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보면 반갑지 않은 구설에 올라 망신 아닌 망신을 당하거나 낭패를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때때로 감정에 휘둘려 남에게 해가 되는 말과 행동을 일삼다 법정으로까지 끌고 가는 세상의 일들이 어디 한 둘인가. 그래서 부처님께서도 ≪우바새계경≫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남의 착한 일은 드러내주고 허물은 숨겨주라. 남의 부끄러운 점은 감추어주고 중요한 이야기는 발설하지 말라. 작은 은혜라도 반드시 갚아야 할 것이며, 자기를 비판하는 사람에게도 항상 착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자기를 비판하는 자와 자기를 칭찬하는 자가 똑같이 괴로워
불교환경연대 사무총장 한주영연휴가 길었던 한가위가 지나고 이제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이 있듯이 한가위는 일상의 고단함을 잠시 내려놓고 가족과 친지들과 함께 음식을 먹으며 수확의 기쁨을 나누고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때입니다.풍요로움의 원천은 감사함에서 나옵니다. 감사함이 없다면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요롭더라도 마음의 풍요는 오지 않습니다. 오늘날 과거에 비해 풍요러워졌음에도 사람들이 마음에 풍요를 느끼지 못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모든 것이 상품화 된 현대사회에서는 사람 사이
I was born요시노 히로시분명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은 무렵이었다.어느 여름날 저녁, 아버지와 함께 절 경내를 걷고 있을 때, 푸른 저녁 안개 속에서 떠오르듯이 하얀 여자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나른하고 천천히.여자는 몸이 무거워 보였다. 아버지의 눈치를 살피면서도 나는 그녀의 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머리를 아래로 향한 태아의 유연한 움직임을 배 언저리에서 연상하며 곧 세상에 태어날 그 신비에 사로잡혀 있었다.여자는 지나갔다.소년의 상상은 비약하기 쉽다. 그때 나는‘태어난다’는 것이 확실히 수동태인 의미를 불현
네 명의 한국 남자 수영 선수들이 이번 항저우 아시안 게임 수영 800미터 계영 결선에서 금빛 물살을 갈랐다. 그것도 2009년에 일본이 로마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작성한 7분 02초 26을 14년 만에 0.53초 단축한 눈물과 땀방울로 새긴 아시아 신기록이다.개최국이며 아시아 최강인 중국이 초호화 스타 4명으로 팀을 구성해 경쟁했지만 뛰어난 팀워크와 허를 찌르는 선수배치를 한 한국 팀의 자랑스러운 네 명의 선수들에 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사실 수십 년 동안 아시안 게임에서 육상과 수영 종목은 일본과 중국이 싹쓸이를 하고 우리 한국
사람을 만나면 으레 합장(合掌)하고 반배(半拜)한다. 불교계 생활에서 몸에 밴 습관이다. 상대가 내게 불교 신자인지 묻는 경우도 있다. 자연스레 그렇다고 답한다. 합장은 스스로 불자임을 나타내는 표시의 하나다.합장은 원래 부처님이 태어나신 인도의 전통 인사법으로 알려져 있다. 신성한 오른손과 부정한 왼손이 합쳐 일심(一心)으로 진실을 추구한다든지, 합장하는 한 손은 자기 자신을,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의미한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두 손을 합쳤으니 너와 내가 둘이 아닌 자타불이(自他不二)이며, 타인을 나와 동일한 존재로 존중
이용성법음을 전하는 사람들의 모임 풍경소리 사무총장2023년 9월 28일이면 공식적으로 풍경소리 활동을 시작한 지 만 24년이 되는 날이다. 어쩌다 보니 개인적으로 9월 28일 하고 여러 인연이 있는데 그 중에도 1983년 9월 28일이 입대일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당시 전두환 군사독재정권하에서 학생운동(학내활동도 있었지만 대학생불교연합회 임원)을 했다는 이유로 강제로 징집당한 날이다. 세월이 흘러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에서 강제징집피해자로 인정받긴 했어도 인생에 있어 잊지 못할 고통스런 날로 기록되었다. 16
