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행 -편집국장
                                                                   지행 -편집국장

 사람의 심리란 묘하다. 남이 잘 되는 것 보다는 못되는 것을 좋아하고 은근히 즐긴다. 그래서 예로부터 인간본성이 성선(性善)이냐 성악(性惡)이냐를 두고, 맹자나 순자 같은 아성(亞聖)들도 논란을 일으켰다. 아마도 인간이란 두 가지의 천성을 지니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한다. 이 세상에 자기 말고 타인인 모두가 너무 잘나버리면 괜히 심통이 생기고 질투도 생기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장삼이사(張三李四)나 갑남을녀(甲男乙女)들의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다. 그런데 오늘 같은 날 뿐 아니라. 최근 우리 종단에서도 이런 저급의 기류가 돌고 있다면 종도들은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요.

오늘 J종의 수장이 종회에서 불신임을 당했다고 해서, 은근히 대리만족을 하면서 T종에서도 이런 해프닝이 일어났으면 하는 백일몽(白日夢)을 꾸는 군상들이 있는 것 같아서 정말 쓴 웃음이 절로 난다. 겨우 생각하고 발상한다는 것이 이 정도인가 해서 한숨부터 나온다. J종은 그럴만한 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T종은 전연관계가 없음에도 일부 장난꾼들은 부지런히 SNS(Social Network Services)로 문자를 퍼뜨리고 퍼 나르기 바쁘다. 정말, 불제자로서의 포교활동은 어디가고 이렇게 할 일 없이 헛된 짓만 하나 해서 씁쓸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우리 종단의 전통성을 생각해 본다. 한국불교 1천 7백년의 전통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사회와 대중으로부터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우리 종도 모두의 책임이다. 우리부터 확고한 전통불교에 대한 신념과 사상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종단의 종승(宗乘)문제를 종회에서 연구하고 홍보하고 이론적인 체계를 정립해서 모든 종도들이 따르도록 해야 하는데, 정말 안타가운 일이다. 남의 종단 수장이 불신임 당하니까, 혹시 우리 종단도 그럴 개연성이 있지나 않을까 하는 과대망상에 백일몽을 꾸는 일부 종도가 있다면 그것은 분명코 병이 아니고 무엇이랴!

1만 종도와 4천 사암이라면 적은 숫자가 아니다. 한국사회에서 어느 종교단체의 종파 못지 않는 종세(宗勢)요 교세(敎勢)라고 할 것이다. 내실을 기하고 제도적인 체제를 정비해서 불교본래의 사명과 역할을 할 생각은 아니하고, 엉뚱한 망상을 피운다면 정말 거꾸로 가는 행보가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그런 백일몽이 이루어지겠는가. 백일몽은 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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