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두, 우희종, 이한구, 최재천, 홍성욱 저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16,500원 이 책은 면역학자, 불교학자, 생물학자, 철학자, 과학기술 사학자가 학문과 종교의 경계를 넘나들며 불교와 진화론의 관계와 담론을 담아냈다. 또한 불교와 사회생물학, 현대 진화론의 논쟁, 기독교와 진화론의 역사, 진화론이 철학에 미친 영향 등에 대해 깊고 넓게 서술하고 있다. “이제부터 나는 스스로를 다윈주의자라 부르리라”(달라이 라마) 세계적인 심리학자 폴 에크먼은 달라이 라마에게 다윈에 관한 내용을 들려주자 달라이 라마는 위와 같이 화답했다고 한다. 에크먼은 다윈이 비록 불교에 귀의한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자애심에 대한 그의 생각을 보면 거의 불자와 다름없다고 말한다. 불교와 진화론이 통하는 것은 단순히 에크먼이 말한 윤리학적 층위의 유사성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그들이 지닌 세계관이 서로 상통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필자들은 진화론과 불교가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탐색하고 있다. 필자들은 불교와 진화론의 단순한 유사성을 넘어 그것들이 만나는 지점과 만나지 못하는 지점들을 예리하게 지적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각 학자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불교와 진화론, 과학과 종교의 역사와 현황, 논쟁을 풍부하게 소개하고 있어 책의 가치를 더한다. 예를 들어 철학자 이한구는 진화론은 단순한 과학 이론이 아니라 현대 철학에 엄청난 파문을 던진 새로운 철학이었다는 것을 꼼꼼히 검토하고 있다. 과학기술사학자인 홍성욱은 진화론과 기독교가 맺어 온 관계가 생각만큼 대립적이거나 비타협적인 것이 아니었음을 풍부한 사료를 바탕으로 재미있게 서술하고 있다. 면역학자 우희종은 사회생물학 이후의 현대 진화론의 최신 논쟁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이것이 결국 불교의 ‘연기적 진화론’과 어떤 의미망을 구축하는지에 대해 쓰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불교와 진화론의 관계를 넘어, 종교와 과학, 철학의 관계에 대해 깊은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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