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쯤의 초여름, 경남의 한 바닷가 산자락에 위치한 한 사찰을 방문했을 때의 목격담이다.주지 스님과 우리 일행이 점심상을 막 받고 있는데, 한 노보살님이 굽은 허리를 받쳐들고 대청마루에 들어섰다. “아이고, 숨 넘어가겠네. 스님, 안녕하셨지요?” 가쁜 숨을 헐떡이며 겨우 인사를 마치고 공양간 쪽으로 가려던 참이다. 젊은 총무 스님이 노보살님을 막아세웠다. “법당에 올라가 부처님께 인사부터 하고 오셔야지요.”그런데 주지 스님이 벽력같이 소리를 질렀다. “네, 이놈. 썩 짐 싸서 나가거라.” 일순간 정적이 감쌌다. 노보살님은
최근 충청남도 진천교육지원청이 소통과 배려를 바탕으로 직장 내 갑질, 괴롭힘 행위 근절 및 상호존중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갑질 근절 및 상호존중 캠페인과 결의대회를 열었다고 한다. 특히 진천교육지원청은 상호 동등하게 배려하고 존중한다는 의미(1=1)를 담아 매월 11일을 상호 존중의 날로 정하기도 했다.실제로 우리 사회처럼 다문화(多文化)와 다종교 등 다양성이 혼재하는 특성에선 무엇보다 상호 배려와 존중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상호 배려와 존중의 바탕은 소통에 있다. 소통의 기능이 없으면 사람 간 배려와 존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늘은 불기 2566년 부처님오신날이다. 《불소행찬》 등 불교경전에 의하면 부처님은 중생구제의 대원력을 세워 사바세계에 몸을 나투셨다. 부처님이 사바세계에 오실 때의 광경에 대해선 각 경전에서 감동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한 경전에선 문학적 묘사를 통해 부처님의 친근감을 사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부처님의 어머니 마야부인은 당시의 관습에 따라 아기를 낳기 위해 친정인 콜리국으로 가는 길에 룸비니 동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꽃들이 만발하고 벌과 나비가 꽃의 향기를 따라 매혹적인 춤사위를 벌이는 모습을 지켜보며 마야부인은 무우
소크라테스 사후부터 데카르트 이전 서양철학은 대체적으로 신의 피조물인 인식주체(인간)가 고정된 실체가 있는 인식 대상(우주)을 자신의 감각기관을 통해서 ‘모사’하는 것이 세계라고 사유했던 것으로 보인다. 신이 창조한 우주에서 신의 피조물인 인간이 우주와 모종의 관계를 형성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세계인 것이다.이른바 뉴턴의 기계론적인 세계관이라고 하지만 육안으로 세계를 보면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데카르트에 와서 인식주체의 주관성, 즉 본유관념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식 대상은 여전히 실체를 가지고 그 자리에 독립된 객체로서 존재
4월 23일은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다. 줄여서 ‘세계 책의 날’로 불린다. 1995년 국제연합 총회에서 제정되었다. 4월 23일은 책을 구입하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 축일인 ‘세인트 조지의 날’에서 유래된 날짜다. 또한, 세계적인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사망한 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책의 날’은 10월 11일이다. 불교계에서 더욱 기려야 할 이날은 『고려대장경』 완성일(1251년 음력 9월 25일을 양력으로 환산)을 기념해 1987년에 출판계에서 제정한 날로서, 올해로 36
세계적으로 고독의 시간이 확산되고 있다. 개인의 스마트폰 사용 몰입 시간이 늘어나고, 1인가구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선택적 이유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강제적 고독의 시간도 포함된다. 요즘이라면 코로나 확진에 의한 격리시간일 것이다. 연일 신규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이제는 확진자가 아닌 건 친구가 없어서라는 우스갯말이 나올 정도다. 자의든 타의든 혼자만의 시간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보통 인간은 혼자 있을 때 외로움을 느낀다. 그 외로움을 어떻게 이용하느냐 따라 성장하거나 반대로 도태되는 두 가지 갈림길에 마주
온 산천이 봄에 겨운 시절이다. 매화 향기가 코끝에 맺히고, 저기 보니 개나리와 진달래 영산홍 꽃이 터졌다. 며칠 지나면 벚꽃이 잔치를 벌일 것이다. 발바닥이 간지러운 것을 보니 땅 아래를 기는 것들도 기지개를 켜나 보다.바람이 부드럽고 햇살이 눈부신 지난 일요일, 걸어서 30분쯤 걸리는 곳에 있는 야생화공원으로 향했다. 어디선지 꿀 향이 짙게 풍긴다. 진원지는 회양목 군락지다. 회양목 꽃은 크기가 작거니와 색이 잎보다 옅은 연한 녹색이어서 멀리서 보아서는 꽃의 존재를 알아채기 어렵다. 이 꽃은 향기로써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향에
