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비구니회장 법정스님

꽃샘추위가 옷깃을 다시 여미게 합니다. 스님들의 넓고 따스한 마음에 중생사랑으로 활짝 핀 만다라 꽃이 꽃샘추위에 떨지 않길 서원해 봅니다.

지난 2월 2일자로 태고종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발행한 ‘태고종보’ 호외에서 ‘종단이 바로가기를 염원하는 비구니 일동(이하 비구니 일동)’ 명의로 저에게 보낸 공개서한에 대해 몇 가지 오해를 풀어드리고자 글월을 올립니다.

‘비구니 일동’이 어떤 스님들인지는 모르지만, ‘진실이 아닌 말로 구업 짓지 마십시오?’라는 제목으로 저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보고 저는 참담한 마음과 함께 수행자로서 부끄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비구니 일동’은 이 공개서한을 통해 ‘율장에 보면 부처님께서는, 스님처럼 걸핏하면 비폭력이니, 자비니 하면서 위선의 가면을 쓰고 부처님을 팔아 사악하게 남에게 상처를 입혀 종단의 화합과 단결을 깨뜨리는 자를 “부처님의 몸에 피를 흘리게 하는 것과 같다”고 하여 바라이죄를 지은 마라(악마)라고 했다’고 했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서 저는 우리 종단이 정말 ‘바로서고 바로가기’를 원하는 저의 충정과 바람이 이토록 큰 오해를 불러일으킨데 대해 같은 불제자로서 너무나 가슴 아프고 슬펐습니다.

단언컨대 저는 지금까지 불제자로 살아오는 동안 진실이 없는 말로 구업을 지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또한 성명서에서 말한 ‘마라’는 스님들을 지칭해서 한 말이 아니라 ‘폭력’을 가리켜서 한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런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우리 종단이 정말로‘ 바로서고 바로가기’ 위해서는 더 이상 물리적인 충돌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을 통해 화합된 모습으로 이번 종단사태를 해결하지 않으면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것을 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잡아함경』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만일 그르다 하면 저도 또한 너를 그르다 할 것이니 중도(中道)를 취하지 않으면 그것이 바로 괴로움이다’라고. 또 『잡보장경』에서는 ‘사나우면 남들이 꺼리고 나약하면 남들이 업신여기나니 사나움과 나약함을 버려 지혜롭게 중도를 지켜라’고 하셨습니다.

이제 더 이상의 이전투구(泥田鬪狗)는 안 됩니다. 우리는 그 누구도 서로 적이 아닙니다. 같은 옷을 입고, 같이 머리를 깎고 사는 우리는 모두 동체대비 한 몸일 뿐입니다. 한 발짝씩만 양보해 중도의 길로 가면 아무리 어려운 일도 부처님 법에 맞게 잘 해결될 것입니다.

전국비구니회 스님들은 물론 오백만 종도님들께 간절히 원하옵나니, 수처작주하는 마음으로 부디 화합하고 작선(作善)해서 우리 종단이 하루빨리 정상화돼 부처님의 거룩한 가르침과 자비를 베푸는 종단으로 거듭 태어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전국비구니회장 법 정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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