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용의 해인 갑진년 새해를 맞으며 모든 이들은 서로의 가슴 속에 희망과 기대에 찬 크나큰 목표를 세운 가운데 어느덧 1월의 중순을 맞고 있다.우리는 항상 새해를 맞으면서 새롭고 결의에 찬 계획을 세우곤 한다.‘ 올해에는 꼭 취업의 문을 뚫고야 말리라.’‘ 새해에는 무슨 일이 일이 있어도 필히 다이어트에 성공하리라.’‘ 이번에는 기필코 승진을 하리라.’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은 치열한 경쟁을 거쳐서 안정된 직업을 구하고 물질적 풍요를 누려야 행복하고 만족한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현대 경제
허리도 펴고 앉지 못한, 머리 위에 조그만 향로를 얹은 채 우는 듯한, 웃는 듯한, 찡그린 듯한, 고뇌와 비원이 서린 듯한, 그러면서도 무어라고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이랄까 아픔 같은 것이 보는 사람의 가슴을 콱 움켜잡는 듯한, 일찍이 본 적도 상상한 적도 없는 그러한 어떤 가부좌상이었다. 김동리 불교문학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등신불〉의 한 대목이다. 소신공양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등신불〉은 1961년 11월 《사상계(思想界)》 101호에 발표됐고, 1963년 정음사(正音社)에서 동명으로 출간된 단편집에 수록됐다.이 작품은
한주영(불교환경연대 사무총장)부처님의 가르침을 한마디로 하면 연기라고 합니다. 모든 존재나 현상은 무수히 많은 원인과 조건으로 말미암아 일어난다는 사실, 그래서 항상하지 않고 변화하며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것을 깨달아 집착을 여의고 탐진치 삼독을 떠나 자비를 실천함으로써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나도 좋고 남도 좋은 삶을 살아가라는 가르침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연결된 세상을 비유한 말이 인드라망입니다. 서로 연결된 인드라의 그물코마다 보배구슬이 서로를 비추는 것이 끊임이 없고 중중무진한 연기의 세계를 보여줍니다.그런데 우리 불자들의
이제 우리는 갑진년 새해를 여니 때보다 가슴 벅찬 희망으로 맞고 있다. 지난 2023년은 코로나 19라는 세기적 대재앙의 깊은 고통의 터널에서 벗어나 일상(日常)에서 사람들을 편하게 만나서, 같이 밥 먹고 같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를 일깨워 주고 있었다.또한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막대한 피해를 치르면서도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어서 모든 세계인들이 걱정하는 아수라장이 되고 있으며, 최근에 발생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로 팔레스타인들이 살고 있는 가자 지구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을 연상케 하고 있다.그리고 우리나
새해를 앞둔 연말이면 세간의 이목을 끄는 뉴스가 있다. 2001년부터 교수신문이 발표해 온 ‘올해의 사자성어’다. 교수신문은 매년 12월 교수들의 추천과 투표를 거쳐 올해의 사자성어를 결정한다. 주로 한 해를 돌아보고 시대를 통찰하는 뜻이 담긴 단어가 등장했다.2023년은 견리망의(見利忘義). ‘이로움을 보느라 의로움을 잊었다’는 의미다. 이를 추천한 어느 교수는 “우리나라의 정치인은 바르게 이끌기보다 자신이 속한 편의 이익을 더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2022년은 과이불개(過而不改).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용성법음을 전하는 사람들의 모임 풍경소리 사무총장 25년간 근무한 풍경소리는 요즘 불사가 한창이다. 1999년도에 시작해서 서울지하철, 수도권 전철, 부산 지하철, 대구 지하철, 대전 지하철, 인천 지하철, 광주 지하철 순으로 풍경소리를 부착했으니 처음 7, 8년간은 풍경소리 게시판 수를 늘리는 데 집중했던 것 같다. 벌써 20년 가까워진다. 그사이에도 낡거나 파손된 것들은 계속 손보고 재부착해 왔으나 전반적으로 낡고 지저분해 전부 새 걸로 교체하기로 하였다. 비용도 만만치 않아(약 2억 원 정도) 뜻있는 불자들의 불사금 보시를
