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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2(2018)년 01월 20일 토요일
[포토 / 영상] 덕암 대종사 열반 제14주기 다례(茶禮) 참례기
[포토 / 영상] 덕암 대종사 열반 제14주기 다례(茶禮) 참례기
  • 원응스님 <논설위원>
  • 승인 2017.12.1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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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태고종 태고총림 조계산 선암사에서는 12월 16일 오전 11시 태고종 제13세 제16세 종정을 역임한 덕암 대종사의 열반 제14주기 다례(茶禮)를 봉행했다.

한편 다례가 끝나고 나서는 종단 마지막 전국승려연수교육이 실시됐다. 한국불교신문사 논설위원 원응스님이 다례참례는 물론 연수교육을 지켜보고 ‘참례기’를 정리했다.-<편집자 주>

태고총림 선암사를 찾았던 것이 90년대 말쯤 된 것 같다. 벌써 20여년이 훌쩍 지나간 세월이다. 요즘 총무원에 자주 다니면서 분위기를 익히고 있는데, 마침 덕암 대종사님의 열반 14주기 다례가 있다고 해서, 주저 없이 선뜻 나섰다. 15일 오후 총무원에서 열린 태고종전국비구니 총회와 연수교육을 참관하고 바로 길을 나섰다. 태고총림을 방문한다는 계획이 서자, 선암사 웹사이트를 주마간산격이나마 일별하고 선암사로 향했다.

승용차로 4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저녁 9시가 다 되어서 순천에 도착, 간단한 저녁을 먹고 숙소에 여장을 풀고 잠에 떨어졌다. 눈을 뜨니 벌써 아침 6시였다. 선암사 사하촌 부근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선암사로 향했다. 조계산에서 흐르는 물로 만든 음식이라서 그런지 밥맛 또한 상큼했다.

선암사는 이름난 보물과 건축물들이 많지만, 선암사 입구에 이르면 그 유명한 승선교(昇仙橋)의 아름다움은 정말 선암사이게 끔 하는 걸작으로 선암사를 찾는 방문객에게 경탄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보물 제400호로서 높이 7m, 길이 14m, 너비 3.5m이다. 길 다란 화강암으로 다듬은 장대석(長臺石)을 연결하여 반원형의 홍예(虹蜺)를 쌓았는데, 결구 솜씨가 정교하여 홍예밑에서 올려다보면 부드럽게 조각된 둥근 천장과 같은 느낌을 준다고 하는데, 시간 관계상 이렇게까지는 눈의 호사를 못했지만 지나가면서 보는 승선교의 미적 감각은 정말 감탄을 자아냈다.

겨울철이라 승선교만 홀연히 서 있는 느낌이었지만, 승선교의 예술미를 스치면서 잠깐 일별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선암사 입구에 다다르니, 벌써 여기저기 스님들의 모습이 보이고, 선암사 경내에 진입하니 전국에서 다례와 연수교육에 참가하신 스님들로 선암사는 북적거렸다.

언제 봐도 그렇지만, 선암사는 우리 한국불교의 고풍스런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고찰의 면모를 손상 없이 잘 보존하고 있다. 이유야 어디에 있든지 고려 조선시대부터 전승해 오는 고찰의 풍모를 간직한 본사가운데는 아마도 유일한 대찰(大刹)이 아닐까 한다. 무엇보다 선암사 경내에 들어가면 지나쳐야하는 곳이 바로 해우소인 ‘뒷간(화장실)’이다. 20여 년 전에는 이 뒷간을 실제로 사용했었는데, 지금은 그 옆에 신식 화장실이 있었다.

