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국민들이 슬픔에 빠졌다. 지난 10월 29일 밤 이태원에서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모인 다수의 인파가 뒤엉켜 넘어지면서 3백 명이 넘는 압사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참사 당시 이태원에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핼러윈을 즐기려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해밀턴 호텔 옆 골목은 보행로 폭이 4미터 안팎으로 매우 좁은 구역임에도 현장 통제 및 통행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이것이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이 사고로 156명이 사망하는 등 3백여 명의 사상자가 발
우리민족 고유신앙과 불교의 아름다운 만남을 연구하는 ‘한국민속불교학회’는 오랫동안 나를 소개해준 문구다. 대부분의 종교 ․ 사상 ․ 철학은 발생지를 벗어나 새로운 문명을 만나면 자신들의 모습에 변화를 일으킨다. 그것을 습합이라 하고 혹은 혼합 또는 신크리티즘이다. 신크리티즘은 모든 종교는 다른 종교로부터 자기 종교를 배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한다. 다른 종교는 배척의 대상이 아니라 자기 종교를 이해하고 나아가서 자시 종교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요소이다. 한국불교는 인도에서 붓다에 의해 창교되어 중국을 거쳐 한반도에 전래되
북한산 태고사 종단인수를 위한 모연불사가 연내 성취를 목전에 두고 막바지 성금동참이 이어지고 있다. 태고사 종단인수는 종도들 사이 큰 반향과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이 모연불사를 통해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종도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가난한 절에서도 경제적 어려움을 감내하면서 성금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특히 북미유럽교구에서도 3백만 원의 성금을 만들어 교구장 종매 스님이 직접 한국에 들어와 총무원장 호명 스님을 예방하고 전달했다.종도들의 이러한 적극적인 호응과 동
김성동 선생님, 생멸멸이(生滅滅已) 적멸위락(寂滅爲樂), 이제 생멸(生滅)이 없어진 곳에서 ‘적멸(寂滅)의 즐거움’을 누리실 터이니 얼마나 평안하십니까?몇 년 전 제가 출간한 장편소설을 보내자 선생님은 “무엇을 어떻게 가리킬 것인가?”라는 화두와 같은 말씀을 우편엽서에 적어 보내주셨습니다. 소설쓰기도 수행과 다르지 않아서 직지인심(直指人心)할 수 있어야 함을 일깨워주신 것일 테지요. 우편엽서를 받고서 저는 책장에 꽂혀 있는 선생님의 장편소설과 작품집을 바라보았습니다.선생님은 《길》의 군말(저자의 말)에서 “《길》과 《만다라》와 《집
세상은 시끄러워도 가을은 또다시 찾아왔다. 초봄의 매화는 하얀 눈과 찬 바람을 배경으로 한 점 핏방울처럼 피어나더니 가을 산의 낙엽은 떠난 이를 위한 손수건처럼 망연히 세상을 적막 속으로 끌고 간다.남몰래 가을을 기다린 사람이 있다면, 그의 가슴에도 봄 매화의 핏방울 한 점이 있고 낙엽 같은 공적의 징표도 있을 것이다. 하여 이 가을엔 좀 덜 외롭고 좀 덜 아프기를 간절히 바랄 것이다. 그러나 어디 세상이 그렇게 만만한가? 정치는 정치대로 시끄럽고 경제는 경제대로 혼란하다. 긴박한 뉴스를 들으며 시작한 하루는 실망스러운 뉴스를 들으
내려갈 때 보았네올라갈 때 보지 못한그 꽃- 고은의 ‘그 꽃’ 필자는 몇 년 전부터 가까운 것이 안 보이기 시작했다. 소위 노안(老眼)이 온 것이다. 굳이 돋보기까지는 쓰지 않지만, 책을 보려면 안경을 벗어야 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안경을 벗은 채 책을 보는 게 익숙해질 무렵 필자는 노안이 오는 이유에 대해 궁구했다. 어쩌면 그 이유는 가까운 곳을 보면서 살라는 천명(天命)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고은의 ‘그 꽃’이나 나태주의 ‘풀꽃’이나 신경림의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등 시편들이 떠올랐다.신경림 시
한국불교태고종 충북교구신도회 발대식이 10월 8일 청주도시재생센터 1층에서 개최됐다. 이날 충북교구신도회 발대식에는 총무원장 호명 스님과 전국신도회 배석영 회장이 참석해 축하와 격려의 말을 전했다. 충북교구신도회는 회장에 권기식 태고종 국제협력자문위원장(한중도시우호협회장)을 비롯해 교구사찰 신도들로 임원진을 구성했다. 각 사찰에서 골고루 참여한 임원진은 향후 충북교구 종무원 및 종단 홍보 등과 지역사회 봉사활동 기여 등을 사업목표로 내세우는 한편 장학사업 인재발굴 등의 활동을 펼쳐나가기로 했다. 충북교구 종무원장 도안 스님은 이날
