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선 지음, 민족사 刊, 값 22,000원

불교의 업(業)사상과 연기법을 바탕으로 생태 • 환경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 제시

전 세계가 배기가스로 몸살을 앓고,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바다에는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섬을 이루고 있다. 공기 중을 떠도는 초미세먼지의 유해성 때문에 외출을 자제하라는 권고가 자주 나올 정도다. 이렇게 기후 변화와 환경오염이 가져온 재해가 나날이 지난날의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지금, 생태위기는 어떤 질병이나 전쟁보다도 인류 생존에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왜 이런 생태환경에서 살게 되었을까? 어떻게 하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생태 • 환경 문제의 근본적 원인과 해결책을 사유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서양에서 태동한 기존의 생태학은 서양인들이 주도적으로 전개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생태문제를 다룬 대부분의 학문은 서양적인 사고와 그들의 전통문화에 근거하여 연구되었고, 그들의 연구 경향에 맞춰서 논리를 개발 • 정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서양 생태철학의 이해나 분석보다는 불교 사상에 입각하여 생태문제를 다룬다. 왜냐하면 기존 생태철학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서양인들의 자연관이나 생명관만 가지고는 생태문제의 해법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오늘날의 생태위기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무지와 욕망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자연을 착취해서 편하게 살려는 탐욕과 유한한 지구의 자원을 무한하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음이 합작한 결과가 바로 생태문제라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의 욕망 때문에 생태위기가 초래됐다면, 불교의 업에 대한 분석은 생태문제의 원인과 결과를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말한다.

무명속의 인간은 홀로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아무도 없다는 연기의 이치를 모르기 때문에, 생태환경의 악화로 수많은 생물종들이 멸종되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또 무명 속 인간들은 3대 환경문제인 오존층 파괴, 지구온난화, 환경호르몬으로 인한 수많은 재해에도 불구하고 소비지향적인 생활태도를 바꾸려 하지 않고, 현대문명이 제공한 편리함과 풍요로움에 빠져 오욕락(五欲樂)을 즐기려 한다.

이렇게 현대사회는 물질적인 재화의 소유와 소비의 양을 행복의 양으로 삼는 자본주의적 가치가 야기한 생태위기 때문에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이 고통을 받으며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는 인간의 욕망 충족을 전제로 하는 경제문제가 아니라, 모든 생물종의 공존공생을 논하는 생태문제다.

그러나 인간 우선주의로 자연을 바라보는 것에 익숙한 우리는 인간과 자연의 상의상관성(相依相關性)을 염두에 두지 않기 쉽다. 이러한 문제를 불교적인 시각에서 분석해 보자는 것이 이 책의 대주제이다.
불교의 생명관은 나와 남이 서로 다른 둘이 아니고[自他不二], 자연과 내가 서로 분리된 둘이 아니라는[依正不二] 가치관에서 출발한다. 이는 곧 생태계의 생명체들은 서로 의존하면서[相互依存] 서로가 의지하고 서로를 도우면서[相依相資] 공존한다는 생명관이다. 그러므로 불교는 다른 생명체를 자기 몸과 분리할 수 없는 연속체의 개념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자연현상을 들여다보면 생태계의 모든 구성원들은 상호의존적으로 존재하면서 각자 나름의 역할이 있다. 어느 생명체도 소홀히 취급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러나 현대의 과학기술은 이런 생태계 구성원들 각자의 역할을 무시하고 눈앞의 이익에만 몰두하여 자연을 오직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자원으로 생각하고 그를 이용하는 데만 몰두함으로써 생태계의 순환을 파괴한다. 순환은 모든 생명체들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게 하는 원리다.

생태계 파괴는 이런 순환 고리를 단절시킨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생태계가 순환하지 않으면 지구의 항상성은 유지될 수 없으며, 인간은 자멸할 것이다. 한번 소멸되는 생물종은 복구가 불가능하고, 이미 교란된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길은 너무나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불교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통을 해결하는 데 있다. 현 생태문제로 인한 고통의 해결에 불교의 지혜를 빌려 그 타개책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저자는 실천을 중요시하는 불교의 근본이념을 현 시점에서 재조명하여 생태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제시한다.

이 책은 업 사상에 대한 교학 차원의 연구에서 벗어나, 업의 근본원인인 탐욕 • 분노 • 어리석음[貪瞋癡]을 생태위기의 발생 원인과 연관 지어 분석하고, 업의 행위에 따른 분류법인 신 • 구 • 의(身口意) 3업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 새로운 관점에서 생태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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