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수행의 가치는 실제로 마음을 정화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는가에 따라 그 척도가 달라질 것이다. 불교 전통에서 탐욕(貪慾), 진에(瞋恚), 혼침수면(昏沈睡眠), 도거악작(掉擧惡作), 의(疑)의 오개(五蓋)는 경행을 하거나 좌선을 할 때 마음의 장애를 일으키는 요소로 언급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마음을 정화해 나갈 수 있을까. 《유가사지론》에서는 혼침과 수면은 경행을 통해서, 탐욕·진에·도거악작·의심은 좌선(명상)을 통해서 마음을 정화한다고 설명한다.우선 경행으로 혼침과 수면의 장애를 정화할 때, ‘광명상(光明想)’에 주의를
불교의 전래 과정을 보면, 왕실불교 또는 국가불교의 성격이 짙게 배어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일본도 그렇다. 불교 전래 당시의 사회는 왕과 귀족계급이 지배권을 움켜쥐고 있었으며, 여기에 이질적인 문화가 스며들기 위해서는 그들의 동의와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다.불교 전래는 필시 갈등의 과정을 통과해야 했다. 불교의 가르침은 기존의 지배질서를 흔드는 것이었기에 순탄할 리 없었다. 우리 역사에서 불교가 들어오기 이전의 지배적인 사상은 유교와 무속, 토속신앙이었다. 왕권이 강화되기 이전이었으니, 귀족계급의 신앙이자 사상이었다. 불교가
최근 문화재 정책을 전공한 류호철 안양대 교수가 《동아시아불교문화》제51집에서 ‘미지정문화재로서 불교 전통문화의 가치인식과 그 의미’란 주제의 논문을 통해 전통의례에 대한 문화재로서의 가치인식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어 교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당연한 교계의 반응으로 읽혀진다. 교계 입장에서 보자면 류 교수의 주장은 아주 설득력이 있다. 그간 전통의례 등에 대한 무형문화재로서의 가치를 간과한 게 저간의 사정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한국불교태고종 양주 청련사의 ‘예수시왕생칠재’가 지난 6월 경기도 무형
기독교 계통의 대학에는 채플(예배 모임)이라는 교양필수과목이 있다. 필수과목이니 미수강하면 졸업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강제수강은 종교의 자유 침해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7월 1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A 대학교에 보낸 권고사항은 이같은 논란의 대표적인 사례다.이 대학의 비기독교학과 재학생으로 불교신자인 B는 “A 대학교는 기독교 신자가 아닌 모든 학과 학생들에게 강제적으로 채플을 수강하도록 하고 수강하지 않을 경우 졸업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학생들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위기’의 시대이다.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상반기 실적 및 하반기 전망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올해 상반기에 자영업자의 70.6%가 매출 감소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영업자 33.0%는 폐업을 고려중이라고 한다. 올해 예상되는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는 ‘물가 상승에 따른 재료 매입비 부담’(23.6%), ‘임차료 상승 및 세금 부담’(17.2%), ‘금리 상승, 만기 도래에 따른 대출 상환 부담’(14.8%),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우리나라도 노인인구 가구가 매우 빠른 속도로 늘어가고 있다. 필자가 사는 곳 역시 시골이다 보니, 한집 걸러 노인들이 사신다. 30가구 중 26개 가구가 노인들만 살고 계신다. 자식들은 대부분 도시에 나가 산다. 반대로 노인들은 대부분 낮에 논밭에 나가 일을 하신다.노인이란 나이가 많은 사람을 지칭한다. 하지만 개념을 정확히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노인에 대한 정의는 노인들이 처해 있는 사회문화적 상황과 개인적 상황 등에 따라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국제노년학회에서는 “인간의 노령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생리적, 심리적, 환경적
