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대 편백운 총무원장 집행부 출범 1주년 성과와 전망: 규정부-⓸

규정부장 혜암스님 인터뷰

규정부는 출입금지라고 해서 입구에서 사진촬영.
규정부는 출입금지라고 해서 입구에서 사진촬영.

밖에서의 소문과는 달리, 규정부장스님은 원칙을 지켰다. 정실주의에 좌우된다느니, 친 총무원 성향이라느니, 온갖 딱지를 붙이지만 규정부장 혜암 스님은 깐깐하고 까칠했다. 규정부 사무실 안에서 사진 좀 찍자고 했더니 조사실은 공개할 수 없다고 단호했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역시 규정부장 답다.’고 느꼈다. 인터뷰도 까칠하게 할까 해서 홍보실로 모셔서 조사하는 식으로 말문을 열려고 했더니, 먼저 알아차리고 금방 부드러운 얼굴 표정을 짓는다. 규정부장스님은 인터뷰에 응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종회에서 총무원장스님에게 규정부장 권고사임을 결의했다는데, 사실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 그는 이어서 “내가 정실이나 어느 한편을 들어서 종단의 공정한 규찰업무를 치우쳐서 본적이 없는데, 무조건 선입견을 갖고 몰아 부치는 종회의 태도에 안타깝다.”는 항변이었다. “규정부의 일을 하다보면, 아무리 잘해도 다소 욕을 먹는 것은 각오하지만, 이렇게 정치적으로 공격성 해임권고 결의를 당하고 보니 기분은 썩 좋지 않다.”고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런 소리 저런 소리 다 들어가면서 솜방망이 두드리는 식으로 규찰업무를 본다면 종단에 기강이 서겠는가?”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입맛에 맞는 규찰엄부를 정실에 얽혀서 처리한다면, 종단 규정업무는 산으로 가고 만다.

사실, 규정업무는 부처님 당시의 승가공동체로 소급한다. 처음엔 규율이 없었으나, 제자들이 불어나고 공동체 생활을 하다 보니 규칙이 필요했고 질서가 정연해야 했다. 여기서 《율장》 이야기를 길게 할 순 없지만, 오늘날 한국불교 승가에서 자율적인 법적 통제 수단과 규율의 원칙은 《율장》정신에 근거하고 있다. 본래 승가에서 율(律, vinaya)은 ‘제거 한다’는 즉 악행(惡行)을 제거하는 훈련·규율을 뜻하는 것으로서 부처님의 제자(弟子)들이 악행을 할 때마다 부처님께서는 그 행위의 금지와 벌칙을 규정하게 되는데 그것이 후일 모여서 《율장(律藏)》으로 조직적으로 체계화 된 것이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고 《율장》은 여러 부파(部派)에 의해 전해지게 되었다. 율은 일반적으로 계율이라고 불리며 불제자들의 수행 상, 규칙과 불교 교단의 교단 규칙을 뜻하는데, 계와 율은 본래 별도의 것으로서 계가 규율을 지키려고 하는 자발적·내면적인 마음의 작용인 데 대하여 율은 타율적(他律的)·외면적인 생활규범으로서 불교교단의 성립·확대와 함께 교단의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필요성에서 생겨난 규칙과 이를 위반했을 때의 벌칙규정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규율과 그것을 지키려는 마음은 불가분(不可分)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양자가 결합되어 계율로 쓰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종헌.종법의 모법이 《율장》이기 때문에 원칙을 알아야 만이 규정부나 초심원. 호법원의 기능과 역할을 이해하고 따를 수 있기에 조금 더 설명을 해야 앞뒤가 이해된다. 동아시아에 전해진 《율장》은 법장부파의 <사분율(四分律)>에 근거하고 있다. 비구는 250계목을 지켜야 하고, 비구니는 348계목을 지켜야 한다. 중국에서는 일찍이 법장부파의 <사분율>에 의해서 수계득도 구족계를 받고 수지해 왔으나, 《범망경》에 의한 대승보살계를 수지해 오기도 했다. 선종불교에서는 <청규>를 만들어서 선림(禪林)이나 총림(叢林)에서 준수해 오기도 했으며, 한국불교가 한 때 구산선문의 융성으로 <청규>가 계율의 기능을 하기도 했다. 길게 설명하고 소개하려면 상당한 지면이 필요하지만, 한국불교에서는 지금도 《율장》이나 <사분율>에 의해서 사미(니)계나 구족계(具足戒=비구.비구니)를 수지하고 있다. 대승보살계 운운하지만, 보살계는 대개 신도용으로 설하는 경우가 우세하다. 아무튼 《율장》의 사문화(死文化)와 구족계의 형식주의가 현실이지만, 아직도 한국불교 전통승가에서는 <사분율>에 의하여 구족계를 수지하고 있다.