얼마 전 종교와 관련해 관심을 끌 만한 설문조사 결과 하나가 언론에 보도되었다. 미국의 복음주의 신자들 사이에 이단적 견해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설문조사는 미국의 복음주의 사역단체에서 수행했는데, 이 단체들은 2년마다 미국인의 신앙의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조사 결과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으며(53%), 성령은 인격적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하며(60%), 사람의 본성은 선하다고 생각하는 것(57%)으로 나타났다. 이런 생각은 복음주의 교리와 어긋나는 것이다.[국민일보, 미국인 53
가을은 수확(收穫)의 계절이자 조락(凋落)의 계절이다. 산야가 황금빛으로 출렁이는가 싶으면, 어느새 나무들은 가지의 고엽들을 모두 떨어뜨리고 나목이 된다. 이는 밤하늘을 밝히던 한가위 보름달이 사위어서 초승달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벽암록》제27칙은 체로금풍(體露金風)의 화두이다.이 화두는 한 스님이 “나무가 마르고 잎이 떨어질 때는 어떠합니까?”라고 묻자, 운문 선사가 “체로금풍이다.”라고 답한 것에서 기인한다.나무를 가렸던 무성했던 이파리들이 가을바람에 모두 떨어지고 나면 나무는 비로소 자신의 본래면목을 드러내게 된다. 체
한국불교태고종이 주최 주관하는 행사가 10월을 맞아 연이어 열린다. 일정 순서대로 나열하면 10월 6일부터 9일까지 한국불교역사문화사진전이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 1층 대강당과 법륜사 종각을 무대로 개최된다. 10월 16일엔 태고보우국사 다례재가 오전 9시 북한산 태고사 경내 및 부도전에서 봉행된다. 10월 20일엔 제11회 태고문화축제가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 한울광장에서 진행된다. 이어 10월 24일엔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태고보우국사 학술세미나가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 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다.이들 행사는
‘유착’, 이 말에는 어둡고 습한 기운이 서려 있다. 사전에서는 ‘사물들이 서로 깊은 관계를 가지고 결합하여 있음’이라고 풀이한다. 그러나 유착은 친교, 교제, 교류와는 거리가 먼 부정적인 정서와 분위기가 배어 있다.일본에서는 지금 통일교와 자민당 사이의 유착 논란이 일고 있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총격살해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정치인을 살해한 사건은 일본은 물론 많은 나라에 충격이었다. 정치적으로 안정적인 나라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에서 더욱 놀랐다.아베를 살해한 용의자는 자신의 어머니가 통일교에 거액을 헌금해 가정 파탄에 이
불자들이 독송하는《금강경》은 이렇게 시작된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서 큰 비구들 1,250명과 함께 계셨다. 이 때에 부처님께서 식사 때가 되자 가사를 입으시고 발우를 지니시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시었다. 그 성 안에서 차례로 걸식을 마치시고 본래의 처소로 돌아와 식사를 하시고 가사와 발우를 거두시고 발을 씻으신 후,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법회인유분」의 표현대로 부처님이 세상에 계실 때 인도 수행자들은 매일 아침 사람들이 있는 마을에 들어가 탁발을 하고 수행처로 되돌아와서 탁발한
대통령실불자회 회장에 이진복 정무수석이 선출돼 지난 9월 2일 조계사 대웅전에서 취임법회를 봉행했다. 이날 취임법회에는 한국불교태고종 총무원장 호명 스님을 비롯해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각종단 대표 스님들이 대거 참석해 이진복 회장의 취임을 축하했다. 이 자리에서 신임 이진복 대통령실불자회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윤석열 정부는 시대적 사명과 국민의 요구를 받들어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를 국정 비전으로 설정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국정비전을 이루기 위해서 대한민국이 현재 처한 경제위기 안보위기 등의 대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칼 야스퍼스(Karl Jaspers, 1883~1969)는 규명했다. “불교가 위대한 것은 ‘위대한 포기’(The Great Renunciation) 때문”이라고. 그는 붓다의 출가(出家)를 ‘집 떠남’(Homeless)으로 보지 않고 ‘위대한 포기’(The Great Renunciation)로 본 것이다. 이 같은 그의 천명은 그가 현대 실존주의 철학의 거장이었기 때문에 더 큰 무게감으로 작동한다.맞다. 불교가 위대한 것은 바로 그 ‘위대한 포기’ 때문이다. 붓다의 그 ‘위대한 포기’가 없었다면, 불교라는
