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신문 논설위원 원응 스님

율의 강의: 최상승 무생계로 승화해야<1>

태고종 총무원은 12월 7일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 3층 대불보전에 중앙율원 금강계단을 설치하고 제16차 구족계 수계산림을 봉행했다. 이에 앞서서 수계산림의 전계아사리 해동 율맥 전수자 수진 대율사는 이날 구족계를 받는 사미 70명 사미니 36명 등 총 106명에게 ‘율의(律儀)’ 강의를 하고 구족계를 설했다. 강의 내용을 논설위원 원응스님이 정리. 요약하면서 자신의 견해를 첨가했다. 2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주>

강의 제목: 비나야장의 요체(毘奈耶藏의 要諦)

오전 일찍 전국에서 모여든 사미 사미니들은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 3층에 마련된 데스크에 등록을 하고 대불보전에 착석, 입재식을 기다렸다. 모두들 가사장삼을 수하고, 다소 긴장된 마음으로 구족계를 받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순간, 정각 10시에 교무특보 월조스님의 멘트가 법당 안에 울린다. 전계아사리를 위시한 3사 7증사 스님들께서 입장한다는 알림이 있자마자 총무국장 도해 스님의 목탁소리와 함께 증사 스님들께서 대불보전으로 입장, 중앙율원 금강계단에 착석했다. 입재식은 타종, 종사이운, 개식, 삼귀의례, 반야심경 봉독에 이어 총무원장 편백운 스님의 인사말씀으로 진행되었다.

총무원장 편백운 스님은 인사말씀을 통해 “태고종의 산실이며 중심도량인 불이성 법륜사에서 수진 율사스님을 모시고 제16차 구족계를 봉행하게 된 것은 종단의 큰 기쁨이다. 선암사에서 합동득도 할 때의 초심을 바탕으로 오늘 율사스님의 설계를 낱낱이 기억하고 또 실천에 옮기겠다고 다짐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면서 “우리나라 인구가 줄어드는 것처럼 출가자도 감소하고 있어 전체 불교계의 문제가 되고 있다. 태고종의 미래지도자인 여러분께서는 오늘 구족계 수계법회를 계기로 내 주변의 포교는 내가 책임진다는 각오로 전법포교사로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 드린다”고 격려했다. 입재식이 끝나고 바로 이어서 수계산림의 전계아사리 해동율맥 전수자 수진 대율사에 대한 이력 소개가 있은 후, 수진 대율사의 ‘율의(律儀)’ 강의가 시작됐다.

사실, 한국불교의 율맥을 논함에 있어서 법맥과 함께 논란(論難)이 부단하게 일고 있음은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세계불교의 3대 패밀리라고 하면 상좌부(Theravada), 대승(Mahayana)과 바즈라야나(Vajrayana 金剛乘) 즉 MTV로 정리할 수가 있다. 물론 프로테스탄트(改新)적인 불교종파가 많이 있지만, 불교의 핵심인 경율론 삼장가운데 하나인 비나야장인 율장(律藏)을 빼놓고 불교의 전통과 적통(嫡統)을 논할 수가 없다.

이런 맥락에서 상좌부는 율맥(律脈)에 의한 법통성(法統性)을 주장하고, 대승권인 동아시아는 법맥을 중시한다. 금강승불교전통에서는 기존의 대승불교 플러스 밀교적인 요소가 가미된 밀종(密宗) 전통으로 확립됐다. 금강승 불교는 티베트와 몽골이지만, 전세영동(轉世靈童)에 의한 활불제도(活佛制度)가 강하게 정착되어서 현재 금강승 불교전통은 인도에서의 대승불교와는 다르게 변화되었음을 전제한다. 중국적 대승불교도 많은 변화를 겪었으며, 당송시대의 중국불교를 수용한 한국불교도 현재는 선교밀정(禪敎密淨)이 혼합된 통불교(通佛敎)의 종합불교의 양상이다.

이런 세계불교의 현실에서, 한국불교에만 국한해서 율장에 의한 율맥을 논한다는 것은 과연 보편성이 있느냐 하는 여지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승니(僧尼)입문을 위한 통과의례(通過儀禮)로서 수계식이란 과정을 통해서 비로소 가사를 수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불교는 법맥이나 율맥의 정통성 문제로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고 정화(淨化)냐 분규(紛糾)나 하는 법난(法難)으로 까지 확대되었고, 오늘 이 순간 한국불교는 다종파(多宗派)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지금 여기서 어느 종파가 적통성이냐 하는 문제에 앞서서, 태고종의 입장에서는 당장 수계식이란 현실문제에 봉착하게 되고 승니입문이란 통과의례를 집행하지 않으면 승가의 존립문제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런 전제하에서 종조나 법맥 율맥 문제에 대한 학술적 논의의 결론만을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없다. 다만,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오늘 태고종의 수계산림의 전계아사리이신 수진율사(守眞律師)는 해동율맥(海東律脈)의 전수자(傳受者) 가운데 한분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정당성을 갖고 계신 분으로서, 초종파(超宗派)적으로 공인(公認)된 분이라는 데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강의>

오늘 총무원 집행부에서 이렇게 종단의 중대사인 구족계 산림법회를 불이성 법륜사 대불보전 에 중앙율원 금강계단을 설치하고 구족계산림법회를 개최하게 된 것은 백운 총무원장 스님이하 집행부의 노력이라고 생각하면서 우선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경향각지의 사암에서 수계산림에 동참하기 위하여 아침 일찍부터 오시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아무튼 오늘 구족계를 받고 종단의 승니로서 자격을 갖추고 수행과 전법포교에 나서게 되는 여러분들에게 격려를 보냅니다. 이제 이 강의가 끝나면 오후 1시에는 구족계를 받게 되는데, 여러분은 지금 이 순간 두 가지 중대한 주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첫 번째 주제는 종단관 확립이며, 두 번째는 계율의 요체에 대한 정확한 이해입니다.

