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겨울 육군훈련소에서의 기본 훈련을 마치고 군종병 보수교육을 위해 열차를 타고 전방사단으로 이동 중, 의정부역에 정차했을 때였다. 차창 밖에서 어린아이들의 외침이 들려 왔다. “군인 아저씨 건빵 좀 줘요!”이 모습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이 직접 겪었거나 보았던 장면 중 하나이다. 6.25전쟁 이후 세계의 많은 나라로부터 원조를 받아 폐허가 된 전쟁의 상처를 치료한 우리나라는 전 국민의 기적과도 같은 노력 끝에 이젠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였다. 이와 함께 지난 2010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 원조
양들을 망볼 때마다내 교활한 가슴은 “늑대다!” 외쳐,시골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늑대다! 늑대다!”-그러면 착한이웃들은 깜짝 놀라, 나를 구하려고삽과 쇠스랑을 가져오곤 했다.마침내 내 고함 소리를 모두가 알게 되었다.거기에 나의 해방이 있었다.나는 혼자서 늑대와 마주쳤다.그리고 평온하게 잡아먹혔다.(최승자 옮김. 《죽음의 엘레지》, 읻다)- 기존의 권위에 기댄 언어의 특징은 상투성이다. ‘살던 대로’의 관성과 ‘하던 대로’의 관행이 상투적 패턴들의 기저를 이룬다. 거기엔 성찰이 없고, 창조도 없고, 진실한 감정도 없다. 오직 언어
오늘은 음력 6월 15일이어서 나는 다니고 있는 재적사찰에서 보름천도법회를 맞고 있다. 내일은 백중 3재이고, 모레는 한글역경의 주역이신 월운당 큰스님의 49재일 가운데 칠칠재를 앞두고 있으며, 8월은 일주일마다 수요일에 백중재를 맞으려 하고 있다.한 번 태어났으니 한 번 가신 분들을 돌이켜 보면 자식으로서, 후손으로서, 신도로서 많은 미련과 아쉬움들이 흘러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아마도 대부분의 아쉬운 감정의 물결은 이렇게 흐르고 있을 것이다.‘살아 계실 때 좀 더 잘할 것을......’‘평소에 좀 더 자주 뵐 것을......’‘
술에 취해 별다른 이유 없이 60대의 택시 기사를 주먹으로 폭행한 20대 해군 특수부대 부사관이 공분을 사고 있다. 또 얼마 전엔 서울 신림동에서 칼을 마구 휘둘러 살인과 살상을 저지른 젊은이가 신상이 공개되는 등 우리 사회에 묻지마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부르고 있다.해마다 ‘묻지마 범죄’가 꼬리를 물고 있다. 대검찰청 범죄 분석에 따르면 ‘묻지마 범죄’ 피의자들은 2000년 306명에서 2005년 319명, 2010년에는 465명으로 늘었다. 10년이 지난 현재 2020년대엔 1천 명을 훌쩍 넘기고 있어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
지난 6월 27일 제28대 총무원장 상진 스님 집행부가 들어선 지 40여 일이 지났다. 짧은 기간이지만, 새 집행부가 들어선 뒤 두 가지가 크게 바뀌었다.우선 내부 환경이 대폭 바뀌었다. 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취임하자마자 총무원사 환경 정리부터 했다. 기존에 파티션으로 구획을 나눠 배치했던 각 부장단과 종무원의 자리를 파티션을 철거하고 완전 개방형으로 바꿨다. 분위기를 일신하려는 측면도 있지만, 내부는 물론 외부인과의 소통을 보다 더 원활히 하기 위해서다.두 번째는 사회적 문제 등 외부 환경에 제때에 맞게 즉각 즉각 대응함으로써 종
지난 7월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인해 전국에 걸쳐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다수 실종자는 물론 인명피해가 적지 않았고 가옥파괴와 침수, 농축산물 가격 폭등 등 전반에 걸쳐 수재 후유증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때 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종단 소속 피해사찰 현황파악을 위한 공문을 발송하는 것을 시작으로 수재민돕기에 적극 나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3원장 및 주요기관장과 전국시도교구종무원장 연석회의를 7월 27일 개최한 자리에서 전국시도교구 순회를 시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수재민돕기 성금모금을 위한 종무원장들의 협조를 당부했다.이는
지난 7월 12일 경기 양주 청련사에서 열린 한국불교태고종 제27·28대 총무원장 이·취임식에서 제28대 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첫 일성으로 “태고종의 법통과 법맥을 전승하고 수호하며 본종의 정통성과 전통성의 위상과 가치를 굳건히 확립하여 종도 여러분들께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퍽, 상식적’인 말이었다. 그런데 ‘퍽, 상식적’인 그 말이 ‘퍽, 상식적’인 말로 들리지 않고 ‘퍽, 참신한’ 말로 들린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결론은 간단하다. 그동안 적통 정통 장자종단임을 자임하면서도 태고종은 적통 정통 장
