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나는 고향집에 다녀왔다. 어릴 적 외가에 의탁했던 터라 나는 외가를 고향집으로 여기고 있다. 내가 마음이 몹시 울울할 때면 고향집을 찾는 이유는 고향집 앞에 너른 금강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강가에 나가서 굽이치면서 흐르는 탁류를 보자 미당 서정주의 ‘신발’이 떠올랐다.“내 신발을 나는 먼 바다로 흘러내리는 개울물에서 장난하고 놀다가 그만 떠내려 보내 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마 내 이 신발은 벌써 변산 콧등 밑의 개 안을 벗어나서 이 세상의 온갖 바닷가를 내 대신 굽이치며 놀아 다니고 있을 것입니다.”어느 해 여름, 외조
지난 2월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전쟁이 터졌으니 10개월째다. 날마다 전쟁 관련 뉴스가 전해진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죽음과 파괴 속에서 지옥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두 장면이 떠오른다. 하나는 러시아정교회 수장인 키릴 총대주교의 발언이다.키릴 총대주교는 9월 25일 예배 시간에 “병역 의무를 수행하다 죽는 것은, 타인을 위한 희생”이라며 “이 희생을 통해 자신의 모든 죄는 씻긴다”라고 말했다. 푸틴의 예비군 동원령을 두둔한 것이다. 러시아의 1억5천만 인구 중 1억 명이 러시아정교회의 신자일 만큼 그의 영향력이 크다.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한 발언이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임 의원은 충북도지정문화재로 등록된 우리 종단의 용운사 소장 백의관음후불도가 도난문화재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임 의원의 발언대로라면 용운사 주지가 사문서를 위조해 도난문화재를 편취해 가로챘으므로 이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이에 용운사가 소속된 한국불교태고종 충북교구종무원이 임 의원의 주장을 반박하는 성명서를 내고 즉각적인 공개참회를 요구했다. 충북교구종무원은 용운사가 소장한 백의관음후불도는 청주소재 모사찰에서 도난문화재라 이의제
필자가 처음 불교를 접한 건 어릴 적 어머니 어깨 너머로였다. 그 덕에 나이 들면서 대ㆍ소승경전 등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에 관한 책을 꽤 섭렵했다. 하지만, 그렇게 불법(佛法)을 섭렵했다고 해서 마음의 '뾰쪽함'마저 완전히 떨칠 순 없었다. 그 뽀쪽함이 조금이나마 편해졌던 건 몇 십년 전, 어느 가을날 한 비구니 스님을 통해서였다.마침 고향을 가기 위해 서울역에서 목포행 기차를 탔다. 그런데 옆자리에 비구니 스님이 앉아 계셨다. 60대 초로의 스님이었다. 늦가을 햇살이 스님의 어깨를 지나 필자의 가슴께로 빛쳐 들었다. 하지만 필
가을이 되면 나무들은 마른 잎을 부는 바람에 날려 보낸다. 마치 누군가에게 보내는 엽서 같다. 그 엽서들은 바람을 타고 곳곳으로 날아간다. 하지만 그 엽서를 받고서 엽서에 적힌 메시지를 읽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마른 잎은 바닥에 뒹굴다가 다른 마른 잎들과 함께 수북하게 쌓인다. 길에 쌓인 낙엽들을 밟으면 그 나뭇잎들이 나뭇가지에서 피어나서 초록이 지쳐 단풍이 들기까지의 여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를테면, 봄볕을 받으며 하늘하늘 날아가는 나비 떼나 신록의 산그늘에서 들려오는 소쩍새의 울음이라든지, 무더운 여름날 미루나무 꼭대
한국불교태고종 양주 청련사가 11월 22일 장흥주민센터에서 김장김치와 연탄 등 나눔행사를 실시했다. 충북교구종무원도 11월 19일 청주시 청원구 내덕1동, 내덕2동에 거주하는 저소득층 10가구에 연탄 3천 장, 쌀 10kg 10포대, 휴지 10다발 등 생필품을 전달하는 ‘나눔 봉사’를 실시했다. 사단법인 나누우리는 11월 12일 창원 상곡문화체육센터에서 희망나눔 음악회를 갖고 이 자리에서 지역 각 기관의 추천을 받아 기초수급자, 한부모가정, 지적장애, 코스탈로 증후군, 심장장애 등의 청소년 6명에게 각 1백만 원씩 총 6백만 원의
이 글의 주제와 관련하여 몇 년 전 일이 생각난다. 교육학 관련학회에 불교교육 관련 논문을 제출하고 심사를 받았는데, 심사위원 가운데 한 분이 불교는 종교인데 어떻게 교육에 관해 논할 수 있느냐라고 심사평을 하였다. 그래서 필자는 불교가 종교인 것은 맞으나 불교에는 인문사회학적 내용을 담고 있는 불교학이라는 학문이 있으므로 얼마든지 불교의 교육적 측면에 관한 논지를 전개할 수 있다고 답변하였다. 지금 왜 이러한 내용을 쓰고 있느냐하면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우리 사회에 이런 편견이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편견은 불교의 학문적
