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례 이스라엘에서의 공연으로 공연팀은 이제 마지막 텔아비브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공연만 남겨두고 있었다. 한국대표단은 유대교 심포지엄에 참석하였다. 심포지엄에서 랍비 라우는 폴란드인으로 1945년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아 이스라엘로 이주했다고 소개했다. 대표단장인 태고종 총무원장인 인공스님은 "영산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불교문화"임을 설명하며 이스라엘 공연에서는 '니르바나' 라는 제목으로 행해졌다는 것과 공연단 구성에 대해 소개하였다.랍비 라우(텔아비브 홀로코스트 기념관 관장)는 이스라엘의 종교간 화합을 위한 노력에 관해 설명하며 “이스라엘에는 유대인(전체 인구의 80.1%)뿐 아니라 많은 무슬림들과 기독교인들이 시민으로 살고 있으며 드르주족 등 소수종교인도 많이 있다”며 “이들 여러 종교들에 대해 포용성을 가지고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건국 선언문에는 모두에게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고 쓰여있으며, 종교는 법에 의해 종교의회와 법원을 가질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선교의 자유가 기본적으로 인정되나 이스라엘은 유대인 국가를 표방하고 있기에, 미성년자에 대한 선교나 금전 등 대가를 제공하면서 선교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마지막 공연도 전석 매진 리허설을 마친 공연팀과 태표팀은 오페라 하우스내에서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한 후 공연에 임했다. 파바로티등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거쳐 간 텔아비브 오페라 하우스의 1700석도 이미 매진됐다.유대교의 성지에서 한국문화가 큰 이슈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은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백여명의 공연팀이 한국불교문화의 격조 높고 독특한 아름다움을 시연하면서 이스라엘인들에게 대한민국을 알리는데 큰 공헌을 한 것이다.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공연 후 이스라엘 대사 주최의 리셉션이 이어졌는데 관람객들이 떠나지 않고 그곳에서 촬영을 계속하는 등 마치 축제장소를 방불케 하였다. 이번 이스라엘 영산재 공연은, 현지 마영삼 대사, 박정남 참사관, 정선미 서기관 등 대사관 전 직원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또한 문형성 IOV동아시아 총괄 사무총장, 김영렬 연출가, 김향금 무용총괄안무, 법현스님의 조직적이고 뛰어난 역할을 해주신것 지면을 통해 감사드린다.특히 각 종단의 총무원장스님들이 힘든 일정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동참하고 지원해 주신점도 낯선 나라 이스라엘 국민의 가슴속에 한류로 뜨겁게 심어졌으리라 생각된다. 다음날 오전7시30분 텔아비브 대학에서 있을 불교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피곤함을 뒤로 한채 출발하였다. 제9회 영산재 국제 학술세미나는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교에서 개최했다. 개회사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 영산재 위원장인 인공스님은 “오늘 유대교·기독교·카톨릭성지 이스라엘에서 세계평화를 염원하는 ‘니르바나’공연과 세미나를 통하여 세계적인 종교문화의 상호교류가 더욱 증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이어 영산재보존회 부설 옥천범음대학장 이기봉스님은 “이번 텔아비브대학 세미나를 위해 애써주신 제곱 라즈(Jacob Raz 텔아비브대학 동아시아 과장)교수님, 이스라엘 정부관계자 및 카미엘 세계무용축제위원장 아하론 솔로몬, 마영삼 대사님 등 관계자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이번 국제 학술세미나는 한국불교 각 종단에서 전승되고 있는 불교문화 예술에 담겨진 의미와 사상, 영산재 등을 중심으로 그동안 연구되지 않았던 내용을 중심으로 새롭게 정리되는 자리가 될 것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기조강연에서 김종규 문화유산 국민신탁이사장은 “영산재는 부처님께서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시는 도량을 시공을 초월해 본 도량으로 오듯이 옮기고 영산회상의 제불 보살님께 공양을 올리는 의식”임을 말하며 살아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이 다 같이 진리를 깨달아 ‘이고득락’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데 의의가 있음을 설명했다.'