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사태의 빠른 수습을 바라며-

태고종은 한국불교에서 역사성과 전통성을 유지하고 계승한다는 자부심 하나로 지금까지 역경을 이겨내고 있다. 선배 선각들이 그토록 어려움 속에서도 종단을 지키면서 당간을 세웠던 것은 한국불교의 유산을 물려받아 면면히 이어간다는 명분(名分)과 대의(大義)의 신념 때문이었다. 불교분규를 당하면서 한국불교는 경천동지의 혼란과 질서파괴로 교단은 지리멸렬하게 약회되었다. 관점에 따라서 평가가 다르겠지만, 거시적인 안목에서 한국불교는 큰 상처를 입었다. 급진적 개혁과 점진적 개혁의 차이는 이처럼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 한국불교승단이 점진적이면서 발전지향적인 교단정화가 이루어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갖고 있는 것이 태고종적 시각이다. 이념의 차이와 대립은 결국 분립이라는 선택에 의해서 태고종이 탄생했다. 후유증은 지금도 양대 종단에 그대로 잔존하고 있다. 태고종 이야기를 좀 해보자.

창종 50년이지만, 이름만 태고종이지 사실상 한국불교의 전통성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태고종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한국불교의 종조인 태고보우원증국사와 홍 가사이다. 법맥상의 종조문제는 논란이 있다고 치자, 홍 가사는 고구려 시대부터 한반도의 한민족 출신 승려(니)들이 착용해온 법의(法衣)이다. 법통과 종통은 바로 이 법의(가사)를 물려받는 것이다. 출가사문의 증표는 사자상승(師資相承)에 의한 득도수계와 의발(衣鉢)의 전수에 있다. 전법심인(傳法心印)이 내적 상승이라면, 의발은 외적 계승이다. 내적 상승은 입실건당이라는 법맥상속에 있으며, 의발전수는 외적 표상에 의해서 종단존립의 근거와 표준이 된다. 따라서 법맥상속에 의한 법통(法統)과 의발전수에 의한 종통(宗統)계승은 종단 존립과 구성의 기본요소요 근간이다.

법통과 종통의 근간이 흔들리고 종단의 이념과 명분이 퇴색하면 종단존립에 위험이 닥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종단은 이른바 3.14 종회와 3.20 원로회의에서 법통과 종통에 누수가 발생하는 중대한 실책을 야기하고 말았다. 종단운영의 법적 근간이 종헌.종법이라면 불신임(안)을 안건으로 채택하려면 충분한 사유와 당사자의 소명을 청취해야 함에도 이런 절차적 하자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강행했다는 것은 결코 법적 정당성이 없다.

종단사태는 종단 내에서의 자율적 조정과 합의로는 해결이 난망하게 되었다. 결국은 사회법의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될 정황이다. 종단이 안정되려면 종도의 화합과 당사자 간의 양보와 배려라고 하겠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당위적인 말이면서 요망사항이지, 사실에 입각한 해결책은 아니다. 다만 사리의 앞뒤도 모르고 종회와 원로회의에서 충분한 논의도 없고 당사자의 소명도 듣지 않고 이런 엄청난 일을 강행한 절차적 하자를 지적하면서 종단이 안정되기를 모든 종도와 함께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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