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종, 과거 피해의식 뒤로 하고 새 불교역사 써야할 때 도래

편백운 제26대 총무원장은 취임일성으로 “2018년은 종단정상화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천명하고, 3개월여 만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종단의 목줄을 죄었던 종단부채를 탕감하고 원금상환을 목전에 두고 있다. 종단이 더 이상 과거의 부채문제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되겠다는 의지이다.

집행부는 8대 종무행정 지표를 설정했다. 1)승단화합과 정통종단 위상 정립 2)종법개정과 제도보완 3) 종단조직 재정비 4)분담금징수제도 개선 5)승가정신함양과 수행풍토조성 6)종립 동방불교대학 운영정상화 7)태고팔관재 영산재공연 바라춤 기네스 세계기록 등재 8)(가칭)한불태고TV 개국 등이다.

승단화합은 혜초종정 예하의 특별유시 발표에 의해서 부당하게 징계 멸빈된 승니(僧尼)들을 복적(復籍)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립 반목했던 종도간의 화합으로 3원장 체제를 갖추고 종단중추기관의 기능을 정상화했다. 종단조직재정비를 위한 서울 경기 9개교구의 일체종무를 총무원 직할로 이관하여 세분화로 인한 산만했던 종무체계의 일원화와 효율성을 높여서 수도권지역의 종세(宗勢) 강화에 의한 종단의 위상제고를 기하겠다는 정책적 전략이다.

종단의 교역자양성을 위한 종립대학을 정상화하고, (가칭) 한불태고TV를 개국하여 영상미디어 포교에 만전을 기한다는 계획이다. 승가정신 함양과 수행풍토를 조성하여 한국불교의 정통성을 확립하여 부종수교의 사명을 다하겠다는 로드맵이다.

이제 태고종은 과거의 피해의식에서 탈출할 필요가 있다. ‘50년대나’60년대의 이른바 불교법난이나 사찰분규의 악몽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론 현재진행형인 분규사찰에 대한 태고종의 수호, 관리 운영은 변함없다.

태고종이라는 이름으로 창종의 닻을 올린지가 반세기에 다다르고 있다. 곧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 이르게 된다. 철이든 종단의 연령이다. 철든 종단답게 품위 있게 처신할 필요가 있다. 4천개의 사암과 1만여 명의 승니(僧尼)와 전법사 교임 등을 포용한 대 종단으로 성장, 한국불교의 선두종단(先頭宗團)이 되었다.

또한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3백만 신도가 태고종 사암에 소속되어 있다. 이 정도의 종세(宗勢)면 한국 전 종교판세에서 상위권이다. 이런 종교적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억눌려 있는 듯 의기소침함은 이제 청산해야할 시점에 이르렀다. 우리는 태고종의 정체성을 밝혀주는 창종 당시의 정신을 되새겨 보자.

1971년 11월 8일에 태고종 제2회 중앙종회가 열렸다. 박대륜(朴大輪) 종정은 교시(敎示)를 통해,

“오직 우리 宗祖 太古普愚國師의 門徒만으로 今日까지 계승한 것이니 우리는 韓國佛敎의 嫡孫(적손)임을 矜持(긍지)할 뿐만 아니라 敎團運營에 重大한 任務感(임무감)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라고 서두를 시작하고 있다.

안흥덕(덕암) 총무원장도 연술을 통하여 “太古宗의 특성은 보살승단(菩薩僧團)”임을 강조하였는데, 연술의 뒷부분을 옮겨본다.

“尊敬하는 議員 여러분!

우리 宗徒는 菩薩行道(보살행도)의 실천을 통하여 격동하는 국내외의 정세를 직시하고 개인의 행복과 世界平和의 환경 조성에 노력하고 大乘佛敎運動을 통한 국제친선을 도모하여 인간의 連帶性(연대성)을 깊이 인식하고 청소년의 宗敎的 情緖 함양에 적극 추진해야 할 무거운 직책이 우리의 양어깨에 걸머져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종단에서는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우리의 사명과 직책을 수행하기 위하여 먼저 종단의 기능을 현대사회에 달성할 수 있도록 布敎 · 敎育 · 寺院管理 · 儀式 · 儀制 등 모든 면을 재검토하여 改善策을 마련하고자 하며 明年度부터는 一線敎役者에 대한 재교육을 실시할 계획입니다.”<太古宗史, p492〜493>.

