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봉 황성현 선생.
서예가 죽봉(竹峰) 황성현 선생이 ‘필묵연(筆墨緣) 60년’을 기념하는 열두 번째 개인전을 4월 2일까지 인사동 한국미술관(02-720-1161)에서 개최한다. 
“서법의 근원은 대자연이요, 신(神)과 기(氣)의 표출” 이라고 평소 강조해온 죽봉 선생의 이번 전시에는 7종의 임서를 포함 모두 150여 점이 선보인다. 죽봉 선생이 60년간 익히고 창작해온 서체를 집대성한 전시이다. 

이번 전시에는 국전지 11장에 쓴 한산시를 비롯하여 <채근담> <논어>등에서 선문한 것들과, <천자문>, <반야심경> <노자> <도덕경> 등의 해서, 소해, 세필 다수가 선보이지만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이 <금강경> 12폭 병풍 작품이다. 이번이 45번째 완서(完書)인데 잡념을 몰아내고 한 자 한 자 집중하여 마치 부처님을 대하듯 일자일불(一字一佛)의 마음으로 썼다. 나무 항아리(높이 70cm, 둘레 210cm)에 <금강경> 전문을 새긴 양각 작품 역시 일품이다.

<반야심경> 나무항아리.


<반야심경> 역시 수천 번을 썼는데 <반야심경> 양각 나무항아리 등 독특한 서체가 눈길을 끈다.
죽봉 선생은 전통서예미학을 누구보다도 분명하게 실행해 오고 있다는 평을 듣는 서예가다. 기(氣)와 운(韻)이 생동해야 하고, 서획의 골근혈육(骨筋血肉)이 올바로 소통하여야 비로소 기(氣)와 신(神)을 펼칠 수 있다는 지론을 굳게 믿어온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천기(天氣)의 상태와 음양의 조화를 강조하고, 시필(試筆)을 하는 시기도 천기가 맑고 내적 고요함이 높을 때 붓을 잡는다. 죽봉 선생에게 있어 서(書)는 기도와 명상, 몰입과 비움과 같다.

스승인 어천 최중길 선생으로부터 초서를 이어받았고, 예술정신세계는 여초 선생의 영향을 받았다. 월당 홍진표 선생에게서는 15년간 한학을 배운 죽봉 황성현 선생은 “필(筆)의 봉(鋒)과 심(心)은 의(意)가 아니라 영(靈)과 기(氣)의 움직임이라는 것을 이제 미각(微覺)했을 뿐 예(藝)의 승화는 자연을 좇아야만 이루어진다”는 사상을 글씨를 통해 표출하고 있다.     


이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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