추석 무렵김남주반짝반짝 하늘이 눈을 뜨기 시작하는 초저녁나는 자식놈을 데불고 고향의 들길을 걷고 있었다. 아빠 아빠 우리는 고추로 쉬하는데 여자들은 엉덩이로 하지? 이제 갓 네 살 먹은 아이가 하는 말을 어이없이 듣고 나서나는 야릇한 예감이 들어 주위를 한번 쓰윽 훑어보았다. 저만큼 고추밭에서아낙 셋이 하얗게 엉덩이를 까놓고 천연스럽게 뒤를 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이 들어서 그랬는지산마루에 걸린 초승달이 입이 귀밑까지 째지도록 웃고 있었다.(《김남주 시전집》, 창비, 2014)*과학기술의 발달은 이미지의 대중적 확산을 가능하게 함으
지금 9월의 연꽃 밭을 거닐고 있는 나의 시야에는 큼지막한 연잎들이 마치도 크나 큰 우산을 연상케 하고 있으며, 드문드문 피어 있는 몇 개의 연꽃만이 도량을 찾는 불자들을 맞고 있는 가을 초입의 풍광은 까맣게 변하고 있는 연밥과 누렇게 물들고 있는 연잎들이 자연의 무상(無常)함을 알려주고 있다.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이곳에서는 형형색색의 연꽃들이 그 찬연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나는 청, 백, 적, 황의 수려한 색감과 청아하면서도 고결함을 느낄 때마다 연꽃이 지니고 있는 네 가지 덕을 생각하곤 했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불교 수
두부유병록아무래도 누군가의 살을 만지는 느낌따듯한 살갗 안쪽으로 심장이 두근거리고 피가 흐르는 것 같다 곧 깊은 잠에서 깨어날 것 같다순간의 촉감으로 사라진 시간을 복원할 수 있을 것 같은데두부는 식어간다이미 여러 차례 죽음을 경험한 것처럼 차분하게차가워지는 가슴에 얹었던 손으로, 이미 견고해진 몸을 붙잡고 흔들던 손으로두부를 만진다지금은 없는 시간의 마지막을, 전해지지 않는 온기를 만져보는 것이다점점 사이가 멀어진다두부를 오래 만지면피가 식어가고 숨소리가 고요해지는 느낌, 곧 떠날 영혼의 머뭇거림에 손을 얹는 느낌이것은 지독한 감
요즈음 우리는 뉴스나 매스컴을 통하여 접하는 용어들을 보면서 상당히 혼란스러운 시대에 살고 있음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예를 들면 나와 너, 남자와 여자,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부자와 빈자, 강자와 약자 등의 단어들이다.상대라는 것은 서로를 마주보면서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는 가운데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중간 지점, 또는 더욱 수승한 사상인 중도(中道)를 이루어 내는 소중한 대상을 말하는 개념이다.만약에 이 넓은 세상에 나 홀로 존재하고 상대가 없다면 그 얼마나 외롭고 쓸쓸할 것인가? 결국 그 개인은 고독함을 견디지 못하고
우리 사회에서 영웅에 대한 비판은 일종의 넘사벽이다.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에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이 대표적 예이다. 또 하나는 일제 강점으로부터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들이다.최근 사회적 통념을 단숨에 뛰어넘은 사건이 발생했다. 영웅에 대해 수준이 낮은 이념의 잣대까지 들이댔다. 현 정권에서 최근 독립군의 홍범도 장군이 레닌 공산당 가입을 문제 삼아 우리 역사와 기억 속에서 지우려 하고 있다.1920년 6월 중국 만주 봉오동전투를 승리로 이끌고, 그해 10월 백야 김좌진 장군과 연합작전으로 청산리대첩을
취임 100일째를 향해 가는 한국불교태고종 제28대 총무원장 상진 스님의 발길이 활발발하다. 특히 태고종의 외부 위상 정립과 외연확장을 위한 발길은 더더욱 활발발하다. 그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것은 지난 9월 2일 청주 백운사에서 태고종 총무원이 주최하고 충북교구종무원이 주관한 오송궁평지하차도 희생자 합동위령재(49재)다.지난 7월 15일 오송궁평지하차도 침수사고로 14명의 고귀한 생명이 희생되자 태고종은 종단 차원에서 이들 영가들과 유가족들을 위해 49재를 봉행하기로 하고 이 같은 방침에 따라 관할 교구인 충북교구종무원에서 매 주
요즘 들어 마음챙김, 즉 명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엄밀히 말해 마음챙김이란 마음을 다스리는 훈련과정이다. 마음챙김의 주요 특성엔 4가지가 꼽힌다. 첫째, 즉시성(卽時性)으로 현재 일어나고 있는 대상에 대한 즉각적인 자각(自覺)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들뜨지 않는 것으로서 관찰 대상에 주의를 집중하려는 의도적인 노력을 말한다. 셋째는 대상을 조작하지 않는 것으로서 몸과 마음에 나타나는 현상을 조작 및 조절하려 하지 않고 다만 있는 그대로 관찰하려는 태도다. 넷째는 번뇌의 공격으로부터 막아주거나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자세의 견지다
