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伏)날은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에 들어 있는 세 번의 절기를 말한다. 복날은 열흘 간격으로 온다. 그러나 해에 따라서는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 간격이 되기도 한다. 이를 월복(越伏)이라고 하는데 올해가 그런 경우다. 7월 11일 초복에서 입추(立秋)를 지나 8월 10일 말복까지 꼭 한 달이다.《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등에 따르면 복날에는 보신(補身)을 위해 개장국 같은, 특별한 음식을 장만해 먹는 풍습이 있었다. 요즘에는 흔히 닭백숙이나 삼계탕을 보양식이라는 이름으로 잘 만들어 먹는다. 또 더위를 먹지 않고 질병에도 걸리
우란분은 범어이다. 한자로는 ‘해도현(解倒懸)’ 즉, ‘거꾸로 매달린 것을 풀어준다’는 것이다. 거꾸로 매달린 것은 살아생전에 죄를 많이 지은 중생들이다.우란분절은 목련존자 설화에서 기인한 것이다.부처님의 제자인 목련은 천안(天眼)으로 우주의 모든 현상을 꿰뚫어 볼 수 있었다. 효심이 지극한 목련은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천상과 인간계를 두루 살펴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살펴보아도 어머니가 보이지 않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지옥계를 살펴보았다. 어머니는 아귀도에 떨어져 고통을 받고 있었다.슬퍼하는 목련존자에게 부처님이 어머니를 지옥에서 벗
만년설(萬年雪)은 영험한 풍경이다. 아침 햇살을 받은 거대한 순백의 산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빛나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자연의 위대함 앞에 저절로 겸허의 세계로 들어간다. 종교적 경험을 자연에 빗대어 설명하곤 하는데, 만년설의 풍경을 보면 그 까닭을 알 수 있다.만년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 만년설이 녹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세계의 지붕’으로 불리는 히말라야 설산도 녹아내리고 있다. 얼마 전의 뉴스에 따르면, 현재의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 21세기 말에는 히말라야의 빙하 중 80
계간 이 94호 특집으로 ‘함께 돌아봐야 할 소수자의 인권’을 다뤘다. 이 특집논단은 우선 현시대에 나타나는 주요 이슈를 분석하고 거기에 맞는 불교적 삶과 정신은 무엇인지 살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 세분화된 주제 역시 눈길을 끈다. △소수자 차별의식 극복을 위한 학교교육 △우리 곁의 난민, 우리 곁의 이웃 △이주민과 다문화 가족 문제의 불교적 대응 △불교, 성소수자를 품다 등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현시대에 어떻게 유용하게 적용할 것인지 살펴보는 것이어서 큰 반향을 부르고 있다고 한다. 어느 시대에든 삶의 방식과 대
최근 전국에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면서 올여름 무더위 기승이 심상치 않다. 34도까지 치솟던 6월 18일, 기상청은 전국에 예년보다 이른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고온다습한 무더위는 열대성 기후의 폭우도 동반하는데, 7~8월 기상청은 평년보다 극심한 집중호우를 예상하고 있으므로 문제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이를테면 2022년 여름, 강남 한복판에서의 물난리도 그러한 예에 속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반지하방에서 세 가족이 익사한 인명 사고에 있다.나의 어머니께서도 이런 물난리의 피해자셨다. 현재는 임대아파트로 거처를 옮기셨지만, 수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추억의 장소에서 빠지지 않는 곳이 동물원이다. 누구나 한 번은 다녀갔을 것이다. 나도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이었을 때에 과천의 서울대공원 내의 동물원으로 가족 나들이를 갔다. 즐거운 시간을 보낸 장소로 기억된다.최근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살던 얼룩말 ‘세로’의 탈출을 계기로 동물원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언론은 물론 개인 블로그와 유튜브에서도 관련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동물원 존폐 논란은 꽤 오랜 주제다.이런 가운데 시사주간지 은 최근호에서 ‘얼룩말 탈출 그 후, 동물원의 존재 이유를 묻다’는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6월에는 애국선열과 국군장병들의 충절(忠節)을 추모하는 6월 6일 현충일이 있고, 동족상잔의 비극이 벌어진 6월 25일이 있다.흔히 근대화의 3요소로 산업화, 민족주의, 자유인의 출현을 꼽는다. 근대화의 3요소 중 민족주의는 파시즘의 사상적 근간이 됐다. 2차 세계대전은 서구 열강의 식민지 쟁탈 과정에서 야기된 것이고, 그 사상적 기반이 된 것이 바로 민족주의이다. 독일은 게르만우월주의를 내세우면서 홀로코스트를 자행했고, 일본은 대동아공영을 내세우면서 난징 대학살을 자행했다.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민족주의
