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종은 올해로써 창종 49년이 된다. 불교조계종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 거의 60여년의 성상이다. 약 반세기의 역사가 쌓이는 동안, 현대 한국불교에서 태고종은 굴지의 선두종단으로 성장, 발전했다. 사실은 창종 반세기동안 사찰 수는 2천여 개에서 4천여 개로 증가했으나 승니(僧尼) 수는 그렇게 많이 증가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창종 당시 7천여 승니였다. 현재 1만 종도라고 하지만, 교임 전법사를 제외하면 실제 승니 수는 창종 당시와 비슷한 숫자가 아닐까 한다. 승니의 질적 수준은 형편없이 하락했다. 태고종은 지금과 같은 권력구조와 체제로는 21세기 새 시대에 적응할 수 없다고 본다. 개혁과 변화가 없는 태고종의 미래는 암담하다는 것을 모든 종도들이 인식하고 태고종 새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테고종승선양(太古宗乘宣揚)

태고종의 정체성은 분명하다. 종승은 종지.종풍.종통.법통을 말한다. 태고종 창종 당시 대륜 종정은 교시에서 “오직 우리 宗祖 太古普愚國師의 門徒만으로 今日까지 계승한 것이니 우리는 韓國佛敎의 嫡孫(적손)임을 矜持(긍지)할 뿐만 아니라 敎團運營에 重大한 任務感(임무감)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라고 서두를 시작하고 있다. 이 짧은 문장에 태고종의 창종 종지와 배경, 정체성이 다 들어 있으며 교단운영에 대한 의무감까지 잘 나타나 있다. 망국의 설움에서 벗어나자마자 또 교단분열이라는 자체내분에 휩싸이게 됐는데, 그것은 전적으로 외부의 강한 권력의 입김이 작용한 탓 때문이었다. 이때부터 대륜 대종사와 불이성 법륜사는 자연스럽게 그 중심도량이 될 수밖에 없었다. 대륜화상은 태고종 창종 이전인 1968년 불교조계종 총무원장으로 있을 때인 1968년 12월 15일 박정희 대통령에게 ‘분규수습을 위하여 박대통령에게 드린 건의서’란 것이 있다. 박대륜 총무원장스님은 6개항을 건의한다. 첫째항을 소개하면, “ 1. 흔히 대처승단(帶妻僧團)이라 하면 결혼한 승려들의 집단, 비구집단(比丘集團)이라고 하면 처자가 없는 자들의 집단으로 알려왔으나 대처승단에 다수의 독신자가 있는 반면, 비구집단에도 처자 있는 자가 적지 않습니다. 지금 불교계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이면 비구파는 치의(緇衣)로 위장된 기만에 능한 소승집단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라고 시작해서 6개항에 걸쳐 당시의 교계 사정을 알리면서 4개 항의 수습방안을 건의하고 있다.

4개항의 건의는 (1) 신교자유원칙의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불교재산관리법을 폐기하도록 하여 줄 것. (2) 불교문화재보호에 관한 사정은 현행 문화재 보호법의 보완으로 조치하여 줄 것. (3) 실효 없는 통합종단제의 정부시책은 유해무익함으로 이를 철회하고 각종파의 독자적인 신조와 수행관에 따라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공평하게 보호 육성하여 줄 것. (4) 불교단체의 단합이 필요하다면 따로 연합체 구성을 위하여 협조하여 줄 것.“이라고 건의하고 있다.

