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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종의 법맥을 잇는 이름 있는 선사들의 임종게는 저마다 독특함이 있다. 어려서 출가하여 여러 지역을 편력하다가 오조법연에게 사사하여 법을 이은 원오극근(圓悟克勤, 1063∼1135)도 그만의 독특한 선풍이 게송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중국 임제종 양기파의 승려로서 원오극근은 송의 휘종으로부터 불과(佛果)선사라는 호를 받기도 했다. 특히 그의 임종게는 평소 보였던 후학의 제접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아무 것도 해놓은 것 없거니임종게를 남길 이유가 없네오직 인연에 따를 뿐이니모두들 잘 있게.已徹無功 不必留頌聊爾應緣 珍重珍重이 임
기획연재
김군도
2020.11.26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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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병 때였던가소설(小雪) 무렵이었던가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DMZ낮은 포복으로 밤새 수색을 하는데별처럼 먼 곳에서비봉폭포 어는 소리가 수직으로 들렸다아침에 철수할 때 보니비로봉이 하얬다밤새 눈 내린 내 마음도 하얬다30년이 지나서도비로봉은 여전히 하얗다사시사철 여전히,하얀 눈만 내리고 있다하얀 저 산,하얀 저 금강,언제 단풍 들까하얀 내 마음,유점사 탱화처럼언제 붉어질까-엊그제 소설(小雪)이 지났다. 기다리던 (첫)눈은 오지 않고, 코로나19만 눈보라보다 더 무섭게 왔다. 날마다 불어나는 그 ‘스노우볼(Snowball)’ 때문에 명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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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벽
2020.11.2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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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 살펴볼 계율은 부정법(不定法)이다. 부정법은 비구가 행한 행위에 대해 어떤 계율을 적용할지 아직 정하지 못한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그러나 계율 적용이 미확정이라 해서 죄가 없는 것은 아니다.부정법의 조항은 단 두 개다. 첫째는 병처부정(屛處不定)이고 둘째는 노처부정(露處不定)이다. ‘병처’는 밀폐된 공간을 말하고 ‘노처’는 오픈되어있는 공간을 말한다. 병처가 밀폐된 공간이라고는 하나 남녀가 은밀히 앉아 음행을 할 수 있는 장소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 두 조문을 만들게 된 주인공은 여인과 관련된 조문에 많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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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능 스님
2020.11.2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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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호에서 살펴 본 수산 성념의 임종게는 훗날 보본 혜원(報本慧元, 1037∼1091)과 부용 도개(芙蓉道楷, 1043∼1118)에서도 비슷한 류의 열반시를 남기게 하고 있다. 먼저 보본 혜원의 임종게를 살펴본다. 보본 혜원은 광동성에서 태어났다. 19세에 출가하여 각지를 편력하다가 황룡 혜남(黃龍慧南, 1002-1069)에 머물러 법을 구했다. 그는 고고하고 강경한 성품으로 풍모가 몹시 드높고 태도가 단정하였다고 한다. 스님이 동오(東吳) 땅에 불법을 펴자 귀의하는 자가 수를 헤아릴 수 없었다. 어느 날 선사가 대중들이 먹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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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도
2020.11.0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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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수치스러울 땐선암사 뒷간에 가자선암사 뒷간에 가 쪼그리고 앉아서판자 틈으로먼 산 바라보자먼 나무 바라보자찬바람 맞아보자판자 틈으로 새어든 햇살이어떻게내 살결로 스며드는지 느껴보자삶이 서러울 땐선암사 매화꽃 보러 가자무우전(無憂殿) 담장길 매화나무아래 앉아서홍매 백매 사이로희고 붉게 물든새소리 들어보자홍매 백매 사이로새들이희고 붉게 꽃잎 따먹는 소리들어보자희고 붉은 꽃잎이어떻게근심 없이 떨어지는지 바라보자삶이 부끄러울 땐삶이 서러울 땐선암사 가자선암사 가보자선암사 가서뒷간에도 쪼그려 앉아보고매화나무 아래도 앉아보고만세루 옆에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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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벽
2020.11.0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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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잔법 제 12조는 악성거승위간계(惡性拒僧違諫戒)이다. 글자 그대로 의미는 비구가 악한 성품이어서 승가의 충고를 거부한다는 뜻이다. 이 조항은 석가모니께서 출가할 당시 마부였던 찬나비구가 인연담의 주인공이다. 찬나비구는 갖가지 여법하지 못한 행동으로 비구들의 충고를 받았으나 자신이 세존과 같은 석가족임을 내세워 다른 비구들의 충고를 무시하였다. 승가 내에서는 세존께서 설하신 율에 의하여 생활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여법하지 못한 행동을 저지르고 난 후 고의로 혹은 자신이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나쁜 말로써 자만심을 드러내며 승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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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능 스님
2020.11.0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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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들은 대개 자기의 '갈 날'을 미리 알고 있다고 한다. 다음의 임종게는 후대 열반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열반시의 한 전형으로 자리 잡고 있는 대표적인 시다.금년에 나의 나이 예순 일곱늙고 병든 몸이 연 따라 살아가되금년에 내년의 일 기억해두라내년되면 오늘의 일 기억나리라.今年六十七 老病隨緣且遣日今年記取來年事 來年記著今朝日임제종의 대종사 수산성념(首山省念, 926∼993)이 임종을 1년 앞둔 12월 4일 대중을 모아놓고 설한 게송이다. 내년이 되면 오늘의 일이 생각날 것이라니 대체 무슨 뜻일까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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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도
2020.10.2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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