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챗GPT는 세상을 놀라게 했다. PC초기시대 인터넷의 혁명은 스마트폰으로 지구 전체와 소통이 가능하게 하더니, 이제는 사람, 사물, 공간을 초연결하는 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현실이 되고 있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과 소수의 인력으로 운영되는 식물공장이 국가 단위로 필요한 식자재를 대량생산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게 될 것이고, 택배와 배달음식은 드론이 담당하며, 전 국토의 도로가 자율주행용 스마트 도로로 대체될 것이다. 가상현실을 넘나들고, 의료혁명과 수명증가는 누구나 예측가능 할 만큼 뻔 한 내일이다. 하지만 보고도 믿을
최근 전국에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면서 올여름 무더위 기승이 심상치 않다. 34도까지 치솟던 6월 18일, 기상청은 전국에 예년보다 이른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고온다습한 무더위는 열대성 기후의 폭우도 동반하는데, 7~8월 기상청은 평년보다 극심한 집중호우를 예상하고 있으므로 문제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이를테면 2022년 여름, 강남 한복판에서의 물난리도 그러한 예에 속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반지하방에서 세 가족이 익사한 인명 사고에 있다.나의 어머니께서도 이런 물난리의 피해자셨다. 현재는 임대아파트로 거처를 옮기셨지만, 수
벚꽃이 개화한 4월에 이어 가정의 달인 전월에도 언론을 통한 자살 보도가 부쩍 많았다. 지지난달에는 강남역 오피스텔 옥상에서 투신한 여고생이 자살 과정을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생중계하여 큰 충격을 줬다. 더구나 투신하는 모습이 화면에 잡히도록 거치대를 사용하는 바람에 이십여 명의 시청자는 그 끔찍한 장면을 목격해야만 했다.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또 경악할 만한 사고가 발생했다. 강남의 한 중학생이 동급생의 목을 찌른 뒤 아파트에서 투신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틀 뒤에는 유명 아이돌이 자택에서 숨져 대중들을 충격
동해 무릉별유천지가 있는 곳, 두타산 자락의 산들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뻐꾸기와 소쩍새가 울고, 모내기 준비로 무논의 봇도랑마다 개구리들 합창이 경쾌하다. 어릴 적 찔레를 꺾어먹고 자랐던 찔레 순에는 흰 찔레꽃이 소담스럽다. 마당 꽃밭에는 마가렛이 꽃구름처럼 피고 있다. 가끔 무적교가 있는 신흥천 뚝방길로 저녁 산책을 나서면 우연찮게 목청을 높여 인사하는 고라니와 조우하기도 하고, 길고양이들과 눈빛 인사를 나눈다.동해 무릉계 삼화사, 삼척 미로 천은사, 강릉 정동진 등명락가사 등 전국의 사찰 경내마다 한창 피는 불두화가 불자들의 발길
깡통전세란 전세가가 매매가에 근접하여, 세입자가 보증금을 떼일 위험도가 높은 상황을 말한다. 금융시장 관점에서 보면 전세는 집주인이 타인의 자본을 이용하여 자기 이익을 높이는 수단이자, 부동산 대출과 금리에 연결되어있는 서민형 금융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상품은 사기꾼들로부터 보증금을 지켜 낼 확실한 안전장치가 없다는 것이다.돈이 오가는 곳에는 문제들이 숨어있다. 시세를 잘 알 수 없는 신축 빌라나 오피스텔 위주로 사기가 발생하는데,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들에게 전세대출이 잘 나오기 때문에, 주로 피해 대상이 된다, 뻔히
4월 초,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 어머니를 모시고 갔다. 한 달 전부터 기다리고 계셨던 터라 무척 설레고 좋아하셨는데 마음과는 달리 몸은 영 불편해 보였다. 급기야 다리가 아프니 쉬어가자고 들어간 부스가 서예가 정기옥 선생님의 ‘불설대보 부모은중경’의 병풍이 전시된 곳이었다. 갑자기 바닥에 쭈그리고 앉는 노 스님을 보고 보살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자리를 내주셨다. 고마워하면서 이 병풍 만드느라 애쓰셨다니까 새벽 세 시면 일어나 금니로 쓰신다는 데 올해 일흔아홉이라고 한다. ‘부모은중경’! 그제사 눈이 번쩍 뜨이며 병풍을 찬찬히 들여다