얼마전 챗GPT는 세상을 놀라게 했다. PC초기시대 인터넷의 혁명은 스마트폰으로 지구 전체와 소통이 가능하게 하더니, 이제는 사람, 사물, 공간을 초연결하는 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현실이 되고 있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과 소수의 인력으로 운영되는 식물공장이 국가 단위로 필요한 식자재를 대량생산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게 될 것이고, 택배와 배달음식은 드론이 담당하며, 전 국토의 도로가 자율주행용 스마트 도로로 대체될 것이다. 가상현실을 넘나들고, 의료혁명과 수명증가는 누구나 예측가능 할 만큼 뻔 한 내일이다. 하지만 보고도 믿을
복(伏)날은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에 들어 있는 세 번의 절기를 말한다. 복날은 열흘 간격으로 온다. 그러나 해에 따라서는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 간격이 되기도 한다. 이를 월복(越伏)이라고 하는데 올해가 그런 경우다. 7월 11일 초복에서 입추(立秋)를 지나 8월 10일 말복까지 꼭 한 달이다.《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등에 따르면 복날에는 보신(補身)을 위해 개장국 같은, 특별한 음식을 장만해 먹는 풍습이 있었다. 요즘에는 흔히 닭백숙이나 삼계탕을 보양식이라는 이름으로 잘 만들어 먹는다. 또 더위를 먹지 않고 질병에도 걸리
우란분은 범어이다. 한자로는 ‘해도현(解倒懸)’ 즉, ‘거꾸로 매달린 것을 풀어준다’는 것이다. 거꾸로 매달린 것은 살아생전에 죄를 많이 지은 중생들이다.우란분절은 목련존자 설화에서 기인한 것이다.부처님의 제자인 목련은 천안(天眼)으로 우주의 모든 현상을 꿰뚫어 볼 수 있었다. 효심이 지극한 목련은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천상과 인간계를 두루 살펴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살펴보아도 어머니가 보이지 않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지옥계를 살펴보았다. 어머니는 아귀도에 떨어져 고통을 받고 있었다.슬퍼하는 목련존자에게 부처님이 어머니를 지옥에서 벗
만년설(萬年雪)은 영험한 풍경이다. 아침 햇살을 받은 거대한 순백의 산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빛나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자연의 위대함 앞에 저절로 겸허의 세계로 들어간다. 종교적 경험을 자연에 빗대어 설명하곤 하는데, 만년설의 풍경을 보면 그 까닭을 알 수 있다.만년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 만년설이 녹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세계의 지붕’으로 불리는 히말라야 설산도 녹아내리고 있다. 얼마 전의 뉴스에 따르면, 현재의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 21세기 말에는 히말라야의 빙하 중 80
계간 이 94호 특집으로 ‘함께 돌아봐야 할 소수자의 인권’을 다뤘다. 이 특집논단은 우선 현시대에 나타나는 주요 이슈를 분석하고 거기에 맞는 불교적 삶과 정신은 무엇인지 살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 세분화된 주제 역시 눈길을 끈다. △소수자 차별의식 극복을 위한 학교교육 △우리 곁의 난민, 우리 곁의 이웃 △이주민과 다문화 가족 문제의 불교적 대응 △불교, 성소수자를 품다 등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현시대에 어떻게 유용하게 적용할 것인지 살펴보는 것이어서 큰 반향을 부르고 있다고 한다. 어느 시대에든 삶의 방식과 대
최근 전국에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면서 올여름 무더위 기승이 심상치 않다. 34도까지 치솟던 6월 18일, 기상청은 전국에 예년보다 이른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고온다습한 무더위는 열대성 기후의 폭우도 동반하는데, 7~8월 기상청은 평년보다 극심한 집중호우를 예상하고 있으므로 문제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이를테면 2022년 여름, 강남 한복판에서의 물난리도 그러한 예에 속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반지하방에서 세 가족이 익사한 인명 사고에 있다.나의 어머니께서도 이런 물난리의 피해자셨다. 현재는 임대아파트로 거처를 옮기셨지만, 수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추억의 장소에서 빠지지 않는 곳이 동물원이다. 누구나 한 번은 다녀갔을 것이다. 나도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이었을 때에 과천의 서울대공원 내의 동물원으로 가족 나들이를 갔다. 