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태고종도에게 드리는 편지

편백운 총무원장스님이 집무실에서 새로운 태고종을 구상하면서 집무에 열중하고 있다.
편백운 총무원장스님이 집무실에서 새로운 태고종을 구상하면서 집무에 열중하고 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1만 태고종도여러분!

현재 종단업무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은 점, 이유야 어디에 있던지 진심으로 엎드려 사과의 말씀드리면서 참회합니다. 흔히 하는 말로, “도산 전 총무원장스님도 탄핵되고도 버텼는데, 백운스님도 버티면 된다”는 식의 농담반 진담반을 들으면서 괴로운 심정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무조건 버티면 된다는 논리는 저에겐 어울리지 않습니다. 저는 그런 총무원장이 되고 싶지도 않을뿐더러 그런 오점을 남기는 총무원장이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종도 앞에 분명하게 말씀드리면서, 다만 저는 억울한 누명은 벗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희망과 꿈을 안고 총무원장에 당선 된지가 벌써 2년여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3.14 종회와 3.20 원로회의를 겪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고, 이렇게 종단 내에 종권욕을 향한 집요한 세력이 있다는 것을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점을 저의 불찰로 여기고 있습니다.

우리종단에는 구태의연한 사고와 방식으로 총무원장을 공격하고 불신임하면 된다는 일부 종도들의 집단의식과 행동에 정말 놀랐습니다. 태고종도로서 태고종에 몸담은 지가 어언 45년 가량 됩니다. 태고종이 공식적으로 창종 된지가 49년이므로 어떻게 보면 창종 초기부터 몸담은 태고종의 1.5세대쯤 된다고 자위하고 싶습니다.

태고종 1세대 밑에서 종무를 익히면서 성장해온 순혈 태고종도입니다. 물론 출가야 덕숭산에서 했지만, 저의 전 생애 대부분을 태고종과 함께 보내고 있습니다. 1세대 창종 세대들 90%가 통합종단 이전 또는 통합종단 출신들이지요. 왜 이런 말씀을 하고 싶으냐 하면, 적어도 창종 1세대나 1.5세대들과 2세대들과의 불교관 종단관 승려관에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긴 이야기를 늘어놓고는 싶지 않습니다. 아마도 태고종 역사상 지금이 가장 암울하지는 않다고 해도 솔직히 우리 모두에게 괴롭고 힘든 시기입니다. 현 집행부나 반 총무원전선에서 음모를 꾸미면서 거사를 획책하는 분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곧 승패가 날 것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법적 판결에 따라서 한 세력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맞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서로가 괴로운 순간이면서 참담한 일이지요.

 

흑백이 가려지면, 종단체제정비와 제도개혁에 박차

반 총무원 전선을 형성한 일부 세력들은 곧 총무원장을 뽑는다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만, 세상사가 그렇게 생각되는 대로만은 움직여 주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해 주었으면 합니다.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절차라는 것이 있습니다. 총무원장 불신임 사유가 이미 검찰에서 무혐의로 판정이 났고, 지금은 가처분 결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장 모순은 절차적 하자를 안고 종회에서 일방적으로 불신임을 관철했다는 것이고, 원로들은 무조건 수용했다는 무지의 결과입니다. 물론 이런 절차적 하자를 안고 강행한 종회나 원로회의의 인준을 부당하다고 반대한 종회의원과 원로스님들에게는 무한한 존경과 신뢰를 보냅니다. 하지만 일부 종회의원과 원로들의 거수기나 다름없는 수동형 스님들에게는 질타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필귀정의 결과가 말해주겠지만, 우리 종단은 이제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하고 종단에 불필요한구성원들은 정리돼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종도 여러분!

태고종이 새롭게 태어나려면 저에게 기회를 줄 것입니다. 저는 남은 임기동안 종단 체제정비와 제도개혁을 이룰 수 있는 운명의 시간이 주어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저를 믿고 후원해주시기 바라며 지도편달 성원 당부 드립니다.

불기 2563(2019)년 5월 20일

한국불교태고종 총무원장 편백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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