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성법음을 전하는 사람들의 모임 풍경소리 사무총장2023년 9월 28일이면 공식적으로 풍경소리 활동을 시작한 지 만 24년이 되는 날이다. 어쩌다 보니 개인적으로 9월 28일 하고 여러 인연이 있는데 그 중에도 1983년 9월 28일이 입대일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당시 전두환 군사독재정권하에서 학생운동(학내활동도 있었지만 대학생불교연합회 임원)을 했다는 이유로 강제로 징집당한 날이다. 세월이 흘러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에서 강제징집피해자로 인정받긴 했어도 인생에 있어 잊지 못할 고통스런 날로 기록되었다. 16
추석 무렵김남주반짝반짝 하늘이 눈을 뜨기 시작하는 초저녁나는 자식놈을 데불고 고향의 들길을 걷고 있었다. 아빠 아빠 우리는 고추로 쉬하는데 여자들은 엉덩이로 하지? 이제 갓 네 살 먹은 아이가 하는 말을 어이없이 듣고 나서나는 야릇한 예감이 들어 주위를 한번 쓰윽 훑어보았다. 저만큼 고추밭에서아낙 셋이 하얗게 엉덩이를 까놓고 천연스럽게 뒤를 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이 들어서 그랬는지산마루에 걸린 초승달이 입이 귀밑까지 째지도록 웃고 있었다.(《김남주 시전집》, 창비, 2014)*과학기술의 발달은 이미지의 대중적 확산을 가능하게 함으
지금 9월의 연꽃 밭을 거닐고 있는 나의 시야에는 큼지막한 연잎들이 마치도 크나 큰 우산을 연상케 하고 있으며, 드문드문 피어 있는 몇 개의 연꽃만이 도량을 찾는 불자들을 맞고 있는 가을 초입의 풍광은 까맣게 변하고 있는 연밥과 누렇게 물들고 있는 연잎들이 자연의 무상(無常)함을 알려주고 있다.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이곳에서는 형형색색의 연꽃들이 그 찬연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나는 청, 백, 적, 황의 수려한 색감과 청아하면서도 고결함을 느낄 때마다 연꽃이 지니고 있는 네 가지 덕을 생각하곤 했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불교 수
두부유병록아무래도 누군가의 살을 만지는 느낌따듯한 살갗 안쪽으로 심장이 두근거리고 피가 흐르는 것 같다 곧 깊은 잠에서 깨어날 것 같다순간의 촉감으로 사라진 시간을 복원할 수 있을 것 같은데두부는 식어간다이미 여러 차례 죽음을 경험한 것처럼 차분하게차가워지는 가슴에 얹었던 손으로, 이미 견고해진 몸을 붙잡고 흔들던 손으로두부를 만진다지금은 없는 시간의 마지막을, 전해지지 않는 온기를 만져보는 것이다점점 사이가 멀어진다두부를 오래 만지면피가 식어가고 숨소리가 고요해지는 느낌, 곧 떠날 영혼의 머뭇거림에 손을 얹는 느낌이것은 지독한 감
요즈음 우리는 뉴스나 매스컴을 통하여 접하는 용어들을 보면서 상당히 혼란스러운 시대에 살고 있음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예를 들면 나와 너, 남자와 여자,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부자와 빈자, 강자와 약자 등의 단어들이다.상대라는 것은 서로를 마주보면서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는 가운데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중간 지점, 또는 더욱 수승한 사상인 중도(中道)를 이루어 내는 소중한 대상을 말하는 개념이다.만약에 이 넓은 세상에 나 홀로 존재하고 상대가 없다면 그 얼마나 외롭고 쓸쓸할 것인가? 결국 그 개인은 고독함을 견디지 못하고
우리 사회에서 영웅에 대한 비판은 일종의 넘사벽이다.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에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이 대표적 예이다. 또 하나는 일제 강점으로부터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들이다.최근 사회적 통념을 단숨에 뛰어넘은 사건이 발생했다. 영웅에 대해 수준이 낮은 이념의 잣대까지 들이댔다. 현 정권에서 최근 독립군의 홍범도 장군이 레닌 공산당 가입을 문제 삼아 우리 역사와 기억 속에서 지우려 하고 있다.1920년 6월 중국 만주 봉오동전투를 승리로 이끌고, 그해 10월 백야 김좌진 장군과 연합작전으로 청산리대첩을
취임 100일째를 향해 가는 한국불교태고종 제28대 총무원장 상진 스님의 발길이 활발발하다. 특히 태고종의 외부 위상 정립과 외연확장을 위한 발길은 더더욱 활발발하다. 그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것은 지난 9월 2일 청주 백운사에서 태고종 총무원이 주최하고 충북교구종무원이 주관한 오송궁평지하차도 희생자 합동위령재(49재)다.지난 7월 15일 오송궁평지하차도 침수사고로 14명의 고귀한 생명이 희생되자 태고종은 종단 차원에서 이들 영가들과 유가족들을 위해 49재를 봉행하기로 하고 이 같은 방침에 따라 관할 교구인 충북교구종무원에서 매 주
