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휘 지음, 불교시대사 刊, 값 16,000원

      이해하기 쉽게 수필 형식으로 쓴 <금강경> 해설서

 '중생이라 하는 것은 중생 아님을 말함이니,’ 헐벗고 천대받는 민중을 외면하고, 마음 어디를 뒤적거려 부처를 얻겠단 말인가?

굶주리고 멸시받는 그들이 부처임을 안다면…… 그럼에도 불법이 이어져 온 것을 보면 기적이다 할 만하다. 탐욕으로 혼탁한 세상을 밝힐 등불로 간화선이 제격인가? 자문해 볼 일이다.

‘일체유심조’를 보자. ‘모두 마음이 짓는다. 세상사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한다. 불법은 곧잘 마음을 거울에 비유한다. 거울은 가감없이 비춘다. 흔들리는 깃발을 마음이 드러내므로 깃발이 존재하듯, ‘일체유심조’에 따르면 세상은 내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다. 양자물리학도 같은 입장이다. 보는 관찰자에 의해 시공간이 열린다.  

                            - <나는 나다> 359쪽 -

〈금강경〉은 우리나라 불자들이 많이 독송하는 경전 중 하나이고 수많은 해설서가 나와 있지만 일반 불자들이 대승불교의 진수가 담긴 〈금강경〉의 내용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어느 정도 불교를 이해한다는 사람들도 막상 책을 집어 들면 정신이 몽롱해지며 독해가 힘들어진다.

32분으로 되어 있는 <금강경>은 반야지혜를 설명한 말씀으로 중생들의 삶을 좀 더 부처로 가는 길을 안내하지만 우리 중생들은 그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고 허공만 맴돌 뿐이다.

<나는 나다 - 수필로 읽는 금강경>은 <금강경>을 가볍고 편한 마음으로 읽고 이해하기 위해 수필 형식을 빌려 설명하고 있다. 인간으로서 최상의 경지를 보여주신 부처님의 말씀에는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못한다. 그만큼 진리만을 설하셨기 때문이다.

진리란 변할 수도 없고 변하지도 않는 것이기에 많은 중생들이 따르고 부처로의 길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금강경>은 32 단원으로 나누어 각 단원마다 정확한 길을 제시하고 있다. 법회를 여는 이유로 시작해 육바라밀을 설명하고 중생이 지키고 행해야 할 덕목들을 설했다. 중생이 지혜가 열리는 날이 부처를 이루는 날인 것을 알았을 때 비로소 완성된 인간이 되는 것이다. <금강경>은 바로 그런 부처님의 경험과 체험을 설명한 경전이다.

지은이 섬휘스님은 태고종 스님이다. 스님은 “금강은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히 뭉쳐진 ‘나’라는 상(我相)을 의미하기도 한다. 반야는 아무리 굳센 금강이라도 능히 자르지 못할 것 없는 지혜가 된다. ‘아상(我相)’은 금강에 비견될 만큼 깨기 힘든 무명이 되겠다. 아상으로서 금강은 가장 값진 쓰레기라는 역설이 된다. 깨어 버려야 할 돌멩이로는 쓰레기요, 반야의 깨달음을 불러 오는 단단함이라면 보석이 된다.”면서 “무엇이 되었든 나에게는 중요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나를 이루는 것으로서 부수어 버려야 할 무엇이고, 다른 하나는 나답게 하는 것으로서 캐내어야 할 무엇이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의 넘기는 곳곳에 아름다운 우리말의 향연이 펼쳐진다. 간결한 문장마다 심오한 뜻을 품고 있으며 황홀한 은유가 몇 번이고 문장을 되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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