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은 국경일

얼마 전 결혼식을 올린 태국 마하 와치라롱콘 국왕이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한 행사에 참석하여 의식을 집전하고 있다.
얼마 전 결혼식을 올린 태국 마하 와치라롱콘 국왕이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한 행사에 참석하여 의식을 집전하고 있다.

태국은 불교가 국교나 다름없기 때문에 일상생활은 불교를 떠나서는 상상할 수 없다. 4만개의 시원과 40만 명의 승려가 있는 태국 불교는 그야말로 불교국가이다. 태국 왕은 왕위 계승 전에 반드시 출가하여 비구로서의 경험을 쌓아야 한다. 이것은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와치라롱콘 국왕이 왕자 시절 한 사원에서 비구생활을 하면서촬영한 가사 입은 사진.
와치라롱콘 국왕이 왕자 시절 한 사원에서 비구생활을 하면서 촬영한 가사 입은 사진.

태국에서는 부처님 오신 날을 '웨삭 부차(날)'라고 부른다. 태국력에 따라서 5월 10일이 웨삭 부차(부처님 오신 날)였다. 전국적으로 봉축 행사가 다채롭게 열렸다. 태국불교에서는 부처님 탄생만이 아닌 성도 열반을 같은 날로 보고, 동시에 봉축행사를 갖는다. 탄생 성도를 봉축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부처님 열반일 까지 봉축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불교에서의 열반은 해탈자유의 의미가 있고, 특히 부처님의 열반은 단순히 ‘죽음’이라는 생물학적 의미를 떠나서 영원한 삼매인 원적(圓寂)에 든다는 철학적 의미를 부여하여, 부처님의 열반을 슬프게 본다거나 일반적인 죽음으로 보지 않는다.

남방불교권인 인도나 스리랑카 동남아시아에서는 열대지방인데다가 낮에는 매우 덥기도 하고 움직이는 데 불편하다. 그래서인지 축제도 보면 야간에 열리는 경우가 많다. 단정적 일수는 없지만, 야간에 모임을 가지려면 밤에도 밝아야 한다. 그래서 보름날을 택해서 축제를 개최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물론 부처님의 탄생은 와이사카(바이사카)월인 음력 4월(양력 5월)이 틀림없는 것 같지만 구체적인 날짜는 좀 차이가 있는 듯하다. 불교가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으로 전해지면서 중국에서는 음력 4월 8일이 부처님 생일이라고 수용했다. 하지만 성도일과 열반일이 다르다.

아마도 북방불교로 전해진 탄생 성도 열반일이 정확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남방불교권에서는 기후나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해서 와이사카 월의 달 밝은 보름 날로 굳어진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본다. 아무튼 다행인 것은 남.북방 불교가 다 음력 4월이란 점이다.

태국불교에서의 부처님 오신 날 봉축행사는 각 사원에서는 최대의 불교 명절이다. 이 날은 출.재가가 함께 부처님 탄생 성도 열반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봉축한다.

신도들이 사원에 모여서 스님들의 독경을 경청하면서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신도들이 사원에 모여서 스님들의 독경을 경청하면서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수많은 불자들이 한 사원의 웨삭 축제에 모여 기도하면서 각자의 소원을 부처님께 염원하고 있다.
수많은 불자들이 한 사원의 웨삭 축제에 모여 기도하면서 각자의 소원을 부처님께 염원하고 있다.

불교가 인도에서 출발했지만, 인도불교는 지난 800년간 긴 잠을 자고나서 이제 겨우 동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의 원형불교는 스리랑카를 거쳐서 미얀마 태국으로 전해져서 이들 나라에서 인도의 원형불교 전통을 이어가면서 남방불교의 종가를 지키고 있다. 태국은 불교 즉 삶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태국인의 일상생활은 불교를 떠나서는 상상하기가 어렵다.

태국불교는 세계불교연합운동도 주도하고 있다. 세계불교도우의회(WFB)의 본부가 태국 방콕에 소재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불교대학이 태국에 있을 정도이다. 유엔에서 인정해준 유엔 웨삭의 날(부처님 오신 날) 행사도 태국이 주도하고 있다. 1999년 유엔 본회의에서는 웨삭의 날(부처님 오신 날) 봉축행사를 인정하는 결의안을 공식, 인정하여 통과했다. 이후 유엔 본부에서 부처님 오신 날 봉축 행사를 개최해 오다가 2003년부터 태국에서 개최해 오면서 스리랑카와 베트남에서 번갈아 가면서 유엔 웨삭의 날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태국 랑콘 무앙에서 열린 유엔제정 웨삭의 날 20주년 행사 포스터.
태국 랑콘 무앙에서 열린 유엔제정 웨삭의 날 20주년 행사 포스터.
지난 5월 12일 베트남에서 열린 제16차 유엔 웨삭의 날 행사.
지난 5월 12일 베트남에서 열린 제16차 유엔 웨삭의 날 행사.

2019년 유엔제정 유엔 웨삭의 날 행사가 지난 5월 12일 베트남 하남에서 개최됐다. 공교롭게도 날짜가 한국의 부처님 오신 날과 겹쳐서 한국불자들은 참가하지 못했다. 필자가 강력하게 유엔 웨삭 집행위원회에 항의한 바 있으며, 내년에는 날짜를 정확하게 점검하여 결정하겠다고 약속 받았다.

보검<세계불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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