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안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로다깨끗이 티가 없는 진실한 그 마음이언제나 변함없는 부처님 마음일세 (문수동자 게송) 유난히 태풍의 피해도 많았고 불가마처럼 뜨거웠던 무더위도 지나가고 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걸 보니 시원한 가을이 찾아오고 있는 것이 실감이 난다.‘나의 인생길’ 살다 보면 참을 수 없을 만큼 힘들고 어려운 시기는 변덕스러운 기류처럼 어느 누구에게 나 여러 번 찾아오기 마련이다. 이때 누군가가 어둠 속에서 힘이 되는 불을 환히 밝혀 준 다면 세상은 진정 혼자가 아닌 누군가 나와 함께
세상을 살다보면 반갑지 않은 구설에 올라 망신 아닌 망신을 당하거나 낭패를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때때로 감정에 휘둘려 남에게 해가 되는 말과 행동을 일삼다 법정으로까지 끌고 가는 세상의 일들이 어디 한 둘인가. 그래서 부처님께서도 ≪우바새계경≫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남의 착한 일은 드러내주고 허물은 숨겨주라. 남의 부끄러운 점은 감추어주고 중요한 이야기는 발설하지 말라. 작은 은혜라도 반드시 갚아야 할 것이며, 자기를 비판하는 사람에게도 항상 착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자기를 비판하는 자와 자기를 칭찬하는 자가 똑같이 괴로워
불교환경연대 사무총장 한주영연휴가 길었던 한가위가 지나고 이제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이 있듯이 한가위는 일상의 고단함을 잠시 내려놓고 가족과 친지들과 함께 음식을 먹으며 수확의 기쁨을 나누고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때입니다.풍요로움의 원천은 감사함에서 나옵니다. 감사함이 없다면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요롭더라도 마음의 풍요는 오지 않습니다. 오늘날 과거에 비해 풍요러워졌음에도 사람들이 마음에 풍요를 느끼지 못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모든 것이 상품화 된 현대사회에서는 사람 사이
I was born요시노 히로시분명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은 무렵이었다.어느 여름날 저녁, 아버지와 함께 절 경내를 걷고 있을 때, 푸른 저녁 안개 속에서 떠오르듯이 하얀 여자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나른하고 천천히.여자는 몸이 무거워 보였다. 아버지의 눈치를 살피면서도 나는 그녀의 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머리를 아래로 향한 태아의 유연한 움직임을 배 언저리에서 연상하며 곧 세상에 태어날 그 신비에 사로잡혀 있었다.여자는 지나갔다.소년의 상상은 비약하기 쉽다. 그때 나는‘태어난다’는 것이 확실히 수동태인 의미를 불현
네 명의 한국 남자 수영 선수들이 이번 항저우 아시안 게임 수영 800미터 계영 결선에서 금빛 물살을 갈랐다. 그것도 2009년에 일본이 로마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작성한 7분 02초 26을 14년 만에 0.53초 단축한 눈물과 땀방울로 새긴 아시아 신기록이다.개최국이며 아시아 최강인 중국이 초호화 스타 4명으로 팀을 구성해 경쟁했지만 뛰어난 팀워크와 허를 찌르는 선수배치를 한 한국 팀의 자랑스러운 네 명의 선수들에 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사실 수십 년 동안 아시안 게임에서 육상과 수영 종목은 일본과 중국이 싹쓸이를 하고 우리 한국
사람을 만나면 으레 합장(合掌)하고 반배(半拜)한다. 불교계 생활에서 몸에 밴 습관이다. 상대가 내게 불교 신자인지 묻는 경우도 있다. 자연스레 그렇다고 답한다. 합장은 스스로 불자임을 나타내는 표시의 하나다.합장은 원래 부처님이 태어나신 인도의 전통 인사법으로 알려져 있다. 신성한 오른손과 부정한 왼손이 합쳐 일심(一心)으로 진실을 추구한다든지, 합장하는 한 손은 자기 자신을,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의미한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두 손을 합쳤으니 너와 내가 둘이 아닌 자타불이(自他不二)이며, 타인을 나와 동일한 존재로 존중
