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보우스님의 원융사상 실천하는 ‘축제의 장’…7백 관중 환희심
효산스님과 백암거사는 즉석에서 禪畵와 글씨 그리고 써서 관객들에게 무료보시 

성주암 합창단, 김영임 명창, 김태곤 가수, 국악팀 해어화
등의 공연은 만산홍엽의 북한산자락 들썩이게 해


전국의 산하가 만산홍엽 (滿山紅葉)으로 붉게 물들어가는 만추지절(晩秋之節)에 북한산 자락의 유서깊은 암자 태고사가 흥겨운 가락으로 들썩였다. 어느 시인은 ‘초록이 지쳐 단풍이 든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이곳은 초록이 덜 지쳤는지 단풍이 오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하늘은 푸르다 못해 눈이 부셨다.

10월 25일(음 9. 21)은 종조 태고보우 원증국사 탄신 712주년 다례날이다. 총무원장 도산스님을 비롯한 종단의 간부스님들과 직원들은 일찌감치 북한산 태고사에 올랐다. 이른 아침이라 제법 쌀쌀한 산기운이 옷 속을 파고들었다. 중간에 있는 거북암(주지 정운스님)에 도착해서야 우리는 몸을 데울 수 있었다. 정운스님은 3년째 따뜻한 차와 떡을 준비 해 놓고 대중들을 기다리신다.

태고사로 향하는 길 양쪽의 줄 이은 청사초롱이 반갑게 인사한다.  ‘태고보우 원증국사 탄신 712주년 기념 제 3회 태고문화축제’의 막이 서서히 오르고 있었다. 도량 한쪽에는 작은 화실이 들어서며 발걸음을 이끌었다.

이 곳에서는 효산스님(총무원 규찰국장)의 선화(禪畵)와 한반도문화예술협회 회장인 백암 유석기 서예가의 글씨가 선보이는 자리였다. 효산스님과 백암 거사는 하루종일 참석자들에게 그림과 글씨를 즉석에서 그리고 써 주며 무료 보시했다.

문화축제는 총무원 문사부장 성인스님의 사회로 오전 다례법회와 오후 산사음악회로 진행됐다.
점심공양 후 1시30분부터 시작된 음악회는 관악산 성주암합창단(단장 보리화)의 ‘부처님께 귀의합니다’와 ‘좋은날’로 문을 열었다. 이어 합창단의 반주를 맡고 있는 박보윤 불자 가수의 ‘인연’과 ‘아름다운 강산’은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으로 북한산을 뒤흔들었다.

지나가던 등산객들까지 속속 모여 들며 태고사 대웅전 앞마당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한낮에 펼쳐지는 음악회에 모두가 흠뻑 빠져 들었다. 고양시 신한류예술단(단장 정재환) ‘해어화’의 대금(이모아), 가야금 (이지혜), 보컬(송지현), 해금 (장효진) 등의 국악연주는 분위기를 한층 돋우었으며, 특히 ‘태고사’를 주제로 부른 노래는 축제의 의미를 더욱 되새겼다.

총무원장 도산스님은 봉행사를 통해 “종조인 태고보우국사의 탄신을 맞아 스님의 통불교 사상과 원융정신 실천의 가르침을 이 시대 통합의 불씨로 삼아 서로가 화목하게 어울리고 소통하는 폭을 넓히고자 이자리를 마련했다” 면서 “조촐하고 소박한 마당이지만 스님이 머물렀던 도량에서 스님의 탄신을 기리는 그 뜻만큼은 크고 두루하니 한알 한알 여물어간 가을걷이 하는 마음으로 모든 근심 내려놓고 흥겹게 즐기기를 바라며, 이 음악회를 통해 갈등과 장벽이 드리워진 이 세상이 밝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성 고양시장은 축사(대독 이상영 덕양구청장)에서 “고양시의 자랑인 북한산 태고사에서 보우스님의 탄신 712주년을 기념하는 축제의 장이 열리는 것을 매우 뜻 깊게 생각하며, 대승교화 종단으로 화합과 상생을 설파하는 태고종의 정신이야말로 밝은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대신 해 참석한 경기도청 종무과 종무 1팀 김영태 팀장은 “이 높은 산자락에서 천상의 소리가 울려 퍼질 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태고종 스님들의 깊은 원력에 큰 박수를 보낸다”며 내년에는 더욱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경조 전국신도회장은 축사 대신 ‘함성’이라는 시(詩)를 낭송하며 호국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음악회는 계속 이어지며 산자락에 퍼져 나갔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김영임 명창과 가수 김태곤씨의 순서에서는 승속이 따로 없었다. 모두가 한 마음 그 자체로 축제를 만끽했다.

“국악인으로 나선지 30년, 수 많은 행사를 다녔지만 경운기를 타고 산꼭대기에 올라와 노래를 부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며, 이런 자리를 마련한 태고종단 스님 및 관계자들의 열과 성의에 감탄했습니다.” 김영임 명창은 이렇게 운을 뗀 후 처음부터  ‘정선아리랑’를 열창하며 관객들의 혼을 빼놓았다. ‘도세 도세 백팔번을 도세’의 탑돌이 후렴구는 관객들과 함께하며 혼연일체가 되었다. 이어 김 명창은 자신의 대표 명곡 ‘회심곡’으로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소리 하나로 사람들을 웃고 울리는 그녀는 진정 명창이었다.

제주에서 음악회를 위해 급히 상경했다는 가수 김태곤씨. 무대에 오른 그는 마치 도인 같았다. 그 역시 경운기를 타고 올라와 공연하는 것은 처음이라 했다. 명상음악을 시작으로 ‘송학사’ ‘망부석’에 이어 범패를 이용한 소리 힐링은 신선한 감동을 안겨 주었다.

해가 서산으로 뉘엿뉘엿 저물어 갈 무렵 음악회도 어느 덧 막이 내려지며 총무원장 스님을 비롯한 종단의 스님 및 신도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큰 원을 만들어 강강술래를 하며 모두가 하나 됨을 일깨웠다. 이번 제 3회 태고문화축제는 원융과 소통, 상생을 지향하는 흥겨운 문화잔치였다.

홍소연 기자

사진 = 현중스님, 홍소연 기자

총무원장 도산스님과 부원장 원해스님이 태고보우 원증국사 부도탑에 헌다하고 있다.


규찰국장 효산스님이 즉석에서 그린 그림을 관람객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성주암 연화합창단이 축가 ‘좋은날’을 부르며 음악회의 개막을 알렸다.


김영태 경기도청 종무과 종무 1팀장의 격려의 한 말씀.


연주와 함께 ‘태고사’를 부르는 해어화 단원들.


붓글씨를 선보이는 백암 유석기 선생.


박보윤 불자가수의 ‘인연’ 열창.


사부대중은 한데 어우러지며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음악회에 흠뻑 빠져 들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재치있는 사회로 관객들을 더욱 즐겁게 한 문사부장 성인스님.


‘회심곡’을 열창하고 있는 김영임 명창.


이상영 덕양구청장이 최성 고양시장의 축사를 대독하고 있다.


김태곤 가수의 대금 연주.


‘함성’이란 시를 낭독한 정경조 전국신도회장.


음악회가 끝나가면서 총무원장 도산스님을 비롯한 종단 간부스님 및 불자들이 ‘강강수월래’를 하면서 종단의 화합과 번영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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