서울 한복판 종로3가엔 탑골공원이 있다. 예전에 이곳엔 조선의 일곱 번째 왕 세조의 명에 의해 건립된 원각사가 있었다. 꽤 큰 규모의 사찰이었다. 세조는 어린 조카인 단종과 사육신을 죽이고 왕위에 올랐다. 그런 그가 사찰을 건립한 것은 참회의 뜻이었다.그러나 원각사는 늘 아슬아슬했다. 성균관 유생들은 기회만 있으면 폐사를 주장했다. 왕이 지은 절일지라도 존립이 위태로웠다. 유학이 세상을 지배하던 시기였고, 그 지배력은 왕의 의지도 꺾을 기세였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성종 때부터 원각사의 운명은 아슬아슬했다. 유생들은 대종을 치는
또 다시 국민들이 슬픔에 빠졌다. 지난 10월 29일 밤 이태원에서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모인 다수의 인파가 뒤엉켜 넘어지면서 3백 명이 넘는 압사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참사 당시 이태원에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핼러윈을 즐기려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해밀턴 호텔 옆 골목은 보행로 폭이 4미터 안팎으로 매우 좁은 구역임에도 현장 통제 및 통행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이것이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이 사고로 156명이 사망하는 등 3백여 명의 사상자가 발
우리민족 고유신앙과 불교의 아름다운 만남을 연구하는 ‘한국민속불교학회’는 오랫동안 나를 소개해준 문구다. 대부분의 종교 ․ 사상 ․ 철학은 발생지를 벗어나 새로운 문명을 만나면 자신들의 모습에 변화를 일으킨다. 그것을 습합이라 하고 혹은 혼합 또는 신크리티즘이다. 신크리티즘은 모든 종교는 다른 종교로부터 자기 종교를 배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한다. 다른 종교는 배척의 대상이 아니라 자기 종교를 이해하고 나아가서 자시 종교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요소이다. 한국불교는 인도에서 붓다에 의해 창교되어 중국을 거쳐 한반도에 전래되
북한산 태고사 종단인수를 위한 모연불사가 연내 성취를 목전에 두고 막바지 성금동참이 이어지고 있다. 태고사 종단인수는 종도들 사이 큰 반향과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이 모연불사를 통해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종도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가난한 절에서도 경제적 어려움을 감내하면서 성금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특히 북미유럽교구에서도 3백만 원의 성금을 만들어 교구장 종매 스님이 직접 한국에 들어와 총무원장 호명 스님을 예방하고 전달했다.종도들의 이러한 적극적인 호응과 동
김성동 선생님, 생멸멸이(生滅滅已) 적멸위락(寂滅爲樂), 이제 생멸(生滅)이 없어진 곳에서 ‘적멸(寂滅)의 즐거움’을 누리실 터이니 얼마나 평안하십니까?몇 년 전 제가 출간한 장편소설을 보내자 선생님은 “무엇을 어떻게 가리킬 것인가?”라는 화두와 같은 말씀을 우편엽서에 적어 보내주셨습니다. 소설쓰기도 수행과 다르지 않아서 직지인심(直指人心)할 수 있어야 함을 일깨워주신 것일 테지요. 우편엽서를 받고서 저는 책장에 꽂혀 있는 선생님의 장편소설과 작품집을 바라보았습니다.선생님은 《길》의 군말(저자의 말)에서 “《길》과 《만다라》와 《집
세상은 시끄러워도 가을은 또다시 찾아왔다. 초봄의 매화는 하얀 눈과 찬 바람을 배경으로 한 점 핏방울처럼 피어나더니 가을 산의 낙엽은 떠난 이를 위한 손수건처럼 망연히 세상을 적막 속으로 끌고 간다.남몰래 가을을 기다린 사람이 있다면, 그의 가슴에도 봄 매화의 핏방울 한 점이 있고 낙엽 같은 공적의 징표도 있을 것이다. 하여 이 가을엔 좀 덜 외롭고 좀 덜 아프기를 간절히 바랄 것이다. 그러나 어디 세상이 그렇게 만만한가? 정치는 정치대로 시끄럽고 경제는 경제대로 혼란하다. 긴박한 뉴스를 들으며 시작한 하루는 실망스러운 뉴스를 들으
내려갈 때 보았네올라갈 때 보지 못한그 꽃- 고은의 ‘그 꽃’ 필자는 몇 년 전부터 가까운 것이 안 보이기 시작했다. 소위 노안(老眼)이 온 것이다. 굳이 돋보기까지는 쓰지 않지만, 책을 보려면 안경을 벗어야 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안경을 벗은 채 책을 보는 게 익숙해질 무렵 필자는 노안이 오는 이유에 대해 궁구했다. 어쩌면 그 이유는 가까운 곳을 보면서 살라는 천명(天命)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고은의 ‘그 꽃’이나 나태주의 ‘풀꽃’이나 신경림의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등 시편들이 떠올랐다.신경림 시