남방불교(상좌부파)나 티베트 불교(근본설일체유부파)의 율장도 법장부파의 율장과 대동소이하다. 다만, 남방이나 티베트권 불교에서는 《율장》이 상당한 자정과 통제 기능을 하는 헌법(헌장)으로서의 모법 기능을 하지만, 태국 같은 경우에는 <승가법>이 따로 제정되어 있어서 실제 승가의 규율과 통제는 <승가법>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불교의 전통승가인 태고종도 당연히 율장정신에 입각한 자정과 통제를 원칙으로 하지만, 종단의 조직과 운영은 <종헌.종법>에 의해서이다.

<종헌.종법>은 근대법치주의의 영향에 의한 민주주의적인 사회제도와 결사의 조직 원리에 따른 신앙공동체의 규범에 따르고 있다. 또한 <종헌.종법>은 종단 내의 규범이지만, 사회실정법상에서도 형사나 민사법이 아닌 경우에는 그대로 인정되고 있기 때문에 <종헌.종법>은 매우 중요하고 원칙대로 지키고 따라야함은 당연하다. 아무리 <종헌.종법>에 의한다고는 하지만, 고래의 승가전통의 규범인 《율장》은 <구족계>라는 통과의례가 아직 살아 있기 때문에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계목인 <사분율>이 형식상의 문서라고만은 할 수 없다. 다소 긴 설명이 있었는데, 규정부의 업무는 한마디로 1. 사찰 및 승려(니)의 규찰업무 2.비행승려(니)에 대한 조사 및 징계소추 3. 사찰 및 종도의 진정, 청원사항 4.종단의 중요사항, 조사처리 등이다.

규정부장 혜암스님은 규정업무는 간단하다고 말했다. “율장정신에 따라서 ‘악행에 대한 제거’의 원칙에 따라서 처리하면 된다.”고 했다. 종단의 규정부는 사회 실정법상의 경찰이나 검찰의 기능이라고는 하지만, 종교집단에서는 맞지 않는 말이라고 했다. “종단의 규정부는 경찰서나 검찰청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보고 대하는 종도들에게 문제가 있음을 항변했다. “종회에서도 그런 차원으로 보기 때문에 해임권고를 결의한 것이다.” 라고 열을 올렸다. “수행자이면서 전법자인 승려(니)집단에서, 사회 실정법적인 법치주의에 의해서 통제되고 관리된다면, 이것은 종교본연의 얼굴이 아니다.”라는 소신을 갖고 있다고 했다. “어디까지나 <종헌. 종법>에 의한 규찰이며, 조사이지 사회실정법적인 피의자로서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종단의 질서유지를 위해서, 공공의 질서를 파괴하고 규칙을 벗어난 종도에게는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고, 또 그렇게 엄중하게 다스려야 공동체가 유지관리 되는 것은 필연지사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혜암 규정부장스님은 솔직히 털어놨다. “종도의 다수는 선행을 하고 사문으로서의 정도를 지키지만, 개중에는 악성 종도가 있어서 공동체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악행을 저지르고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악성의 종도가 있기 때문에 그런 종도는 어쩔 수 없이 <종헌.종법>에 규정된 법에 의하여 다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종단이나 종도에게 피해를 주고 질서를 흩트리는 자에게 무조건 자비나 관용을 베푸는 것은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해종 행위자는 엄히 다스려야 한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공정하고 객관적인 중도적인 입장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정의로운 규정업무를 성실히 수행해서 역대 규정부장으로서는 그래도 잘했다”는 평가를 받겠다고 했다.

 

인터뷰 정리= 원응<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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