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련사, 지난해부터
천년고찰로 거듭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

사회 예전 같지 않아
불사하는데 어려움 커

심신일여의 정신으로
청련사 종단·종파 초월
한국 불교 중심 사찰로
우뚝 서길 기대

범음범패는 ‘하늘의 소리’
‘대한민국의 3대 聲樂’

“뉴욕호텔 연주 후 서양목사들
사람 목소리에서 어떻게 그런
아름다운 목소리 나올 수 있냐며
감탄 금치 못하던 기억 나”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수행정진을 더욱 깊이 해서 그 발자국을 잘 따라 걸어갔으면 좋겠다”는 상진 주지 스님은 “이제 우리 불교도 본래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 전통의 맥을 이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수행정진을 더욱 깊이 해서 그 발자국을 잘 따라 걸어갔으면 좋겠다”는 상진 주지 스님은 “이제 우리 불교도 본래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 전통의 맥을 이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미국 LA 슈라인 극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상진 주지 스님.
미국 LA 슈라인 극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상진 주지 스님.
지난달 28일 낮 12시 28분께 청련사 하늘에 상서로운 해무리가 나타나 대중 스님들을 기쁘게 했다. 법인국장 일불 스님이 최초로 발견했다.
지난달 28일 낮 12시 28분께 청련사 하늘에 상서로운 해무리가 나타나 대중 스님들을 기쁘게 했다. 법인국장 일불 스님이 최초로 발견했다.

지난 3일, 경기도 양주 개명산 청련사 가는 길, 봄볕이 유난히 좋았다. 코로나19도 잠시 잊을 만큼, 길가의 진달래도 만개했다. 모처럼 절에서 뵙는 상진 주지 스님의 모습도 이제 막 만개한 진달래처럼 맑고 청아했다. 코로나19도 이처럼 맑고 청아한 진달래 꽃향기와 따사로운 봄볕 따라 사라지길 간절히 기원하며 우리 이야기는 시작됐다. 중창불사가 한창 진행 중인 터라

우리 이야기는 자연스레 중창불사 이야기부터 시작됐다.

승한 스님: 지금 중창불사가 한창 진행 중인데 앞으로 예정돼 있는 불사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상진 주지 스님(이하 상진 주지): 새로운 천년을 맞아 청련사는 지난해부터 천년고찰로 거듭 태어나 새로운 불교를 펼쳐나가고자 하는 포부를 갖고 중창불사를 원만히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그런데 불사라는 것이 진행하면 할수록 생각지도 못하게 규모가 점점 더 커지게 되더군요. 특히 요즘은 예전 같지 않게 사회가 매우 혼탁하고 여유가 없기 때문에 불사하는데 어려움이 더 큽니다. 그 때문에 단청불사는 물론 법당불사, 약사전, 만불전, 종각, 용왕단, 산신각 신축 등 중요불사에 원력을 다했을 뿐만 아니라, 원만하게 이행하기 위해 저를 비롯한 온 대중 스님들이 불철주야 애썼고, 마무리 단계에 이르기까지 많은 고통이 있었습니다. 이제 서너 달 정도만 있으면 완공이 되는데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삼천삼 나한 목불을 모시는 불사를 진행하는 중입니다. 생각해보면 불사라는 것은 한편으로는 역사의 뒤 언저리가

될 수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많은 불자들에게 어려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불사를 하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되고, 더 나아가 사부대중을 위한 생각을 더욱더 하게 되니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청련사가 심신일여(心身一如)의 정신으로 종파와 종단을 초월해 새로운 불교의 포문을 열 수 있는 중심 사찰로 우뚝 설 것으로 기대합니다.

승한 스님: 불교 대중화의 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상진 주지: 요즘은 사회뿐만 아니라 종교적으로도 매우 지식수준이 높아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에 대한 호응은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사회가 변하고 달라졌다고 해서 불교도 그에 맞춰 달라져야만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점이 듭니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는 너무나 오픈되어 있고 매일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정보 속에서 심지어 가짜뉴스, 허위 정보, 조작 정보까지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 상황 속에서 오히려 사찰에 오시는 분들과 앉아 사회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부처님 경전이나 염불 사상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양파 껍질을 벗겨도 그 속에 또 다른 껍질이 존재하듯 베일에 감추어진 신비로운 그 무엇인가를 궁금해 하면서, 그것을 알고 싶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합니

다. 이를테면 사람들이 궁금증을 가지고 스스로 찾아오도록 호기심을 주는 것이지요.

인디언 구전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합니다. ‘달리는 말을 멈추고 잠시 여유를 갖는다. 말이 빨리 달렸기에 미처 따라오지 못했을 자신의 영혼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맞습니다. 우리 불교도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전통의 맥을 이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계화 시대지만 그 세계화 속에 또한 각 나라가 각 나라 고유의 개성과 문

화를 살리듯 말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수행풍토를 강화하고 불교의 전통적 역사를 깊이 되새기되, 개방적인 사고로 불교를 연구하고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이루기 바라며, 진정 그렇게 되기를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승한 스님: 스님께서는 범음범패로 명성이 높으신데요, 세계가 바라보는 범음범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상진 주지: 범음범패(梵音梵唄)는 고대인도 사회의 바라문 전통에서 유래한 ‘하늘의 소리’입니다. 여타 종교의식 음악과 달리 계명도 음계도 없으며 신라 말기 고승인 진감 국사에 의해 크게 선양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쉽게 말해서 숭고하고 아름다운 소리로 파장을 일으켜 불법을 노래하고 불덕을 찬탄하며 부처님께 공양 올리고 허공에서 기갈하는 귀취들에게 법식을 올리는 것이 범음범패인 것입니다. 기본을 배우는 데만 수십 년이 걸리고 세계 어느 불교국가에서도 표현하지 못하며 우리나라만의 전통불교의식을 한국불교태고종에서는 여느 종단에서도 관심 없었던 불교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전통의식을 잘 보존하여 왔기에 오늘날 유네스코에서 ‘대한민국의 3대 성악(聲樂)’으로 인정, 평가받기에 이르렀지요.

