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마음챙김, 즉 명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엄밀히 말해 마음챙김이란 마음을 다스리는 훈련과정이다. 마음챙김의 주요 특성엔 4가지가 꼽힌다. 첫째, 즉시성(卽時性)으로 현재 일어나고 있는 대상에 대한 즉각적인 자각(自覺)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들뜨지 않는 것으로서 관찰 대상에 주의를 집중하려는 의도적인 노력을 말한다. 셋째는 대상을 조작하지 않는 것으로서 몸과 마음에 나타나는 현상을 조작 및 조절하려 하지 않고 다만 있는 그대로 관찰하려는 태도다. 넷째는 번뇌의 공격으로부터 막아주거나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자세의 견지다
삼보일배(三步一拜)의 사전적 풀이는 ‘수행, 기도, 참회 따위를 목적으로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하면서 가는 일’이다. ‘세 걸음’에는 삼보(三寶)가, ‘일배’는 귀의의 뜻이 들어 있다. 그러니까 삼보일배는 부처님께(1보), 가르침·진리에(2보), 스님들께(3보) 귀의(일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 걸음’을 삼독(三毒)에 빗대기도 한다. 이기심으로 가득 찬 탐심(貪心)을(1보), 속세에 더럽혀진 진심(塵心)을(2보), 어리석은 치심(癡心)을(3보) 멸한다(일배)는 뜻으로 삼보일배를 풀이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절을 하면서
지구별에 사는 인간 삶의 도덕적 위기에 대한 한탄의 소리는 귀에 면역이 될 정도로 들어왔다. 그래도 많은 사람은 중생이 사는 세상이 그러려니 하면서 스스로 위안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 보기도, 듣기도, 말하기도 끔찍한 일들을 겪으면서 그동안의 위안이 얼마나 안이한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날 너나 할 것 없이 도덕성 회복의 목청을 돋우고 있으나 마치 ‘찢어진 거미줄’을 손가락으로 수리하려는 느낌이 든다.현대 사회에서 도덕성 회복의 제일 큰 기능과 역할을 가지고 있는 곳이 바로
1977년 겨울 육군훈련소에서의 기본 훈련을 마치고 군종병 보수교육을 위해 열차를 타고 전방사단으로 이동 중, 의정부역에 정차했을 때였다. 차창 밖에서 어린아이들의 외침이 들려 왔다. “군인 아저씨 건빵 좀 줘요!”이 모습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이 직접 겪었거나 보았던 장면 중 하나이다. 6.25전쟁 이후 세계의 많은 나라로부터 원조를 받아 폐허가 된 전쟁의 상처를 치료한 우리나라는 전 국민의 기적과도 같은 노력 끝에 이젠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였다. 이와 함께 지난 2010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 원조
양들을 망볼 때마다내 교활한 가슴은 “늑대다!” 외쳐,시골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늑대다! 늑대다!”-그러면 착한이웃들은 깜짝 놀라, 나를 구하려고삽과 쇠스랑을 가져오곤 했다.마침내 내 고함 소리를 모두가 알게 되었다.거기에 나의 해방이 있었다.나는 혼자서 늑대와 마주쳤다.그리고 평온하게 잡아먹혔다.(최승자 옮김. 《죽음의 엘레지》, 읻다)- 기존의 권위에 기댄 언어의 특징은 상투성이다. ‘살던 대로’의 관성과 ‘하던 대로’의 관행이 상투적 패턴들의 기저를 이룬다. 거기엔 성찰이 없고, 창조도 없고, 진실한 감정도 없다. 오직 언어
오늘은 음력 6월 15일이어서 나는 다니고 있는 재적사찰에서 보름천도법회를 맞고 있다. 내일은 백중 3재이고, 모레는 한글역경의 주역이신 월운당 큰스님의 49재일 가운데 칠칠재를 앞두고 있으며, 8월은 일주일마다 수요일에 백중재를 맞으려 하고 있다.한 번 태어났으니 한 번 가신 분들을 돌이켜 보면 자식으로서, 후손으로서, 신도로서 많은 미련과 아쉬움들이 흘러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아마도 대부분의 아쉬운 감정의 물결은 이렇게 흐르고 있을 것이다.‘살아 계실 때 좀 더 잘할 것을......’‘평소에 좀 더 자주 뵐 것을......’‘
술에 취해 별다른 이유 없이 60대의 택시 기사를 주먹으로 폭행한 20대 해군 특수부대 부사관이 공분을 사고 있다. 또 얼마 전엔 서울 신림동에서 칼을 마구 휘둘러 살인과 살상을 저지른 젊은이가 신상이 공개되는 등 우리 사회에 묻지마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부르고 있다.해마다 ‘묻지마 범죄’가 꼬리를 물고 있다. 대검찰청 범죄 분석에 따르면 ‘묻지마 범죄’ 피의자들은 2000년 306명에서 2005년 319명, 2010년에는 465명으로 늘었다. 10년이 지난 현재 2020년대엔 1천 명을 훌쩍 넘기고 있어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