샤까무니 부처님의 제자들이 부딪힌 딜레마는 사실 오온을 나라고 생각하고 있는 우리들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그 딜레마에 대한 질문을 거칠게 정리해 보면, ①세상은 영원히 존재하는 것인지 아닌지? ②세계(우주)의 끝이 있는지 없는지? ③영혼의 존재 여부, ④부처님이 다음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는지 여부이다. 질문내용을 분석해 보면 ①과 ②는 우주와 존재론, ③은 사후 세계에 대한 의문, ④는 윤회론이다.이에 대해 부처님은 널리 알려진 ‘독화살’의 비유와 함께 “그것은(그런 질문은) 이치에 맞지 않고, 법에 맞지 않으며, 범행의 근본이 아
울진 ․ 삼척 지역에 산불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지난 달 4일부터 13일까지 열흘간 이어지며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됐다. 한 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재민들이 겪는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전해진다. 당장 몸을 의탁할 집도 없거니와 생계를 위한 농사도 농기구의 소실로 손을 못 대고 있다. 463채의 주택이 소실됐고, 4천6백여 세대가 대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경북 봉화에서도 또 산불이 발생해 이재민들이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이러한 상황에서 한국불교태고종 종도들의 산불피해성금이 줄을 잇고 있다. 종단 스님들
지난 3월 19일, 뮤지컬 ‘싯다르타’ 공연을 보기 위해 서울을 다녀왔다. 이번 행사는 한국불교태고종 전국비구니회가 전관 대관을 하게 되면서 인연이 되었다.뮤지컬 ‘싯다르타’ 공연은 불교적 소재이지만 종교를 떠나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화두를 갖고 지금 이순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하였다.뮤지컬 ‘싯다르타’는 고타마 싯다르타의 탄생, 출가, 깨달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중 싯다르타가 19세 신부를 맞이하던 날, 29세 출가를 결심하던 날, 그리고 기원전 589년 12월 8일,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인 지난 2월 3일 국회 소통관에서 ‘불교 및 문화유산 분야’라는 제목으로 불교정책 대선공약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문화유산진흥특별위원회(위원장 주호영, 국민의힘 문화유산 특위) 소속 의원들이 윤석열 후보를 대신해 이날 발표한 불교정책 공약은 한 마디로 불교계가 오랫동안 염원해오던 숙원과 현안을 잘 풀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 골짜는 다음과 같다.먼저 전통사찰 보존정책과 관련해 과도한 재산세와 종부세를 감면하고, 최근 논란이 된 전통사찰 소유 토지에 대한 합산과세 방안을 철회해 기존과 같이 분리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한 지도 2년이 넘었다. 우리나라도 그 동안 국민적 노력과 축적된 의료 시스템을 바탕으로 팬데믹 극복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 하지만 팬데믹은 2차례의 변이를 거치면서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완전극복은 아니더라도 사회적으로 용인가능 한 수준이 되기까진 앞으로도 2, 3년은 더 걸릴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역사적으로 볼 때 이러한 전염병의 대유행은 급격한 인구 감소와 함께 인간의 정치⦁경제⦁ 종교적 생활 패턴과 신념체계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 대표적 사례가 흑사병(페스트) 대유행이
얼마 전 글 잘 쓰는 한 스님의 산문집을 읽었다. 먼저 읽은 분이, 눈물을 글썽거리며 읽은 몇 편을 복사해 지인들에게 나눠줬다는 독후감이 책을 끌어당겼다. 곳곳에 밑줄을 그으며 읽었다. 그런데 아쉬운 대목이 눈에 띄었다. 불교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를 묶어 가리키며 ‘4대 종교’라고 했다. 이런 표현이 몇 군데 있었다.우리는 서열 속에서 살아왔다. 학교는 어릴 적 세상의 거의 전부인 곳인데, 그곳에서 시험등수로 위치가 정해지는 시절을 살았으니 서열 짓기는 익숙하다. 그림자가 뒤를 따르는 것처럼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서열에서 처지거나