 21세기 부응하는 종단상 건립을

이상의 자료에서 보듯이 태고종의 정체성이 확연히 나타나 있다. 종조(宗祖)와 종지종풍(宗旨宗風)이 분명하다. 태고종은 보살승단(菩薩僧團)임을 강조하고 있다. 대승불교운동을 통한 보살행도(菩薩行道)를 실천이념으로 하고 있다. 대사회적 종단기능을 위해서는 ‘布敎 · 敎育 · 寺院管理 · 儀式 · 儀制 등 모든 면을 재검토하여 改善策을 마련한다’고 목표가 정해져 있다.

태고종은 보살승단임을 규정했음으로 독신청정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전부 다 非독신을 강제해서도 안 된다. 현재도 태고종에는 비구니와 일부 비구들이 상당수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왜, 태고종이 대처종단의 프레임(틀)에 빠져 있어야 하는가?’ 이다. 그 대안으로서 승단의 이원체제(二元體制)가 확립되어야 하는바, 그것은 수행승(修行僧)과 교화승(敎化僧) 제도이다. 이미 태고종 창종 시에, 이런 복안을 갖고 이원제(수행·교화)를 종헌 종법에도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布敎·敎育·寺院管理·儀式·儀制 등의 개선책은 답이 나온다.

모든 태고종 승니(僧尼)가 황금법복(黃金法服)에 금란가사(金襴袈裟) 수하는 것을 가장 이상적인 승가상(僧伽像)으로 삼는다면, 이것은 창종 종지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희망이 없는 소극적 종단이 되고 만다. 설사, 태고종이라는 종단 간판 우산 아래서 삭발염의하면 호구지책에 지장이 없고, 노년이 보장된다는 그릇된 승려관·종단관·불교관을 갖고 입문했다고 할지라도, 입문한 후에 출가본분이 무엇임을 알았으면 출가승니다운 태도로 바꿔야 한다. 구태의 패러다임(인식체계)에서 초탈해서, 21세기를 지향하는 종단상을 새롭게 정립하자.

이제 태고종은 과거의 구태의연한 견해나 사고에 갇힌 패러다임에서 빠져나와야 하고, ‘나만 내 절만 안전하면 된다’는 프레임에서 튀어나와서 대사회적인 종교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지는 광도중생의 사명을 다하는 출가사문 본래의 정신으로 회귀해야 한다. 사진은 지난 2016년 11월 24일 순천 선암사에서 열린 전국승려연수교육에 참가한 종도들이 결의문을 채택하는 모습.          한국불교신문 자료사진.
이제 태고종은 과거의 구태의연한 견해나 사고에 갇힌 패러다임에서 빠져나와야 하고, ‘나만 내 절만 안전하면 된다’는 프레임에서 튀어나와서 대사회적인 종교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지는 광도중생의 사명을 다하는 출가사문 본래의 정신으로 회귀해야 한다. 사진은 지난 2016년 11월 24일 순천 선암사에서 열린 전국승려연수교육에 참가한 종도들이 결의문을 채택하는 모습. 한국불교신문 자료사진.

종회에서는 태고종승(太古宗乘) 문제를 진지하게 분석 검토해서, 종헌 종법을 개정하고 보완해서 태고종이 21세기 한국불교를 책임지고 이끌어가는 종단으로 거듭나도록 시대와 대중포교에 부응할 수 있는 제도와 체제를 갖추도록 입법 기능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편백운 총무원장은 종도연수교육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창종 주역을 담당했던 큰스님들과 중견스님들이 초석을 놓은 종단을 이끌어가는 차세대들은 구심력과 원심력을 상실한 채, 지도력 부재에 의한 종단운영을 파국으로 몰아갔고 가뜩이나 출가승니 자원도 부족한데 그나마 입문한 3세대 승니들을 제대로 교육시켜야 할 모범을 보여주지 못하고 일부 승니들과 함께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실책으로 승단화합에 불협화음을 제공했다.”는 자성의 진단을 토로한 바 있다.

총무원장스님은 호불호(好不好) 친불친(親不親)을 떠나서 큰 허물이 없는 한, 승려관과 종단관이 분명하다면 다 포용하여 종단안정과 종세(宗勢) 형성에 보탬이 되는 승단화합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아마도 이 부분은 종정예하의 특별유시를 계기로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종단을 떠났던 분들을 재 입문 또는 복적시켜 종단총화를 통해서 제 2 창종의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포용성이다.

정통종단의 위상정립에 있어서도 원장스님은 누구보다도 근현대 한국불교 교단사에 정통한 분이다. 해방 후, 한국불교 현대 종단사에서 조태(曹太) 양종을 다 경험한 세대이다. 누구보다도 태고종의 전통성·적통성을 잘 알고 이해하고 있는 분이기에 정통종단 위상 정립을 위한 행보에 기대가 된다.

