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4일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지역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이 산불은 13일까지 산림 2만여 헥타를 태우고 213시간 43분 만에 진화됐다. 산림청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86년 이후 ‘가장 오래 지속된 산불’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기후학자들은 이번 산불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의 변화가 초래한 재앙으로 인식한다. 나아가 이런 산불이 지속적으로 더욱 빈번히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지구온난화란 단순히 지구의 기온이 조금씩 높아지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상 이변이 속출하는 것을 종합적으로 포괄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면서 식량과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이 여러 나라의 시급한 일이 됐다. 많은 나라에서 식량의 불안정한 수급은 사회 불안정과 정치적 격변, 심지어 내란 또는 내전의 도화선이 되었다. 이런 현상은 인류의 오랜 역사에서 흔들리지 않는 법칙처럼 작용했다.오래지 않은 사례로 ‘아랍의 봄’을 불러온 자스민 혁명을 들 수 있다. 2011년 러시아는 기상악화로 밀 생산량이 감소하자 수출을 금지했다. 밀값이 70% 넘게 치솟았다. 주식인 밀을 수입에 의존하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은 밀을 확보하지
코로나 19바이러스가 다시 창궐하고 있다.《소심경(小心經)》의 정식게(淨食偈) 중에는 ‘오관일적수(吾觀一滴水) 팔만사천충(八萬四千蟲)’이라는 구절이 있다. ‘내가 물 한 방울을 유심히 보니 팔만 사천 마리의 벌레가 있구나.’라는 의미이다.이 구절을 읊조릴 때마다 나는 불교가 얼마나 심원한 가르침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경구 속에서 ‘팔만사천 마리의 벌레’는 벌레(蟲)가 아닌 세균(細菌) 내지는 바이러스라고 봐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작은 벌레라고 할지라도 물 한 방울 속에 살 수 있는 팔만 사천 마리의 벌레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불교태고종이 종단 차원에서 전개하고 있는 북한산 태고사 인수불사 전망이 밝다. 전국 일선 사찰과 지도자급 스님들이 태고사 인수를 위한 성금을 속속 전해오고 있는 가운데 종단도 모연문을 내고 적극적인 권선 동참을 독려하고 나섰다. 주지하다시피 태고사는 종조 태고보우 국사께서 창건하고 주석했던 도량이다. 태고사는 이러한 역사적 연원과 의미를 놓고 봤을 때 우리 종단 3백만 종도들의 정신적 귀의처로 기능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더욱이 태고사는 국가 보물로 지정된 종조의 부도와 원증국사탑비를 소장하고 있다. 또한 우리 종단의 종정을 역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 데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좀 더 현학적인 의미로는 “처음에는 시비(是非)와 곡직(曲直)을 가리지 못해 그릇되더라도 모든 일이 결국에 가서는 반드시 정리(正理)로 돌아간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우천염천(雨天炎天)에 굳이 이런 말을 꺼낸 이유가 있다. 지난 7월 7일 항소심인 광주고법이 10년 넘게 이어져온 전남 순천 한국불교태고종 선암사 소유권 소송에서 1심에 이어 또 다시 태고종의 손을 들어주었기 때문이다.광주고법 제1-2민사부(재판장 이수영, 박정훈⦁성충용
‘청련사 예수시왕생칠재보존회’(이사장 상진 스님, 청련사 주지)가 6월 16일 경기도 무형문화재로 지정(5월 20일자)됐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불교태고종으로서는 '예수재'가 처음으로 시ㆍ도 단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이어서 종단 차원의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이는 또한 1700년 한국불교를 관통하며 전통과 정통과 적통을 이어오는 장자종단으로서 불교문화 보존ㆍ전승에 심혈을 기울여온 태고종단의 쾌거이기도 하다. 사실 청련사는 조선 초기 동청련 서백련의 양 열반계 사찰로 지정돼 도성의 비보사찰이자 왕생발원사찰로서 왕실과 국태민안을 위
식물은 인간세상을 떠받치는 기반이자 기둥이다. 독일의 생물학자 수잔너 파울렌은 인간이 지구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식물 덕분이라고 말한다. “신생아는 태어나 울음을 터뜨리는 그 순간부터 잎과 화초가 내뿜는 산소를 마시며 숨 쉰다. 더 자라나면 우리 인간은 녹색 풀을 먹고 자란 동물의 고기와 우유를 마신다. 혹은 감자, 곡물, 사과, 콩 등을 먹는다. 또 사는 집과 제단, 무덤을 꽃과 잎으로 장식한다. 우리는 식물섬유를 옷감으로 가공하며, 많은 초목과 열매는 인간에게 약이 된다. 또 우리는 식물 재료로 집을 짓고 난방을 한다.”삶 전체