우리 사회에서 다툼의 원인은 대부분 언어사용에서 비롯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언어사용에 있어서 생기는 오해와 불쾌감이 다툼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튀어 나오는 욕입니다. 특히 청소년들의 ‘욕’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교육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 가운데 70% 이상이 매일 욕을 한다고 합니다. 인터넷에선 ‘욕베틀’이란 게임이 인기라는 보도도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청소년들 사이에서 욕은 서로의 모방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 정신과 의사는 “우리
우리 민족의 최대명절인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추석은 가족과 친지들이 모처럼 한 데 모여 조상을 기리는 차례를 지내기도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즐거운 명절이다. 그러나 함께 웃지 못하는 불우이웃도 많다. 경제적 소외계층이나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은 추석이 남들처럼 즐거울 수만은 없다. 이들의 소외와 아픔을 보듬는 것은 종교계의 역할과 무관치 않다. 특히 대승교화종단으로서 보살도의 실천을 강조하는 우리 태고종으로선 더더욱 그렇다. 실제로 태고종단 소속의 일선 사찰들은 추석을 앞두고 복지시설이나 지역기관에 불
이용성법음을 전하는 사람들의 모임 풍경소리 사무총장2023년 9월 28일이면 공식적으로 풍경소리 활동을 시작한 지 만 24년이 되는 날이다. 어쩌다 보니 개인적으로 9월 28일 하고 여러 인연이 있는데 그 중에도 1983년 9월 28일이 입대일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당시 전두환 군사독재정권하에서 학생운동(학내활동도 있었지만 대학생불교연합회 임원)을 했다는 이유로 강제로 징집당한 날이다. 세월이 흘러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에서 강제징집피해자로 인정받긴 했어도 인생에 있어 잊지 못할 고통스런 날로 기록되었다. 16
추석 무렵김남주반짝반짝 하늘이 눈을 뜨기 시작하는 초저녁나는 자식놈을 데불고 고향의 들길을 걷고 있었다. 아빠 아빠 우리는 고추로 쉬하는데 여자들은 엉덩이로 하지? 이제 갓 네 살 먹은 아이가 하는 말을 어이없이 듣고 나서나는 야릇한 예감이 들어 주위를 한번 쓰윽 훑어보았다. 저만큼 고추밭에서아낙 셋이 하얗게 엉덩이를 까놓고 천연스럽게 뒤를 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이 들어서 그랬는지산마루에 걸린 초승달이 입이 귀밑까지 째지도록 웃고 있었다.(《김남주 시전집》, 창비, 2014)*과학기술의 발달은 이미지의 대중적 확산을 가능하게 함으
지금 9월의 연꽃 밭을 거닐고 있는 나의 시야에는 큼지막한 연잎들이 마치도 크나 큰 우산을 연상케 하고 있으며, 드문드문 피어 있는 몇 개의 연꽃만이 도량을 찾는 불자들을 맞고 있는 가을 초입의 풍광은 까맣게 변하고 있는 연밥과 누렇게 물들고 있는 연잎들이 자연의 무상(無常)함을 알려주고 있다.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이곳에서는 형형색색의 연꽃들이 그 찬연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나는 청, 백, 적, 황의 수려한 색감과 청아하면서도 고결함을 느낄 때마다 연꽃이 지니고 있는 네 가지 덕을 생각하곤 했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불교 수
두부유병록아무래도 누군가의 살을 만지는 느낌따듯한 살갗 안쪽으로 심장이 두근거리고 피가 흐르는 것 같다 곧 깊은 잠에서 깨어날 것 같다순간의 촉감으로 사라진 시간을 복원할 수 있을 것 같은데두부는 식어간다이미 여러 차례 죽음을 경험한 것처럼 차분하게차가워지는 가슴에 얹었던 손으로, 이미 견고해진 몸을 붙잡고 흔들던 손으로두부를 만진다지금은 없는 시간의 마지막을, 전해지지 않는 온기를 만져보는 것이다점점 사이가 멀어진다두부를 오래 만지면피가 식어가고 숨소리가 고요해지는 느낌, 곧 떠날 영혼의 머뭇거림에 손을 얹는 느낌이것은 지독한 감
요즈음 우리는 뉴스나 매스컴을 통하여 접하는 용어들을 보면서 상당히 혼란스러운 시대에 살고 있음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예를 들면 나와 너, 남자와 여자,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부자와 빈자, 강자와 약자 등의 단어들이다.상대라는 것은 서로를 마주보면서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는 가운데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중간 지점, 또는 더욱 수승한 사상인 중도(中道)를 이루어 내는 소중한 대상을 말하는 개념이다.만약에 이 넓은 세상에 나 홀로 존재하고 상대가 없다면 그 얼마나 외롭고 쓸쓸할 것인가? 결국 그 개인은 고독함을 견디지 못하고