아마도 냄새 때문이 아닐 까 한다. 이런 식으로 선암사의 건물과 보물, 국보를 하나하나 소개하려면 한정이 없을 정도로 한 두 개의 건이 아니다. 선암사는 우리 고풍과 옛것을 간직하고 있는 사찰 중, 10지(十指)안에 드는 사찰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고려 조선시대에는 큰 사찰은 각방 살림을 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사중에 사는 승려가 너무 많고 건물도 오밀조밀 많아서, 몇 개 구역으로 나눠서 대중 살림을 했다. 예를 들면 1천 여 명의 승려들이 한 곳에 모여 산다고 하면 얼마나 조밀한 공간에서 밀도 높은 생활을 해야 하겠는가. 그래서 기백 명씩 나눠서 살림을 했던 것이다. 우리나라 본사 급 대찰들은 거의가 각방 살림을 했고, 말사라고 할지라도 규모가 큰 사찰은 각방 살림을 했다. 하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우리는 그런 공간을 보기가 힘이 든다. 하지만, 선암사는 이런 각 방 살림을 했던 구역의 공간과 건물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선암사는 본래 6방 살림을 했던 대찰이었다. 6방은 상서원, 하서원, 강원, 정업원, 도감원, 염불원을 말하는데, 상서원은 지금의 칠전으로 하서원인 심검당에서 어느 정도 수행한 납자들이 참선 수행하는 공간이고, 하서원은 심검당으로 수행납자들이 처음 선방에 들어와 수행하는 공간이다.

강원은 천불전으로 스님들이 기거하는 공간이며 정업원은 무우전으로 밀교계통의 다라니를 외우는 공간이다. 도감원은 종무소로 절의 사무를 관장하는 곳이며 염불원은 설선당으로 아미타불을 독송하는 공간이다. 이상 6방 살림은 예불 공양 등을 따로 분리해 각각이 독립된 공간에서 독자적인 살림을 살았다고 한다. 특히 상서원인 칠전의 선원은, 호남제일선원(湖南第一禪院)으로 불릴 정도로 유명한 선원의 전통과 역사를 지닌 곳이다.

다례는 11시에 봉행되기에, 편백운 총무원장 스님 등 종단 간부스님들이 무우전(無憂殿)으로 향했다. 무우전을 태고종 종정원(宗正院)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태고종 종정이며 태고총림 방장이신 혜초 대종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불교의 대선지식이시다. 혜초 대종사는 선교율을 겸비하신 선지식으로 태고종 총무원장 등, 종단의 다양한 직위를 역임하시고 태고종 종정으로서 태고총림의 방장으로 납자들을 제접하시면서 태고종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계시는 종단의 큰 어른이시다.

종정예하께서는 편백운 총무원장스님 일행을 반갑게 맞으면서 한분 한분에게 악수를 청하고 다독이시는 자비를 잊지 않으셨다. 필자의 행장이 낯설었던지, 면식은 있는데, 누구냐고 물으셔서 편백운 총무원장스님께서 설명을 하시자, 그때서야 나를 알아보시고 크게 웃으시며 반갑게 맞아 주어서 가슴이 뿌듯했다.

종정예하께서는 편백운 총무원장 스님이 그동안 종단의 주요 종무(宗務)를 간단히 보고하자, 종정예하께서는 흡족해 하시면서 총무원장스님 이하 간부스님들에게 치하의 말씀으로 격려하시고, 편백운 총무원장이 종단을 안정시키고 중흥하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는 주문을 하시면서, 큰 선물(나중에 종단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실 것임)을 내리셨다.

종정예하께서는 60년도 더 지난 빛바랜 도첩과 구족 계첩 등을 내놓고 방안에 가득한 스님들에게 과거의 수행이력을 말씀하셨다. 아마도 참석한 모든 스님들에게 무언의 교훈을 암시하신 것이다. 86세의 노구임에도 새벽 예불을 거르지 않으신다고 시자스님은 귀띔한다. 모두들 종정예하께서 법체 청안하시고 건강하셔서 태고종의 정신적 지주로서 태고총림의 방장으로 오래 오래 주석하실 것을 염원하면서, 덕암 대종사의 다례를 모시는 장소로 종정예하를 모시고 이동했다.

