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의 지도자란 보통 승니(僧尼)와 달라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스스로 강조하는 종단 3원장 가운데 한 분인 현직 종회 의장 도광스님은 1월 3일 기해년 시무식 및 하례법회에서 스스로 종회의장 직분에 걸맞지 않는 신년발언으로 참례자들을 당혹케 했다. 내용은 여기서 구구하게 언급하지 않겠지만, 종회의장으로서의 자질과 도량을 생각하게 해주는 해프닝이었다. 그래도 교계 양대 불교 영상매체인 BTN과 BBS까지 취재를 하는 마당에, 종회의장스님은 꼭 그렇게 신경질적이면서 공격성 발언을 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장면이었다.

신년 시무식과 하례법회란 어떤 자리인가. 종정예하를 비롯해서 원로의장 3원장 및 종단각급기관장 종무원장 종회의원 등 종단의 지도자들이 주로 한자리에 모여서, 지나간 해의 부족함을 참회하고 다가오는 새해에 대한 덕담과 미래 포부를 밝히는 아름다운 자리이다. 현행 종헌.종법상, 3원장의 한 분으로 대우 받고 있는 종회의장스님도 신년사를 통해서 종회활동과 비전을 제시하면서 종도의 대의기관 수장으로서 덕담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이런 좋은 기회를 오기에 가득한 공격성 발언으로 황금 같은 시간을 잘못 사용한다면, 얼마나 애석한 일인가. 집행부의 수장인 총무원장스님이 지나간 1년 동안의 종무수행상의 성과를 보고하고 종단미래에 대한 설계와 희망을 종도 앞에 제시하면, 속으로는 견해가 다르고 맞지 않더라도 경청해주는 최소한의 기본 예의는 지켰어야 하는 인내력도 없다면, 종회 수장으로서의 인격과 자질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홍보부에서 종회의장 신년사를 정중하게 지난 12월 중순경 요청 드린 바 있었다. 하지만 시무식 당일까지도 신년사를 홍보부에 전달하지 않은 채, 직접 휴대하고 온 것 같았다. 그리고 준비한 신년사를 낭독하려고 했던 애초의 계획을 순간적으로 철회하고 즉흥 발언으로 신년사를 대신했는데, 참으로 듣는 이들로 하여금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총무원장스님의 신년사에 대한 반박과 종회석상에서나 있을법한 질타성 격한 발언으로 일관하자, 듣다 못한 한 교구 종무원장 스님이 ‘그만하라!“라는 제지에도 막무가내였으나, 여기저기서 힐난이 터지자 마지못해 하단하는 촌극을 연출하고 말았다. 의장의 발언 가운데, 자자와 포살을 언급하고 청정과 범행(梵行)을 언급했는데, 자신이 마치 청정한 계율을 잘 지키는 모범 승려이고 다른 이들은 파계승인 것처럼 호도하는 이상한 발언을 했는데, 참으로 가관이었다.

참례자들은 백보를 양보해서 현직 종회의장이기 때문에 3원장의 한 분으로 예우 차원에서 모두 참고 있는 줄도 모르고 혼자만이 종헌.종법을 잘 준수하고 종단을 위하는 애종자인 것처럼 훈시하는 그의 발언과 모습을 보면서, 현 태고종의 참담한 현실을 자괴감으로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구족계도 받지 않은 분이 종회의장이란 종단의 지도자 반열에 올라 있는 것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종단의 정신적 지주이며 상징인 종정예하에게 인사의 예도 갖추지 않는 불경죄를 범하고도 참회성 사과 발언 한마디 하지 않는 그의 철면피와 하심(下心)할 줄 모르고 어깨와 고개에 힘을 주고 종도위에 군림하는 듯 하는 그의 태도에서는 승려로서의 품위가 전혀 풍기지 않는다. 물론 구족계를 받지 않아서 빈도(貧道)의 마음 자세나 몸가짐에 대한 습의가 안 되어 있어서 이겠지만, 참으로 종단의 미래가 걱정된다.

솔직히 나는 의장과 아무런 사감도 없다. 다만 종단 집행부의 홍보부장으로서 종단의 위상과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종회의장의 발언과 모습을 보면서 객관적 입장에서 지적을 하는 것이다. 이런 분을 종회의장으로 선출한 의원님들을 탓해야할지 아니면, 종단의 현 실상을 감내해야할지 난감하다. 연장자 순으로 의장이 되었으면 종회의 기본역할과 기능을 떠나서 종단의 어른으로서 지도자로서 ‘덕행(德行)’은 아니라도 ‘덕담(德談)’이라도 지닌 관용을 베풀어야 하는데 아쉬운 일이라고 본다. 연수스님 같은 분을 종회사무국장으로 임명하고, 종단 공찰을 사유화한 법륜스님을 비호하고, 종정예하 불경죄로 멸빈 당한 전성오를 옹호하는 등, 그야말로 의장스님으로서는 엇박자 행보가 지나친것 같다. 집행부를 탓하기 전에 조고각하를 부탁드리고, 이제 총무원장을 사회법에 고발했으니 결과를 기다리는 수순밖에 더 있겠는가. 외나무다리위에서 누군가는 낙하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해법을 찾아보는 완충 역할 하는 분들이 있어야하는데 그런분들이  없어서 아쉬울 뿐이다. 종단으로서는 매우 안타가운 일이다.

지행<홍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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