우리 사회에서 영웅에 대한 비판은 일종의 넘사벽이다.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에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이 대표적 예이다. 또 하나는 일제 강점으로부터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들이다.최근 사회적 통념을 단숨에 뛰어넘은 사건이 발생했다. 영웅에 대해 수준이 낮은 이념의 잣대까지 들이댔다. 현 정권에서 최근 독립군의 홍범도 장군이 레닌 공산당 가입을 문제 삼아 우리 역사와 기억 속에서 지우려 하고 있다.1920년 6월 중국 만주 봉오동전투를 승리로 이끌고, 그해 10월 백야 김좌진 장군과 연합작전으로 청산리대첩을
취임 100일째를 향해 가는 한국불교태고종 제28대 총무원장 상진 스님의 발길이 활발발하다. 특히 태고종의 외부 위상 정립과 외연확장을 위한 발길은 더더욱 활발발하다. 그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것은 지난 9월 2일 청주 백운사에서 태고종 총무원이 주최하고 충북교구종무원이 주관한 오송궁평지하차도 희생자 합동위령재(49재)다.지난 7월 15일 오송궁평지하차도 침수사고로 14명의 고귀한 생명이 희생되자 태고종은 종단 차원에서 이들 영가들과 유가족들을 위해 49재를 봉행하기로 하고 이 같은 방침에 따라 관할 교구인 충북교구종무원에서 매 주
요즘 들어 마음챙김, 즉 명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엄밀히 말해 마음챙김이란 마음을 다스리는 훈련과정이다. 마음챙김의 주요 특성엔 4가지가 꼽힌다. 첫째, 즉시성(卽時性)으로 현재 일어나고 있는 대상에 대한 즉각적인 자각(自覺)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들뜨지 않는 것으로서 관찰 대상에 주의를 집중하려는 의도적인 노력을 말한다. 셋째는 대상을 조작하지 않는 것으로서 몸과 마음에 나타나는 현상을 조작 및 조절하려 하지 않고 다만 있는 그대로 관찰하려는 태도다. 넷째는 번뇌의 공격으로부터 막아주거나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자세의 견지다
한국불교태고종 제15대 중앙종회가 9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을 회기로 제149회 임시중앙종회를 개회, 제주 일대에서 마지막 의정활동을 펼친 후 페회됐다. 이번 제149회 임시중앙종회에서는 중앙종회 개선발전에 대한 논의와 종단 발전방안 제안 등을 안건으로 상정해 종회의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종단 미래에 대한 종도들의 기대를 반영하는 뜻깊은 자리를 가졌다는 평가다. 중앙종회 의장 법담 스님도 15대 중앙종회의 마지막 의정활동인 점을 의식해 “지난 4년 동안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종단의 주요사안을 의결하고 예결산을 심
총무원장 상진 스님이 전국시도교구종무원을 순회하면서 종도들과의 대화가 허심탄회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지난 달 27일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3원장 및 주요기관장, 전국시도교구종무원장 연석회의에서 지방종무원의 민원사항을 파악하는 한편 장마와 폭우에 따른 수재민을 돕기 위한 차원에서 전국시도교구를 순회하는 것을 의제로 각 시도교구의 협조를 구했고 종무원장 스님들도 이에 적극 동의했다. 이에 따라 일정이 잡혀지는대로 현재 순회가 진행되고 있는데 가는 곳마다 종도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삼보일배(三步一拜)의 사전적 풀이는 ‘수행, 기도, 참회 따위를 목적으로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하면서 가는 일’이다. ‘세 걸음’에는 삼보(三寶)가, ‘일배’는 귀의의 뜻이 들어 있다. 그러니까 삼보일배는 부처님께(1보), 가르침·진리에(2보), 스님들께(3보) 귀의(일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 걸음’을 삼독(三毒)에 빗대기도 한다. 이기심으로 가득 찬 탐심(貪心)을(1보), 속세에 더럽혀진 진심(塵心)을(2보), 어리석은 치심(癡心)을(3보) 멸한다(일배)는 뜻으로 삼보일배를 풀이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절을 하면서
지구별에 사는 인간 삶의 도덕적 위기에 대한 한탄의 소리는 귀에 면역이 될 정도로 들어왔다. 그래도 많은 사람은 중생이 사는 세상이 그러려니 하면서 스스로 위안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 보기도, 듣기도, 말하기도 끔찍한 일들을 겪으면서 그동안의 위안이 얼마나 안이한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날 너나 할 것 없이 도덕성 회복의 목청을 돋우고 있으나 마치 ‘찢어진 거미줄’을 손가락으로 수리하려는 느낌이 든다.현대 사회에서 도덕성 회복의 제일 큰 기능과 역할을 가지고 있는 곳이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