우선 종단관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해 봅시다. 종단관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태고종이란 정체성이 뭐냐 하는 문제입니다. 태고종의 정체성은 고려 말의 태고스님을 종조(宗祖)로 숭앙(崇仰)한다는 것입니다. 불교의 교조(敎祖)는 석가모니 부처님이시지만, 태고종의 종조는 바로 ‘태고보우국사’다 라는 사실입니다. 그러면 왜 태고종은 태고보우 스님을 종조로 모시느냐 하는 문제인데, 이것은 바로 한국불교 역사상 태고 보우스님께서 깨달은 경지가 가장 높고 깊다는 전제하에서 역대의 고승대덕 큰 스님들께서 인정해 오셨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종조론(宗祖論)을 따지려고 이런 귀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께서는 태고종의 승니로 입문했기 때문에, ‘왜 태고종의 종조는 태고보우 국사인가?’ 하는 것을 말씀드리고, 이런 종조문제를 확실히 함으로써 태고종의 정체성을 바로 알아야 한다는 충정에서 이렇게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내가 태고종 스님이지만, 가야산 해인승가대학을 졸업했습니다. 누구라고 거명하지 않더라도 60년대 가야총림 방장이 누구란 것을 여러분께서는 짐작할 것입니다. 100일 법문으로 유명하신 한국불교의 큰 스님이십니다. 학인들의 자유질문 시간에 ‘한국불교의 종조가 누구입니까? ’란 물음에 단도직입적으로 ‘태고보우스님이다.’라고 천명하셨습니다. 이 방장 큰스님께서는 선교(禪敎)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대선지식(大善知識)입니다. 이런 분이 거짓말을 하셨을까요. 아닙니다. 나는 그 방장스님의 말씀을 100%로 믿고 인정합니다. 태고종조 문제에 대한 담론을 전개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 땅에서 살았던 스님으로서는 태고스님이 제일먼저 중국불교에서 면면히 계승되어온 불조정맥(佛祖正脈)을 이어 왔다는 것만을 확실하게 말씀드리고 앞으로 여러분들은 차츰차츰 연구해보시기를 권합니다.

다음은 해동율맥에 대한 문제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한국불교의 율맥에 대해서는 내가 저술한 이 ‘비나야장의 요체’란 텍스트를 자세하게 정독해 본다면 여러분께서는 한국불교의 율맥사(律脈史)에 대해서 이해를 하게 될 것입니다. 삼국시대 백제의 겸익스님이나 신라의 자장율사를 통해서 한국불교의 율맥은 사자상승해 왔으나, 조선시대에 이르러서 숭유억불정책으로 인하여 불교가 박해 받으면서 승가가 지리멸렬되고 산중으로 은거하면서 사실상 율맥은 단절되다시피 했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와중에서도 불법을 믿고 행하던 스님들이 있었고, 율맥 단절을 아쉽게 생각하여 율맥을 복원하려는 노력이 있게 됩니다. 그렇다고 중국에서 율맥을 전수해올 상황도 아니고 일본은 이미 율맥이 단절된 상태였고, 동남아 소승계맥을 이어올 수도 없는 상황에서 하동 지리산 칠불선원에서 연담유일(蓮潭有一:1720-1799)의 손상좌인 대은낭오(大隱朗旿:1780-1841) 스님(上人)이 해동의 계율지맥(戒律之脈)이 단절되어 감을 탄식한 나머지 그의 스승인 금담보명(金潭普明:1765-1848) 장로(長老)와 함께 칠일칠야(七日七夜) 동안 불상 앞에서 걸계(乞戒) 기도를 하게 됩니다. 칠일칠야 끝에 일도상광(一道祥光)이 대은 상좌의 이마에 내리심에, 금담장로는 심복불령(深服佛靈: 부처님의 영험을 깊이 탄복)하여, 제자에게서 대계(大戒)인 구족계(具足戒)를 전수 받았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근세의 해동율맥(한국율맥)은 대은낭오-금담율사-초의율사(草衣律師:1786-1866)-범해각안(梵海覺岸:1820-1896)율사-제산정원(霽山淨園)율사-호은문성(虎隱文性)율사-금해관영(錦海瓘英:1856-1926)율사-만암종헌(曼庵宗憲:1876-1956)율사-묵담성우(黙潭聲祐:1896-1981)율사-혜은법홍(慧隱法弘:1915-2003)율사-도월수진(道月守眞:1948-)율사로 이어 지고 있습니다.

여러분 오늘 전계 아사리가 누구인지 아시죠? 제가 도월 수진입니다. 네가 왜 이렇게 장황하게 근세 해동율맥을 거론하느냐 하면, 바로 우리 종단의 정체성과 맥이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소승계맥(남방상좌부)의 관점에서 보면, 근세 해동율맥의 서상수계에 의한 대계(구족계)에 대한 견해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만, 한국불교의 율맥은 약 2백여 년 간 이미 전통이 되었고, 정통율맥으로 정착되었습니다.

저는 묵담성우 율사를 전남 담양 용화사에서 20여 년 간 시봉하면서 율장을 배워 왔고, 현재까지 50여년을 이곳 용화사에서 주석하고 있습니다. 묵담노사의 율맥을 계승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저는 혜은 법홍 율사로부터 율맥을 전수 받기 전에 100일간 묵언 수행 기도를 하고 전수 받았고, 이 《비나야장의 요체》란 텍스트를 저술했습니다. <계속>

정리, 요약: 원응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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