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불교인, 승가와 학회 만남의 자리이기에 많은 정보와 문화가 교류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 사진 왼쪽부터 법성 • 대원 전법사, 종매스님, 진화 전법사.

제 28차 세계불교도우의회(World Fellowship of Buddhists, 이하 WFB) 서울총회가 9월 26일부터 30일까지 진각종 총인원을 비롯한 서울 일대에서 열렸다.

제 28차 정기총회에는 세계 불교대표 300여명과 많은 불교석학이 참석했다. 나는 미국 ‘묵림불회(Mook Rim Buddhist Society)’ 대표로 참석해 미주 각 종합대학의 종교학과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우리 태고종은 지난 2014년 10월 WFB에 정식으로 가입하였으나 이번에 종단 사정으로 공식대표를 내보내지 않아 전국전법사회장인 진화 전법사를 ‘묵림불회’ 대표로, 진경 • 대원 • 법성 전법사를 옵서버로 해 참석했다.

9월 28일 열린 불교복지봉사포럼에서는 대만의 요상추 박사(불광대학 불교학과 교수)가 불교의 사회복지에 대해 1시간 반 이상을 할애하며 깊이 있는 연구를 발표했다. 대만과 미국의 불광회를 주축으로 하는 복지단체들의 활동사항이 자세히 보고되었다. 특히 Tzu Chi(자제공덕회) 복지재단의 교도소 재소자들을 위한 복지와 의료 활동(내과, 치과 등), 노인들을 위한 각종 복지활동이 자세히 소개되었다. 대만 불교복지단체들의 활동은 중국, 미국, 캐나다, 남미, 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 걸쳐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 지구촌 불자들의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 종매스님이 일본에서 온 WFB 대표들과 기념촬영했다.
일본 대정대 요시하루 토마쯔 교수는 일본의 불교식 관혼상제에 대해 발표했는데, 형식적인 장례문화를 중요시하는 일본불교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21세기에 걸 맞는 새로운 의식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토마츠 교수는 급변하는 현 자본주의 시대에서 불교인 특히 승가의 책임이 막중하다며 승가의 각성을 요구했다.

29일 열린 평화포럼에서 특히 주목한 것은 주한독일대사관의 마르쿠스 하첼만 1등 서기관이 발표한 ‘독일 통일의 교훈’이다. 그는 독일 통일을 사례로 들며 통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사랑과 동포애이고, 물질적 • 이해적 격차를 넘어 같은 동포라는 점이 우선시돼야 통일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선상신 BBS불교방송 사장도 ‘붓다의 관점에서 본 한반도통일의 방향’을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시키고 북한 내 인권이 존중되는 상황을 만드는데 노력하고 북한 주민들과의 적극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북한 주민들이 대한민국에 대해 우호적인 감정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 즉 북한 정권과 주민들을 철저히 분리 대응하면서 북한 정권에 대해서는 압박정책을 펴고 동시에 주민들은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지혜로운 대북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나는 이날 포럼에서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의 남한과 북한의 상호 좋았던 관계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와서 남 북한의 첨예한 대립으로 발전한 것에 대해 발제자들의 의견을 물었다.

▲ 사진 왼쪽부터 법현스님(열린선원장), 종매스님, 진화 • 대원 • 법성 전법사.

이번 총회에서는 실지로 총회를 이끄는 상임위원의 선출과 각 지역을 대표하는 부회장단, 그리고 각 분과의 회장이 선출됐다. 태고종에서는 법성 전법사가 다종교위원회(Council of Interfaith Committee)의 사무총장으로 선출됐다. 법성 전법사의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

28일과 29일의 학회에서는 특히 유네스코(UNESCO) 문제에 대해 프랑스 대표인 다마라타나스님과 회장단 사이에서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WFB는 전통적으로 UN의 중심기관인 UNESCO와 긴밀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고 전 세계의 불교유산보호를 위해 프랑스와 스위스, 태국에 불교유산보호 사무국이 있었으나 근래 들어 활동이 제한되고 있다.

한곳의 지회만을 가지고 있는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한국은 태고종지회, 조계종지회, 원불교지회, 조계종신도회 지원, 진각종지회 등 여러 지회가 있으며 2012년 여수에서 개최되었던 제 26차 총회 이후 4년 만에 진각종 주최로 서울총회가 개최된 것이다.

1987년 이래 WFB에 지속적으로 참가했던 멤버로서 지난 30년을 회고해보니, 창립 회원들의 퇴장과 새로운 리더들의 등장이 90년대에 이루어졌고, 양적 질적으로 상당부분 발전된 면도 있으나 형식과 겉치레에 치우쳐 실속이 없었다는 지적도 일부 받고 있기에 이러한 부분은 좀 더 개선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일본이나 대만의 많은 지원을 받는 인도의 성지 보호사업과 네팔의 룸비니 등 불교성지들의 보존사업이 WFB 집행부의 노력부족(?) 때문인지 크게 진척되지 않고 있으며, 학회의 주제 선정도 시정돼야 할 부분이 있다.

2년에 한번 씩 개최되는 WFB 총회는 전 세계 불교인 또는 승가와 학회의 만남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많은 정보와 문화가 교류되는 중요한 자리이다. 각 나라 불교대표들의 개인적인 왕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전 세계 불자들의 화합과 단결 그리고 인적 교환이 이루어지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2년 뒤인 2018년 일본에서 열리는 제 29차 총회에서는 활동이 부진했던 분과위원회의 활성화 등 좀 더 발전된 모습을 기대한다.

                 종 매  <불교학박사, 북미- 유럽교구 회주, 미국 IBS 불교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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