요즘 들어 마음챙김, 즉 명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엄밀히 말해 마음챙김이란 마음을 다스리는 훈련과정이다. 마음챙김의 주요 특성엔 4가지가 꼽힌다. 첫째, 즉시성(卽時性)으로 현재 일어나고 있는 대상에 대한 즉각적인 자각(自覺)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들뜨지 않는 것으로서 관찰 대상에 주의를 집중하려는 의도적인 노력을 말한다. 셋째는 대상을 조작하지 않는 것으로서 몸과 마음에 나타나는 현상을 조작 및 조절하려 하지 않고 다만 있는 그대로 관찰하려는 태도다. 넷째는 번뇌의 공격으로부터 막아주거나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자세의 견지다
한국불교태고종 제15대 중앙종회가 9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을 회기로 제149회 임시중앙종회를 개회, 제주 일대에서 마지막 의정활동을 펼친 후 페회됐다. 이번 제149회 임시중앙종회에서는 중앙종회 개선발전에 대한 논의와 종단 발전방안 제안 등을 안건으로 상정해 종회의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종단 미래에 대한 종도들의 기대를 반영하는 뜻깊은 자리를 가졌다는 평가다. 중앙종회 의장 법담 스님도 15대 중앙종회의 마지막 의정활동인 점을 의식해 “지난 4년 동안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종단의 주요사안을 의결하고 예결산을 심
총무원장 상진 스님이 전국시도교구종무원을 순회하면서 종도들과의 대화가 허심탄회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지난 달 27일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3원장 및 주요기관장, 전국시도교구종무원장 연석회의에서 지방종무원의 민원사항을 파악하는 한편 장마와 폭우에 따른 수재민을 돕기 위한 차원에서 전국시도교구를 순회하는 것을 의제로 각 시도교구의 협조를 구했고 종무원장 스님들도 이에 적극 동의했다. 이에 따라 일정이 잡혀지는대로 현재 순회가 진행되고 있는데 가는 곳마다 종도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삼보일배(三步一拜)의 사전적 풀이는 ‘수행, 기도, 참회 따위를 목적으로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하면서 가는 일’이다. ‘세 걸음’에는 삼보(三寶)가, ‘일배’는 귀의의 뜻이 들어 있다. 그러니까 삼보일배는 부처님께(1보), 가르침·진리에(2보), 스님들께(3보) 귀의(일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 걸음’을 삼독(三毒)에 빗대기도 한다. 이기심으로 가득 찬 탐심(貪心)을(1보), 속세에 더럽혀진 진심(塵心)을(2보), 어리석은 치심(癡心)을(3보) 멸한다(일배)는 뜻으로 삼보일배를 풀이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절을 하면서
지구별에 사는 인간 삶의 도덕적 위기에 대한 한탄의 소리는 귀에 면역이 될 정도로 들어왔다. 그래도 많은 사람은 중생이 사는 세상이 그러려니 하면서 스스로 위안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 보기도, 듣기도, 말하기도 끔찍한 일들을 겪으면서 그동안의 위안이 얼마나 안이한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날 너나 할 것 없이 도덕성 회복의 목청을 돋우고 있으나 마치 ‘찢어진 거미줄’을 손가락으로 수리하려는 느낌이 든다.현대 사회에서 도덕성 회복의 제일 큰 기능과 역할을 가지고 있는 곳이 바로
1977년 겨울 육군훈련소에서의 기본 훈련을 마치고 군종병 보수교육을 위해 열차를 타고 전방사단으로 이동 중, 의정부역에 정차했을 때였다. 차창 밖에서 어린아이들의 외침이 들려 왔다. “군인 아저씨 건빵 좀 줘요!”이 모습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이 직접 겪었거나 보았던 장면 중 하나이다. 6.25전쟁 이후 세계의 많은 나라로부터 원조를 받아 폐허가 된 전쟁의 상처를 치료한 우리나라는 전 국민의 기적과도 같은 노력 끝에 이젠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였다. 이와 함께 지난 2010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 원조
양들을 망볼 때마다내 교활한 가슴은 “늑대다!” 외쳐,시골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늑대다! 늑대다!”-그러면 착한이웃들은 깜짝 놀라, 나를 구하려고삽과 쇠스랑을 가져오곤 했다.마침내 내 고함 소리를 모두가 알게 되었다.거기에 나의 해방이 있었다.나는 혼자서 늑대와 마주쳤다.그리고 평온하게 잡아먹혔다.(최승자 옮김. 《죽음의 엘레지》, 읻다)- 기존의 권위에 기댄 언어의 특징은 상투성이다. ‘살던 대로’의 관성과 ‘하던 대로’의 관행이 상투적 패턴들의 기저를 이룬다. 거기엔 성찰이 없고, 창조도 없고, 진실한 감정도 없다. 오직 언어
