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빌론 고대인들은 천국에 도달해 신들과 같아지기 위해서 바벨탑을 쌓았다. 이집트인들은 파라오가 죽어서 그의 영혼이 무사히 신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늘로 올라가는 계단을 상징하여, 1,700년에 걸쳐서 정교하고 거대한 피라미드를 건설했다. 현대인들은 우주복을 입고 우주선으로 별들을 찾아다니거나, 인공위성을 연처럼 띄워놓고 집요하게 우주를 탐색한다. 그러나, 바빌론인도 이집트인도 우주인들도 하늘에서 하나님 또는 신과 접속하거나 조우하지는 못한 것 같다. 아마도, 인류가 우주의 끝까지 여행한다고 해도 신과 만날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생각된다.

공간적인 공(空)은 지수화풍 사대를 담고 있는 그릇에 불과한 것일까? 아무튼, 바벨탑은 저주를 받았고, 천국으로 가는 계단으로 올라간 파라오는 어떤 신호도 없다. 우주인이나 인공위성으로부터 온 소식들은 기다리던 편지가 아니다. 남악 회양 선사는 마조도일이 좌선에만 집착하는 것을 보고, 그 앞에서 거울을 만든다며 기왓장 하나를 바위에 갈기 시작한다〔磨塼作鏡〕. 도일이 기왓장은 거울이 될 수 없음을 지적하자, 회양은 기왓장이 거울이 될 수 없듯이 좌선만이 성불로 가는 길이라는 관념이 사견임을 적시한다.

신을 만나기 위한 바벨탑과 피라미드와 우주선은 사견의 산물이다. 사견을 위해서 인류는 형언할 수 없는 희생과 고통을 치러야 했다. 무수한 수행자들도 사견에 따른 고행의 가시밭을 지나왔다. 고금의 철현들은 신이, 부처님이나 하나님이, 혹은 천국이 다 우리의 마음속에 있다고 고구정녕하게 강조한다. 예컨대, 운전자가 없다면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는 수천 개 부속품의 결합인 쇳덩어리에 지나지 않고,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자가 없는 컴퓨터는 온갖 삼라만상의 그림자가 출몰하는 상자 이상의 의미가 없다. 마음(생명)이 없다면 인간의 뇌는 단백질 덩어리에 불과한 것이다.

“진일심춘불견춘/망혜답편롱두운/귀래소념매화후/춘재지두이십분(盡日尋春不見春/芒鞋踏遍隴頭雲/歸來笑拈梅花嗅/春在枝頭已十分”

종일 봄을 찾아다녔는데 봄은 구경도 못 하고/짚신이 다 닳도록 산머리 구름만 밟고 헤매었네/집에 돌아와 뜰 안에서 매화향기 맡으니/봄은 여기 매화가지 끝에 이미 가득하네!](「계림옥로」, 비구니 무진장의 오도송)

기실, 봄은 천지 간에 꽉 차 있다. 집 뜰 밖에도, 안에도 봄은 있다. 온 온주도 마음 안에 들어와 있는 우주이며, 마음 밖에는 먼지 한 톨 없다.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바로 지금, 여기, 당신 곁에 있는 사람들과 같이 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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