지난 6월 27일 제28대 총무원장 상진 스님 집행부가 들어선 지 40여 일이 지났다. 짧은 기간이지만, 새 집행부가 들어선 뒤 두 가지가 크게 바뀌었다.우선 내부 환경이 대폭 바뀌었다. 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취임하자마자 총무원사 환경 정리부터 했다. 기존에 파티션으로 구획을 나눠 배치했던 각 부장단과 종무원의 자리를 파티션을 철거하고 완전 개방형으로 바꿨다. 분위기를 일신하려는 측면도 있지만, 내부는 물론 외부인과의 소통을 보다 더 원활히 하기 위해서다.두 번째는 사회적 문제 등 외부 환경에 제때에 맞게 즉각 즉각 대응함으로써 종
지난 7월 12일 경기 양주 청련사에서 열린 한국불교태고종 제27·28대 총무원장 이·취임식에서 제28대 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첫 일성으로 “태고종의 법통과 법맥을 전승하고 수호하며 본종의 정통성과 전통성의 위상과 가치를 굳건히 확립하여 종도 여러분들께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퍽, 상식적’인 말이었다. 그런데 ‘퍽, 상식적’인 그 말이 ‘퍽, 상식적’인 말로 들리지 않고 ‘퍽, 참신한’ 말로 들린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결론은 간단하다. 그동안 적통 정통 장자종단임을 자임하면서도 태고종은 적통 정통 장
복(伏)날은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에 들어 있는 세 번의 절기를 말한다. 복날은 열흘 간격으로 온다. 그러나 해에 따라서는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 간격이 되기도 한다. 이를 월복(越伏)이라고 하는데 올해가 그런 경우다. 7월 11일 초복에서 입추(立秋)를 지나 8월 10일 말복까지 꼭 한 달이다.《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등에 따르면 복날에는 보신(補身)을 위해 개장국 같은, 특별한 음식을 장만해 먹는 풍습이 있었다. 요즘에는 흔히 닭백숙이나 삼계탕을 보양식이라는 이름으로 잘 만들어 먹는다. 또 더위를 먹지 않고 질병에도 걸리
우란분은 범어이다. 한자로는 ‘해도현(解倒懸)’ 즉, ‘거꾸로 매달린 것을 풀어준다’는 것이다. 거꾸로 매달린 것은 살아생전에 죄를 많이 지은 중생들이다.우란분절은 목련존자 설화에서 기인한 것이다.부처님의 제자인 목련은 천안(天眼)으로 우주의 모든 현상을 꿰뚫어 볼 수 있었다. 효심이 지극한 목련은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천상과 인간계를 두루 살펴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살펴보아도 어머니가 보이지 않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지옥계를 살펴보았다. 어머니는 아귀도에 떨어져 고통을 받고 있었다.슬퍼하는 목련존자에게 부처님이 어머니를 지옥에서 벗
만년설(萬年雪)은 영험한 풍경이다. 아침 햇살을 받은 거대한 순백의 산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빛나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자연의 위대함 앞에 저절로 겸허의 세계로 들어간다. 종교적 경험을 자연에 빗대어 설명하곤 하는데, 만년설의 풍경을 보면 그 까닭을 알 수 있다.만년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 만년설이 녹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세계의 지붕’으로 불리는 히말라야 설산도 녹아내리고 있다. 얼마 전의 뉴스에 따르면, 현재의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 21세기 말에는 히말라야의 빙하 중 80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추억의 장소에서 빠지지 않는 곳이 동물원이다. 누구나 한 번은 다녀갔을 것이다. 나도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이었을 때에 과천의 서울대공원 내의 동물원으로 가족 나들이를 갔다. 즐거운 시간을 보낸 장소로 기억된다.최근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살던 얼룩말 ‘세로’의 탈출을 계기로 동물원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언론은 물론 개인 블로그와 유튜브에서도 관련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동물원 존폐 논란은 꽤 오랜 주제다.이런 가운데 시사주간지 은 최근호에서 ‘얼룩말 탈출 그 후, 동물원의 존재 이유를 묻다’는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6월에는 애국선열과 국군장병들의 충절(忠節)을 추모하는 6월 6일 현충일이 있고, 동족상잔의 비극이 벌어진 6월 25일이 있다.흔히 근대화의 3요소로 산업화, 민족주의, 자유인의 출현을 꼽는다. 근대화의 3요소 중 민족주의는 파시즘의 사상적 근간이 됐다. 2차 세계대전은 서구 열강의 식민지 쟁탈 과정에서 야기된 것이고, 그 사상적 기반이 된 것이 바로 민족주의이다. 독일은 게르만우월주의를 내세우면서 홀로코스트를 자행했고, 일본은 대동아공영을 내세우면서 난징 대학살을 자행했다.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민족주의