오늘은 음력 6월 15일이어서 나는 다니고 있는 재적사찰에서 보름천도법회를 맞고 있다. 내일은 백중 3재이고, 모레는 한글역경의 주역이신 월운당 큰스님의 49재일 가운데 칠칠재를 앞두고 있으며, 8월은 일주일마다 수요일에 백중재를 맞으려 하고 있다.한 번 태어났으니 한 번 가신 분들을 돌이켜 보면 자식으로서, 후손으로서, 신도로서 많은 미련과 아쉬움들이 흘러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아마도 대부분의 아쉬운 감정의 물결은 이렇게 흐르고 있을 것이다.‘살아 계실 때 좀 더 잘할 것을......’‘평소에 좀 더 자주 뵐 것을......’‘
술에 취해 별다른 이유 없이 60대의 택시 기사를 주먹으로 폭행한 20대 해군 특수부대 부사관이 공분을 사고 있다. 또 얼마 전엔 서울 신림동에서 칼을 마구 휘둘러 살인과 살상을 저지른 젊은이가 신상이 공개되는 등 우리 사회에 묻지마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부르고 있다.해마다 ‘묻지마 범죄’가 꼬리를 물고 있다. 대검찰청 범죄 분석에 따르면 ‘묻지마 범죄’ 피의자들은 2000년 306명에서 2005년 319명, 2010년에는 465명으로 늘었다. 10년이 지난 현재 2020년대엔 1천 명을 훌쩍 넘기고 있어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
지난 6월 27일 제28대 총무원장 상진 스님 집행부가 들어선 지 40여 일이 지났다. 짧은 기간이지만, 새 집행부가 들어선 뒤 두 가지가 크게 바뀌었다.우선 내부 환경이 대폭 바뀌었다. 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취임하자마자 총무원사 환경 정리부터 했다. 기존에 파티션으로 구획을 나눠 배치했던 각 부장단과 종무원의 자리를 파티션을 철거하고 완전 개방형으로 바꿨다. 분위기를 일신하려는 측면도 있지만, 내부는 물론 외부인과의 소통을 보다 더 원활히 하기 위해서다.두 번째는 사회적 문제 등 외부 환경에 제때에 맞게 즉각 즉각 대응함으로써 종
지난 7월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인해 전국에 걸쳐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다수 실종자는 물론 인명피해가 적지 않았고 가옥파괴와 침수, 농축산물 가격 폭등 등 전반에 걸쳐 수재 후유증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때 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종단 소속 피해사찰 현황파악을 위한 공문을 발송하는 것을 시작으로 수재민돕기에 적극 나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3원장 및 주요기관장과 전국시도교구종무원장 연석회의를 7월 27일 개최한 자리에서 전국시도교구 순회를 시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수재민돕기 성금모금을 위한 종무원장들의 협조를 당부했다.이는
지난 7월 12일 경기 양주 청련사에서 열린 한국불교태고종 제27·28대 총무원장 이·취임식에서 제28대 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첫 일성으로 “태고종의 법통과 법맥을 전승하고 수호하며 본종의 정통성과 전통성의 위상과 가치를 굳건히 확립하여 종도 여러분들께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퍽, 상식적’인 말이었다. 그런데 ‘퍽, 상식적’인 그 말이 ‘퍽, 상식적’인 말로 들리지 않고 ‘퍽, 참신한’ 말로 들린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결론은 간단하다. 그동안 적통 정통 장자종단임을 자임하면서도 태고종은 적통 정통 장
얼마전 챗GPT는 세상을 놀라게 했다. PC초기시대 인터넷의 혁명은 스마트폰으로 지구 전체와 소통이 가능하게 하더니, 이제는 사람, 사물, 공간을 초연결하는 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현실이 되고 있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과 소수의 인력으로 운영되는 식물공장이 국가 단위로 필요한 식자재를 대량생산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게 될 것이고, 택배와 배달음식은 드론이 담당하며, 전 국토의 도로가 자율주행용 스마트 도로로 대체될 것이다. 가상현실을 넘나들고, 의료혁명과 수명증가는 누구나 예측가능 할 만큼 뻔 한 내일이다. 하지만 보고도 믿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