영산재‘ 국제세미나 열려 세미나에서 천태종 총무원장 주정산 스님은 “한국불교문화의 우수성과 세계적 보편성에 대한 세계 각 종교는 그들만의 특수성을 지니고 있으며 그에 따라 문화현상도 각기 다르게 나타날 수 밖에 없음”을 설명하며 “각 종교가 자신의 종교만을 위하고 배타적인 자세가 아닌 각기 발굴한 문화유산을 서로 공유 존중하며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화합의 장으로 문화를 단결하여 조화를 이루어야 할 것”을 강조했다. 진각종 혜정 통리원장은 의례와 수행체계에 대한 밀교의 관정의식, 한국밀교의 관정의식, 진각종의 관정의식에 관한 순서로 설명하고 “불교문화의 청정심과 진실성의 재현으로 불교문화는 그 지역이나 그 사람과 그 시대의 애환을 담고 있는 하나의 역사문화로 서로 해하지 않으며 모든 인류가 다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예술로 승화시켜 나왔음”을 알리며 영산회상의 불교적 예술이 온 우주법계와 지구촌 곳곳에 전해지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관음종 총무원장이면서 한국종단협의회 사무총장인 이홍파 스님은 ‘사월초파일 연등공양과 유등법회 전통계승에 관한 영산재 전통으로 본 한국불교와 유등법회 전통의 계승’이라는 소제목으로 한국의 연등행사기록이 기원 866년 신라시대 경문왕의 치세 기간에 처음으로 나타나 등불행사 기록이 적어도 1100년을 넘기고 있고 최근 한국에서의 연등축제는 불자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비불교도들에게도 열려 있음을 밝혔다. 또 경전에 나온 ‘난타’라는 가난한 여인의 등공양 이야기를 인용하여, 한지로 기름심지를 만들어 기름종지에 넣고 기름을 부어 관음종 묘각사에서 2000개 이상의 유등으로 등공양 올리는 법회를 소개하였다.영산재가 유네스코에 등재되기까지 시작부터 현재까지 아낌없이 열정을 쏟은 홍윤식 동국대 명예교수는 영산재의 구성과 그 예술의 세계에 대해 “불교예술이란 나타내기 어려운 진리내용을 상징적으로 표출하는 것”이라며 “참회, 찬탄, 공양, 예배, 도량청정 등의 거듭되는 의례행위를 통하여 의식이 치러지는 공간과 시간은 성역화되어 여기에 승속이 다 같이 몰입하여 그 세계를 체험하고 귀의하여 환희심을 표출해 내는 것이 바로 불교예술이며 영산재도 그와 같은 미학과 예술양식”이라고 말했다. 양은용 원광대 한국문화학과 교수는 고려시대의 불교의례와 그 사상으로 고려시대의 국가와 불교, 불교의례와 왕족불사상에 대해 논하며 “고려가 개성을 불교도시로 조성하고 선교 양융시대를 전개하며 불교사상과 예술을 발달시킨 것을 대변하는 것이 팔관회”이며 “팔관회는 불교의 연원으로 신라 이래로 국가 경전이 되어 왔으며 왕실 5례의 하나인 하례잡기로 거행되어 국가위상을 내외에 과시하는 행사로 거행했고 임금이 사원에 나가 향을 올리는 불교 존승의 흐름을 나타낸 것”이라며 고려시대의 팔관회를 설명하였다. 끝으로 김법현스님(동국대 한국음악과 교수)은 스님들에 의해 구전으로 전해 내려온 예경의식 범패의 기원을 소개하며 안채비, 바깥채비(홋소리, 짓소리), 화청 등 구체적인 근거를 토대로 학술회의가 진행되어졌다. 이날 학술세미나에는 텔아비브 관계자·이스라엘 불교 동호회원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세미나 후 불교동호회원들에게 불교무용 바라와 작법 동작을 배웠고 참선 실수의 시간도 가졌다. 현지인에 바라무 · 참선 가르쳐 한국과 이스라엘은 1948년 같은 해에 건국한 인연을 갖고 있다.그래서인지 이스라엘에 처음 방문했지만 생소한 느낌이 들지 않았고 형제 같은 동질감을 곳곳에서 느꼈다. 네번에 걸쳐 공연을 하는 동안 끊이지 않고 이어진 박수소리와 ‘원더풀’ 등 열렬하게 화답해준 이스라엘 국민들의 뜨거운 반응에 큰 감동을 받았다.이스라엘과 한국은 똑같이 다종교사회라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이스라엘 시민들 중 한국 스님들과 마주치면 합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것 또한 감격스러웠다8박9일간의 이스라엘 방문은 참으로 소중한 인연이었다. 부처님께서 이세상의 모든 존재는 “만나는 것도 인연, 없어지는 것도 인연이라.”고 하셨다.‘영산재-니르바나’를 통해 한국과 이스라엘은 서로 만났다. 이번 만남은 새로운 인연이면서 계속 이어질 큰 인연이다. 문화예술의 교류가 인류의 상생과 평화를 가져오는 큰 행복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아코를 출발, 텔아비브 공항에서 한국으로 귀환하면서 긴 일정에 모두들 아무사고 없이 무사히 행사를 마친 것이 모두 부처님 가피 덕분이라는 생각에 부처님께 무한한 감사를 올렸다. (끝)이스라엘/글·사진= 성지스님(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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