특히 한국불교문화의 중심요소인 영산재는 그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1973년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로 문화재청에 등재되었고, 2009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재로 등재되었습니다. 태고종에 의해 주로 보존되어 온 영산재는 참석한 모든 이들에게 부처님의 불법을 깨닫고 승려를 숭앙하여 진리의 세계에 들도록 하는 것을 돕고 있습니다.

이토록 위대하고 고귀한 영산재가 왜 이렇게 대중문화 속에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참으로 안타깝기만 할 따름입니다. 어떤 존경받는 기독교 음악 선생님이자 목사님이 옥스퍼드 대학에서 음악공부를 하기 위해 면접을 봤는데‘한국 음악이란 무엇입니까?’하는 질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목사님께서는 당연히 국악이라고 답하였고, 그러자 면접관이 한국의 음악은 범패인데 한국의 음악도 모르는 분이 어떻게 음악 선생님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고 합니다.

아름답고 환희롭고 신심 나는 불교음악, 천상의 소리는 그냥 뽐내면서 하는 소리가 아닙니다. 대중 스님들께서 모시는 불교의식 내용에는 부처님의 어구가 분명히 들어있으므로 그 뜻을 새기면서 부처님의 진실이 범음, 범패 소리로 파장을 이뤄 범부 중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염불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탐욕을 내려놓아야 하고, 그래야만 고귀하고 귀중한 소리가 모든 중생들에게 부처님의 법식으로 전달될 수 있습니다. 지난 2018년도에 종교협의회 주최로 미국 뉴욕호텔에서 열린 세계 평화 학술세미나에 동참해 불교식 축원을 부탁받고 「이산혜연선사 발원문」을 모시게 되었는데, 참석하신 서양 목사님들이 감탄을 금치 못하며 사람 목소리에서 어떻게 그런 아름다운 소리가 날수 있냐며 칭찬하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음악을 사랑하고 배우고 지켜나가는 자긍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제대로만 안다면 세계적인 음악가인 모차르트나 베토벤, 바흐가 부럽지 않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전문적으로 범음범패를 수업한 모든 스님들께서는 영산재(범음범패)는 부처님 어구(경전)에 대한 내용을 이해하고 해석하여, 진실한 그대로를, 아름다운 소리로 전승하면 정말 좋을 것입니다.

승한 스님: 좀 있으면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옵니다. 부처님오신날 법문 한 말씀 미리 해주십시오.

상진 주지: 3천 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우리 곁에 오셔서 답답한 중생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시고자 하셨습니다. 사바세계에 태란습화(胎卵濕化)라는 사생이 있고 육도라는 윤회가 있는데, 육도윤회 속에서 모두가 기도 올리고 발원하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윤회의 굴레 속에서 우리는 삼악도는 면하고 삼선도 속에서 살아가고자 하는데, 사바라는 내용 자체가 고통의 세계입니다. 뜻이 그러하니 사바세계에 머물지 말고 좀 더 나은 세계로 갈 수 있도록 부처님께서는 포교하시고 말씀을 나누셨습니다. 그러나 학문적으로나 이론적으로는 우리가 배운 것이 많지만, 무엇인가가 항상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오늘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답설야중거 불수호란행 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踏雪夜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즉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뒷사람들의 이정표가 된다’는 서산대사의 시입니다.” 부처님은 이미 길을 만들어 놓으셨는데 우리가 그 이정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니 더욱 수행정진을 깊이 해서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그 발자국을 따라 함께 잘 걸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승한 스님: 끝으로 앞으로의 바람과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상진 주지: 그동안 부처님의 큰 가피로 불사를 거의 완성하기도 했고, 전법 활동을 하면서 많은 어려움과 고난도 있었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도 청련사가 앞으로도 계속 한국불교에 큰 보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우리 청련사가 부처님의 교육과 수행, 사상의 정진을 꼭 이뤄낼 수 있는 가람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종단을 초월해 우리나라 불교가 불자님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봐도 존경하고 함께 하고 싶어 하는 날이 오기를 서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승한 스님(주필) omubuddha@hanmail.net

 

상진 주지 스님은-

1987년 경남 영산 영명사로 입산.

1991년 태고종 태고사에서 사미계 수지.

1994년 동방불교대 범패학과 졸업.

2000년 ‘세계로 도약하는 한국문화예술

5000년’ 공연 출연(뉴욕 카네기홀).

2016년 ‘6.25 참전용사 위령 영산대제’ 공연 총괄 및 출연(미국 LA 슈라인 극장).

2019년 ‘2019 이웃사랑 사랑나눔 종교평화문화축제’ 영산재 공연 총괄(유니버셜아트센터 대극장)

현 재 한국불교태고종 청련사 제29세 주지

재단법인 천년고찰 청련사 이사장

한국불교태고종 종립 동방불교대학 학장

청련사예수시왕생칠재 (사)법인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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