한국불교태고종 충북교구신도회 발대식이 10월 8일 청주도시재생센터 1층에서 개최됐다. 이날 충북교구신도회 발대식에는 총무원장 호명 스님과 전국신도회 배석영 회장이 참석해 축하와 격려의 말을 전했다. 충북교구신도회는 회장에 권기식 태고종 국제협력자문위원장(한중도시우호협회장)을 비롯해 교구사찰 신도들로 임원진을 구성했다. 각 사찰에서 골고루 참여한 임원진은 향후 충북교구 종무원 및 종단 홍보 등과 지역사회 봉사활동 기여 등을 사업목표로 내세우는 한편 장학사업 인재발굴 등의 활동을 펼쳐나가기로 했다. 충북교구 종무원장 도안 스님은 이날
얼마 전 종교와 관련해 관심을 끌 만한 설문조사 결과 하나가 언론에 보도되었다. 미국의 복음주의 신자들 사이에 이단적 견해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설문조사는 미국의 복음주의 사역단체에서 수행했는데, 이 단체들은 2년마다 미국인의 신앙의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조사 결과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으며(53%), 성령은 인격적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하며(60%), 사람의 본성은 선하다고 생각하는 것(57%)으로 나타났다. 이런 생각은 복음주의 교리와 어긋나는 것이다.[국민일보, 미국인 53
가을은 수확(收穫)의 계절이자 조락(凋落)의 계절이다. 산야가 황금빛으로 출렁이는가 싶으면, 어느새 나무들은 가지의 고엽들을 모두 떨어뜨리고 나목이 된다. 이는 밤하늘을 밝히던 한가위 보름달이 사위어서 초승달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벽암록》제27칙은 체로금풍(體露金風)의 화두이다.이 화두는 한 스님이 “나무가 마르고 잎이 떨어질 때는 어떠합니까?”라고 묻자, 운문 선사가 “체로금풍이다.”라고 답한 것에서 기인한다.나무를 가렸던 무성했던 이파리들이 가을바람에 모두 떨어지고 나면 나무는 비로소 자신의 본래면목을 드러내게 된다. 체
한국불교태고종이 주최 주관하는 행사가 10월을 맞아 연이어 열린다. 일정 순서대로 나열하면 10월 6일부터 9일까지 한국불교역사문화사진전이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 1층 대강당과 법륜사 종각을 무대로 개최된다. 10월 16일엔 태고보우국사 다례재가 오전 9시 북한산 태고사 경내 및 부도전에서 봉행된다. 10월 20일엔 제11회 태고문화축제가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 한울광장에서 진행된다. 이어 10월 24일엔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태고보우국사 학술세미나가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 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다.이들 행사는
‘유착’, 이 말에는 어둡고 습한 기운이 서려 있다. 사전에서는 ‘사물들이 서로 깊은 관계를 가지고 결합하여 있음’이라고 풀이한다. 그러나 유착은 친교, 교제, 교류와는 거리가 먼 부정적인 정서와 분위기가 배어 있다.일본에서는 지금 통일교와 자민당 사이의 유착 논란이 일고 있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총격살해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정치인을 살해한 사건은 일본은 물론 많은 나라에 충격이었다. 정치적으로 안정적인 나라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에서 더욱 놀랐다.아베를 살해한 용의자는 자신의 어머니가 통일교에 거액을 헌금해 가정 파탄에 이
불자들이 독송하는《금강경》은 이렇게 시작된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서 큰 비구들 1,250명과 함께 계셨다. 이 때에 부처님께서 식사 때가 되자 가사를 입으시고 발우를 지니시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시었다. 그 성 안에서 차례로 걸식을 마치시고 본래의 처소로 돌아와 식사를 하시고 가사와 발우를 거두시고 발을 씻으신 후,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법회인유분」의 표현대로 부처님이 세상에 계실 때 인도 수행자들은 매일 아침 사람들이 있는 마을에 들어가 탁발을 하고 수행처로 되돌아와서 탁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