최근 우울증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우울증이 폭력으로 외화되어 범죄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울증 환자들이 증세를 악화시키는 몇 가지 안 좋은 생활습관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인간의 삶은 불필요한 요소들이 너무 많다. 그러다 보니 서로를 오해의 눈으로 바라보고 갈등을 일으킨다. 길을 걸으면서도 스마트 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피운 담배를 아무 데나 휙 버리는 일상의 행동들. 이렇게 습관화되어 있는 행동들이 때로는 커다란 충돌을 야기하기도 한다.신문을 보거나 이메일을 체
요즈음 KBS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인 ‘ 고려거란전쟁’을 흥미진진하게 시청하고 있다. 초반부이긴 하지만 지금의 진관사로 추정되는 신혈사에서 헌애왕후가 호시탐탐 목숨을 노리는 위태로운 상황에서 승려 생활을 하고 있는 대량원군( 나중의 제8대 임금이 되는 현종)의 모습이 자못 시청자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또한 거란과의 제1차 전쟁에서 논리적이고도 강단 있는 담판 외교로 적을 물리치고강동6주를 회복한 유명 전략가인 서희, 제2차 전쟁에서 적을 물리친 용장인 양규, 제3차 전쟁에서 귀주대첩으로 적을 섬멸한 지장인 강감찬의 활
달밤이다. 먼 달빛으로 사막을 사자 한 마리가 가고 있다. 무거운 몸뚱어리를 이끌고 사구(砂丘)를 소리 없이 오르내린다. 매우 느린 걸음이다.쉬르르쉬르르. 명사산의 모래가 미끄러지는 소리인가. 사자는 아랑곳없이 네 발만 차례차례 떼어놓는다. 발자국도 모래에 묻힌다. 달이 더 화안히 밝자, 달빛이 아교에 이긴 은니(銀泥)처럼 온몸이 끈끈하게 입혀진다. 막막한 지평선 끝까지 불빛 한 점 반짝이지 않는다. 사막의 한복판에 사자의 그림자만 느릿느릿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다.〈중략〉누란(樓蘭)을 지났는가.돈황(敦煌)을 지났는가.가도 가도 끝없
뜨거운 모래밭 구멍을 뒷발로 파며/ 몇 개의 알을 낳아 다시 모래로 덮은 후 / 바다로 내려가다 죽은 거북을 본 일이 있다/ 몸체는 뒤집히고 짧은 앞 발바닥은 꺾여/ 뒷다리의 두 발바닥이 하늘을 향해 누워 있었다// 유난히 긴 두 발바닥이 슬퍼 보였다//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는 마취실을 향해/ 한밤중 병실마다 불꺼진 사막을 지나/ 침대차는 굴러간다/ 얼굴엔 하얀 마스크를 쓰고 두 눈은 감긴 채/ 시트 밖으로 흘러나온 맨발/ 아내의 발바닥에도 그때 본 갑골문자들이/ 수두룩하였다— 송수권의 〈아내의 맨발−갑골문(甲骨文)〉전문 송수권은
초겨울의 숲길은 쓸쓸하고 으스스하다. 이파리가 다 떨어진 나무들은 이제 엄동의 추위를 기다리고 있다. 얼마 전까지 나뭇가지 사이를 넘나들며 지저귀던 이름 모를 새들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 18일 기간을 정해 개방하는 태릉강릉 숲길을 맨발로 걸었다. 차가운 땅의 기운은 맨발을 타고 올라와 몸을 움츠리게 한다. 살짝 얼어 있는 땅의 습기는 따뜻한 내 몸의 열기를 대지로 끌어내린다. 모래가 되지 못한 굵은 돌부스러기들이 주는 자극은 아프기만 하다. 익숙하지 않은 맨발 걷기는 내겐 고통이자 고행이다.석가모니부처님은 출가한 이후 진리를 찾아
이석준 / 소설가요즈음 ‘길’이라는 소재로 글을 쓰다가 문뜩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웠던 프로스트의 ‘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현대 미국 시인 가운데 순수함과 고전적인 시풍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그는 이 시에서 소재로 숲 속에 난 두 갈래 길을 삼고 있으며 주제로 삶의 선택과 그로 인한 인생의 변화를 담고자 했다. 시인은 보통사람이라면 그냥 스쳐 지나갈 소박한 자연의 일들에서 지나온 인생을 되돌아보는 깊은 사색의 의미를 추구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시인이 자신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이지범 / 북한불교연구소 소장처음 만나는 이에게 건네는 말이 인연이라면, 자신의 곁에 마지막까지 있어 준 사람에게 전하는 말은 운명이라고 한다. 좋은 인연(善緣)과 나쁜 인연(惡緣) 그리고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얽매이지도 않는 인연(无緣)이 있다. 반면에 운명은 자신이 직접 만든 인연의 결과다. ‘운은 돌아온다’라는 뜻으로 반복된다는 의미다. 원인이 있으면 원인으로 인한 결과가 있다는 인과응보의 법칙을 따른다.우리 현실에서 펼쳐진 무수한 삶의 편린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는 것이 많다. 그럴수록 운명의 편린은 마음속에 그려 놓은 청사진을
