로 종단이 더 이상 분종이나 분열로 가지 않도록 기도해 주실 것을 거듭 말씀드리면서 LBN 불교방송국 개국식에 참석하여 축하 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불기 2563(2019)년 5월 30일

총무원장 편백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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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무회의 인사말을 통해서 중도 사퇴나 퇴진은 없으며, 보궐선거를 전면 부인하고 누가 원장으로 선출 되더라도 원천무효임을 선언하고 있다. 편백운 총무원장스님은 종무회의를 마치고 곧 바로 한국프레스센터로 향했다. 종단에서 추진했던 LBN 불교방송 개국식이 열리기 때문에 부장스님들과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때 견지동 선관위 캠프에서는 후보등록 단일화를 두고 협상이 진행되고 있었으며, 선암사주지를 단일후보로 등록한다는 결론이 난 시간이었다.(호명스님은 31일 선암사 주지를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후보등록 마지막 날인 5월30일 오후 1시30분경 천안 천왕사 주지 일로 스님이 후보 등록을 위해 선관위 사무실을 방문했지만, 등록서류 교부기간(5월23~29일)이 지나 등록하지 못했다고 하며. 일로스님은 선관위의 부당성을 항의하고 BTN과도 전화 인터뷰에서 선관위의 선거개입을 언급했다고 한다.

집행부에서는 누가 되더라도 원천무효로 규정하고 있어서, 현 집행부와의 대립은 여전하며 상대가 멸빈자 전성오 직대에서 호명스님으로 바뀔 뿐이다. 집행부에서는 다소 강도가 세게 대치국면이 전개되면서 물리적 충돌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제아래, 준비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종단 각급기관장 연석회의를 제안해 놓고 있어서 대화의 장은 마련하여 출구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합동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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