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불교권의 부처님 오신 날

방글라데시 올해 부처님 오신 날은 5월 18일.
방글라데시 올해 부처님 오신 날은 5월 18일.

 

전회에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남방 불교권은 대개 음력 4월 15일에 웨삭(Veska)이라고 해서 부처님 탄생 성도 열반을 동시에 기리는 봉축행사를 갖는다. 불교국가가 거의 아시아에 속해 있는데, 무작위 순서로 소개해 보자.

방글라데시 불교

방글라데시는 한 때 강성한 불교국가였지만, 지금은 이슬람국가가 되어 있다. 게다가 경제적 후진성 때문에 이래저래 불교는 힘들게 견디고 있다. 방글라데시 스님들을 보면 정말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이어서 이 또한 괴로울 뿐이다. 방글라데시도 음력 4월 15일을 기준으로해서 웨삭(탄생 성도 열반) 봉축행사를 갖는다. ‘부도 푸니마(বুদ্ধ পূর্ণিমা) 라고 부르는데, ‘불교(부처님)보름’ 정도의 뜻을 갖고 있다. ‘푸니마(보름 날)’라고도 하지만 ‘자얀티’라고도 하는데 불교와 힌두교 전통에서 함께 쓰는 용어이다.

부처님도 생존 시에 방글라데시를 방문한 적이 있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불교 역사가 오래인 나라이지만, 현재 불교는 소수 종교에 지나지 않는다. 고대시대에는 방글라데시 지역에는 11개의 큰 불교사원 대학이 있을 정도였다. 방글라데시는 오랫동안 인도 아 대륙에 속해 있었다. 팔라왕조(Pala dynasty)는 750년에서 1174년경까지인데 강성한 불교왕조였다. 인도 북동부 지역(벵골 지역과 비하르 지방을 중심으로 한 지역)을 지배한 불교 왕조(750년〜1174년)이다. 수도는 파탈리푸트라(현재 비하르 주의 수도 파트나)였다.

팔라왕조(750〜1174)의 지도. 보라색 부분.
팔라왕조(750〜1174)의 지도. 보라색 부분.

팔라 왕조의 역대 왕은 불교를 보호하였고, 당시의 북부 벵골에는 비하라(사원)가 많았기 때문에, 이후의 비하르의 어원이 되기도 하였다. 현재 보드가야, 라자그리하(왕사성), 날란다대학 등이 다 비하르 주에 속한다. 팔라왕조는 8세기 후반에 인도 철학의 거장 샨타라크시타와 대밀교 수도승 파드마 삼바바 등을 불교 사절로 티베트에 파견했다. 팔라 시대의 불교는 밀교 불교가 번성하여 소위 ‘탄트라 불교’였기 때문에, 티베트 불교에도 그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다. 또한 예술을 보호하였기 때문에, 회화, 조각, 청동 주물 기술이 크게 발전하여 불교 미술에서는 ‘팔라식 불상’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고, 그 예술은 ‘팔라파’와 ‘동방파’라고 하며 뛰어난 기교와 단아한 디자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당시의 민중은 불교뿐만 아니라 힌두교를 믿는 사람도 있었다.

아티사 디팡카라 스리즈나나(Atiśa Dīpaṃkara Śrījñāna(燃燈吉祥智, 980–1054 CE)
아티사 디팡카라 스리즈나나(Atiśa Dīpaṃkara Śrījñāna(燃燈吉祥智, 980–1054 CE)

아티사 디팡카라 스리즈나나(Atiśa Dīpaṃkara Śrījñāna(燃燈吉祥智, 980–1054 CE)는 벵갈 팔라 왕조의 고승으로서 티베트와 수마트라에 대승과 금강승(Vajrayana)불교를 전파했으며, 티베트에 사르마(新譯)학파를 형성시켰다.

 

유적으로만 남아 있는 소마푸라 마하비하라(Somapura Mahavihara)대승원(사원대학) 터
유적으로만 남아 있는 소마푸라 마하비하라(Somapura Mahavihara)대승원(사원대학) 터

과거의 화려했던 불교전통은 어디론지 사라져 버리고 그나마 소수의 불자들이 불교를 지키면서 전통과 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방글라데시 인구 약 1억 5천 만 명 가운데, 불교 인구는 약 2백 만 명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불교 인구는 주로 제2의 도시인 치타콩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이른바 힐 트랙이라고 해서 야산 언덕길에서 살아가는 산간인들이 불교를 믿고 있으며, 치타콩이나 다카의 도시에도 불교사원과 불교인구가 있다. 티벳-버마족에 속하는 몇 개의 종족이 주로 불교를 신봉한다. 종족이 좀 다르긴 하지만, 티벳-버마족 계통의 소수종족과 인도 아리안 족의 일부가 불교도이다. 90%가 이슬람인구인 방글라데시에서 약 2백 만 명의 불교인구가 그야말로 전쟁 같은 분위기에서 부처님을 믿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제2의 도시 치타콩의 한 사원에서 사미승들이 공부하고 있다.
제2의 도시 치타콩의 한 사원에서 사미승들이 공부하고 있다.

 

이슬람이 국교이긴 하지만, 부도 푸니마(부처님 보름 날=부처님 오신 날)에는 방글라데시 대통령과 수상이 봉축 메시지를 발표한다. 화려했던 불교역사와 전통을 언급하고 다종교문화와 조화를 강조하면서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한다. 부처님 오신 날에는 사원 주위에서 장이 열리는 것 또한 하나의 문화요 풍습이다.

 

원응 스님이 아티사 디팡카라 사원대학 터를 방문,법회에 참석하고 있다.
원응 스님이 아티사 디팡카라 사원대학 터를 방문,법회에 참석하고 있다.
원응 스님이 태고종-방글라데시 불교교류협정서에 서명,교환하고 있다.
원응 스님이 태고종-방글라데시 불교교류협정서에 서명,교환하고 있다.

보검(세계불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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