가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운영하는 ‘열린 연단’에 들어가 강연과 에세이를 살펴보는데, 최근 ‘불교의 자유론: 초연의 자유’라는 강연을 흥미롭게 들었다. 강연은 지난 5월에 있었다. 강연자는 한자경 이화여대 철학과 교수. 《불교의 무아론》《마음은 어떻게 세계를 만드는가》《대승기신론 강해》《현대철학과 현대윤리의 만남》 등의 책으로 많은 이들을 불교철학으로 이끌었으며, 이런 공로로 청송학술상, 원효학술상, 불교출판문화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한 교수는 강연에서 “불교는 인간을 개체적 본성인 자연도 넘어서고 사회적 관계인 인연도 넘어서는
지구온난화가 세계인류의 절박한 숙제로 다가서고 있음을 증명하듯 무더운 날씨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한낮의 기온이 36도를 넘어서는 폭염은 좀체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는다. 심지어 폭염사망자가 올해 처음으로 발생했다는 행정안전부의 보고도 전해지고 있다. 건강을 크게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열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냉수와 냉음식만을 먹다보면 식중독으로 고생하는 일도 허다하다. 또 불가마같은 더위를 피해 하루종일 에어컨을 쐬고 있자면 냉장병에 걸리는 일도 다반사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낮 최고기온이 33°C 이상일 때를 폭염이
여름휴가철이 되면 떠오르는 화두가 있다. 《벽암록》 제43칙인 동산(洞山) 양개(良价)화상의 무한서(無寒暑)이다. 어떤 스님이 동산화상에게 질문했다.“추위와 더위가 닥치면 어떻게 피해야 합니까?” “왜 추위와 더위가 없는 곳으로 가지 않는가?” “추위와 더위가 없는 곳이 어디입니까?” “추울 때는 추위와 하나가 되고, 더울 때는 더위와 하나가 되라.”무한서를 제재로 다룬 소설이 있다. 『겨울의 유산』이다. 작품 속에서 무량사를 떠나는 화자에게 청안스님은 묻는다. “어떠한 곳이 춥고 더움이 없는 곳인가?” “추울 때는 나를 추위로 죽
한국불교태고종 제5대 원로회의 후반기 의장에 도광 스님이 재선출됐다. 원로회의는 7월 14일 청주 나무호텔에서 2022년 제1차 원로회의를 가진 자리에서 도광 스님을 만장일치로 후반기 의장에 재선출했다. 도광 스님은 태고종단에서 중요한 소임을 맡으며 다양한 이력을 쌓았다. 전북교구종무원장을 역임했고 법규위원장과 중앙종회의장을 지냈다. 이 직책만으로도 도광 스님은 행정과 입법 사법을 두루 경험한 인사로 꼽힌다.경험은 최고의 스승이라는 말이 있다. 경력을 우대하는 이유는 해당분야에서의 전문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도광 스님은 이러한 요
임인년(壬寅年) 하안거 해제일이 보름 여 앞으로 다가왔다. 곳곳의 선방에서 선향(禪香) 익은 냄새가 육근(六根)을 맑게 한다. 안거철이 되면 필자도 화두 하나를 꼭 집어 든다. ‘만법귀일 일귀하처(萬法歸一 一歸何處)’다. 출가 뒤, 스승께서 처음 내려주신 화두다. 평생 뚫어보라 하셨다. 하지만 아직도 그 언저리만 빙빙 돌고 있다.그런데 오늘은 그 화두의 정처(定處)가 좀 엉뚱한 데로 흘러갔다. 선암사다. 법원이 지난 7월 7일에 이어 7월 20일 선암사가 태고종 소유임을 재차 확인해준 것이다. 선암사 소유권 문제를 놓고 지금까지 태
총무원이나 지방종무원에서 종도들에게 협조 사항이나 동참을 부탁하면 흔히 하는 말이 있다.“종단이 내게 뭘 해주었는데……”. 그래 맞다. 종단에서 해준 것은 없다. 사찰 분담금이나 승려의무금 등 돈만 받았지 종도들에게 돌려준 것은 없다.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준 건 없지만, 태고종단에 등록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크게 받은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일부 종도들이 종단에서 협조를 구하면 그렇게 반문하며 배타적인 감정부터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정말 어리석은 생각이다. 나라 없는 백성이 있을 수가 있는가? 유대인들은 나라
지난 3월 4일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지역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이 산불은 13일까지 산림 2만여 헥타를 태우고 213시간 43분 만에 진화됐다. 산림청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86년 이후 ‘가장 오래 지속된 산불’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기후학자들은 이번 산불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의 변화가 초래한 재앙으로 인식한다. 나아가 이런 산불이 지속적으로 더욱 빈번히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지구온난화란 단순히 지구의 기온이 조금씩 높아지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상 이변이 속출하는 것을 종합적으로 포괄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면서 식량과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이 여러 나라의 시급한 일이 됐다. 많은 나라에서 식량의 불안정한 수급은 사회 불안정과 정치적 격변, 심지어 내란 또는 내전의 도화선이 되었다. 이런 현상은 인류의 오랜 역사에서 흔들리지 않는 법칙처럼 작용했다.오래지 않은 사례로 ‘아랍의 봄’을 불러온 자스민 혁명을 들 수 있다. 2011년 러시아는 기상악화로 밀 생산량이 감소하자 수출을 금지했다. 밀값이 70% 넘게 치솟았다. 주식인 밀을 수입에 의존하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은 밀을 확보하지