다례 의식은 덕암 대종사의 각령(覺靈)께, 종정예하를 비롯해서 편백운 총무원장 스님 선암사 주지스님 문도대표 등이 차례로 헌다를 하시고, 종정예하께서는 덕암 대종사에 대한 소감을 말씀하셨다. 이른 아침부터 눈발이 날리더니 덕암 노사의 온화한 성품처럼, 눈발이 멈추고 날씨마저 포근해지는 것을 보니 덕암 노사께서 이곳에 강림하셨음이 틀림없다고 서두를 꺼내셨다.

그리고 나서 종정예하께서는 불이성 법륜사에서 대륜 노사를 모시면서 노사로부터는 신심과 원력을 배웠고, 덕암노사로부터는 지혜와 자비를 배웠다고 강조하셨다. 지금 종정과 방장이라는 위치에서 이 두 분 큰스님의 지도이념인 신심과 원력, 자비와 지혜를 갖고 실천에 옮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하시면서, 현재 세속 나이 86세이지만 100년은 더 이 세상에 있으면서 종단이 중흥되고 선암사가 정상화되는 것을 보고 싶다고 강한 의욕을 내비쳐서 참례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이어서 편백운 총무원장 스님은 추모사를 통해서, 먼저 종정예하의 만수무강을 기원하고 오래 오래 건강하게 종단의 정신적 지주로서 또한 태고총림의 방장으로서 대선지식의 자리를 지켜 주실 것을 간청한다고 덕담을 하자, 참석자들은 모두 박수로써 동의했다. 편백운 총무원장스님은 덕암 대종사께서 선암사 수호와 교육불사에 남다른 관심과 열성으로 헌신하셨음을 상기하고, 오늘의 선암사가 존재하는데 큰 역할과 공을 세우셨다고 덕암 대종사님을 추모했다.

또한 편백운 총무원장 스님은 짧은 취임기간이지만, 거액의 부채를 탕감하고 원금상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말씀을 하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큰 박수로써 호응했다. 총무원장스님은 이제 태고종은 과거의 낡은 틀을 바꾸고 새롭게 일신해서 한국불교의 제1의 종단으로 도약하고 정통성을 확립하는데 일로매진해야 한다는 강한 의욕과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자 모두들 동감의 뜻을 표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태고종의 역대종정스님들의 다례를 종단이 주관해서 잘 모시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원장스님께서는 전국승려연수교육에 참가한 스님들에게 이런 다례의식에 직접 참례하는 것은 진짜 연수교육이라고 하시면서, 참례스님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종단발전과 중흥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서 선암사 주지 호명스님은 전국에서 동참하신 모든 참례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 앞으로 선암사가 태고종의 총림으로서 안정되고 역할을 다하도록 주지로서의 소임을 최선을 다해서 수행하겠다고 인사말씀을 했다. 문도대표 혜일스님은 모든 참례스님들과 재가불자님들께 문도를 대표해서 감사의 말씀을 하고, 제주도 정방사 문제를 해결하는데, 덕암 대종사님께 간곡히 애원하는 기도를 올렸더니 성취시켜 줬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모든 참례자들은 차례로 헌다를 하고 삼배를 올렸다.

참례자들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종정예하께서 의욕을 보이시면서 앞으로도 더 역할을 하겠다고 하시고, 편백운 총무원장스님께서는 종단의 현안문제 타결에 희망적인 보고를 하자, 모두들 기쁜 마음으로 덕암 대종사 열반 제 14주기를 맞이하는 듯했다.

선암사에서 정성껏 마련한 점심 공양을 들고, 경내의 이곳저곳을 몇 군데 살펴보고 후일을 약속하면서 선암사를 떠나왔다. 선암사는 한두 번의 방문으로는 다 소화할 수 없는 보물이 가득한 고찰이다. 두고두고 찾으면서 하나하나 차근차근 리서치 해 봐야 한다는 다짐을 하면서 선암사의 시원한 겨울 냉수 한잔을 들이키면서 호흡을 가다듬고 서울로 향했다. 이 글을 작성하는 이 순간도 선암사는 나의 뇌리에서 생생하게 영상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원응스님(한국불교신문 논설위원).
원응스님(한국불교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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