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맞는 종단체제로 정비해야

2018년 1월 12일 태고총림 선암사 대웅보전에서 혜초 종정예하 배알법회를 봉행하고 난 후 3원장스님과 태고총림 선암사 주지스님 등 참석대중들이 종정예하를
2018년 1월 12일 태고총림 선암사 대웅보전에서 혜초 종정예하 배알법회를 봉행하고 난 후 3원장스님과 태고총림 선암사 주지스님 등 참석대중들이 종정예하를 모시고 기념촬영했다.<한국불교신문 자료사진>

  이번 종단사태(총무원장 불신임)로 태고종은 또다시 내홍에 휩싸였다. 편백운 총무원장스님이 2017년 9월 28일 제26대 총무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종단에 새바람을 불어넣은 것은 사실이었다. 전임자들과는 확실히 다른 행보를 취했다. 편백운 스님은 덕숭산 수덕사에서 득도.수계했으며 동화사 법주사 강원(승가대학)에서 이력을 봤다. 강원을 마치고 춘천 석왕사에서만 거의 반세기동안 대중포교 생활불교를 지향하면서 전법활동을 해오고 있다. 태고종으로 이적하면서는 강원교구 종무원에서 소임을 보는 것을 시작으로 종무원장은 물론 종단 중앙 총무원에서 부장 소임을 맡았었고, 교육부원장까지 역임하고 제26대 총무원장으로 준직선제에 의해서 당선, 취임했다.

지방교구와 중앙에서 활동하면서 종무행정 경험을 쌓은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석왕사를 중심으로 어린이포교, 청소년 포교, 일반인 포교에 이르기 까지 포교활동과 불교 대 사회 활동에 성공적인 역할을 한 것을 누구도 부인 못할 것이다. 또한 유치원 운영을 비롯해서 강원불교대학을 통해서 불교의 저변을 확대한 업적 또한 지대하다.

총무원장에 취임하면서 태고종발전과 위상제고에 확실한 비전을 갖고 출발했다. 전임 원장 들의 종무행정 수행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고, 자신이 만일 총무원장이 된다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면서 저력을 쌓아왔다. 태고종의 권력구조는 총무원장 중심제이다. 하지만 총무원 종회 호법원이라는 3원체제가 권력구조의 뼈대를 이루면서 상의기관인 원로회의가 있다.

게임은 끝나지 않았으며, 중도낙마는 없다

이번 종단사태를 계기로 태고종의 권력구조를 정밀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총무원장 중심제이면서도 3원 체제에 원로회의라는 상의기구가 있다. 이번 종단사태에서 비록 총무원장이 불신임을 당했지만,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쉽게 끝날 성질이 아니다. 이번 종단사태는 태고종의 종단권력구조의 모순과 제도상의 불합리에서 빚어진 결과물이었다. 단적인 충돌은 3원 체제라는 권력구조상의 허실과 명실이 상부하지 않은 불필요한 옥상옥의 원로회의의 구조 때문에 발생한 해프닝이었다.

종헌.종법상의 모순과 법리적 상충이 누더기 수준이었음에도 이를 간파하지 못하고 스스로 종헌.종법에 얽매여서 구속당하면서 불신임이라는 오판과 착오를 일으키는 대형 사고를 치고 말았다. 여기에 교계 일부 악성언론도 기름을 부은 꼴이 됐고, 반 총무원측과 사찰에서 실탄을 광고비란 명목으로 쏴줘서 싸움을 부추겼고, 불교계 종단간의 서열싸움까지 얽히면서 구조가 복잡하게 얽힌 혼전이었다.

제26대 편백운 집행부가 종단 악성 부채를 갚고 종단을 안정시키면서 위상을 제고하고 이미지를 변화시키는 추동력을 막 발휘하려고 하던 차에 종회에서 제동이 서서히 걸리기 시작했다. 태고종도 승려(니)수가 8〜9천명이 되고 준 승려인 전법사 교임까지 하면 이른바 1만 종도(승니, 전법사 교임)가 된다. 사찰수도 4천 개에 육박한다. 현재 한국불교계의 종단 수가 100개 종단도 넘는다고 하지만, 전통종단은 솔직히 태고종과 조계종이다. 50년 전만해도 한 뿌리에서 나온 다른 가지였고, 현재도 비슷한 전통을 공유하고 있다.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그래도 태고종은 역사와 전통을 지닌 종단이라는 것을 강조하고자하는 뜻에서 이 부분을 언급한 것이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29개 종단 가운데 태고종이 서열 5위라고 하면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1만 종도에 4천개 사암을 가진 태고종이 협의회 정관상의 조문 때문에 서열 5위라면 이것은 너무나 비민주적이고 비합리적인 등가(等價)상의 모순이다. 여기서 이 문제가 핵심이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 논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런 심층적 분석과 이해마저 하지 못하는 태고종의 현실에서, 그래도 편백운 총무원장스님은 여기까지 생각이 미쳐서 바로 잡아야 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지만, 내분에 휘말리면서 이 문제는 수면 아래로 잠복해 버렸다. 사태가 이렇게 전개되면서 금년 부처님 오신 날 봉축행사 참여도 쉬워 보이지가 않는다.

다시 종단내의 문제로 돌아와서 담론을 전개해보자. 지난해 4.19 종회에서 집행부 견제가 서서히 노골화되면서 불협화음이 일어나기 시작됐다.

원응<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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