코로나 19바이러스가 다시 창궐하고 있다.《소심경(小心經)》의 정식게(淨食偈) 중에는 ‘오관일적수(吾觀一滴水) 팔만사천충(八萬四千蟲)’이라는 구절이 있다. ‘내가 물 한 방울을 유심히 보니 팔만 사천 마리의 벌레가 있구나.’라는 의미이다.이 구절을 읊조릴 때마다 나는 불교가 얼마나 심원한 가르침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경구 속에서 ‘팔만사천 마리의 벌레’는 벌레(蟲)가 아닌 세균(細菌) 내지는 바이러스라고 봐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작은 벌레라고 할지라도 물 한 방울 속에 살 수 있는 팔만 사천 마리의 벌레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불교태고종이 종단 차원에서 전개하고 있는 북한산 태고사 인수불사 전망이 밝다. 전국 일선 사찰과 지도자급 스님들이 태고사 인수를 위한 성금을 속속 전해오고 있는 가운데 종단도 모연문을 내고 적극적인 권선 동참을 독려하고 나섰다. 주지하다시피 태고사는 종조 태고보우 국사께서 창건하고 주석했던 도량이다. 태고사는 이러한 역사적 연원과 의미를 놓고 봤을 때 우리 종단 3백만 종도들의 정신적 귀의처로 기능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더욱이 태고사는 국가 보물로 지정된 종조의 부도와 원증국사탑비를 소장하고 있다. 또한 우리 종단의 종정을 역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 데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좀 더 현학적인 의미로는 “처음에는 시비(是非)와 곡직(曲直)을 가리지 못해 그릇되더라도 모든 일이 결국에 가서는 반드시 정리(正理)로 돌아간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우천염천(雨天炎天)에 굳이 이런 말을 꺼낸 이유가 있다. 지난 7월 7일 항소심인 광주고법이 10년 넘게 이어져온 전남 순천 한국불교태고종 선암사 소유권 소송에서 1심에 이어 또 다시 태고종의 손을 들어주었기 때문이다.광주고법 제1-2민사부(재판장 이수영, 박정훈⦁성충용
‘청련사 예수시왕생칠재보존회’(이사장 상진 스님, 청련사 주지)가 6월 16일 경기도 무형문화재로 지정(5월 20일자)됐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불교태고종으로서는 '예수재'가 처음으로 시ㆍ도 단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이어서 종단 차원의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이는 또한 1700년 한국불교를 관통하며 전통과 정통과 적통을 이어오는 장자종단으로서 불교문화 보존ㆍ전승에 심혈을 기울여온 태고종단의 쾌거이기도 하다. 사실 청련사는 조선 초기 동청련 서백련의 양 열반계 사찰로 지정돼 도성의 비보사찰이자 왕생발원사찰로서 왕실과 국태민안을 위
식물은 인간세상을 떠받치는 기반이자 기둥이다. 독일의 생물학자 수잔너 파울렌은 인간이 지구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식물 덕분이라고 말한다. “신생아는 태어나 울음을 터뜨리는 그 순간부터 잎과 화초가 내뿜는 산소를 마시며 숨 쉰다. 더 자라나면 우리 인간은 녹색 풀을 먹고 자란 동물의 고기와 우유를 마신다. 혹은 감자, 곡물, 사과, 콩 등을 먹는다. 또 사는 집과 제단, 무덤을 꽃과 잎으로 장식한다. 우리는 식물섬유를 옷감으로 가공하며, 많은 초목과 열매는 인간에게 약이 된다. 또 우리는 식물 재료로 집을 짓고 난방을 한다.”삶 전체
정부가 학자의 일에 관여하려면 비판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종교는 신성에 의하여, 법률은 권위에 의하여 그 어떤 비판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비판철학의 창시자’인 칸트의 철학적 진단이었던 것이다. 그의 {순수이성비판]은 형이상학을 비판한 것이었고, 그의 {실천이상비판}은 실천철학(윤리학)에 맞닿아 있고, 그의 {판단력비판}은 미학 이론에 맞닿아 있다. 칸트의 ‘영구평화론’은 오늘날의 유엔헌장의 기초가 되었고, 그는 이 ‘삼대 비판철학서’를 통해서 전인류의 스승이 되었다고 할 수가 있다.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