6월 27일을 기점으로 제27대 총무원장 임기가 끝나고 새로이 제28대 총무원장의 임기가 시작됐다. 27대 총무원장 호명 스님은 종단 내홍을 딛고 들어서 종도들의 염원이랄 수 있는 종단의 안정화를 꾀했다. 이러한 안정적 토대를 기반으로 종도들의 전폭적인 동참하에 북한산 태고사 종단 인수불사를 완수했다. 종단의 안정은 어떠한 불사도 이루어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줬다.제28대 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27대 총무원 집행부가 출범하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단에 대한 남다른 애종심과 공심이 지금의 종단 안정화에 기여했다
벚꽃이 개화한 4월에 이어 가정의 달인 전월에도 언론을 통한 자살 보도가 부쩍 많았다. 지지난달에는 강남역 오피스텔 옥상에서 투신한 여고생이 자살 과정을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생중계하여 큰 충격을 줬다. 더구나 투신하는 모습이 화면에 잡히도록 거치대를 사용하는 바람에 이십여 명의 시청자는 그 끔찍한 장면을 목격해야만 했다.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또 경악할 만한 사고가 발생했다. 강남의 한 중학생이 동급생의 목을 찌른 뒤 아파트에서 투신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틀 뒤에는 유명 아이돌이 자택에서 숨져 대중들을 충격
부처님오신날을 치렀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수많은 불자들이 사찰을 찾아 등을 밝혔다. 건강과 평화를 기원했고, 그늘진 곳에도 햇살이 따사로이 비추기를 염원하며 거룩하신 부처님 전에 두 손을 모았다.부처님오신날에 앞서 지난 20일에는 서울과 부산을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 제등행렬을 펼쳤다. 그야말로 온 나라가 흥겨운 잔칫날이었다. 서울 동대문에서 종각에 이르는 거리에는 10만의 불자들이 동참했다. 연도의 시민들은 박수로 행렬을 맞이했으며, 각색의 장엄등을 바라보며 탄성을 지르며 시름을 내려놓았다. 부산의 불자들은 특히 엑스포 부산
서울시 서대문구청이 우리 종단 사찰인 신촌 봉원사에 관음바위 전망대를 이전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온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서대문구청은 이 공문에서 올해 예산을 확보해 관음바위 전망대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겠다고 약속했다. 관음바위 전망대는 서대문구청이 2013년 안산 자락길 상부 봉수대 아래에 설치한 시설로 이로 인해 관음바위 경관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관음바위는 조선 영조 24년 찬즙대사가 어명을 받들어 봉원사를 옮기기 위해 가람 터를 찾던 중 신묘한 계곡 물을 마신 후 관음보살 형상을 띤 바위를 보고 지금의 장
동해 무릉별유천지가 있는 곳, 두타산 자락의 산들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뻐꾸기와 소쩍새가 울고, 모내기 준비로 무논의 봇도랑마다 개구리들 합창이 경쾌하다. 어릴 적 찔레를 꺾어먹고 자랐던 찔레 순에는 흰 찔레꽃이 소담스럽다. 마당 꽃밭에는 마가렛이 꽃구름처럼 피고 있다. 가끔 무적교가 있는 신흥천 뚝방길로 저녁 산책을 나서면 우연찮게 목청을 높여 인사하는 고라니와 조우하기도 하고, 길고양이들과 눈빛 인사를 나눈다.동해 무릉계 삼화사, 삼척 미로 천은사, 강릉 정동진 등명락가사 등 전국의 사찰 경내마다 한창 피는 불두화가 불자들의 발길
노예제, 여성참정 제한, 장자상속, 제국주의자들의 식민 지배와 선주민 몰아내기. 이런 행위들이 한때 세상을 활보했다.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관행, 관습, 문화의 일부가 실은 기득권 유지를 위한 장치로 기획되어 작동되었던 적이 있었다.엄밀한 사실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자연과학에서도 거짓이 지배하던 때가 있었는데, 지동설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겠다. 자연과학은 여전히 미지의 세계가 더 넓다. 그러니 우리가 상식 또는 사실이라고 여기는 것들에 대해 계속 의심의 눈길을 주어야 한다.사실이 아니거나 삶을 억압하는 것이라면 과감
