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봉원사 중흥불사” “해묵은 숙제를 해결했으니, 봉원사의 본격 중흥불사는 이제부터입니다.”종단은 지난 3월 10일 조계종과 신촌 봉원사 소유권 합의서에 서명을 했다. 1954년 법난 이래로 56년 만에 소유권 분쟁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기나긴 협상 과정과 법원의 조정, 산중총회의 의결, 최종 합의서 조인 등 사안의 한가운데서 이를 주도적으로 해결한 봉원사 주지 일운스님은 이제 현안을 일단락하고, 봉원사를 명실상부 종단 총본산으로 만들 새로운 구상에 여념이 없다.“당초 산중총회에서도 법원의 강제조정안을 두고 ‘선조사께 물려받은 사격을 축소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봉원사 대승적 발전이란 큰 틀에서 만장일치로 이를 수용했습니다. 봉원사 발전의 걸림돌이 치워졌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지난 50여 년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남 몇 십 배는 더 뛰어야지요. 침체된 불사를 다시 일으켜 봉원사를 세계문화유산인 영산재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불교문화의 메카로 만들 계획입니다.”지난 세월을 반추하는 일운스님의 표정에서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하다. 과거 태고종의 서봉스님과 조계종의 서옹스님이 반분을 전제로 협상을 시작한 이래, 1980년대 초 양측이 근본 협상 취지에는 동의를 하고도 지분에 이견을 보여 협상은 지지부진을 면치 못했다 한다. 결과적으로 그동안 봉원사로서는 포교불사에 애로가 많았다. “2005년 3월 8일 종단연합회에서 양측이 다시 마주 앉았습니다. 저도 봉원사 종회대표로 참석했지요. 한 평도 안 내준다는 원칙을 갖고 임했습니다. 이후 20여 차례 의견을 조율한 결과 오늘에 이른 것입니다. 기득권을 주장하자면 한이 없겠지만, 이 정도면 봉원사의 미래를 위한 전망을 확실히 세울 수 있겠다는 믿음을 가졌고, 봉원사 사중도 이를 수용한 것입니다.”사실 일운스님은 1954년 법난 이후 현 한국불교태고종단을 이룩해 낸 세대가 일선에서 물러나면 사안의 해결은 더 요원해진다는 생각을 많이 했단다. 후손들이 현안을 제대로 인식하고, 큰 틀에서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지, 또 그럴 수 있다손 치더라도 이 문제를 후손들에게 해결하라 떠넘기기에 앞서 선배들이 풀어줘야 마땅한 게 아닌지 등등. 무엇보다 핵심은 어떤 길이 불법을 홍포하고 중생을 제도하는 대승보살도에 가장 부합하는 길인지,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 최종협약에서도 스님은 ‘향후 양측은 사찰 수행환경 유지에 노력할 것’과 ‘삼보정재를 매도할 경우 상대의 동의를 얻도록 한다’는 조항을 분명히 명기했다. 스님의 이같은 뜻은 협상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사실, 논란의 하나였던 요사채 3채 가운데 하나가 일운스님 소유였던 것. ‘내가 내 것을 움켜진다면 협상은 난항일 것이다. 일정 부분 희생이 요구된다면 내가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는 생각에 이를 내놓기로 과감히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은사스님과 사중에 누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일운스님이 출가 이래 금과옥조로 지녀온 애종심이 그 바탕이다.“이제 봉원사 소유 땅을 등기이전하고, 곧바로 신도회도 포함하는 봉원사 중흥불사위원회를 구성해 제 위상을 회복할 것입니다. 전통사찰 지정 문제도 해결해야지요. 요체는 봉원사를 불교문화의 세계중심으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 누구든지 봉원사에 와서 영산재를 중심한 불교문화예술을 체험하고 익힐 수 있는 곳 말입니다.”영산재를 불교 재의식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종교 인종을 초월하여 인류문화유산으로 승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그 중심에 봉원사가 있는 것이다. 누구든 조상을 추모하는 계기를 만날 수 있는 곳, 자신의 소원성취를 발원할 수 있는 곳, 그래서 인간의 원초적 경건성을 통해 삶과 세상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곳으로 꾸밀 청사진을 마련 중이다. 구체적으로는 영산재 공연장, 전승관, 박물관 등을 구상하고, 장기 계획으로 추진 중이다. 영산재보존회 회장이기도 한 일운스님은 영산재가 종교의식 일변도에서 탈피, 일반 문화예술이라는 측면에서도 인류사회에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식도 정비하고, 미적 예술적 측면도 염두에 두며, 무엇보다 대중과 함께하는 영산재를 지향합니다. 집전은 당연히 스님들이 하지만, 시연 현장에 따라 일반예술 활동으로도 구성할 수 있다면 불자아닌 사람이나 외국인도 자연스럽게 동참할 수 있는 영산재가 되겠지요. 그 속에는 한국불교가 살아있음을 느낄 것입니다.” 일운스님은 봉원사가 종단 내에서 갖는 역할에 대해서도 아울러 강조했다.“종단 총본산으로서의 제 역할에도 만전을 기할 생각입니다. 종도 누구나 동참할 수 있는 기도처, 수행처로 가꿔나가겠습니다. 도심 산중사찰인 봉원사를 유기적으로 재구성해 넓은 공간이 필요한 종단의 대소사를 봉행할 수 있는 곳, 전승관 기능을 보강할 수 있는 곳 등의 개념으로 한 번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한마디로 태고종도의 자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찰이라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일운스님은 물려받은 것만 지키는 안일함 가지고는 변화하는 21세기를 제대로 읽어내는 불사를 할 수 없다는 강력한 신념과 추진력을 갖고 있다. 교육, 연수, 선방, 강원 그 무엇이든 필요하면 만들어야 한다. 안주하면 정체하고, 정체하면 도태한다는 엄연한 현실이다. 부처님도 열반에 이르러 ‘게으르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수행이든 불사든 믿음이 곧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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