부처님오신날을 치렀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수많은 불자들이 사찰을 찾아 등을 밝혔다. 건강과 평화를 기원했고, 그늘진 곳에도 햇살이 따사로이 비추기를 염원하며 거룩하신 부처님 전에 두 손을 모았다.부처님오신날에 앞서 지난 20일에는 서울과 부산을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 제등행렬을 펼쳤다. 그야말로 온 나라가 흥겨운 잔칫날이었다. 서울 동대문에서 종각에 이르는 거리에는 10만의 불자들이 동참했다. 연도의 시민들은 박수로 행렬을 맞이했으며, 각색의 장엄등을 바라보며 탄성을 지르며 시름을 내려놓았다. 부산의 불자들은 특히 엑스포 부산
노예제, 여성참정 제한, 장자상속, 제국주의자들의 식민 지배와 선주민 몰아내기. 이런 행위들이 한때 세상을 활보했다.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관행, 관습, 문화의 일부가 실은 기득권 유지를 위한 장치로 기획되어 작동되었던 적이 있었다.엄밀한 사실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자연과학에서도 거짓이 지배하던 때가 있었는데, 지동설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겠다. 자연과학은 여전히 미지의 세계가 더 넓다. 그러니 우리가 상식 또는 사실이라고 여기는 것들에 대해 계속 의심의 눈길을 주어야 한다.사실이 아니거나 삶을 억압하는 것이라면 과감
책 읽는 작은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데, 올해 초 새 주제를 ‘자연의 권리’로 정했다. 이 주제의 책과 논문을 읽고 느낌과 생각을 나누고, 이 내용을 많은 이들에게 알려 자연의 권리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것이 이 모임의 취지이다.애초 이 모임은 가축 살처분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 2020년이었다. 이해 12월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로 수천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되었다. 조류인플루엔자는 2003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1~2년 주기로 발생하고 있으며, 그때마다 정부는 전염병이 발생한 농가는 물론 인근 농가의 닭과 오리
하루 세 번 식탁을 마주할 때마다/ 내 몸 속에 들어와 고이는/ 인간의 성분을 헤아려 보는데/ 어머니 지구가 굳이 우리 인간만을/ 편애해야 할 까닭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우주를 먹고 자란 살 한 톨이/ 내 몸을 거쳐 다시 우주로 돌아가는/ 커다란 원이 보입니다/ 내 몸과 마음 깨끗해야/ 저 쌀 한 톨 제자리로 돌아갈 텐데// 저 커다란 원이 내 몸에 들어와/ 툭툭 끊기고 있습니다이문재의 ‘지구의 가을’일부이다. 이 시편은 2003년 소월시문학상 당선작이다. 이문재 시인은 1연의 끝에 “지리산 실상사 공양간(식당) 배식대 앞에 붙어
며칠 전 내린 비에 꽃잎이 흐트러졌다. 때아니게 바람까지 거칠다. 봄이려니 했는데 낙화가 분분하다. 분홍의 꽃잎이 마치 눈처럼 흩날리는 풍경을 보았다. 가슴이 뛴다. 절정의 시간이 찰나처럼 지나가듯 꽃의 시간은 짧고, 그 시간이 가는 것이 내내 아쉽다. 짧은 인생에서 봄의 정취를 만끽하는 일은 복되다. 다시 1년을 기다려야 봄꽃의 황홀함에 겨울 수 있다. 먼지를 뒤집어 쓴 것처럼 부였던 산이 어느 날은 연둣빛이더니 며칠 지나는 사이에 초록으로 갈아입었다. 이제 눈부신 햇살을 받아 저 산은 녹음으로 치달을 것이고, 꽃 진 자리에서 열
도시 문명의 이기를 누리면서부터 봄이 와도 아지랑이를 볼 수 없게 되었다. 어릴 적 필자는 저 멀리 불꽃같이 아른거리는 아지랑이를 보면서 삶이 한낱 꿈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오현 스님은 ‘아지랑이’라는 시편에서 “끝내 삶도 죽음도 내던져야 할 이 절벽에/ 마냥 어지러이 떠다니는 아지랑이들/ 우습다/ 내 평생 붙잡고 살아온 것이 아지랑이더란 말이냐.”라고 일갈하였고, 공초 오상순은 ‘꿈’이라는 시편에서 “꿈에 나서 꿈에 살고 / 꿈에 죽어가는 인생/ 부질없다 깨려는 꿈/ 꿈은 깨어 무엇하리”라고 노래했다.오현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