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여성참정 제한, 장자상속, 제국주의자들의 식민 지배와 선주민 몰아내기. 이런 행위들이 한때 세상을 활보했다.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관행, 관습, 문화의 일부가 실은 기득권 유지를 위한 장치로 기획되어 작동되었던 적이 있었다.엄밀한 사실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자연과학에서도 거짓이 지배하던 때가 있었는데, 지동설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겠다. 자연과학은 여전히 미지의 세계가 더 넓다. 그러니 우리가 상식 또는 사실이라고 여기는 것들에 대해 계속 의심의 눈길을 주어야 한다.사실이 아니거나 삶을 억압하는 것이라면 과감
한국불교태고종 태고총림 선암사가 주권회복을 선언해 주목받고 있다. 선암사는 지난 4월 22일 총무원장 호명 스님, 호법원장 혜일 스님, 제28대 총무원장 당선자 상진 스님 등 종단 지도부와 각급 기관장, 그리고 전국에서 5백여 명의 사부대중이 동참한 가운데 대웅전 본존불과 각황전 약사여래불 개금불사 회향식을 갖는 자리에서 주권회복을 선언했다. 모두 11개 항목으로 이루어진 주권회복 선언문은 대법원 확정판결에 의해 지난 2월 10일자로 태고총림 선암사가 ‘한국불교태고종 선암사’로 소유권 경정 등기 이전 절차가 완료됨에 따라 선암사가
깡통전세란 전세가가 매매가에 근접하여, 세입자가 보증금을 떼일 위험도가 높은 상황을 말한다. 금융시장 관점에서 보면 전세는 집주인이 타인의 자본을 이용하여 자기 이익을 높이는 수단이자, 부동산 대출과 금리에 연결되어있는 서민형 금융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상품은 사기꾼들로부터 보증금을 지켜 낼 확실한 안전장치가 없다는 것이다.돈이 오가는 곳에는 문제들이 숨어있다. 시세를 잘 알 수 없는 신축 빌라나 오피스텔 위주로 사기가 발생하는데,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들에게 전세대출이 잘 나오기 때문에, 주로 피해 대상이 된다, 뻔히
책 읽는 작은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데, 올해 초 새 주제를 ‘자연의 권리’로 정했다. 이 주제의 책과 논문을 읽고 느낌과 생각을 나누고, 이 내용을 많은 이들에게 알려 자연의 권리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것이 이 모임의 취지이다.애초 이 모임은 가축 살처분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 2020년이었다. 이해 12월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로 수천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되었다. 조류인플루엔자는 2003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1~2년 주기로 발생하고 있으며, 그때마다 정부는 전염병이 발생한 농가는 물론 인근 농가의 닭과 오리
하루 세 번 식탁을 마주할 때마다/ 내 몸 속에 들어와 고이는/ 인간의 성분을 헤아려 보는데/ 어머니 지구가 굳이 우리 인간만을/ 편애해야 할 까닭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우주를 먹고 자란 살 한 톨이/ 내 몸을 거쳐 다시 우주로 돌아가는/ 커다란 원이 보입니다/ 내 몸과 마음 깨끗해야/ 저 쌀 한 톨 제자리로 돌아갈 텐데// 저 커다란 원이 내 몸에 들어와/ 툭툭 끊기고 있습니다이문재의 ‘지구의 가을’일부이다. 이 시편은 2003년 소월시문학상 당선작이다. 이문재 시인은 1연의 끝에 “지리산 실상사 공양간(식당) 배식대 앞에 붙어
4월 초,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 어머니를 모시고 갔다. 한 달 전부터 기다리고 계셨던 터라 무척 설레고 좋아하셨는데 마음과는 달리 몸은 영 불편해 보였다. 급기야 다리가 아프니 쉬어가자고 들어간 부스가 서예가 정기옥 선생님의 ‘불설대보 부모은중경’의 병풍이 전시된 곳이었다. 갑자기 바닥에 쭈그리고 앉는 노 스님을 보고 보살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자리를 내주셨다. 고마워하면서 이 병풍 만드느라 애쓰셨다니까 새벽 세 시면 일어나 금니로 쓰신다는 데 올해 일흔아홉이라고 한다. ‘부모은중경’! 그제사 눈이 번쩍 뜨이며 병풍을 찬찬히 들여다
한국불교태고종 제28대 총무원장 선거가 4월 18일 실시돼 상진 스님이 당선됐다. 이번 총무원장 선거는 한결 성숙한 종단의 선거문화를 보여줬다고 평가된다. 우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엄중하고 깨끗한 선거를 치르기 위해 남다른 열정과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선거관리위원장 구산 스님은 입후보자 자격심사가 이뤄진 자리에서 “역대 어느 선거보다 깨끗하고 공명정대한 선거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각종 흑색선전과 비방을 철저히 단속하고 부정한 행위는 선거 이후라도 책임을 물어 당선무효까지 시키겠다”고 선관위의 의지를 엄중하게 피력했다.이러한 선관