정부가 학자의 일에 관여하려면 비판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종교는 신성에 의하여, 법률은 권위에 의하여 그 어떤 비판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비판철학의 창시자’인 칸트의 철학적 진단이었던 것이다. 그의 {순수이성비판]은 형이상학을 비판한 것이었고, 그의 {실천이상비판}은 실천철학(윤리학)에 맞닿아 있고, 그의 {판단력비판}은 미학 이론에 맞닿아 있다. 칸트의 ‘영구평화론’은 오늘날의 유엔헌장의 기초가 되었고, 그는 이 ‘삼대 비판철학서’를 통해서 전인류의 스승이 되었다고 할 수가 있다.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재·보궐 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들을 거치면서 필자는 왜 십악(十惡) 중에 말로 지은 업이 네 가지나 되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정치인의 언어는 조립(assembly). 공작(maneuvering), 언어 성형(language cosmetic surgery) 등 3단계를 거쳐 만들어진다. 조립은 비유를 통해 함축적으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조작은 후보자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위해 언어를 조탁하는 것이다. 언어 성형은 감성에 기대어 긍정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간단히 말
“말초신경이 모인 발바닥을 자극하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면역기능이 강화돼 비만 예방, 체질 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우리 국민들 사이에 맨발걷기가 열풍이다. 최근 들어 맨발걷기 동아리까지 결성돼 일상화되는 추세다.”최근 한 인터넷 신문에 보도된 내용이다. 실제로 요즈음 우리나라에선 ‘걷기 열풍’이 거세다. 경제 여건이 향상됨에 따라 사람들이 자연스레 건강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된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 역시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운동으로 ‘걷기’를 선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주요 산에는 둘
불교계의 규탄과 반발 수위가 나날이 거세지자 결국 JTBC ‘인사이더’ 측은 6월 13일 사과했다. 드라마 책임자는 문제가 된 해당 영상의 VOD 다시보기 송출을 중단했으며, 3~4회 방영에 앞서 진정성 있는 사과문 게재를 약속했다. 또 제작사 SLL도 향후 판권 활용을 중지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그러나 사과했다고 해서 방송의 불교폄훼가 끝난 것은 아니다. 방송에서 불교폄훼 및 왜곡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그리고 현재진행형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불교에 대한 무지와 인식부족이 원인이다. 이러한 바탕에서 뉴스와 드라마는 흥미위주로
마크 보일. 1년 동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살아 유명해진 사람이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에서 돈 없이 산 그를 인터뷰하고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방영했으니 꽤 알려진 세계적인 인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실험을 기록한 책이 번역, 출판되어 알려졌다.요즘 세상에서 돈을 쓰지 않고 산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숨 쉬는 것 외의 거의 모든 움직임은 돈 없이 유지하기 어렵다. 돈은 목숨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마크는 왜 돈을 쓰지 않는 삶을 실험하려 했을까. 돈을 좇는 세상에 지쳤기 때문이다. 아일랜드에서 태어나 대학을 졸업하고
불교예술의 꽃으로 불리는 ‘영산재’는 인도의 영취산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의 《법화경》설법을 듣는 장면인 영산회상(靈山會上)을 상징화한 의식이다. 이러한 의미를 지닌 ‘영산재’는 설법도량에 모인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환희심을 불러일으키고 법열(法悅)에 충만 된 분위기를 극적으로 재현한 것으로, 산 자와 망자가 다 함께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진리를 깨달아 이고득락(離苦得樂)하여 정토에 이르게 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할 수 있다.‘영산재’는 1973년 11월 '범패’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로 지정되었다가 1987년
하안거도 보름이 지났다. 선방(禪房)마다 취모검(吹毛劒) 익는 소리가 한창이다. 이따금 딱딱 울리는 죽비소리. 취모검을 더 잘 벼리고 익히라는 격려의 방(榜)일 테다. 어떤 이들은 아직도 앉을 자리를 제대로 못 잡고 초입에서 허덕이고 있을 지도 모르고, 어떤 이들은 다리가 저려 몸과의 싸움에 진땀을 빼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또 어떤 이들은 벌써 절벽의 중턱을 지나 정상 가까이 다다른 이들도 있을 게고, 이미 정상에 올라 해탈의 기쁨과 자유를 누리고 있는 이도 있을 터이다.사명당(四溟堂)으로 익숙한 송운유정(松雲惟政, 1544~16
지난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졌다. 이번 전국 동시 지방선거 최종 투표율은 50.9%로 집계됐다. 48.9%를 보였던 지난 2002년 3회 지방선거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20년 만에 최저 투표율이라고 밝혔다. 전남이 가장 높았고, 광주가 37.7%로 가장 낮았다. 대구도 40%를 겨우 넘겼다. 최대 승부처로 지목됐던 수도권은 서울과 경기가 50%를 웃돌았고, 인천은 48.9%로 나타났다. 사전투표율이 최고치를 찍으며 최종 투표율에도 관심이 쏠렸지만, 기대치보다는 낮았다.