한국불교태고종 태고총림 선암사가 주권회복을 선언해 주목받고 있다. 선암사는 지난 4월 22일 총무원장 호명 스님, 호법원장 혜일 스님, 제28대 총무원장 당선자 상진 스님 등 종단 지도부와 각급 기관장, 그리고 전국에서 5백여 명의 사부대중이 동참한 가운데 대웅전 본존불과 각황전 약사여래불 개금불사 회향식을 갖는 자리에서 주권회복을 선언했다. 모두 11개 항목으로 이루어진 주권회복 선언문은 대법원 확정판결에 의해 지난 2월 10일자로 태고총림 선암사가 ‘한국불교태고종 선암사’로 소유권 경정 등기 이전 절차가 완료됨에 따라 선암사가
깡통전세란 전세가가 매매가에 근접하여, 세입자가 보증금을 떼일 위험도가 높은 상황을 말한다. 금융시장 관점에서 보면 전세는 집주인이 타인의 자본을 이용하여 자기 이익을 높이는 수단이자, 부동산 대출과 금리에 연결되어있는 서민형 금융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상품은 사기꾼들로부터 보증금을 지켜 낼 확실한 안전장치가 없다는 것이다.돈이 오가는 곳에는 문제들이 숨어있다. 시세를 잘 알 수 없는 신축 빌라나 오피스텔 위주로 사기가 발생하는데,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들에게 전세대출이 잘 나오기 때문에, 주로 피해 대상이 된다, 뻔히
책 읽는 작은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데, 올해 초 새 주제를 ‘자연의 권리’로 정했다. 이 주제의 책과 논문을 읽고 느낌과 생각을 나누고, 이 내용을 많은 이들에게 알려 자연의 권리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것이 이 모임의 취지이다.애초 이 모임은 가축 살처분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 2020년이었다. 이해 12월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로 수천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되었다. 조류인플루엔자는 2003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1~2년 주기로 발생하고 있으며, 그때마다 정부는 전염병이 발생한 농가는 물론 인근 농가의 닭과 오리
하루 세 번 식탁을 마주할 때마다/ 내 몸 속에 들어와 고이는/ 인간의 성분을 헤아려 보는데/ 어머니 지구가 굳이 우리 인간만을/ 편애해야 할 까닭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우주를 먹고 자란 살 한 톨이/ 내 몸을 거쳐 다시 우주로 돌아가는/ 커다란 원이 보입니다/ 내 몸과 마음 깨끗해야/ 저 쌀 한 톨 제자리로 돌아갈 텐데// 저 커다란 원이 내 몸에 들어와/ 툭툭 끊기고 있습니다이문재의 ‘지구의 가을’일부이다. 이 시편은 2003년 소월시문학상 당선작이다. 이문재 시인은 1연의 끝에 “지리산 실상사 공양간(식당) 배식대 앞에 붙어
4월 초,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 어머니를 모시고 갔다. 한 달 전부터 기다리고 계셨던 터라 무척 설레고 좋아하셨는데 마음과는 달리 몸은 영 불편해 보였다. 급기야 다리가 아프니 쉬어가자고 들어간 부스가 서예가 정기옥 선생님의 ‘불설대보 부모은중경’의 병풍이 전시된 곳이었다. 갑자기 바닥에 쭈그리고 앉는 노 스님을 보고 보살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자리를 내주셨다. 고마워하면서 이 병풍 만드느라 애쓰셨다니까 새벽 세 시면 일어나 금니로 쓰신다는 데 올해 일흔아홉이라고 한다. ‘부모은중경’! 그제사 눈이 번쩍 뜨이며 병풍을 찬찬히 들여다
한국불교태고종 제28대 총무원장 선거가 4월 18일 실시돼 상진 스님이 당선됐다. 이번 총무원장 선거는 한결 성숙한 종단의 선거문화를 보여줬다고 평가된다. 우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엄중하고 깨끗한 선거를 치르기 위해 남다른 열정과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선거관리위원장 구산 스님은 입후보자 자격심사가 이뤄진 자리에서 “역대 어느 선거보다 깨끗하고 공명정대한 선거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각종 흑색선전과 비방을 철저히 단속하고 부정한 행위는 선거 이후라도 책임을 물어 당선무효까지 시키겠다”고 선관위의 의지를 엄중하게 피력했다.이러한 선관
며칠 전 내린 비에 꽃잎이 흐트러졌다. 때아니게 바람까지 거칠다. 봄이려니 했는데 낙화가 분분하다. 분홍의 꽃잎이 마치 눈처럼 흩날리는 풍경을 보았다. 가슴이 뛴다. 절정의 시간이 찰나처럼 지나가듯 꽃의 시간은 짧고, 그 시간이 가는 것이 내내 아쉽다. 짧은 인생에서 봄의 정취를 만끽하는 일은 복되다. 다시 1년을 기다려야 봄꽃의 황홀함에 겨울 수 있다. 먼지를 뒤집어 쓴 것처럼 부였던 산이 어느 날은 연둣빛이더니 며칠 지나는 사이에 초록으로 갈아입었다. 이제 눈부신 햇살을 받아 저 산은 녹음으로 치달을 것이고, 꽃 진 자리에서 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