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 동안거 해제 일을 맞으면서
나의 수행일기-④ 태고총림 조계산 선암사 선원장 상명 선사

편백운 총무원장스님께서 선원을 방문 격려하고 응진당
앞 계단에서 선원장 상명스님, 수좌들과  기념촬영.

 

조계산은 그리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높이가 884m이다. 소백산맥 끝자락에 솟아 있어서 산세가 수려해서 운치가 있다. 조계산에는 선암사와 송광사가 자리 잡고 있다. 예로부터 선암사와 송광사는 큰 절로 정안종장(正眼宗匠)들이 많이 배출된 명찰이다. 그러면서도 선의의 경쟁관계이기도 하다. 조계산을 중심으로 서쪽에는 송광사 동쪽 기슭에는 선암사가 있다. 한국불교 1천 7백년사에서 지금처럼 양대 본사가 서먹한 적이 일찍이 없었다. 긴 역사에서 보노라면 이것도 하나의 불행하다면 불행한 일이지만, 억겁에서 보면 찰나의 순간이 아니겠는가. 번갯불 같은 일일수도 있지만, 중생계의 중생심으로 보면 일각(一刻)이 여삼추(如三秋)와 같이 길고 긴 시간일수도 있을 것이다.

하루 8시간 정진하고 있는 선암사 칠전달마선원에서선원장 상명선사와 수좌들이 정진하고 있다.
하루 8시간 정진하고 있는 선암사 칠전달마선원에서선원장 상명선사와 수좌들이 정진하고 있다.

무술년 동안거 해제일이 다가오니 이것저것 망상이 많이 떠오른다. 조계산에 걸망을 푼지도 어언 30하(夏)가 지나고 있다. 몇 안 되는 납자들이지만 결제에 방부를 들이고 용맹정진을 해주니 명색이 선원장으로서는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하다. 대중스님들에게 대중공양을 많이 해드려야 하는데 역량이 부족해서 미안할 따름이다. 우리종단 유일무이한 총림 선원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으로 방장예하를 모시고 선원을 지키고 있다. 주지스님께서 외호를 해주시니 고마울 따름이다. 이번에는 폴란드에서 온 수좌까지 동참해서 국제선원 같은 분위기였고, 외국 수좌도 정진을 잘해줘서 동안거가 원만하게 회향하는 쾌거를 이루고 있다.

무념(無念)을 종(宗)으로 삼아 정진하다보니 벌써 3개월이 훌쩍 지나가고 있다. 구름 잡는 일 같지만, 참선 공부하는 것은 소중한 일이라고 본다. 한국불교는 통불교이지만, 이판불교(理判佛敎)가 없다면 불교의 핵심이 빠지는 일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판사판(理判事判)이 조화를 이루면서 종문(宗門)이 건강하게 발전해야 승단(僧團)이 잘 굴러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때로는 참선공부 하는 것을 무의미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서 조금은 섭섭하기도 하지만, 당장 소득이 없는 무소득(無所得)의 일이라고 소홀히 해서도 안 될 사문의 본분사가 아니겠는가.

종무에 바쁘실 것으로 사료되는데, 편백운 총무원장스님께서 부장스님들과 함께 선원을 찾아주시고 격려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한 마음 한량없다.

편백운 총무원장스님께서 칠전선원을 찾아 수좌들을 격려하고 있다.
편백운 총무원장스님께서 칠전선원을 찾아 수좌들을 격려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하면서 최대한 돕겠다고 약속했다. 

 

정진납자들을 격려해주시는 총무원장스님께 감사드린다. 편백운 총무원장스님은 종무에 바쁘심에도 종정예하친견 차, 오면서 잊지 않고 납자들을 격려해주시니 더더욱 감사할 따름이다. 총무원장스님께서는 “소수정예 납자들께서 이렇게 용맹정진하고 계시니 든든하고, 미래에 우리 태고종문의 정안종사가 되어 많은 종도들에게 사표가 되어 주시도록 당부 드린다.”고 했다. 원장스님께서는 “수좌스님들에게 적지만 약간의 도움을 주도록 하겠다.”고 약속해서 남자들이 감사의 뜻을 표했다.

상명선사는 태고총림 방장이신 종정예하께서는 기해년 동안거 해제법어에서 “본래 우리태고종은 자각각타(自覺覺他) 각행원만(覺行圓滿)의 선교겸수(禪敎兼修)를 종지로 하고 있습니다. 시비(是非)가 너무 잦으면 중구난방(衆口難防)으로 승문(僧門)이 어지러워지고, 구족(具足)을 갖추지 않은 적주승(賊住僧)들이 기고만장(氣高萬丈)하면 종문(宗門)이 쇠해집니다. 이쯤해서 단막시비(但莫是非)하고 자정기의(自淨其意)하여 부종수교(扶宗樹敎)의 태고법손(太古法孫)이 되어 광도중생(廣度衆生)의 대승보살도(大乘菩薩道)를 구현합시다!”라고 하셔서, 납자들은 새로운 각오와 의지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정리=원응<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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