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과 명찰 - 인물 한국 불교사 황원갑 저 / 바움 / 20,000원중견소설가이며 역사연구가인 황원갑 씨가 명산명찰에 서린 고승 32명의 장엄했던 일생을 그린 『고승과 명찰』을 펴냈다. 고승들이 한국불교의 유구한 법맥을 잇고 빛나는 종통을 수호하기 위해 피눈물로 고행 정진하던 성스러운 명산 고찰,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의 보살행을 실천하던 역사적 현장을 단순한 관광지나 유원지로 가볍게 보아 넘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관광객은 경치를 보지만 순례자는 역사를 읽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역사는 흘러가도 후세에 교훈을 남기고 인걸은 사라져도 산하에 자취를 남기는 법이니, 이는 세상의 모든 것이 덧없이 변하더라도 선현들이 남긴 진리만은 한결 같아서 늘 변함이 없는 이치와도 같다고 하겠다. 한국문화사는 곧 불교문화사와 마찬가지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무엇보다도 불교는 민족정신사에 큰 자취를 남겼다. 삼국 혈전의 풍운 속에서 원효성사가 한국불교의 새벽을 열었으며, 김대성 거사는 불국사와 석굴암을 세워 신라불교의 황금시대를 이룩했다. 백제가 망한 뒤에는 진표율사가 미륵불의 현신으로서 유민들의 아픈 가슴을 어루만져주었고, 신라 말 후삼국시대에는 도선법사가 창조적 풍수비보사상(風水裨補思想)을 통해 불법을 펼치고자 애썼다. 또한 선종(禪宗)과 교종(敎宗)의 여러 종파가 난마처럼 얽혀 법맥(法脈)이 어지럽고 승려들의 타락상이 극심하던 고려시대에는 대각국사와 보조국사가 제종합일(諸宗合一)·선교회통(禪敎會通)을 위해 진력했으며, 고려 말 조선 초의 혼란기에도 나옹 혜근, 태고 보우, 무학왕사 같은 고승들이 불교중흥의 비원을 위해 헌신했다. 이어진 억불숭유의 불교암흑기에도 보우대사, 서산대사, 사명대사, 진묵대사 같은 고승이 호국의 앞장에 서거나, 전란 중의 혼란기에 방황하는 중생의 영혼을 불법의 세계로 이끌었다. 뿐만 아니다. 불법이 쇠미해져가다가 급기야는 이 땅에서 목탁과 염불 소리가 영영 사라져버릴 위기에 처한 조선왕조 말기에는 경허선사가 우뚝 일어서 꺼져가던 법등에 다시 새로운 불을 크게 밝혔으며, 그의 뒤를 이어 일제강점기에 왜색 불교와 맞서 민족 불교를 지킨 수월·혜월·용성·학명·만공·만공·한암·동산·경봉·금오선사, 그리고 상월조사 같은 숱한 거목이 자라났던 것이다. 이 책은 이처럼 우리나라 불교사를 빛낸 고승대덕과 거사 32명의 일대기와 그들이 머물던 사찰 이야기를 다양한 관련 사진과 곁들여 상세히 엮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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