며칠 전 내린 비에 꽃잎이 흐트러졌다. 때아니게 바람까지 거칠다. 봄이려니 했는데 낙화가 분분하다. 분홍의 꽃잎이 마치 눈처럼 흩날리는 풍경을 보았다. 가슴이 뛴다. 절정의 시간이 찰나처럼 지나가듯 꽃의 시간은 짧고, 그 시간이 가는 것이 내내 아쉽다. 짧은 인생에서 봄의 정취를 만끽하는 일은 복되다. 다시 1년을 기다려야 봄꽃의 황홀함에 겨울 수 있다. 먼지를 뒤집어 쓴 것처럼 부였던 산이 어느 날은 연둣빛이더니 며칠 지나는 사이에 초록으로 갈아입었다. 이제 눈부신 햇살을 받아 저 산은 녹음으로 치달을 것이고, 꽃 진 자리에서 열
도시 문명의 이기를 누리면서부터 봄이 와도 아지랑이를 볼 수 없게 되었다. 어릴 적 필자는 저 멀리 불꽃같이 아른거리는 아지랑이를 보면서 삶이 한낱 꿈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오현 스님은 ‘아지랑이’라는 시편에서 “끝내 삶도 죽음도 내던져야 할 이 절벽에/ 마냥 어지러이 떠다니는 아지랑이들/ 우습다/ 내 평생 붙잡고 살아온 것이 아지랑이더란 말이냐.”라고 일갈하였고, 공초 오상순은 ‘꿈’이라는 시편에서 “꿈에 나서 꿈에 살고 / 꿈에 죽어가는 인생/ 부질없다 깨려는 꿈/ 꿈은 깨어 무엇하리”라고 노래했다.오현 스
봄이 오면 펼쳐보는 시가 있다. 최영미의 ‘선운사에서’이다.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어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 한참이더군마지막 연의 두 행, ‘꽃이 지는 건 쉬어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은 실로 절창이다. 찰나의 사랑이 영원의 그리움으로 승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시인들이 선운사의 동백꽃을
잊혀질 듯하면 종교와 관련된 대형 사건이 터진다. 이번에는 일명 JMS라 불리는 기독교복음선교회에서 벌어진 것이다. 3월 초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가 업로드되면서 종교의 이름 아래 벌어진 추악함이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지난해 7월에는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총격해 살해한 사건을 계기로 통일교와 일본 정계의 유착이 일본은 물론 한국 사회에도 큰 충격을 던졌다. 두 집단의 유착은 뿌리 깊었다. 기시다 내각에서 통일교와의 관계가 드러난 이들이 적지 않았다. 기시다 총리는 지지율이 급락하자 통일교와 관련 있는 7명의 각
부처님오신날이 올해부터 대체공휴일 제도가 적용된다고 한다. 이에 따라 부처님오신날이 토요일인 올해는 월요일 5월 29일날 하루 더 쉬게 된다. 주무부서인 인사혁신처는 “부처님오신날과 기독탄신일에 대해 대체공휴일을 확대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3월 16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입법예고 기간은 다음달 5일까지이다. 이러한 내용은 법제처 심사, 차관·국무회의, 대통령 재가 등을 거쳐 관보에 공포될 예정이다. 인사혁신처는 “국민의 휴식권 보장, 중소기업 부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2023년 3월 1일은 104주년 3ㆍ1절이다. 전국 각지에서 기념식과 함께 여러 행사가 열렸다. 정의기억연대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제1585차 정기수요시위를 열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서울 용산역 강제징용 노동자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강제징용 배상 해법을 비판했다. 일본의 사죄와 한국 정부의 적절한 대응도 촉구했다.서울광장에서는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과 6ㆍ15남측위원회 주최로 ‘104주년 3ㆍ1절 범국민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94) 할머니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경제전문가가 말했다.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게 누구냐. 돈이거든요.” 그의 말이 내내 걸렸다. 수긍하면서도 동의할 수 없고, 부정할래야 전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그래서 불편했다. 세상의 모든 것을 돈에 매몰시킨 신자유주의는 우리 생각의 밑바닥까지 지배한다.그러나 세상은 돈이 있어도 얻을 수 없고,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가치들이 아직은 많다. 최근 인기를 끈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재벌가 자녀의 학교폭력과 그것을 덮는 더러운 짓은 돈의 힘이었지만, 끝내는 파멸을 맞는다. 우정, 자비, 사랑, 친절,
