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불전 연찬에 주력해야 불교체계 세워져”
평생 학문연구와 교육에 매진하는 대학승, 매주 서울 와서 강의

동방불교대학장 수암 스님이 인터부에 응하고 있다.
동방불교대학장 수암 스님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총무원 한국불교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동방불교대학장 수암 스님과 원응 주필
총무원 한국불교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동방불교대학장 수암 스님과 원응 주필

  동아시아 불교는 한역불교의 집대성에 바탕하고 있다. 인도의 논리적인 불교는 거의 8백년간 한역(漢譯) 과정을 거쳐서 형성된 대승불교이다. 대승불교의 양대 축이라고 하면 반야중관(般若中觀).유식(唯識) 사상이다. 인도에 간다고 해서 중관반야의 학문적 체계를 세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도의 중관반야.유식사상은 고스란히 중국에서 한역되었다. 불교의 4대 경전어(經典語)라고 한다면 빨리어 산스끄리뜨어 티베트어 불전한문이 된다.
  한중일 불교의 경전어는 당연히 한문이다. 한문을 모르고서 어떻게 불교학의 체계를 세울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태고종의 소의경전(所依經典)은 《금강경》과 대교(大敎)인 《화엄경》이다. 물론 현대적 방법에 의한 학문 연구와 교육도 중요는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불교학의 체계를 세우는 데는 한문을 모르고서는 불가능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종단에서 총무원 직할로 중앙승가강원을 운영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꾸준하게 불전한문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동방불교대학장으로 계시는 수암스님은 신.구학문을 겸비한 종단의 대 강백으로서 이름난 학승이다.
  지난여름은 무척이나 무더웠다. 하지만 한회도 결강하지 않고 제주에서 총무원까지 오셔서 강의를 맡아주신 수암스님과 인터뷰를 했다. 항상 겸손하시기 때문에 언제 왔다 가셨는지도 모를 정도로 조용하신 성품이다. 인터뷰마저도 사양하시기에 반강제로 간단하게 몇 말씀만 나눠보자고 해서 자리에 앉았다.
   수암스님은 본래 제주도 출신이라고 한다. 현재는 제주도 구좌 금붕사에 주석하고 있는데, 제주도에서는 세 번째로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다고 했다. 90여 년 전에 수암스님의 외증조모(大乘覺)가 세운 절인데, 외할아버지가 이어 받아서 전법포교활동을 하다가 불행하게도 4.3사건 때 희생당했다 한다. 외할아버지가 참변을 당하고 나서는 이모님이 절을 운영했는데, 수암스님은 18세 때부터 사미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어언 60여 성상을 금붕사 도량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사미계는 방동화 스님으로부터 받았고, 구족계는 국묵담 스님에게 대승보살계는 덕암스님에게 받았다. 은사는 성봉스님, 법사는 유동산 스님이다. 한국 근현대 불교사에서 기라성 같은 큰 스님들이다.
   수암스님은 조계산 선암사 강원(승가대학) 1기생이다. 4년간 강원에서 공부했다. 이후에도 중앙승가대학에서 한문불전을 공부했지만, 선암사 강원 시절 사집과정 때 《서장》에서 겉 문리(文理)가 났다고 했다. 이때부터 공부 맛을 알았고, 평생 대교(大敎=《화엄경》)에 몰두하게 되었다고 한다.
  절도 운영하면서 공부를 하다 보니 시간을 금 조각처럼 여겼고, 잠시도 한눈 팔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오직 공부에만 매진했다고 한다. 학부를 마치고는 원광대에서 《대승기신론》으로 석사를 했고, 제주대학에서는 《경덕전등록》으로 박사를, 중앙승가대에서도 한어불전(漢語佛典)으로 박사를 할 정도로 학구파로서의 신구학문 체계를 세웠다고 한다. 이후 동방불교대학에서만 15년간 봉직했으며, 태고종 중앙승가강원 대교과 강사로 3년간 가르치고 있으며, 제주불교강원에서도 강사로 후학지도에 전념하고 계시는 화엄교학의 대종장(大宗匠)이시다. 동방불교대학에서나 중앙승가강원 제주불교 강원에서 후학을 지도하지만, 강의는 무료 봉사한다고 하셨다.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시은(施恩)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여기고 만금을 받는 기분으로 제자들을 양성하고 있다고 했다.
   절 이름이 금붕사인데, 금붕(金鵬)은 금시조로서 ‘가루라’ 라고도 한다. 팔부중의 하나이면서 불경에 나오는 상상의 큰 새로, 매와 비슷한 머리에는 여의주가 박혀 있으며 금빛 날개가 있는 몸은 사람을 닮고 불을 뿜는 입으로 용을 잡아먹는다고 한다. 인도신화에서는 ‘가루다’라고 하는데 일종의 신조(神鳥)이다. 수암(修庵)스님은 금붕사의 주인이 될 만한 인품과 법력을 갖추고 계시면서 광제중생(廣濟衆生)의 대원(大願)을 펴고 계시는 종문(宗門)의 종주이시다.
  절도 운영하면서 신도님들에게 불법의 대의를 펴면서도 지방 종무원장을 역임하시고 중앙 총무원에서는 교육원장을 역임하셨다. 제주도사암연합회장도 역임하셨고, 현재는 종립 동방불교대학 학장으로 재직하고 계신다. 그동안 쓰신 논문도 수 십 편이지만, 저서도 ‘수행자와 중문학자가 함께 풀이한 《금강경》’과 《무문관》, 《화엄사상과 법성게》 등의 저서가 여러 권 있다. 
 수암스님은 현대적인 방법론인 서구불교학의 이론체계도 필요는 하겠지만, 대승교학을 체계적으로 정립하기 위해선 한역불전을 연찬해야 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선 4대 경전어의 하나인 불교한문을 모르고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셨다. 
 그러므로 항상 후학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간판 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문에 문리가 나야 하니, 한문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고 조용히 미소 지으며 말씀하신다.

인터뷰 정리=원응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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