즐거운 시간을 보낸 장소로 기억된다.최근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살던 얼룩말 ‘세로’의 탈출을 계기로 동물원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언론은 물론 개인 블로그와 유튜브에서도 관련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동물원 존폐 논란은 꽤 오랜 주제다.이런 가운데 시사주간지 은 최근호에서 ‘얼룩말 탈출 그 후, 동물원의 존재 이유를 묻다’는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6월에는 애국선열과 국군장병들의 충절(忠節)을 추모하는 6월 6일 현충일이 있고, 동족상잔의 비극이 벌어진 6월 25일이 있다.흔히 근대화의 3요소로 산업화, 민족주의, 자유인의 출현을 꼽는다. 근대화의 3요소 중 민족주의는 파시즘의 사상적 근간이 됐다. 2차 세계대전은 서구 열강의 식민지 쟁탈 과정에서 야기된 것이고, 그 사상적 기반이 된 것이 바로 민족주의이다. 독일은 게르만우월주의를 내세우면서 홀로코스트를 자행했고, 일본은 대동아공영을 내세우면서 난징 대학살을 자행했다.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민족주의
6월 27일을 기점으로 제27대 총무원장 임기가 끝나고 새로이 제28대 총무원장의 임기가 시작됐다. 27대 총무원장 호명 스님은 종단 내홍을 딛고 들어서 종도들의 염원이랄 수 있는 종단의 안정화를 꾀했다. 이러한 안정적 토대를 기반으로 종도들의 전폭적인 동참하에 북한산 태고사 종단 인수불사를 완수했다. 종단의 안정은 어떠한 불사도 이루어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줬다.제28대 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27대 총무원 집행부가 출범하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단에 대한 남다른 애종심과 공심이 지금의 종단 안정화에 기여했다
벚꽃이 개화한 4월에 이어 가정의 달인 전월에도 언론을 통한 자살 보도가 부쩍 많았다. 지지난달에는 강남역 오피스텔 옥상에서 투신한 여고생이 자살 과정을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생중계하여 큰 충격을 줬다. 더구나 투신하는 모습이 화면에 잡히도록 거치대를 사용하는 바람에 이십여 명의 시청자는 그 끔찍한 장면을 목격해야만 했다.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또 경악할 만한 사고가 발생했다. 강남의 한 중학생이 동급생의 목을 찌른 뒤 아파트에서 투신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틀 뒤에는 유명 아이돌이 자택에서 숨져 대중들을 충격
부처님오신날을 치렀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수많은 불자들이 사찰을 찾아 등을 밝혔다. 건강과 평화를 기원했고, 그늘진 곳에도 햇살이 따사로이 비추기를 염원하며 거룩하신 부처님 전에 두 손을 모았다.부처님오신날에 앞서 지난 20일에는 서울과 부산을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 제등행렬을 펼쳤다. 그야말로 온 나라가 흥겨운 잔칫날이었다. 서울 동대문에서 종각에 이르는 거리에는 10만의 불자들이 동참했다. 연도의 시민들은 박수로 행렬을 맞이했으며, 각색의 장엄등을 바라보며 탄성을 지르며 시름을 내려놓았다. 부산의 불자들은 특히 엑스포 부산
서울시 서대문구청이 우리 종단 사찰인 신촌 봉원사에 관음바위 전망대를 이전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온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서대문구청은 이 공문에서 올해 예산을 확보해 관음바위 전망대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겠다고 약속했다. 관음바위 전망대는 서대문구청이 2013년 안산 자락길 상부 봉수대 아래에 설치한 시설로 이로 인해 관음바위 경관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관음바위는 조선 영조 24년 찬즙대사가 어명을 받들어 봉원사를 옮기기 위해 가람 터를 찾던 중 신묘한 계곡 물을 마신 후 관음보살 형상을 띤 바위를 보고 지금의 장
동해 무릉별유천지가 있는 곳, 두타산 자락의 산들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뻐꾸기와 소쩍새가 울고, 모내기 준비로 무논의 봇도랑마다 개구리들 합창이 경쾌하다. 어릴 적 찔레를 꺾어먹고 자랐던 찔레 순에는 흰 찔레꽃이 소담스럽다. 마당 꽃밭에는 마가렛이 꽃구름처럼 피고 있다. 가끔 무적교가 있는 신흥천 뚝방길로 저녁 산책을 나서면 우연찮게 목청을 높여 인사하는 고라니와 조우하기도 하고, 길고양이들과 눈빛 인사를 나눈다.동해 무릉계 삼화사, 삼척 미로 천은사, 강릉 정동진 등명락가사 등 전국의 사찰 경내마다 한창 피는 불두화가 불자들의 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