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해 스님 (종립 중앙 승가 강원장)
탄해 스님 (종립 중앙 승가 강원장)

엊그제 시무식과 하례법회에 참석하고 제주로 돌아오면서 종단에 대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다. 여기서 그날 있었던 일을 되풀이하려고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것은 우리 종단이 이렇게 삭막하게 대치 상태로 가서는 안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솔직히 잠이 오지 않았다. 나 자신 제주 지방교구에서 주로 활동했고, 종무원장직을 수행하면서 ‘하면 된다.’는 교훈을 얻었고, 이제 우리 종단도 과거의 누습에서 벗어나서 뭔가 새로운 목표를 정하고 거 종단적인 힘을 한데 모아서 추진해야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던 것을 큰 경험으로 삼고 있다. 종무원장직을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나서, 내가 찾아서 할 일이 없을까 하고 대기하고 있던 차, 총무원 종무위원으로 참여하게 되었고 현재로서는 내가 몇 년간 관여했던 종립 중앙 승가 강원장으로 취임하게 되어서 승가교육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나름대로 종단에 미력한 힘이나마 봉사할 수 있는 길을 찾았다고 보고, 최선을 다해 보려고 한다.

  새해를 맞으면서 정부나 관민단체에서는 새해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종단도 예외가 아니라고 본다. 편백운 집행부에서도 연두 백서가 발표되겠지만, 아무튼 3년차에 접어든 현 상황에서 일할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고 본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지난해에는 종단부채 청산, 해외 활동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 물론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나 역시 지방교구장을 해봤기 때문에 종무집행을 하면서 성과를 거둔다는 것이 그렇게 이론적으로는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보통 어려운 과정이 아닐 수가 없다. 일단 나의 견해와 관점으로서는 ‘현 집행부가 일은 잘 하고 있고, 노력은 한다.’라고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종단은 지난 10여 년 간, 대립과 반목으로 내홍을 겪으면서 종단의 위상은 형편없이 추락했던 것은 누구도 부인 못할 것이다. 지방교구 종무원 일로 대정부기관과 국회 기타 단체를 출입하면서 겪은 설움은 필설로 표현할 수가 없다. 정작 내가하고 싶은 말은 현 종단상황이 불협화음에 싸여 있고, 마주 달려오는 기차처럼 충돌 직전 같은 폭풍전야인데 이런 긴급 상황을 완충해주는 역할 자가 없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종단에서 완충역할을 해주어야할 위치에 있는 분들이 종단원로들인데, 사실상 그런 역할을 기대한다는 것이 무리이고, 현실적으로 호법원에서 그 가능성이 있는데 전연 그런 역할이 없다. 이렇게 본다면 집행부와 종회가 대립하면 중재할 완충지대가 없는데, 참으로 답답하다고 해야 하겠고, 나 역시 당위적인 덕담 수준의 주문이지 실질적인 영향력이나 효과가 있겠는가. 다만 지적하고 싶은 것은 종단은 발전해야하고 종도들은 출가 본연의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한다는 절박함이다.

 우리종단 입장에서 지금과 같은 종단의 현 상황에서 여론을 주도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세력이 없다는 것이다. 총무원 총무.재경부에서 ‘종단현안심의기구(안)’를 구성한다는 신년 종책 기획시리즈를 읽은 적이 있는데, 대단히 좋은 아이디어라고 본다. 지방교구종무원에서 선발된 분들이 지혜를 모아서, 해법을 찾는 방안도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화합과 상생이 필요하다’는 것은 다 잘 알지만, 문제는 어떻게 실행해서 효과를 가져 올 것인가이다. 그렇지만 집행부나 종회가 한발씩 양보해서 뭔가 활로를 찾는 상생이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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