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산불소식 듣고 일정 바꿔 이재민 돕기 자비행 펴

수개월 전부터 남쪽 지방으로 춘계성지순례 및 방생법회를 가려고 준비해왔던 사찰 신도회에서 강원도 양양 지역의 산불소식을 접하고 일정을 바꿔 산불피해 이재민 돕기 자비보시행을 펼치고 돌아온 사찰이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서울 은평구 보문사(주지 김월운스님) 신도회는 매년 봄철이면 춘계 성지순례 및 방생법회를 연중행사로 치러왔다. 신도회에서는 올해 행선지를 남쪽 지역으로 잡아 꽃놀이를 겸해서 성지순례 및 방생법회를 개최하기로 하고 연초부터 집행부에서 성지순례 사찰과 방생지 답사는 물론 참가자 모집에 들어가 50여 명의 참가 신청도 받아뒀다. 
이처럼 성지순례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있던 보문사 신도회 간부들에게 들려온 강원도 양양 지역의 산불재난 소식은 안타까운 마음에 더 이상 일손을 잡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3월 초하루 법회가 열린 4월 9일 보문사 법당은 평소보다도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법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적막한 분위기를 뚫고 신도회장 보현행(신덕임) 보살이 용기를 내어 성지순례 일정을 바꿔 산불피해 이재민 돕기 행사로 대신할 것을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그러자 신도회 회원 모두가 똑같은 고민에 빠져있었다는 듯 한목소리로 이재민 돕기 행사를 펼치자고 화답했다. 
법당은 일순간 활기가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구호물품을 모으자는 이야기가 터져 나왔다. 채 30분이 안 되서 백미 500㎏이 모아졌다. 김월운 주지스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주지스님은 연말 불우이웃돕기 행사에 쓰려고 모아왔던 백미 500㎏을 내놓기로 했다.
그리고 4월 11일 1,000㎏(20㎏ 50포대)을 싣고 양양군의 소개를 받아 강현면 정신2리로 달려갔다. 신도회 일행은 현장에 도착해서 김원만 이장과 함께 피해 주민 25가구를 일일이 찾아가 백미 2포대씩을 전달하고 짧은 시간이지만, 그들과 아픔도 함께 나눴다. 
해가 저물 무렵 버스에 몸을 싣고 서울로 향하는 신도들의 가슴속은 물고기 방생보다 수승한 인간방생을 했다는 긍지와 자부심으로 가득차 있었다.
신원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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