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각경·현담규봉종밀 현담, 신규탁 번역정우서적 刊, 값 18,000원
<원각경>은 옛날부터 ‘작은 화엄경’이라고 평가되었다. <원각경>의 가장 권위 있는 주석가인 당나라의 규봉종밀(780~841) 선사는 ‘문장이 풍부하고 방대하기로는 화엄경에 양보해야겠지만 간결한 문장으로 풍부한 의미를 드러내는 데에는 <원각경>만 한게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 경전은 법성철학의 근본과 관법의 수행원리, 나아가서는 기도법에 이르기까지 대승불교의 핵심을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때부터 지금까지 널리 애독되고 있는 경전이다.

이 책은 경전을 여는 개경게송으로 시작해 경전 번역과 주석, 그리고 종밀의 10문으로 분별하여 원각경 주석서 현담을 번역하고 경전을 거두는 수경게송으로 마감하고 있으며, 체계를 두고 단계적으로 본문을 분과하여 신앙 수행의 관점과 진리성을 추구하는 철학적 관점이 조화롭게 융화하였다. 이는 <원각경>을 신행하는 이들이 경전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수준 높은 교학을 어렵지 않게 섭렵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특히 역자(譯者)의 서문과 부록에 실은 원각경 해제는 학문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불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무한히 확장해 주고 있다.

역자 신규탁 교수(연세대 철학과)는 원문에서 한국불교의 오랜 전통의 독서법인 구결(口訣)을 채택하고 있다. 일차 번역인 구결을 버리지 않음으로써 전통을 보지(保持)하려는 욕구를 숨기지 않는다. 표점 내지는 백문으로 한문 경전 읽기가 아닌, 구결을 통한 한문읽기는 우리만의 고유 전통이라고 할 수 있고 이는 역사와 전통 교육 방식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역자가 무조건 과거 회귀적이지 않다는 것은 역자의 역문이 여실히 증명해 준다. 역자는 철학자이다. 누구의 말인가가 아닌, ‘경험 가능한 효과성(empirical effectiveness)’의 유무에 따라 진리를 판별하는 신 교수의 진리관은 현대 철학을 하는 모습을 보이며, 번역문 또한 역자의 현대적인 글쓰기의 귀감을 보이는 데 손색이 없다. 

이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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