청와대 미남불. 그 이름이 특이하다. 자비로운 모습의 미남형 상호에 붙인 별명이다. 정식명칭은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 불상 높이는 108cm, 어깨너비는 54.5㎝, 방형대좌는 93.5×91.1×24.5cm 크기다. 제작 시기는 9세기로 추정된다. 1974년 서울시 유형문화재(24호)로 지정됐고, 2018년엔 문화재청에 의해 보물(제1977호)로 승격됐다. 이 불상의 원래 자리는 경주 도지동에 있던 통일신라시대 사찰인 이거사(移車寺). 지금은 절터만 남아 있고 경주시가 용지를 매입해 발굴 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여의찮은 상황이다
20세기 대표적인 제노사이드(집단학살)는 스탈린 치하 러시아가 공산혁명의 명분으로 1929부터 동족인 정치적 반대자 2천만 명을 살해한 사례가 있다. 2차 세계대전 중 나치에 의해 자행된 홀로코스트에서는 슬라브인 천만 명, 유대인 6백만 명, 어린이를 포함한 50만 명의 집시 등이 학살되었다. 구소련군이 아우슈비츠 진주 시 7톤의 머리털이 창고에서 발견되었는데 그것은 나치가 담요를 만들다 남은 재료였다고 한다. 제12차 세계대전 중 민간인과 군인을 합하여 최소 9천만 명, 최대 1억 2천만 명이 사망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터널을 빠져나올 즈음이면 먼 데 있었던 한 점 빛이 점점 확대되어 다가온다. 2019년 말 시작된 코로나19가 2년이 넘도록 세상을 어둡게 했지만, 마침내 터널을 빠져나온 것처럼 일상을 되찾았다. 일상이 이렇게 찬란한 줄이야! 코로나19 이전엔 몰랐던 발견이다.참으로 힘든 시기였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생존의 고통을 겪었으며, 의료진들은 감염의 두려움 속에서도 책임을 다 했다. 시민들은 일상의 자유를 유보하는 불편을 기꺼이 감수했다. 모두에게 잘 버텨냈다고, 고맙다고 인사를 건넨다.감염병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했던 만큼 이후에도 우리
올 ‘부처님오신날’은 그 어느 해보다 성대했다. 코로나19로 3년 만에 열린 연등회는 온 국민 축제였다. 3년 만에 서울 밤하늘을 물들인 연등행렬은 시민들의 탄성을 자아냈고, 이튿날 서울 조계사 앞길에서 열린 불교전통문화마당은 국경과 종교를 뛰어넘는 세계인의 한국전통문화체험 자리였다. 그리고 정확히 일주일 뒤, 불교는 다시 적막의 시간으로 돌아왔다. 임인년 하안거가 시작된 것이다.불교의 매력은 바로 이것이다. 고요가 있어 축제는 향락이 되지 않고, 적멸이 있어 들뜸은 방탕이 되지 않는 것이다. 하안거 결재 날, 필자도 마음의 하안거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줄곧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안 그래도 익명의 시대에 얼굴조차 가리고 다닌 것이다. 자연의 신선한 공기를 제대로 마실 수가 없어 날마다 숨이 턱턱 막히고 만나는 지인의 얼굴들을 제대로 마주 볼 수 없어 정마저 뚝 떨어질 지경이었다. TV를 보면 코로나 감염자 숫자만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걸 보면서 내가 참 이상한 나라에 사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사회는 어떤가? 날마다 보수와 진보라는 명분 아래 국민은 내편 네편이 되어 아예 양극단으로 갈라졌고 한쪽에선 분열을 조장하는 익명의 목소리들이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