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옹혜근(1320∼1376)은 20세에 절친한 친구의 죽음을 보고 삶의 무상을 느껴 공덕산(현 문경의 사불산) 묘적암 요연선사에게 출가하였다. 그 후 양주 회암사에서 4년간 치열한 용맹정진의 수행을 통해 크게 깨달았다.허공을 에워싸면서도 그림자도 형체도 없어 包塞虛空絶影形온갖 형상 머금었어도 본체는 항상 청정하구나 能含萬像體常淸눈 앞 진경을 누가 능히 헤아린다 할 것인가 目前眞景誰能量구름 걷힌 푸른 하늘에 가을 달은 밝아라. 雲卷靑天秋月明온갖 형상 머금었어도 본체[본성]은 항상 깨끗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 청정한 마음에서 빚어진 삼
바라제제사니법 제4조는 아란야주처수식계(阿蘭若住處受食戒)이다. ‘아란야’는 한문으로 ‘적정처(寂靜處)’, ‘공한처(空閑處)’, ‘원리처(遠離處)’라고 번역되며 마을에서 적당히 떨어져 수행하기 좋은 곳을 말한다. 아란야가 적당한 거리에 있어야 하는 이유는 비구들의 걸식 때문이다. 조문은 다음과 같다.“아란야 주처 안에는 위험이 따르고 공포를 동반한다고 인정되는 주처가 있다. 만약 비구가 이와 같은 [위험이 있는] 주처에 살면서 미리 알려지지 않은 담식이나 혹은 작식을 승원 내에서 무병(無病)이면서 자신의 손으로 받아 담식하거나 혹은
찜통더위, 불볕더위, 가마솥더위…. 대서(大暑)에는 수식어도 많다. 삼복더위의 무더운 날씨지만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시기이다. 예부터 대서(大暑)에는 더위 때문에 “염소뿔도 녹는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단단한 염소뿔 마저 녹는다는 대서. 여름의 토용(土用)은 이 계절에 들어간다. 토용(土用)이란 토왕용사(土王用事)의 준말로 토왕지절(土旺之節)의 첫날을 말한다. 토왕지절은 오행설(五行說)에서 토기(土氣)가 왕성하다는 절기이다.사계절은 입춘立春·입하立夏·입추立秋·입동立冬에서 시작한다. 절기가 바뀌기 전 18일간이 토에 배당되면서
차를 마실 때 제다장인이나 차상으로부터 어떨 때는 차선생님으로부터 “어떠냐?”는 말에 “좋네요”를 넘어 요즘은 “커피도 마셔보고 다른 사람이 만든 차도 먹어보시라!”고 자주 말한다. 어쩌면 그렇게 모두들 자기가 만든 차가 최고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남의 차는 미덥지 않아 못마시고 오직 자기차만 마신다는 사람들마저 있다. 우리 차산업문화 전체를 얕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겸손하지 않은 부적절한 말이라고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전한다.그런 말을 하시는 분들 대부분이 정말 좋은 차를 만드는 분들이지만 그렇
"아들 넷이면 한 아들은 출가시켜야 한다"는 국법에 따라 11세 어린나이에 자청하여 개성 영통사 난원스님에게로 출가한 대각국사 의천(1055~1101)은 선교 대립과 갈등을 원융회통하고, 《법화경》의 ‘회삼귀일’ 사상에 근거한 교관겸수 사상 제창과 천태종을 열었다.원효스님의 위대함을 가장 먼저 발견한 의천은 원효를 ‘해동교주, 원효보살’로 극찬함은 물론, 형 숙종이 원효에게 ‘화쟁국사’란 시호를 내리게 하였다. 의천이 지난한 구도의 길에서 한 줄기 광명이 되는 지남(指南)을 발견한 것은 바로 원효의 《금강경소》를 만난 덕분이었다.옳
유월이라 늦여름 되니 소서 대서 절기로다 대서 사이에서 여름 알려달궈진 대지에 불의 기운 강한 달황색은 숨어서 적색을 받쳐줘야중국 고대 역사건물엔 주홍색 많아 큰 비도 때로 오고 더위도 극심하다초록이 무성하니 파리 모기 모여들고평지 위에 물 고이니 참개구리 소리 난다(중략)이웃 마을 힘을 모아 삼 구덩이 파보세삼대를 베어 묶어 익게 쪄 벗기리라고운 삼 길쌈하고 굵은 삼 밧줄 꼬고촌집에 중요하기는 곡식에 버금가네산 밭 메밀 먼저 갈고 갯가 밭 나중 가소-「농가월령가」 ‘음력 6월령’ 중에서 중략‘소서(小署)가 넘으면 새 각시도 모심는