 한국불교 책임지는 역사의 주역 되어야

편백운 총무원장은 1월 3일 열린 ‘무술년 종단 시무식 및 신년하례법회’에서 역대 태고종 총무원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그것은 다름아닌 “국제 불교교류활동에 대해서 독자노선을 걷겠으며, 기회가 된다면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 출마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편백운 총무원장은 이제 태고종이 변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대(對) 조계종 관계 설정에도 어떤 변화가 있지 않겠는가 짐작한다. 1세대들이 대(對) 조계종 관계를 무조건 적대적 관계에서 대립했다면, 편백운 원장은 이런 적대적인 프레임(틀)에 상생(相生)이라는 윈윈(Win-Win) 전략을 구사하지 않을까 한다. 그것은 현재 조계종과 민감하게 대립하고 있는 분규사찰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을 것이고, 오히려 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태고종과 태고종도는 새해에는 새로운 각오와 자세로 임해야 하고, 21세기의 종단으로 거듭나야 한다. 지난 몇 년간의 시비쟁론(是非爭論)은 원효성사의 화쟁정신(和諍精神)으로 승화시키고, 이제는 만해스님이 <조선불교유신론(朝鮮佛敎維新論)>에서 주창했던 불교혁신을 우리 종단에서 실현해야 한다.

태고종 제 2회 종회에서 덕암 총무원장이 총무원장 연술에서 개진했던 대로 ‘布敎 · 敎育 · 寺院管理 · 儀式 ·儀制’ 등 모든 면을 재검토하여 개선책을 마련하고, 1만 승니(僧尼) 전법사 교임에 대한 재교육을 실시할 계획을 수립, 실행해야 한다고 본다.

태고종의 1만 승니(僧尼)는 태고종만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불조(佛祖)의 혜명(慧命)과 임제정맥(臨濟正脈)의 적통을 계승하여 한국불교의 법통을 이은 종조 태고보우국사의 적손으로서 교단운영에 중대한 의무와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한국불교의 대표종단으로 성장하려면 구태(舊態)를 청산해야 한다. 출가동기가 여하했든지 간에, 삭발염의(削髮染衣)한 사문이라면 속물적인 속기(俗氣)를 방하착함이 선행되어야 한다.

사회에서 큰 벼슬을 하고 아는 것이 많아서 그것으로 자신을 무장하고 포장했더라도 출가사문이 되면 다 방기하고 하심(下心)하는 수행자로서의 삶을 사는 것이지, 승가공동동체는 속가의 연장이 아니다. 가사장삼을 수하고 머리를 깎은 승니들은 불가에서 제정하여 지키고 있는 율장(律藏)과 청규(淸規) 정신을 따라야 한다.

새로 출범한 편백운 총무원장 스님 집행부는 2018 무술년을 ‘종단정상화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8대 종무정책(宗務政策)을 수립해서 실행하려고 야심차게 전진하고 있다. 태고종은 종단체제개혁과 정비로 종단의 위상을 정립해야 하고, 21세기를 선도하는 세계적인 종교단체로 부상해야 한다. 이제 이런 때가 왔고, 이런 추동력을 견인할 종단 지도력을 응집하여 선도할 지도자를 만난 것은 종단의 행운이며, 모든 종도는 일치단결하여 성원과 격려로써 함께 동참했으면 한다.

나는 ‘태고종은 희망이 있는 종단’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4천 사암과 1만 명의 승니·전법사·교임을 구성원으로 하는 한국불교계의 선두 종단으로서, 1천 7백년 한국불교의 중흥을 책임져야 한다는 역사의식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자각이다. 편백운 총무원장의 신년사에 담긴 결의에 찬 종단혁신의 소신과 실천의지는 더욱더 추진력이 강화되리라는 것을 확신한다.

이제 태고종은 과거의 구태의연한 견해나 사고에 갇힌 패러다임에서 빠져나와야 하고, ‘나만 내 절만 안전하면 된다’는 프레임(틀)에서 튀어나와서, 대사회적인 종교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지는 광도중생의 사명을 다하는 출가사문본래의 정신으로 회귀해야 한다.

태고종은 희망이 있고, 미래가 있고, 비전이 있는 한국불교계의 선두 종단임으로, 1 승니(僧尼) 전법사 교임은 부종수교와 보살도를 구현하는 대승보살행자로서 21세기형 종교인으로 한국불교 역사를 새로 쓰는 주역(主役) 되자.

원응 스님

  • 논설위원

  • 몽골국립대 종교학과 철학박사

  • 세계불교대학 집행이사

  • 인도국제불교연맹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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