2023년 3월 1일은 104주년 3ㆍ1절이다. 전국 각지에서 기념식과 함께 여러 행사가 열렸다. 정의기억연대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제1585차 정기수요시위를 열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서울 용산역 강제징용 노동자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강제징용 배상 해법을 비판했다. 일본의 사죄와 한국 정부의 적절한 대응도 촉구했다.서울광장에서는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과 6ㆍ15남측위원회 주최로 ‘104주년 3ㆍ1절 범국민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94) 할머니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최근 3년이라는 코로나의 기나긴 고통의 터널을 지나 희망의 일상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가슴이 아리도록 슬픈 두 가지 소식이 있었다. 그 하나는 튀르키예와 시리아 접경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으로 인하여 5만이 넘는 사망자와 2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대참사이다. 팬케익처럼 무너져 내린 건물 앞에서 그 안에 갇혀 있는 가족들의 구조를 바라며 애태우는 시민들의 간절한 표정에 전 세계 국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한없이 슬퍼했으며, 부족한 인원과 장비에다 영하의 혹독한 날씨 속에서도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서 사투를 벌
현 보살이 “입춘법회 때 주셨던 휴대폰 보조배터리가 혹시 남아 있느냐”고 물었다. 몹시 떨리는 목소리였다. 왜냐 물으니 튀르키예로 보내겠다는 것이었다. 해마다 마산 신도가 휴대폰 보조배터리를 한 박스씩 보내주는데, 올해는 다행히 많이 남아 있다 하니 아이처럼 기뻐한다. 길거리에 즐비하게 늘어진 시체 사이사이로 울부짖는 가족들, 영하 10도의 혹한 속에 사상자를 찾는 구조요원들의 기사가 매일 보도되니, 그 참담함에 목소리라도 확인되고 소통이 된다면 작은 것이지만 도움이 되고 싶었다.필자도 작년에 돌이킬 수 없는 큰 산 하나를 잃었다.
지방에 다녀오는 길이다. 늦은 귀갓길, 전철 막차 시간은 다가오는데 길까지 잘못 들었다. 햇살을 쏟아 붓던 오후가 진눈깨비를 퍼붓고 있다. 지금 남산은 숲의 냉대림이다. 일행과 헤어져 막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명동 전철역으로 뛰었다. 계단 아래로 겅중겅중 내려가는 도시의 중력들, 나도 그들 틈에 끼어 있다. 쇼핑백을 양팔에 잔뜩 걸친 외국인들이 계단 밑 외진 곳에서 웅성거리고 있다. 다행히 전철은 끊기지 않았다. 긴장한 탓인지 머리가 아팠다. 커피 한잔 마시면 나으려나 자판기에서 블랙커피를 빼서 마시는데 막차가 들어오고 있다.전철 안
마을에 들어서면 긴 고샅이 나온다. 고샅 끝에 할머니의 집이 있다. 문을 열면 좁은 고샅이 확 트이는 너른 마당이 펼쳐진다. 마을 사람들이 탈곡을 하고, 고추를 말리고, 전통 혼례를 올리기도 하던 공동의 마당이다. 뒤란에 물맛 좋기로 이름 난 우물이 있어서 수도를 놓지 못한 몇몇 집들은 물을 퍼 나르기도 하였다. 고샅에서 놀던 아이들이 축구를 할 땐 어지간한 실내 축구장 부럽지 않은 운동장이 되어주기도 하였다.이 널찍한 마당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할머니는 대문에 자물쇠 대신 숟가락을 꽂아놓고 마실을 다녔다. 대처의 가족들을 만
불교의 핵심적 가르침에 계(戒)․정(定)․혜(慧) 3글자가 있다. 이를 다른 말로 ‘삼학도(三學道)’라 부른다. 이 삼학도를 배우고 익히는 데 스님들은 평생을 수행정진한다. 3학도 이외 또 다른 중요한 수행법으로는 6바라밀이 있다. 바라밀은 ‘보살도’ 로 풀이된다. 이 여섯 가지 바라밀은 3학도인 계정혜가 세분화된 것으로써 엄밀하게 말하면 이 두 가지 용어는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삼학도와 육바라밀은 불교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해도 될 만큼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삼학도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말로도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이하면 누구나 기대에 부풀어 있다. 그동안 알뜰하게 아끼고 절약하여 모은 적금을 찾아 내 집을 마련한다는 벅찬 꿈도 있겠고, 결혼이나 승진을 꿈꾸기도 한다. 어린아이라면 한 살 더 먹어 상급생이 된다는 기대감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노령기에 이르러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것은, 직장을 은퇴하고 제2의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적잖은 부담감을 갖게 한다.그런가 하면 마땅히 즐길 거리가 없이 무료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고독감이 스멀스멀하거나 몸이 성치 않아 자주 병원을 들락거려야 하는 시간들이 늘어간