방일(放逸)은 산스크리트어로 쁘라마다(Pramāda)다. 선법(善法)을 닦지 않으려는 마음작용을 말한다. 부처님은 법을 성취하기 위해선 부지런히 갈고 닦을 것을 강조하셨다. 열반을 앞두고 제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던진 말씀도 “모든 것은 무상하다. 게으르지 말고 정진하라.”였다.부처님의 말씀처럼 자신을 담금질하며 억척스레 노력한 대표적 인물이 서암언(瑞巖彦 850~910) 선사다. 덕산 스님의 법손(法孫)인데 전하는 바로는 천성이 매우 둔하여 스승인 암두전할 선사도 깨달음에 이르긴 어렵다고 보고 잘 돌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서암언
온갖 원(願) / 앉힌 자리 / 꿈을 태운 화중삼매(火中三昧) // 이제는 / 연지(燃指)로도 / 갈 수 없는 서역만리(西域萬里) // 향연(香煙)은 / 빈 성터에 남아서 / 꽃잎으로 피고 있다. // 살포시 / 유성(流星)을 앉혀 / 저 궁전(宮殿) 지등(紙燈) 밝히면 // 쉬었던 / 구름도 이젠 / 용이 되어 비천(飛天)하고 // 먹물 빛 / 차가운 가슴도 / 빛을 안아 사리(舍利)런가정휴스님의 ‘오동향로(鳥銅香爐)’ 전문 오동향로의 빛깔은 검붉다. 구리의 빛깔에 세월의 더께가 더해진 까닭에 천년바위에 푸른 이끼가 낀 것처럼 고
‘Single malt whisky’란 싹을 틔운 맥아(보리)를 원료로 하여 단일 증류소에서 만든 몰트 위스키로, 줄여서 ‘싱몰’이라고 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발렌타인 30년(이하 ‘발삼’)이나 조니워커 블루와 같은 면세점용 고급 블렌디드 위스키는 이런 싱글몰트 위스키들을 모은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에 싱글그레인 위스키를 섞은 것이다.이 가운데 블렌디드 위스키의 베이스가 되는 중요한 원료로, 맛의 핵심을 담당하는 싱글 몰트를 키 몰트(Key Malt)라고 부른다. 이런 키몰트로 선정되는 싱글몰트는 위스키가 만들어지는 지역과 증류소
얼마 전 TV 문화 탐방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불교왕국이라 불리는 스리랑카 편에서의 일이다.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던 작가의 순례기였는데 이 내용을 보며 한 편으로는 부러움을, 다른 한편으로는 환희심과 함께 공양의 의미를 다시 새겨 보게 되었다. 이 탐방 작가가 스리랑카의 외곽의 시내 지역을 지나가고 있을 때, 갑자기 교통 경찰들이 도로 곳곳을 막기 시작했다. 이 작가는 아마도 스리랑카의 정치 고위 지도층이 이 지역을 지나가게 되어 도로를 통제하는 줄 알았다. 10여 분을 기다리던 작가의 눈에 들어온 대상은 바로 수십 마리의 코끼리 떼였
이병두 / 종교평화연구원장‘세계의 화약고 중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 ‘팔레스타인 - 이스라엘’ 사이에 유혈 충돌이 일어난 뒤 그 기세가 수그러들기는커녕 시간이 흐를수록 강도가 심해지고 있다. 서로 “저 놈들 때문”이라며 ‘거칠다’는 표현만으로 담아낼 수 없는 독기毒氣 가득 찬 말을 쏟아내고 한 발짝도 물러설 태세를 보이지 않는다.이 지역의 분쟁은 이곳을 수백 년 동안 지배했던 오스만 터키가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뒤 위임 통치(1920~48)했던 영국이 전쟁 초기
미당 서정주는 가장 겨레의 말을 잘 구사하고 겨레의 고운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 시인이기도 하지만, 불교교리를 운문에 가장 잘 용해한 시인이기도 하다.노래가 낫기는 그중 나아도/ 구름까지 갔다간 되돌아오고,/ 네 발굽을 쳐 달려간 말은/ 바닷가에 가 멎어 버렸다./ 활로 잡은 산돼지, 매로 잡은 산새들에도/ 이제는 벌써 입맛을 잃었다./ 꽃아. 아침마다 개벽하는 꽃아./ 네가 좋기는 제일 좋아도,/ 물낯바닥에 얼굴이나 비취는/ 헤엄도 모르는 아이와 같이/ 나는 네 닫힌 문에 기대섰을 뿐이다./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우리 불자들이 절에서 치르는 모든 행사에서 가장 먼저 올리는 의식은 삼귀의(三歸依)이다. 이는 불교의 가잘 성스러운 세 가지 보배인 부처님(불), 가르침(법), 제자(승)에게 지극한 마음으로 믿고 따라서 그 삼보에게 돌아가 의지하겠다는 서원이요, 다짐이다.삼보에게 지극한 예경을 올리며 돌아가 의지하는 불자들의 몸과 마음은 지극히 고요하고 청정하게 가라앉는다. 세간(世間)에서 일어났던 탐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삼독심(三毒心)은 삼보께 예경을 올리면서 서서히 사라짐을 알아차리게 된다.이것은 우리가 절에 와서 삼귀의를 올리며 얻는 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