애인이여/ 너를 만날 약속을 인젠 그만 어기고/ 도중에서/ 한눈이나 좀 팔고 놀다가기로 한다./ 너 대신/ 무슨 풀잎사귀나 하나/ 가벼히 생각하면서/ 너와 나 사이/ 절간을 짓더라도/ 가벼히 한눈파는/ 풀잎사귀 절이나 하나 지어 놓고 가려한다.위 시는 미당 서정주의 ‘가벼히’이다. 이 시편의 모티브는 아마도 부처님의 일화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수행공동체를 둘러보다가 이전에 없던 나무로 잘 지어진 요사채를 보고서 아난존자에게 물었다.“저 집은 누가 지은 것이냐?”“목수 출신의 수행자가 지은 것입니다.”“당장 저 집을 허물어
4월 18일 실시되는 한국불교태고종 제28대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총무원 집행부를 음해하거나 비방하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해 올리거나 선거를 혼탁하게 하려는 모욕과 명예훼손 성격의 글들을 SNS를 통해 의도적으로 퍼뜨리려는 시도들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글들을 이용해 일부 교계 인터넷매체는 마치 큰 문제라도 생긴 양 보도함으로써 향후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적이 걱정이 앞선다.때마침 총무원 규정부가 규정부장 명의로 공고문을 내 이같은 행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할 것임을 시사하고
최근 3년이라는 코로나의 기나긴 고통의 터널을 지나 희망의 일상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가슴이 아리도록 슬픈 두 가지 소식이 있었다. 그 하나는 튀르키예와 시리아 접경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으로 인하여 5만이 넘는 사망자와 2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대참사이다. 팬케익처럼 무너져 내린 건물 앞에서 그 안에 갇혀 있는 가족들의 구조를 바라며 애태우는 시민들의 간절한 표정에 전 세계 국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한없이 슬퍼했으며, 부족한 인원과 장비에다 영하의 혹독한 날씨 속에서도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서 사투를 벌
최근 필자는 소설집 《검은 입 흰 귀》와 장편소설 《염주》를 출간했다. 소설집에 실린 의 주인공 명정 스님은 벗이라곤 붓밖에 없는 화승(畵僧)이다.“불화를 그릴 때는 꿈속에서도 불보살님을 만났다. 꿈속에서 명정은 불화를 그리다가 불화 속으로 들어가곤 했다. 영산회상도 속으로, 아미타후불도 속으로, 비로자나후불도 속으로, 약사여래후불도 속으로, 지장시왕도 속으로, 관세음보살도 속으로 들어가 자신은 사리지고, 그리하여 종내는 그림만이 오롯하게 남게 됐다. 단청을 그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꿈을 꿀 때마다 명정은 단청 속
“법은 인간이 만든 것이므로 인간중심적인 편향성을 띨 가능성이 있다. 야생동물의 권리는 흔히 부차적인 중요성을 부여받곤 한다. 그러나 우주에서 인간과 동물은 동등한 위치에 있다.”“우리가 절멸 위기종을 지키고자 힘쓰는 이유는, 그들이 인간과 마찬가지로 이 지구상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인간의 이익이 자동적인 우위를 차지하지 않으며, 인간은 제 이익과 무관하게 비인간 생명체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위에서 인용한 문장은 생태주의자의 주장이 아니다. 세계적인 종교지도자의 권고도 아니다. 영성활동가나 이상주의자의 생각도 아니다
지난 2월 6일 새벽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발생한 지진으로 수만 명의 인명과 각종 피해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과 관련 한국불교태고종 총무원은 즉각 지진피해돕기를 위한 전용계좌룰 만들어 종도들의 적극 동참을 독려하고 나섰다. 그러자 포교원장 법경 스님이 1백만 원을 희사하는 등 제방의 종도들이 제각각 성금을 내며 튀르키예와 시리아가 하루빨리 지진피해로부터 벗어나길 기원했다.그런데 한 가지 아쉬움을 던져주고 있는 것은 지진피해돕기 성금모금 창구가 종단 내에서도 여럿 개설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생들의 아픔과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이들의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