필자가 처음 불교를 접한 건 어릴 적 어머니 어깨 너머로였다. 그 덕에 나이 들면서 대ㆍ소승경전 등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에 관한 책을 꽤 섭렵했다. 하지만, 그렇게 불법(佛法)을 섭렵했다고 해서 마음의 '뾰쪽함'마저 완전히 떨칠 순 없었다. 그 뽀쪽함이 조금이나마 편해졌던 건 몇 십년 전, 어느 가을날 한 비구니 스님을 통해서였다.마침 고향을 가기 위해 서울역에서 목포행 기차를 탔다. 그런데 옆자리에 비구니 스님이 앉아 계셨다. 60대 초로의 스님이었다. 늦가을 햇살이 스님의 어깨를 지나 필자의 가슴께로 빛쳐 들었다. 하지만 필
이 글의 주제와 관련하여 몇 년 전 일이 생각난다. 교육학 관련학회에 불교교육 관련 논문을 제출하고 심사를 받았는데, 심사위원 가운데 한 분이 불교는 종교인데 어떻게 교육에 관해 논할 수 있느냐라고 심사평을 하였다. 그래서 필자는 불교가 종교인 것은 맞으나 불교에는 인문사회학적 내용을 담고 있는 불교학이라는 학문이 있으므로 얼마든지 불교의 교육적 측면에 관한 논지를 전개할 수 있다고 답변하였다. 지금 왜 이러한 내용을 쓰고 있느냐하면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우리 사회에 이런 편견이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편견은 불교의 학문적
우리민족 고유신앙과 불교의 아름다운 만남을 연구하는 ‘한국민속불교학회’는 오랫동안 나를 소개해준 문구다. 대부분의 종교 ․ 사상 ․ 철학은 발생지를 벗어나 새로운 문명을 만나면 자신들의 모습에 변화를 일으킨다. 그것을 습합이라 하고 혹은 혼합 또는 신크리티즘이다. 신크리티즘은 모든 종교는 다른 종교로부터 자기 종교를 배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한다. 다른 종교는 배척의 대상이 아니라 자기 종교를 이해하고 나아가서 자시 종교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요소이다. 한국불교는 인도에서 붓다에 의해 창교되어 중국을 거쳐 한반도에 전래되
어떤 자기계발서 중에서“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는 제목의 광고를 접한 적이 있다. 본문을 읽지는 않았기에 속 내용은 모르겠으나 그 제목만으로도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서 핵심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여러 가지의 답변이 나오겠지만 아마도 ‘연기법’이 공통분모가 되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자들은 과연 ‘연기’의 가르침을 통해 자신의 삶을 얼마만큼이나 변화시키고 있을까? 불자들에게 묻고 싶다. ‘연기법을 알게 되니까 현실의 삶이 행복해 졌는지!’ 부처님이 제시한 연기법을 이해하고
불교수행의 가치는 실제로 마음을 정화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는가에 따라 그 척도가 달라질 것이다. 불교 전통에서 탐욕(貪慾), 진에(瞋恚), 혼침수면(昏沈睡眠), 도거악작(掉擧惡作), 의(疑)의 오개(五蓋)는 경행을 하거나 좌선을 할 때 마음의 장애를 일으키는 요소로 언급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마음을 정화해 나갈 수 있을까. 《유가사지론》에서는 혼침과 수면은 경행을 통해서, 탐욕·진에·도거악작·의심은 좌선(명상)을 통해서 마음을 정화한다고 설명한다.우선 경행으로 혼침과 수면의 장애를 정화할 때, ‘광명상(光明想)’에 주의를
우리나라도 노인인구 가구가 매우 빠른 속도로 늘어가고 있다. 필자가 사는 곳 역시 시골이다 보니, 한집 걸러 노인들이 사신다. 30가구 중 26개 가구가 노인들만 살고 계신다. 자식들은 대부분 도시에 나가 산다. 반대로 노인들은 대부분 낮에 논밭에 나가 일을 하신다.노인이란 나이가 많은 사람을 지칭한다. 하지만 개념을 정확히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노인에 대한 정의는 노인들이 처해 있는 사회문화적 상황과 개인적 상황 등에 따라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국제노년학회에서는 “인간의 노령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생리적, 심리적, 환경적
총무원이나 지방종무원에서 종도들에게 협조 사항이나 동참을 부탁하면 흔히 하는 말이 있다.“종단이 내게 뭘 해주었는데……”. 그래 맞다. 종단에서 해준 것은 없다. 사찰 분담금이나 승려의무금 등 돈만 받았지 종도들에게 돌려준 것은 없다.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준 건 없지만, 태고종단에 등록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크게 받은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일부 종도들이 종단에서 협조를 구하면 그렇게 반문하며 배타적인 감정부터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정말 어리석은 생각이다. 나라 없는 백성이 있을 수가 있는가? 유대인들은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