이번 호의 연재는 바라제제사니법(波羅提提舍尼法) 네 개 조문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회과법(悔過法)으로 번역되는 바라제제사니법은 한 명의 비구 앞에서 참회하면 되는 죄로서 모두 음식과 관련이 있다.바라제제사니법 제1조는 비친니수식계(非親尼受食戒)로 ‘비친니’에 관해서는 사타법 제4조에서 이미 설명하였으므로 생략하고 인연담을 보면 다음과 같다. 한 비구니가 있었는데 자신이 걸식으로 받은 음식을 우연히 만난 비구에게 보시하고자 하였고 그 비구는 비구니의 청을 수락하였으므로 비구니는 다시 걸식할 시간이 부족하여 굶게 되었다. 이러한
사람은 원래 불완전한 존재이다. 그리고 변화하고 성장하며 궁극을 향해 간다. 차는 안그런가? 차 역시 완전체는 아니다. 사람이나 인성이 부여된 차(물아일체의 차원에서 하는 날이다)나 모두 그런 완성을 향해 어쩌면 정해진 계획에 따라 나아갈 따름이다. 물론 '현재'의 분수에 만족할 때의 이야기이다. 말은 늘 이렇게 하지만 한순간은 몰라도 그보다는 상대적으로 좀 더 긴 호흡의 시간 동안 제대로 만족한 적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에 가끔 술이 아닌 차를 찾아 한숨을 돌리는 것을 보면 차는 정말 좋은 친구이다. 차벗도 필요하지만 차
바일제법 제88조 저두라금상욕계(貯兜羅錦牀褥戒)의 조문은 다음과 같다.“어떠한 비구라도 두라금(兜羅錦)을 넣은 침대 혹은 의자를 만들게 하면 [두라금은] 빼내고 바일제이다.”조문의 내용을 보면 다소 난해한 용어인 ‘두라’가 등장하는데 이는 빨리어 ‘뚤라(tūla)’를 음역한 것이고 비단, 면 등으로 번역되지만 보다 넓은 의미를 지닌 것으로 보이며 6군비구가 침대와 의자에 두라를 넣은 것이 재가자의 비난을 받은 일로 본 조문이 제정되었다.율장을 전공하면서 힘든 것은 외국어, 특히 영어 일본어 실력 부족으로 활용할 수 있는 텍스트가 제
원감국사 충지(1226∼1292)는 수선사(현 송광사)의 제6세 국사로, 선원사의 원오국사(1215~1286)에게 출가하였다. 지리산 상무주암에서 거미줄이 얼굴을 덮고, 무릎에 먼지가 쌓여 새발자국이 찍힐 정도로 용맹정진을 하였다. 어느 날, 선사는 깨닫고 보니 선재동자처럼 선지식을 찾아 다녔던 수고로움이 더 이상 필요 없으며, 천지가 동근이고 하나의 법신향임을 깨달았다.티끌과 정토가 모두 한 암자,방장실을 떠나지 않고도 남방을 두루 순방했네선재동자는 왜 그리도 심한 고생을 자처하여53선지식을 찾아 110성을 차례로 찾아갔던가塵刹都
김해 시내에는 순수공예삼보(대표 백경자)라는 차기정 선생의 전시관이 있다. 카페를 겸하고 있어서 ‘다반사카페’라고 하며 맷돌 커피와 맷돌 말차를 주로 다루고 있다. 공장은 가야사의 중심 가운데 하나인 김해시 생림면 무척산 중턱의 모은암 부근에 자리하고 있다. 1983년부터 불상조각, 한옥(사찰)시공을 비롯하여, 목공예·옻칠공예·도자공예 등 활발하게 작업하고 있는 법송 차기정 선생을 일본에서는 불모(佛母)라고 부른다.법송 선생은 16세 되던 어릴 때부터 일본 나고야에서 부처님 조각 즉 불상이나 불단 등을 직접 제작하다 1999년 그러
고려불교 중흥의 기틀을 마련한 진각혜심(1178∼1234) 국사는 스스로의 호를 무의자(無衣子)라 했듯이, 일체의 집착을 놓아 버리고 걸림이 없이 맑고 텅 빈 삶을 살다 간 전형적인 선승의 모습을 보여 준다.혜심은 출가 후 3년간의 고행정진을 마친 어느 가을 날, 몇몇 도반들과 함께 억보산(지금의 광양 백운산) 백운암에 머물고 있는 스승 지눌을 친견하러 갔다. 산 정상부근에 있는 암자를 두고 땀을 식히고 있는데, 스승의 시자 부르는 소리가 송림 사이로 은은하게 들려온다. 그리고 바람결에 스며오는 차 향기를 맡으며 혜심은 이렇게 읊는