며칠 전 찾았던 부천시립 상동도서관 정기간행물 서가에서 이라는 제목의 잡지에 눈길이 갔다. 살펴보니 시사주간지 의 1424, 1425호 통합권이었다. 159쪽 분량의 잡지 전체를 ‘비건’이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 83꼭지로 꾸민 것이 놀라웠다. 비건과 관련되어 나눌 수 있는 이야기들을 두루 살피고 있다. 편집자는 “시대를 읽어내는 열쇳말로 한겨레21이 지향하는 가치를 담아내되 ‘채식이냐 육식이냐’ 이분법을 넘어서는 논쟁 지점을 열어보고 싶었습니다”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대승불교권에 속하
핏불테리어의 견주인 50대 남성이 다른 사람의 진돗개를 물어 죽게 해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견주는 맹견의 입마개 착용을 요구한 이웃을 폭행하기도 했다. 핏불테리어는 동물보호법상 외출 시 입마개를 해야 하는 맹견 가운데 하나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는 8월 23일 이 50대 남성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보복협박 등), 감금치상, 동물보호법위반 등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 남성은 또 저수지에서 홀로 운동하는 한 노인을 자신의 승용차에 감금하고 폭행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들에 대한 폭행을 아주 단순하게
운전자로서 가장 짜증나는 일은 유턴을 하는 것이다. 유턴을 한다는 것은 길든 짧든 일정한 구간을 되돌아가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유턴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가급적 빨리 유턴을 하는 게 좋다. 그러려면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잘못되었음을 빨리 인정해야 한다.불교는 회심(回心)의 종교이다. 회심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을 돌린다는 것이다. 마음을 돌린다는 데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어두운 마음에서 밝은 마음으로 돌린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쁜 마음에서 착한 마음으로 돌린다는 것이다.어두운 마음은 모든 번뇌의 근원이
어떤 자기계발서 중에서“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는 제목의 광고를 접한 적이 있다. 본문을 읽지는 않았기에 속 내용은 모르겠으나 그 제목만으로도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서 핵심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여러 가지의 답변이 나오겠지만 아마도 ‘연기법’이 공통분모가 되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자들은 과연 ‘연기’의 가르침을 통해 자신의 삶을 얼마만큼이나 변화시키고 있을까? 불자들에게 묻고 싶다. ‘연기법을 알게 되니까 현실의 삶이 행복해 졌는지!’ 부처님이 제시한 연기법을 이해하고
제2회 세계일화국제불교영화제가 8월 28일 성황리에 끝났다. 영화상영은 6개 섹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부처님 가르침을 전파해온 스승들에 대한 작품 ‘연꽃’, 스님을 소재로 한 작품 ‘라일락’, 일반 대중에 대한 작품 ‘동백’, 현대사회의 공존과 조화 이야기를 담은 ‘수선화’, 특별전 및 기획전, 2022청소년영화캠프 등이 그것이다. 이 구분은 현재의 불교영화 범위를 드러내면서 동시에 앞으로 더욱 확장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또한 관객들의 작품 선택에 도움을 주는 배려의 일환이기도 하다.이번 영화제에서는 영화제 공모사이트, 불
종조(宗祖)는 그 종단을 존재케 하는 상징의 원천이다. 그 원천의 물이 흐릿해지면 종단의 종지(宗旨)⦁종풍(宗風) 또한 흔들리게 되고, 그것은 자연히 종도들의 분열로 이어진다. 그런 점에서 종조의 확고한 자리매김은 종도들의 애종심과 자긍심을 측정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북한산 태고사는 태고종 종조인 태고보우 원증 국사가 주석했던 종단의 상징적인 사찰이다. 얼마 전부터 시작된 태고사 인수 모연 불사가 갈수록 뜨겁다. 처음엔 환경적 요인 등으로 조금 망설이던 종도들마저 이젠 인수 모연 불사에 발 벗고 나섰다.종단에 대한 애종심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