이런 건의를 했지만, 정부에서는 불교조계종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1970년 태고종이라는 간판으로 출범하게 되었다. 이 건의는 매우 타당성이 있고, 불교분규를 해결하는 데에도 해법이 되지만, 당시로서는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금 유추해보면 정당한 건의이고 분규 해결의 묘책이 될 수 있었음에도 당시 정권에서는 외면했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이 건의는 평가를 받아야 하고 태고종은 분석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태고종사를 모르는 다수의 종도들에게 이런 역사적 사실을 알리는 작업을 대륜.덕암불교문화연구원과 종단이 공동 작업을 해야 할 과제라고 보는 것이다

종단권력구조개편과 제도개혁

편백운 총무원장스님은 신년 시무식과 하례법회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지난해의 종무를 기조로 해서 2019년은 뭔가 새로운 종책으로 방향전환을 해야 종단이 발전할 수 있다는 구상입니다. 2019년 기해년은 ‘종단권력구조개편과 제도개혁만이 종단발전의 최선의 방책’이라는 백서를 발표하고자 합니다. 새해에 우리 종단에서 가장 화두가 되는 것이 ‘종단권력구조개편과 제도개혁’이라고 보고, 백서는 1. 도전과 모험의 해 2. 권력구조 개편과 제도개혁 3. 종단위상정립과 사회적 역할 4. 자질향상을 위한 교육, 연수 5. 국제교류와 포교활동 6 전승관의 문화공간으로의 활용 등을 골조로 해서 만들었습니다.“ 라고 신중한 발표를 했다. 지금과 같은 권력구조와 제도로서는 종단발전과 체제유지가 어렵다고 본다. 누가 총무원장이 되고, 종회의장이 되고 호법원장이 되더라도 지금의 종단구조로는 분쟁과 갈등의 소지가 있게 되고, 99%가 사설사암으로 구성된 연합체성격의 종단의 중앙집권적 통제력과 구속력은 한계가 있을 뿐이다. 태고종에 맞는 종헌.종법을 다시 제정해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자질향상과 전법포교

종단구성원들의 자질이 너무 떨어져 있음을 우리 종도들은 솔직히 받아들이고, 자질향상을 위해서 교육과 연수를 강화해야 한다. 단기간의 산중불교시대의 습의만을 강조하고, 형식적인 통과의례로서의 수계득도만 하면 승니(僧尼)입문이 완료되고 자격을 구비한 것으로 인정하다보니, 승니로서의 자질과 정신, 수행자로서의 품행(品行)에 너무나 많은 결점이 노출되고 있다. 자질이 저하되고 승니로서의 품위(品位)가 하락한 상태에서 전법포교란 불가능하다. 99%가 사설사암에서 독살이를 하고 있는 현실에서 산중불교시대의 승니생활을 요구하면 이율배반이요 자가당착의 모순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태고종의 현실에 맞는 생활불교를 지향해서, 사회와 대중의 눈높이 맞는 전법포교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의제의식의 개혁과 간소화

산중시대의 불교체제로는 21세기 신 문명시대에 적응할 수가 없다. 과감한 변화와 개혁이 수반되지 않으면 구조적 분쟁과 불협화음은 누가 집행부를 맡아서 운영하더라도 있을 수밖에 없다. 열악한 재정과 99%의 사설사암체제에서 현행과 같은 3원 분립에 의한 종회의 집행부 견제 감시 감사는 무의미하며, 사설사암에서 독살이 위주의 생활을 하는 승니들에게 호법원이나 초심원의 《율장》에 의거한 규율은 형식에 불과할 수밖에 없고, 초심원이나 호법원의 소임자가 청정 율사가 아닌 마당에서 통제력은 형식적인 솜방망이에 불과하고 종법을 오용하여 비리와 불만만 가중될 뿐이다. 이런 전제하에서 의제의식의 개혁이 필요하다. 산중불교시대의 의제(衣制)와 의식(儀式)은 현행 종단체제와 사설사암에서는 전연 맞지 않고 형식에 흐를 뿐이다. 한국불교 전래의 홍 가사와 의식절차를 태고종에서 전수받은 것은 너무나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의제의식이 형식에 흐르고 시대에 맞지 않는 불편함이 있다면 의제의식의 개혁과 간소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태고종은 이제 새롭게 출발해야한다. 태고종 몸에 맞지 않는 종법이라는 옷을 거추장스럽게 입고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혀서 아무것도 못하는 방안퉁수의 종단체제로서는 스스로 사자신충(獅子身虫)의 무서운 결과만이 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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