인지심리학에 의하면 미남ㆍ미녀의 기준은 대칭 구조의 균형에 있다고 한다. 예컨대, 눈ㆍ귀의 크기가 다르거나 한쪽이 비틀어져 있는 사람을 우리는 미남ㆍ미녀라고 하지 않는다. 균형 있는 대칭 구조란 건강체와 유사어이며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조건을 의미한다. 다리가 불구인 사람은 빨리 달릴 수 없으므로 생존을 위한 사냥 경쟁에서 불리했을 것이다.우리가 배우자를 선택할 때 미남ㆍ미녀를 선호한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생존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 파트너를 좋아한다는 뜻이다. 미(美)에 대한 지나친 선호와 집착은 너와 나를 분리하는 이분법적 세계관과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지만 사회가 평온함을 유지하지 못하는 듯하다. 날마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분노와 적개심은 입장을 달리하는 상대를 향해 거침없이 표출된다. 가뜩이나 코로나 집단감염이 폭증세를 이루고 있고 경제상황마저 불안정한 상황에서 국민들의 불안한 심리는 더욱 커져가는 실정이다.이러한 때일수록 불교는 국민의 마음을 안온하게 어루만져야 한다. 불교만큼 마음을 평안하게 이끌어주는 종교는 없다. 『법구경』 ‘안락품’에 다음과 같은 말씀들이 눈에 띈다.“원한을 품은 사람들 가운데 있으면서 원한을 버리고 즐겁게 살자. 원한을 가
한국불교태고종에서 통일의례집과 종전(宗典) 편찬 사업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총무원장 호명 스님은 이른 시일 안에 ‘종전 및 의식(의례)집 간행위원회’(가칭)를 구성하고 그 실무책임자를 위촉해 사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지난해 후반기에 사업 구상이 이뤄져 이미 기본 예산까지 확보된 상태다. 진작 실행했어야 할 중차대한 불사란 점에서 기대가 자못 크다.종교에서의 의례(儀禮)는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종교의 구성원들은 의례를 통해 구성원이 되고, 구성원임을 계속 확인하며, 신도가 아닌 이들이 그 종교를 체험하는 관문도
셈은 정확해야 한다. 셈이 흐리멍텅해서는 살림을 어렵게 만든다. 특히 남의 돈을 만지는 사람이 욕심을 내어서는 범죄자가 될 수도 있으니 살얼음 위를 걷듯 조심해야 한다.요즘의 셈법은 나에게 얼마나 이익이 되느냐를 우선으로 친다. 그런데 스님들의 셈법은 세상의 그것과 다른 면이 있다. 특히 경허 스님의 제자인 혜월 스님의 셈법은 특이했다. 혜월 스님은 1861년에 태어나 1937년에 입적하셨으니, 구한말과 일제 치하를 살았다. 전쟁을 일으킨 일제의 수탈로 굶주림의 시기를 살았던 것이다.혜월 스님을 달리 부르는 별칭이 있는데, ‘개척
작년 6월 한 달여 동안 두통에 시달렸다. 강도가 심한 것은 아니었지만, 하루에도 몇 시간씩, 여러 차례 지속되는 두통이었다. 원인을 생각해 보았다. 먼저 녹내장이 떠올랐다. 작년 5월에 안과 검진을 했었다. 정상 안압이었다. 안약도 취침 전에 잘 점안하고 있었다. 다음은 고혈압이었다. 경증이지만, 혈압약을 매일 먹고 있고, 측정치도 정상 범주에 있다. 수면시간이 6시간이 못 되는 것이 좀 걸렸지만, 오랫동안 적응된 생활습관이라서 괜찮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기억력이 좀 감퇴되고, 계산력도 좀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숙고
부처님 출가재일이 지나고 열반재일이 다가왔다. 3월 10일(음 2. 8.)은 부처님 출가재일이었고, 3월 17(음 2. 15.)은 열반재일이다. 출가재일에서부터 열반재일까지 그 8일 동안의 사이를 불가(佛家)에서는 정진주간, 또는 경건주간으로 정하고 각 사찰마다 출⦁재가자들이 모여 대법회를 열고, 철야정진하며 수행점검을 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긴다. ‘옛것을 미뤄 오늘을 살피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마음으로 그 경건과 정진의 날들을 되새겨본다,전통적으로 출가재일은 고타마 싯다르타가 자신의 삶을 부처의 삶, 수행자의 삶으로
이른바 ‘운명론’의 상반된 견해의 범주는 ‘결정론’과 ‘자유의지’이다. ‘결정론’의 연혁에는 세 여신이 운명의 실을 잣고, 감고, 끊으면 제우스조차도 그들의 결정을 거부할 수 없다는 내용의 그리스로마신화가 있고, 전지전능은 ‘앎’과 ‘참’, 그리고 ‘결정된 사실’을 함축하고 있어 필연적으로 ‘예정설’을 주장할 수밖에 없었던 기독교 신학이 있다. 그리고 세계의 자연법칙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으면 미래의 사건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근대 자연과학적 결정론이 있다. 그러나, 양자역학과 불확정성의 원리·코펜하겐의 해석은 전통적인 결정론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