삼보일배(三步一拜)의 사전적 풀이는 ‘수행, 기도, 참회 따위를 목적으로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하면서 가는 일’이다. ‘세 걸음’에는 삼보(三寶)가, ‘일배’는 귀의의 뜻이 들어 있다. 그러니까 삼보일배는 부처님께(1보), 가르침·진리에(2보), 스님들께(3보) 귀의(일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 걸음’을 삼독(三毒)에 빗대기도 한다. 이기심으로 가득 찬 탐심(貪心)을(1보), 속세에 더럽혀진 진심(塵心)을(2보), 어리석은 치심(癡心)을(3보) 멸한다(일배)는 뜻으로 삼보일배를 풀이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절을 하면서
지구별에 사는 인간 삶의 도덕적 위기에 대한 한탄의 소리는 귀에 면역이 될 정도로 들어왔다. 그래도 많은 사람은 중생이 사는 세상이 그러려니 하면서 스스로 위안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 보기도, 듣기도, 말하기도 끔찍한 일들을 겪으면서 그동안의 위안이 얼마나 안이한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날 너나 할 것 없이 도덕성 회복의 목청을 돋우고 있으나 마치 ‘찢어진 거미줄’을 손가락으로 수리하려는 느낌이 든다.현대 사회에서 도덕성 회복의 제일 큰 기능과 역할을 가지고 있는 곳이 바로
1977년 겨울 육군훈련소에서의 기본 훈련을 마치고 군종병 보수교육을 위해 열차를 타고 전방사단으로 이동 중, 의정부역에 정차했을 때였다. 차창 밖에서 어린아이들의 외침이 들려 왔다. “군인 아저씨 건빵 좀 줘요!”이 모습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이 직접 겪었거나 보았던 장면 중 하나이다. 6.25전쟁 이후 세계의 많은 나라로부터 원조를 받아 폐허가 된 전쟁의 상처를 치료한 우리나라는 전 국민의 기적과도 같은 노력 끝에 이젠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였다. 이와 함께 지난 2010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 원조
양들을 망볼 때마다내 교활한 가슴은 “늑대다!” 외쳐,시골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늑대다! 늑대다!”-그러면 착한이웃들은 깜짝 놀라, 나를 구하려고삽과 쇠스랑을 가져오곤 했다.마침내 내 고함 소리를 모두가 알게 되었다.거기에 나의 해방이 있었다.나는 혼자서 늑대와 마주쳤다.그리고 평온하게 잡아먹혔다.(최승자 옮김. 《죽음의 엘레지》, 읻다)- 기존의 권위에 기댄 언어의 특징은 상투성이다. ‘살던 대로’의 관성과 ‘하던 대로’의 관행이 상투적 패턴들의 기저를 이룬다. 거기엔 성찰이 없고, 창조도 없고, 진실한 감정도 없다. 오직 언어
오늘은 음력 6월 15일이어서 나는 다니고 있는 재적사찰에서 보름천도법회를 맞고 있다. 내일은 백중 3재이고, 모레는 한글역경의 주역이신 월운당 큰스님의 49재일 가운데 칠칠재를 앞두고 있으며, 8월은 일주일마다 수요일에 백중재를 맞으려 하고 있다.한 번 태어났으니 한 번 가신 분들을 돌이켜 보면 자식으로서, 후손으로서, 신도로서 많은 미련과 아쉬움들이 흘러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아마도 대부분의 아쉬운 감정의 물결은 이렇게 흐르고 있을 것이다.‘살아 계실 때 좀 더 잘할 것을......’‘평소에 좀 더 자주 뵐 것을......’‘
술에 취해 별다른 이유 없이 60대의 택시 기사를 주먹으로 폭행한 20대 해군 특수부대 부사관이 공분을 사고 있다. 또 얼마 전엔 서울 신림동에서 칼을 마구 휘둘러 살인과 살상을 저지른 젊은이가 신상이 공개되는 등 우리 사회에 묻지마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부르고 있다.해마다 ‘묻지마 범죄’가 꼬리를 물고 있다. 대검찰청 범죄 분석에 따르면 ‘묻지마 범죄’ 피의자들은 2000년 306명에서 2005년 319명, 2010년에는 465명으로 늘었다. 10년이 지난 현재 2020년대엔 1천 명을 훌쩍 넘기고 있어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
지난 6월 27일 제28대 총무원장 상진 스님 집행부가 들어선 지 40여 일이 지났다. 짧은 기간이지만, 새 집행부가 들어선 뒤 두 가지가 크게 바뀌었다.우선 내부 환경이 대폭 바뀌었다. 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취임하자마자 총무원사 환경 정리부터 했다. 기존에 파티션으로 구획을 나눠 배치했던 각 부장단과 종무원의 자리를 파티션을 철거하고 완전 개방형으로 바꿨다. 분위기를 일신하려는 측면도 있지만, 내부는 물론 외부인과의 소통을 보다 더 원활히 하기 위해서다.두 번째는 사회적 문제 등 외부 환경에 제때에 맞게 즉각 즉각 대응함으로써 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