한여름의 중앙 하지(夏至)는 24절기 중 열 번째 절기다. 하지는 24절기 중 망종(芒種)과 소서(小暑) 사이에 오월(午月)의 중기로 음력으로는 5월에 있다. 절기상 낮이 가장 길다는 하지는 정오의 태양 높이도 가장 높고, 낮시간과 일사량도 가장 많은 날이다. 이 시기에는 저녁 8시까지도 날이 훤하고 새벽 일찍 해가 뜬다. 때문에 밤에 늦도록 지내다 잠이 부족해지기 쉽다.동지(冬至)에 가장 길었던 밤 시간이 조금씩 짧아지기 시작하여 이날 가장 짧아지는 반면, 낮 시간은 일 년 중 가장 길어져 무려 14시간 35분이나 된다. 하지와
바일제법 제85조 비시입촌락계(非時入村落戒)로 비구는 비시에 촌락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계율이다. 율장에서 이야기하는 ‘비시(非時)’란 공양 시간이 아닌 때를 의미하므로 정오(正午)부터 다음 날 해가 뜰 때까지를 말하며, 촌락의 기준은 담장이 있는 마을의 경우 그 담장 내부를 말하고 담장이 없는 마을은 주로 마을 외부에 돌 등으로 경계를 해놓은 지점까지를 말한다. 조문은 다음과 같다. “어떠한 비구라도 같이 있던 비구에게 물어보지 않고, 비시에 촌락에 들어가면, 그에 알맞은 급한 일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 바일제이다.”본 조문은 6
차인을 만나다 보면 정말 세상에 숨은 고수가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스스로를 몰랐을 때는 자기가 최고 같고 그렇기에 ‘우물안 개구리’ 시절이 있었을진대, 지나고 나면 다 당시의 객기일 따름인가 보다. 고수들을 찾아서 만나다 보면 자기 자랑 삼매경에 빠진 나르시스 ‘도인’들도 많이 본다. 또는 다른 고수들의 ‘옥에 티’만 말하다 하룻밤을 새는 분도 만난다. 다들 은둔 고수의 명인 또는 장인이겠지만, 왠지 아직 ‘개구리’일지도 모른다고 동행이 말하는 말을 듣기도 한다.잘 모르겠다. 자기 자랑하면 또 어떻게 남 욕하면 또 어떤지
하동에서 덖음차를 만드는 분들 대부분은 어릴 적에 방안 화로에서 우린 잭쌀(작설의 화개 지역 사투리, 전통적인 방식의 발효차)에 사카린(예전 설탕의 대용품)을 넣어 마셨던 추억을 말한다. 감기가 들었을 때는 돌배나 생강까지 넣어서 마신 고뿔차 등도 이런 향수의 하나일 것이다. 그러다가 1970년대에 들어와 조태연가에 이어 조금씩 찻잎을 채취하여 제품으로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산 다농 하상연 선생도 차나무 묘목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차밭을 일구고 차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바로 1970년대 후반의 일이다.앞서 소개한 것처럼 하상연
한여름의 초입인 망종(芒種)은 24절기 중 9번째다. 까끄라기 망(芒) 대신에 잊을 망(忘) 자를 사용하기도 했다는데, 시기적으로 보리 베랴 모심으랴 너무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농사일 마치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로 바쁘다는 뜻이 들어 있을 것이다. 망종에는 보리 베기와 모내기를 하면서 한편으로는 거두고 한편으로는 심는다고 해서 “보리는 망종 전에 베라는 속담과 함께 보리를 먹고 볏모는 자라 심는다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쌀이 귀하던 시절 보릿고개 넘던 시절 배고픔의 시절 보릿고개 이야기는 추억의 한편으로 넘어가고 지금은 4대 작물에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